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전 10시쯤 경기 포천시 자작동 자작1통 마을회관 앞. 가로 4.6m, 세로와 높이 각각 2m의 직육각형 컨테이너를 매단 3.5t짜리 트럭 한 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어르신들이 하나둘 무릎을 짚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육중한 엔진 소리가 알람이라도 된듯, 주변 골목길에서도 장바구니와 손수레 등을 든 어르신들이 나타났다. 컨테이너 뚜껑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트럭 앞에 순식간에 입장 줄이 만들어졌다. 2주일에 한 번씩 마을을 찾아오는 ‘이동형 마트’를 기다려온 마을 어르신들의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듯 구매하는 행위)이었다.
어르신들은 계란, 돼지고기, 두부, 귤 등 신선 식품은 물론, 휴지, 고무장갑, 세제 같은 생활용품까지 원하는 제품을 사 들고 왔던 길로 하나둘 사라졌다. 지팡이를 짚어 손이 부족한 노인들은 마트 직원의 도보 배달 서비스를 이용했다. 귤 한 팩을 산 주민 유관현(80)씨는 “주변에 있는 구멍가게에서는 음료수나 일반 공산품만 팔아, 면허를 반납해 운전이 불가능해진 3년 전부터는 거의 트럭에서만 먹을 거리를 장 보고 있다”고 했다. 장경섭(79)씨는 “노인들이 한 번 시내에 나갔다 오려면 반나절은 훌쩍 지나가는 데다 무거운 것들을 들고 움직이기도 힘들어 ‘마트 트럭’이 오는 날을 손꼽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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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사막이라는 개념은 1990년대 영국 스코틀랜드 한 공공주택 지역의 빈곤한 주민들이 신선 식품을 쉽게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처음 나왔다. 사막에서 물을 찾기 어렵듯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뜻을 담은 말로, 영국·미국 연구진이 자주 쓰면서 세계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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