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7695756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이슈·소식 유머·감동 정보·기타 팁·추천 고르기·테스트 할인·특가 뮤직(국내)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23769
이 글은 9개월 전 (2025/2/28) 게시물이에요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노력이 이 사회의 정신적 표어였던 때가. 십 년 전이었을까. ‘흙수저’란 말이 유행어로 떠돌았다. 척박한 세상에서 물려받은 것 없는 저마다의 처지를 대변하는 말이었다. 여기엔 두 방향의 엇갈린 힘이 작용했다. 노력을 해도 보답받지 못하는 ‘헬조선’을 향한 울분이 터졌고, 그럼에도 사람들의 계층적 현실을 노력의 충분함과 부족함으로 합리화하는 관성도 세졌다. 흔히 ‘극우화’라 부르는 현상이 고개를 들었다. 노력하지 않으면서 노력하는 자의 몫을 뺏어가는 타자를 향한 증오다. 노력을 사이에 둔 자조와 분노 속에, 어찌 됐건 ‘흙수저’는 특별한 표상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동일시할 수 있는 대상이요, 어떤 관심과 대책이 요구되는 사회적 아이콘이 되었으니 말이다.

문화 산업에서도 이 기류는 퍼져 나갔다. ‘흙수저’를 모델로 삼은 콘텐츠가 등장했다. 젊은 계층과 호흡하는 음악 산업에서는 단순히 가난한 현실이 아니라 가난을 극복한 자의 성공담이 열광을 얻었다. 무대 위 높은 곳에 설 우상을 필요로 하는 음악 산업의 속성 때문이리라. ‘흙수저’ 서사를 케이팝 산업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엮어 낸 건 바로 저 유명한 BTS다. 온갖 백업 행사를 뛰던 중소 회사 아이돌이 최고의 월드 스타로 등극한 성공 신화였다.

걸그룹 미야오와 '금수저' 마케팅 | 인스티즈

한편, 이 시기 미디어 최고의 블루칩은 힙합이었다. 젊은 래퍼들은 에 나와 또래 군중과 호흡했다. 힙합의 바이블과 같은 자수성가의 표어 “바닥에서 정상으로”를 외치며 돈벼락을 맞고 인생극장을 찍었다. 이들은 나야말로 “진짜 바닥”에서 온 사람이라며 진정성 경쟁을 펼쳤고, 아이돌은 회사가 깔아 준 ‘꽃길’을 걷는 인형이라고 비난했다. 말하자면, ‘흙수저’에 대해 ‘금수저’는 떳떳하지 않은 이름이었고 가난과 성공을 잇는 서사적 궤적이 노력이란 표어로 소비된 것이다.

어느덧 사람들은 노력이나 자수성가의 가치를 믿지도 않는 것 같다. 다른 이유 없이 그냥 부자인 사람, 태어나면서 다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에선 돈 많고 잘난 사람은 존재 자체가 정답인 것처럼 간주된다.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말들은 물질적 영화 앞에서 한 마디로 일축당한다. “그래서 네가 아무개보다 돈이 많냐?” SNS에선 한강뷰 시티뷰가 보이는 높은 층고의 주거지에 사는 셀럽의 이미지가 유통되고, 그걸 구경하는 것이 사람들의 또 다른 일상적 경험을 구성한다. 동경도 아니고 숭배라고 해야 하나. 동경은 나를 투사하며 성립하는 감정인데 그럴 만한 접점도 없다. 예쁜 것, 잘생긴 것, 번쩍거리는 것만이 찬미된다. 이건 미디어의 쇼츠화, 이미지의 인스타그램화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부티 나는 사진 한 장, 쇼츠 영상 몇십 초엔 인과관계가 담기지 않는다. 무언가의 결과가 아니라 그저 현상으로서 부와 아름다움이 전시될 뿐이다. 가난한 사람이 왜 가난한지, 돈 많은 사람은 어떻게 부를 쌓았는지 어떠한 배경과 판단이 없다.

