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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1개월 전 (2025/2/11) 게시물이에요
파친코 김민하가 영화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주제 없는 사랑' | 인스티즈


씨네21 김민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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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김민하가 영화잡지에 기고한 에세이 '주제 없는 사랑' | 인스티즈

[김민하의 타인의 우주] 주제 없는 사랑

사랑을 할 때 나의 모습을 좋아한다. 호기심을 잔뜩 안고 시작해, 푹 빠져들어 정신없이 헤엄을 치고, 아파하기도 많이 아파하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부분들을 포착하게 되는, 이 ‘연애’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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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할 때 나의 모습을 좋아한다. 호기심을 잔뜩 안고 시작해 푹 빠져들어 정신없이 헤엄을 치고 아파하기도 많이 아파하면서 나도 몰랐던 나의 부분들을 포착하게 되는, 이 ‘연애’라는 여정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고 풍만해지는 이 시기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랑 외의 다른 것들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그땐 무턱대고 아팠던 일들이 지금은 참 이쁘다고 느껴진다. 정말 웃기다. 기억나는 약속들이 몇 가지가 있다. 대부분 바보 같은 약속들. 가령, “태풍이 강타한 날 여기서 꼭 입맞춤을 하자!” 혹은 “화이트와인을 한번에 세 모금 이상 마실 땐 꼭 눈을 질끈 감자!”와 같은. 그런 약속들을 한 데에는 이유가 없다. 그냥 웃기 위해 했던 것 같다. 대부분 지켰다. 유치하고 뜬금없다고 키득대다가도 폭풍우 속 키스를 하는 와중에는 누구보다도 진지했고, 화이트와인을 들이켤 때에도 필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장마 때였다. 장대 같은 비가 쏟아져내렸고, 그때 당시 연인과 비 오는 밤거리를 무작정 뛰었다.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손을 꼭 잡고 뛰고 걸으며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그리고 ‘너’를 더 깊이 사랑하리라 다짐했다. 서로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고, 흠뻑 젖은 서로의 모습이 웃겨 자지러지다가도 금세 이뻐 죽겠어서 안아주기도 했다. 잠시 멈춰 음악을 고르고 들으면서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내 녹음기에 간직되어 있는 이날 밤은, 내가 가진 추억 가운데 녹슬지 않았으면 하는 것 중 하나다(소리를 녹음하는 습관이 있다. 예전에는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곤 했는데 요즘엔 핸드폰 음성메모장에 저장한다).


가끔 비 오는 거리를 혼자 거닐다가 그날들의 냄새가 불현듯 스칠 때가 있다. 찰나이지만 코끝을 휭하고 스칠 때가 정말 신기하게도 존재한다. 그리움이 형상화될 때가 있다고 혼자 생각하곤 하는데, 그렇게 믿게끔 하는 순간들 중 하나다. 향으로 찾아올 때. 단순히 당시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이 아닌 그때의 계절, 바람과 나무의 향, 나의 영원함에 대한 동경과 마법에 걸린 듯한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나의 여름을 정의시켜줄 수 있는 향. 그것이 감각으로 찾아와줄 때마다, 정말 반가워 웃음이 새어나온다. 아무도 모르는, 나만 아는 그리움의 향이지만 또 언젠가 맡을 날이 오겠지 하며 남은 거리를 마저 걷는다.

아름답지 않을 때도 넘쳐난다. 온갖 고통과 증오로 가득 찬 시간들도 많았다. 너무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니 사실 수많은 이유들이 사랑이라는 것 하나로 통합되어버렸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다.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된 싸움은, 금방 언성이 높아지며 꽤 무거워졌고, 삽시간에 나는 이별 통보를 받았다. 사람들이 넘쳐나는 강남역 한복판에서 나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듯, 마치 짐승이 울부짖듯 오열했다.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처음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나의 목소리, 멈추고 싶어도 멈춰지지 않는 몸의 떨림, 그리고 결국엔 자기 혐오와 증오까지 이어졌던 며칠. 나 자신을 탓하던 그 시간들은 모든 것을 파괴했다.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어설픈 이유를 원인이라고 생각하며 한동안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었고, 그래서 두려움은 더 커져만 갔다. 한동안 그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세월이 흘러, 다행히도 주변의 많은 도움과 절대 찾아올 것 같지 않던 사랑으로 많이 회복했고, 나를 보호하는 법도 확실히 깨우쳤다. 그런 형태의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더라면, 나의 어둠을 겪어보지 못했더라면, 지금처럼 단단하기도, 동시에 말랑말랑하기도 한 사랑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게나 위대한 것이다. 견딜 수 없이 아름답기도 하고, 처참하게 만들기도 하는 이 힘은 그러나 멈출 수가 없다. 난 그렇다. 사랑할 때 열리는 숨구멍이 좋다. 들숨과 날숨에 각기 다른 온도를 느낄 수 있는 그 예민함은 정말 특별하다. 이 날것의 감각들은 연기하는 나에게도 많은 도움을 준다. 메아리처럼 들리는 웃음소리, 연인과 나누는 온도, 서로를 안아줄 때의 감촉과 향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는 배역을 맡았을 때, 내 기관들이 기억하는 것들에 반응하며 진심을 쌓는다. 실제 일어났던 일들을 대입하기보다는 이 오감들을 투영한다. 그 감각들이 일치했을 때, 배역과 같이 숨을 쉬며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나에게는 효과적이었다. 그 순간에만 집중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전파될 수 있는 온갖 형상들을 다 겪고 결국에는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려내는 작업은 정말 복잡하고 단번에 정의내릴 수 없지만, 그만큼 무궁무진하며 또 그래서 소중하다.

앞으로 내가 가질 사랑의 형태가 궁금하다. 어떨까. 얼마나 예쁠까. 어떤 새로움을 또 마주하게 될까. 여러분의 사랑의 형태도 궁금하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들이 가진 특유의 목소리와 눈빛을 좋아한다. 적당한 자랑과 수줍음, 누군가를 위해서 마음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찬란하다. 어떨 땐 같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모습 또한 귀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졌으면 한다. (나 포함) 칼바람이 부는 폭풍우가 찾아와도 ‘곧 키스할 날이 머지않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마법에 여러분이 걸렸으면 하는 소망을 가득 담는다. 그 소망과 함께 나는 이번 여름과 작별 인사할 준비를 한다. 이 주제 없는 사랑이 무작정 다시 나타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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