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2023 의사과학자 콘퍼런스’ 포스터를 회수했다. 이 포스터에는 여성이 알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이 여성의 손 모양이 집게손가락 모양이라는 비판이 일자 이를 수용해 회수한 것이다. 이 포스터를 본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은 “여기저기에 페미가 묻었다” “티를 못 내서 안달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2021년 영국의 한 업체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외주를 받아 포스터를 만든 A사는 논란이 일자 해당 이미지를 유통한 스톡이미지 업체 B사에 설명을 요구했다. B사는 공문에서 “문의하신 콘텐츠는 해외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당사에서 유통 중인 콘텐츠로, 2021년 4월24일 영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B사는 이어 “따라서 해외작가가 특정 의도를 가지고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며, 실험실 내 특정 의학 기계를 가리키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님들께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며 항상 사회 이슈에 경각심을 가지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혐오의 의도를 가지고 집게손가락 이미지를 삽입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회수 결정을 내렸다. 회수 이유를 묻자 복지부는 “불필요한 논란의 확산을 막는 한편, 다른 포스터 대안이 있어서 회수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사기업을 넘어 정부 기관까지 억지 음모론에 굴복했다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기관은 법적인 검토를 해서 기존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데, 일방적으로 (음모론을) 따라가는 것은 그냥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순응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넥슨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부적절한 논란이자 공격인데, 이를 시정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불필요한 논란’이라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너무 한심해서 한심하다고 얘기할 가치도 없다”면서 “국가기관의 결정이라 다른 사기업이나 공기업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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