걸그룹 미야오와 '금수저' 마케팅 | 인스티즈


최근 미디어에선 서민이 부잣집에서 다시 태어나는 드라마들이 제작됐다. 이른바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이라 불리는 웹 소설 장르물을 각색한 드라마다. 2022년에는 이 공전의 히트를 거뒀고, 제목부터 인 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자수성가의 서사적 궤적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더 이상 드라마에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금수저’의 삶은 망상을 통해서나 체험하는 다른 차원의 세상이 되었다고 할까. 하이브는 BTS를 통해 대한민국 굴지의 엔터기업이 되어 말 그대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었다. 이제 이 회사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밑바닥이나 청춘의 열정 같은 것이 아니라 압도적 자본력으로 만든 멀티 레이블과 마천루처럼 솟은 거대 사옥이다. 한국 힙합 역시 급속히 몰락했다. "바닥에서 정상으로"가 그들의 슬로건이지만, 바닥이란 이미지 자체가 사람들 선호에서 배제되고 있다. 국힙이 퇴락한 배경은 복합적이겠지만, 막말로 ‘흙내’ 나는 얼굴의 남자 래퍼가 “라면 먹고 랩하며 롤렉스 샀다”라고 떠들어 봐야 더는 매력적이지 않다.

케이팝 신에도 ‘금수저’ 마케팅이 등장했다. 작년에 데뷔한 신인 걸그룹 미야오는 블랙핑크의 프로듀서 테디가 만든 아이돌이다. 멤버들이 ‘금수저’란 사실이 마케팅 포인트이자 콘셉트에 깔린 콘텍스트를 이룬다. 멤버 중 미국과 한국 복수 국적자가 두 명이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압구정에서 살았고 국제학교를 다니는 등 ‘출신’이 다르다. 데뷔 전엔 신세계그룹 회장 손녀가 멤버로 데뷔할 것이란 소문도 파다했다. 데뷔 무대에 나와 멤버 각자가 대뜸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인사를 한 광경을 보면 확실히 귀하게 자라고 잘 교육받은 상류층의 이미지가 이 그룹의 포장지인 것 같다. 하지만 미야오는 대중들에게도 아이돌 팬들에게도 전혀 관심을 얻지 못하는 상태다.

걸그룹 미야오와 '금수저' 마케팅 | 인스티즈

미야오가 부진한 것은 사실 당연해 보인다. 금수저니 뭐니 하는 바이럴을 떠나 그룹의 완성도가 깊지 않다. 적당히 듣기 좋은 노래와 적당히 잘 꾸민 퍼포먼스가 끝이다. 거기에 고양이 울음소리를 뜻하는 의성어를 이름으로 붙여 새침하고 도도한 느낌을 마감한 정도다. 콘셉트가 단순하고 콘텐츠의 스케일도 작다. 걸그룹 멤버들의 ‘유복한 집안 막내딸’ 같은 이미지를 전시하는 마케팅은 이미 흔하다. 아이돌은 기획에 의해 구성된 정체성과 콘셉트의 만듦새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양이, 금수저 같은 것은 지엽적 코드에 불과해 다른 그룹은 활동 양상 아래에 깔고 들어가는 요소다. 멤버들이 직접 찍은 브이로그 영상으로 럭셔리 일상을 전시하는 건 물론 흥미를 끌 수 있지만 아이돌 콘텐츠의 메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런 걸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릴스 창을 열면 된다. 그만큼 미디어는 사방 천지에서 부와 미의 눈부신 광채에 잠식된 상태다.

