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 자신의 성씨를 ‘어머니 성’으로 변경하겠다는 성·본 변경 심판 청구를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 지금껏 법원은 주로 이혼·재혼 가정 등의 미성년 자녀에 한해 ‘친부가 (자녀의 성장에) 기여하지 않은 때’만 어머니 성으로의 변경을 허가해 왔는데, 허가 범위를 넓히는 사례가 나왔다고 평가된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경향신문 플랫의 입주자 프로젝트 ‘엄마 성 빛내기’를 기획했다. ‘엄마 성 빛내기’는 어머니 성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전국 법원에 성·본 변경 청구를 하고, 부성 우선주의에 균열을 내보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참여자는 총 137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일부가 지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 법원에 성·본 변경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이 사회의 성평등 실현을 위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의미를 담아 법원에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고 이를 통해 성평등 의식을 길렀다는 점, 삼남매를 키워내는데 어머니가 큰 역할을 했으나 그것이 사회적으로는 평가 절하되고 있다는 점, 자신 역시 결혼 이후 자녀가 생기면 성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혼인신고 때 표시하지 않으면 물려줄 수 없게 제도화되어 있어 실망했다는 점, 이런 청구 취지에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적극 응원한다는 점을 청구서에 담았다. 김씨는 “청구 이유만 A4 용지 60장에 달할 정도로 청구서를 상세하게 썼다”며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건 어머니가 그간 가정 안팎에서 해 온 일과 어머니 역할에 대한 위상을 높인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 성평등 가치를 위해 어머니 성을 쓰겠다는 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에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원의림 변호사(법률사무소 의림)는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한 필요성’을 따져서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성·본 변경을 허가해왔는데, 성인이 직접 성평등을 강조한 케이스가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에 법원이 응답했다는 점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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