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비비의주인ll조회 3532l
이 글은 10개월 전 (2023/6/07) 게시물이에요

 

 

[정유정인터뷰] 개인은 자존감 중독, 사회는 집단 나르시즘... | 인스티즈



‘개인은 자존감 중독, 사회는 집단 나르시시즘….’ 소설 ‘완전한 행복’에서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주변을 파멸로 몰고 가는 인물을 그렸던 정유정 작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한 징후로 비뚤어진 방식의 ‘행복 강박’을 꼽았다. 개인에게 그것은 무조건 높은 자존감, 항상 충만해야 하는 자기애로 드러나고, 사회적으론 ‘나는 되고 너는 안 된다’ 식으로 편을 가르는 집단적 ‘내로남불’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소중’하기에 빠른 ‘손절’(관계 끊기)이 일상이 된 나르시시즘의 시대. 마음을 지키기 위해, 균형을 잡기 위해 한국인은 무엇을 재설정해야 할까.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최근 정 작가를 만났다. 실체 없는 ‘행복’을 논하기 전에, 불완전한 ‘나’를 끌어안고, 진짜 나를 사랑하는 법을 찾기 위해.




#행복 강요하는 사회, 우리는 모두 자존감에 중독됐다

나르시시스트의 범죄를 그린 근작의 제목이 ‘완전한 행복’이다. 자기애와 행복은 어떤 관련이 있나.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SNS를 봐도 그렇고, 요즘 너무 이상하지 않나. 온통 ‘행복’을 이야기한다. 거의 강박 수준이다. 행복해야 하고, 자존감이 높아야 하고, 자기애가 충만해야만 하고…. 그게 맞는 걸까. 행복의 가치를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행복을 다시 설정한다는 의미는.

“행복은 실체가 없고, 순간의 경험일 뿐이다. 사실 인류는 행복하도록 진화된 게 아니라 생존하도록 진화됐다. 먹고 사는 것에 매달린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 삶을 충실히 산다는 뜻에서의 ‘생존’이다. 인생을 성실히 수행할 때 자존감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행복이란 순간이 잠시 찾아온다. 그러니까 절대 행복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

 

행복에 대한 강박이 나르시시즘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나르시시즘은 비뚤어진 방식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뭘 해야 행복할까에 골몰하니 집착과 강박도 생기고…. 사회 전반에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나를 사랑하는 게 나쁘다? 자존감과 자기애는 높을수록 좋을 것 같은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자기애와 자존감은 가짜다. 행복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다들 자기애, 자존감 높이기에 중독된 것 같다. ‘난 소중해’ ‘난 완벽해’ ‘난 세상의 중심이야’라며….”





#‘내로남불’ ‘손절’… 한국은 지금 ‘집단 나르시시즘’

사회 전반에서 나르시시즘을 느낀다고 했는데, 집단적으로도 그러한가.

“나르시시즘이 ‘다이내믹 코리아’와 만나 독특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우리는 지나치게 분명한 것만 선호한다. 흑과 백 사이를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회색 지대에 있는 사람을 용인하지 못한다. ‘내 편 아니면 적’으로 간주하는 성향이 강하고, 자기가 속한 집단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한다. ‘내로남불’. 그게 바로 집단 나르시시즘이다.”

한국사회의 집단 나르시시즘에서 특히 우려되는 건 무엇인가.

“자기애적 현상은 전 세계에서 감지되지만 우리 사회에서 특히 관찰되는 건 세대 간, 남녀 간, 계층 간 갈등이다. 나와 똑같지 않다고, 반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토론과 대화를 통해 조금쯤은 같이 묶일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우린 사람을 자꾸 발라낸다. 대화하면 할수록 갈등이 더 생긴다. 저것이 다르고, 이것이 다르다는 식으로 자꾸 나누니까. ‘완전한 행복’에서 ‘유나’가 ‘행복은 뺄셈’이라 말한, 바로 그것 아닌가.”

소설처럼 행복을 위해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는 ‘뺄셈’은 요즘 인간관계를 ‘손절’한다는 표현과 비슷한 것 같다.

“‘손절’이 빠른 세태가 정말 우려된다. 누구랑 말하고 관계 맺기 싫고, 자기 세계 안에 갇혀 갈등 해결의 어떤 실마리도 찾을 수 없다. 전부 ‘섬’처럼 살게 될 것 같다. 손절은 최후의 방식이어야 한다. 조금 불편하다고 사람을 ‘끊는 것’은 거미줄 치우는 데 전기톱을 쓰는 꼴이다. 결국 그게 인생을 허무하게 만들고, 자신을 사회에서 고립시킬 것이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변화는 빠른데, 훈련이 부족한 탓일 수도…. 대화하는 법을 모른다. 여전히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라는 게 안타깝다. 교육에도 책임이 있다. 어려서부터 ‘너는 특별하다’고 말하며 아이들을 키우는데, 이런 게 꾸준히 마음에 쌓이면 어느 순간 ‘나는 세상의 중심이야’라고, 심해지면 ‘내게 중심을 향하지 않는 건 모두 나빠’라는 인식도 생길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든다.”







#자존감 낮추고 결핍·불운도 인정하라

한국인들의 자존감 중독을 우려했는데, 작가라는 직업도 자존감이 높을 것 같은데.