미야오는 단편적 이미지를 통해 유통되는 시류를 반영하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란 판단, 나아가 멤버들의 계층적 배경을 노출하면 콘텐츠의 고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발상이 낳은 기획으로 보인다. 순진한 만큼 맹목적인 믿음이다. 팬들이 아이돌에게 요구하는 전문성을 ‘금수저’란 신분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시장에 대한 기획의 패배일 것이다. 그것은 물질과 계층에 관한 일체의 사회적 관점을 파편화된 알고리즘의 선호체계가 잠식한 현실에 대한 공동체의 패배이기도 하다. 노력은 처음부터 저마다의 현실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개념이었지만, 더 나은 삶을 이루게 하는 필요조건에 대한 믿음조차 사라지고 나니 남는 건 오직 타인의 저택 창문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미야오 같은 그룹이 등장한 것은 그 모든 상황의 증상일 뿐이다.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Amp.html?idxno=311944

대표 사진
요정아
기자 왤케 과몰입했지
9개월 전
대표 사진
hhhidi
칼럼이에요
9개월 전
대표 사진
가끔은정말헷갈리지만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개월 전
대표 사진
승헌쓰 이꼬르 냐야나세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것이…칼럼이니깐…..
9개월 전
대표 사진
Rosea
악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야오 관계자들은 눈여겨봐야할듯
9개월 전
대표 사진
죠말랭이
💯
9개월 전
대표 사진
에이 요
본문 공감
9개월 전
대표 사진
연세대학교
사실 맞는말임 멤버 각각이 외적내적으로 역량이 충분해보이던데 단지 금수저, 고양이상 이런 이미지로만 컨셉을 잡는건 너무 일차원적이고… 오히려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접점으로부터 그룹을 멀어지게 가둬두는 느낌
9개월 전
대표 사진
LuCky GirL  🐰
👍
9개월 전
대표 사진
팜 하니
공감함 연예인이 금수저라고 더 좋아지거나 멋있어 보이거나 하는 건 없음..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서 노력해서 이루어낸게 더 멋있고 잘 됐으면 하고 응원하게 되는데 왜 금수저 마케팅을 하는지 모르겠음
9개월 전
대표 사진
토오리
다 맞는 말 같은데
9개월 전
대표 사진
윤콩라임
애들 미모랑 실력을 셀링 포인트로 잡아도 좋을 것 같아요. 이런 글 나올수록 반감 들어서.. 라이브 잘하는 것도 반응 좋은 경우 많은데 왜 금수저인게 가장 바이럴 되는지
9개월 전
대표 사진
ㅇㅐ옹
실력을 증명하는게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윗 선배 팀의 아류작 느낌만 느껴져서 아쉽습니다
8개월 전
대표 사진
djdhhe
금수저 마케팅 너무 별로임.. 본인들이 이룬 것도 아닌데 그걸 왜 마케팅 요소로 하는지..
8개월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필라테스 할때 무서운 점1
3:06 l 조회 1224
쇼핑스타일 어느쪽
2:59 l 조회 334
[마블] 한국에서 아이언맨이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
2:58 l 조회 700
포스코 X 나 혼자만 레벨업 콜라보 전시회
2:56 l 조회 153
감탄하던 상대의 기분을 잡치게 하는 사람들의 부류
2:55 l 조회 1829 l 추천 1
K5 풀체인지 예상도1
2:46 l 조회 577
헤드샷 고수
2:45 l 조회 401
영화 출연료 50만원이면 이 역할 한다vs못한다1
2:44 l 조회 1559
SBS 연예대상 대상 후보 7인 공개
2:43 l 조회 575
엘레베이터 손편지에 이웃들이 보인 반응3
2:28 l 조회 1767 l 추천 1
평생 삼각김밥 2가지만 먹을 수 있다면?
2:24 l 조회 523
성공에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
2:21 l 조회 2511
한국 지하철 탔다 놀란 외국인2
2:20 l 조회 3119 l 추천 1
고양이랑 커플양말 구매함1
2:17 l 조회 3143 l 추천 5
원하는 상사 스타일은?2
2:13 l 조회 735
내년 출범 예정인 새로운 특별시
2:11 l 조회 1232
환율이 치솟은 이유!!!
2:11 l 조회 2003 l 추천 2
성심당 임신부 패스 근황...jpg11
2:11 l 조회 8192
일본에 있는 세계 3대 고분 중 하나
2:10 l 조회 607 l 추천 1
요새 며느리들 시부모님한테 너무한거 같음.thread14
2:08 l 조회 6710


1234567891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