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대통령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진짜 어이가 없었죠. 황당했고요. 나는 사실 몰랐어요. 퇴근한 비서진들이 전화를 해 줘서 알게 됐는데 처음에는 뭐 믿어지지 않으니까 어디서 뭐 유튜브 가짜뉴스를 봤나 이런 정도 생각을 하고 TV를 켜서 이제 확인을 해 보니 정말인 거예요. 그래서 대통령 담화를 두 번 세 번 재방송하는 걸 거듭 듣고 비로소 이제 실감하게 됐는데, 정말 참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죠.
비상계엄이라는 게 우리 헌법상의 제도로는 남아 있지만 이미 수십 년 전에 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간 유물 같은 것이거든요. 그것을 21세기 대명천지에 꺼내서 국민을 상대로 휘두른다는 것이, 그것이 뭐 생각할 수 있는 일입니까? 야당 세력을 전부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하면서,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 이런 걸 듣고는 대통령이 정말 망상의 병이 깊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적으로도 엄청나게 부끄러운 일이 생겼는데, 나는 전임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했죠.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 그것이 잘 되면 좋지만 만약에 실제로 국회의원들이 체포 구금당한다거나 또는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서 그 의결이 당장 되지 않을 경우, 그러면 전임 대통령으로서 곧바로 서울로 빨리 가야 할 것 같고, 가서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행동하거나 긴급하게 외신 기자회견이라도 해야겠다, 하다못해 무슨 농성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이런 고민을 했어요.
다행스럽게 민주당 중심의 국회가 신속하게 계엄 해제 의결을 해 주어서 그나마 큰 다행이었고, 아마 국제사회도 한국이라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비상계엄이라니 하고 경악했다가 온 국민과 국회가 함께 힘을 모아서 거기에 맞서고 계엄 해제를 해낸 과정을 보면서 그 민주주의 회복력에 다 경탄을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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