“작가를 이끄는 건 자존감이 아니라, 글을 쓰겠다는, 이야기를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욕망이다. ‘종의 기원’을 쓸 때 사이코패스 청년을 그려내야 했는데, 그게 생각대로 잘 안 돼서 안달복달했다. 내겐 그 욕망이 있어서 2년이고 3년이고 글을 쓸 수 있다. 이 욕망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떻게 될지 소설로 한번 써보고 싶다. ‘완전한 행복’으로 시작한 ‘욕망 3부작’의 마지막 편이 될 것 같다. 아, 이거 오늘 처음 말하는 거다(웃음).”

자존감과 자기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어려운 것 같다.

“진정한 자기애는 내가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해야 생긴다. 결점, 단점, 흑역사도 나라는 걸 받아들여야 생긴다. 자존감은 성취가 있어야 한다. 남들은 비웃어도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한 발 한 발, 성실히 살고 있다는 작은 성취감이다. 인간은 완성형이 아니라, 완성해 나가는 존재고 자기애와 자존감은 그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거다.”

요즘 자기계발서들은 대부분 자존감을 키우라고 말한다.

“성실히 삶을 꾸리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존감을 높이려고 하면 비뚤어진 자기애가 된다. 그 전제가 자존감이 높아야 좋고, 낮으면 안 좋다는 것인데, 그건 참 이상한 일이고, 그런 사회는 불편하다.”

그런데 자존감이 낮으면, 좀 의기소침해지지 않을까.

“자신만만하고 눈치 안 보고 누가 비난해도 상처 안 받는 것. 그게 자존감이 높은 거라면 나는 정반대다. 상처 잘 받고, 결핍과 불운도 많다. 낮으면 낮은 대로 장점이 있으니까 시무룩할 이유는 없다. 자존감 낮은 이들 중에 섬세하고 감수성 풍부한 이들이 많다.”

베스트셀러 작가다. 결핍이나 불운은 없어 보이는데.

“잘 알려졌다시피 신춘문예 11번 떨어지고, 12번째 당선됐다. 늘 패배감과 결핍에 시달렸고 지금도 재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글이 한 방에 나오는 적 없고 안달복달하면서 겨우 쓴다. ‘아, 나는 세상을 겨우 사는 사람 같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마음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한탄하면 되게 불행해지는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얻어지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하니 괜찮더라. 애면글면하면 얻어진다는 자신감도 무의식중에 생긴다. 이런 경험으로 극복해 나간다. 글을 쓰는 게 좋으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에 쏟아 넣는 에너지를 통해 자신의 결핍과 불운을 끌어안을 수 있지 않을까.”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너무 좋은 글이네요
작가님도 퍼와주신 분도 감사합니다

10개월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민희진 기자회견 내용 요약에 성공한 사람.jpg366 콩순이!인형04.25 18:40133280 28
유머·감동 현재 민희진 기자회견 이후로 주된 반응.JPG286 우우아아04.25 19:23121939
유머·감동 와.. 20살의 나.. 미친 듯...twt205 +ordin04.25 17:0096198 22
이슈·소식 판사 출신 현직 변호사가 보는 민희진 사건225 나만없어고영04.25 23:0172234
이슈·소식 민희진이 뉴진스 지원 못 받았다는 식으로 말한 이유170 나만없어고영3:0840346
일본도 절레절레한 한국 자극하는 클린스만 손흥민-이강인 싸움, 나이 많은 나한테 책.. 125664return 9:14 135 0
인공 배양육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드라마 이따따 9:13 386 0
지금 하이브vs민희진 한줄요약이라고 공감많은 트윗12 콩순이!인형 9:00 4078 4
금요일 운세 훈둥이. 8:58 1083 0
5월은 주 4일제를 3주간 무료체험하는 달 이차함수 8:58 839 0
어느 고시원의 황금 밸런스.jpg1 306463_return 8:58 1680 1
고대 중국의 전설의 생물 '짐새' 하품하는햄스 8:58 1650 0
오늘 CBS 김현정의 뉴스쇼 게스트 라인업.jpg S.COUPS. 8:58 816 0
마트갔는데 계산원분이 겁나 웃으심1 중 천러 8:58 1856 0
(질투의화신)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조정석의 대사6 원 + 원 8:17 6602 16
20대 후반~ 30대에 본인의 전성기를 맞은 연예인들9 지상부유실험 8:17 5987 17
사극 썸네일 어그로력1 NUEST-W 8:17 3275 0
김혜윤 진짜 그대로 컸다4 Side to Side 8:17 5037 0
권도형이 한국 오려는 이유 세상에 잘생긴 8:17 2668 0
3주전 실제로 했던 말 게터기타 8:17 1613 0
'황제 출장' 최정우 포스코 前회장, 퇴임 후에도 2년간 연봉 10억 강추 7:55 566 0
민희진 오늘 긴급기자회견 연다 "어도어 공식 입장 발표"1 알라뷰석매튜 7:34 5081 0
실눈 뜨면 다르게 보이는 사진9 게터기타 7:34 6026 0
결혼 약속한 여친 191회 찔러 살해 20대, 징역 23년 확정8 Jeddd 7:34 5426 0
6.25 전쟁 당시 남북 전세 비교 풀썬이동혁 7:34 728 0
전체 인기글 l 안내
4/26 9:16 ~ 4/26 9:18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