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유난한도전ll조회 4033l 1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사랑에 아파 눈물을 흘리는 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우정보다는 사랑이 우선이었던 현은, 나를 감정 쓰레기통쯤으로 여겼다. 쓰레기가 되어 돌아온 그녀의 감정을 분리수거하는 건 내 전문이었다.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연애와 거리가 멀었던 나는 현을 통해 사랑을 배웠다. 만나는 사람마다 각각의 운명론을 만들어내는 그녀가 퍽 귀여워 웃음이 났다. 현은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알아줄 남자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아니면 현이 내 앞에서만 사랑스러운 짓을 하는 걸까.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나는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의 얼굴에서 가장 좋아하는 보조개를 보이며, 고개를 25도 기울인 채 예쁘게 웃어 보일 것이다. 현은 연애에 관해서는 의견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그중 하나는 커플 반지를 맞추지 않는다는 거였다. 하지만 나와의 우정반지는 변색이 될 때까지 끼고 다니는 모순적인 애였다.

나는 묻고 싶었다. 네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범주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지 말이다. 현을 짝사랑했을 당시에 구내염 때문에 고생한 날이 많았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생긴, 일시적인 현상이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지병을 앓던 할머니가 곧 돌아가실 것 같다며 엄마가 운다. 어린 아이처럼 우는 엄마를 달랬다.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된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었다. 언젠가 엄마와 딸의 역할이 바뀌게 되는 시점이 온다. 그 시점을 경험하기엔 이른 시기였다. 그 뒤틀림은 남동생이 아닌 나만이 겪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친구 같은 엄마를 원했지, 자식 같은 엄마를 원한 건 아니었다.

엄마는 집안일에 손을 놓았고 밤마다 할머니를 찾다가 잠에 들었다. 그렇게 집안은 점점 기울어졌고 장녀답게 나는 가족의 장이 되었다. 남자가 가장이 되었을 때는 어느 부족의 우두머리가 된다. 그런데 왜 여자가 가장이 되면, 멸망한 도시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 걸까.

나는 풋풋한 첫사랑을 하는 소녀가 되고 싶었다. 또래만큼 순진하고 대담한 학생이고 싶었지만, 우리 집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는 나뿐이었다.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현이 다니는 독서실과 가까운 편의점에서 일을 시작했다.현은 매일 같은 커피 두 개를 사갔다. 독서실에서 누군가와 썸을 타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원 플러스 원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반값만 받았다. 이렇게라도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현과 누군가가 입 맞추는 걸 본 적이 있다. 나는 상대가 남자이길 바랐다. 우리가 이어질 수 없는 이유가 단지 성별이었으면 했다. 그들은 같은 패턴의 교복 치마를 입고 있었다.

'걔가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상대의 말에 현은 알고 있다는 듯이 웃어 보인다. 나는 그녀의 마음이, 우정이 아니었다는 걸 안다. 비 오는 날 교복이 다 젖을 때까지 주차장 구석에서 서로를 안고 있던 게 꿈은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무너져가는 내 세계의 첫 방문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지하야. 이거 원 플러스 원 맞지?"
"어. 아직은."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 인스티즈

추천  1

이런 글은 어떠세요?

 
무슨 책인가요?
26일 전
미치겠다
10일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2024 산리오 캐릭터 대상 결과 발표254 루피V06.16 16:4464672 11
유머·감동 내 mbti가 S인지 N인지 10초만에 확인하는 방법149 탕탕후루루루06.16 14:2479621 1
유머·감동 노인분들이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이유255 담한별06.16 13:02105246
정보·기타 10명중 8명 정도가 겪는다는 몸의 이상반응135 패딩조끼06.16 21:4056385 4
이슈·소식 [단독] "산모와의 약속 못 깬다” 분만병원 140곳, 파업 불참167 세훈이를업어06.16 19:3650812
덴마크, 핵불닭볶음면 리콜 조치..."너무 매워서 위험해"68 데이비드썸원 06.13 08:57 67062 1
부안군 지진 CCTV.gif5 풋마이스니커 06.13 08:56 9906 1
치매로 가는 지름길.jpg 디귿 06.13 08:54 5897 1
둘중에 1인사람이 더 건강할거다 vs 2인 사람이 더건강할거다1 마유 06.13 08:54 2337 0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할 15가지 현명한 심리학적 트릭.jpg 훈둥이. 06.13 08:53 2268 1
결국 영어버전까지 나온 잘자요 아가씨2 네가 꽃이 되었 06.13 08:44 3002 0
방탄소년단 '우리끼리도 오랜만' 디귿 06.13 08:40 1537 1
(조금 무서운)도시의 건물 아스팔트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들.jpg4 가리김 06.13 07:51 12969 3
전세계 부자 순위5 jeoh1485 06.13 07:35 6642 0
엔터사에서 본명 촌스러운 연예인 예명 짓는 법.jpg33 XG 06.13 07:32 28139 11
해리포터) 볼드모트는 왜 해리를 못 죽였을까?4 똥카 06.13 07:31 8676 1
진짜사나이에서 전부 정색한 순간5 데이비드썸원 06.13 07:29 15725 0
일을 쉴 수 없는 사주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법30 쿵쾅맨 06.13 07:27 28583 8
세계 판매 1위라는 미고랭 라면.jpg7 자컨내놔 06.13 07:26 9550 2
뉴진스 How Sweet POP-UP 머치 프리오더 안내(라인프렌즈 스퀘어)1 308679_return 06.13 07:25 1089 0
핸드폰 수리 맡겼더니 수리기사가 핸드폰 사진첩을 훔쳐보는일이 발생함2 ♡김태형♡ 06.13 07:24 2301 0
촬영 종료 1년 반 만에 방송사 편성 확정된 것 같은 드라마11 뇌잘린 06.13 07:23 27058 6
여행지별로 꼭 먹어야 할 10가지 음식 옹뇸뇸뇸 06.13 07:23 3574 2
토끼와 함께 잠을 자기 시작하면 토끼는 매일6 +ordin 06.13 07:23 10795 8
가리비 수영하는 모습.....gif83 풋마이스니커 06.13 07:13 55821 3
전체 인기글 l 안내
6/17 5:40 ~ 6/17 5:4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