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강다니엘은 아이돌 세계와 다소 거리감을 두는 듯하다. 2017년 ‘프로듀스 101’에 등장했을 때 세상 모든 사람이 그에 대해 얘기할 만큼 ‘대표 아이돌’이었던 그다. 이후 그룹 ‘워너원’을 거쳐 몇 년간 솔로 활동을 한 강다니엘이 K팝이라는 꽤 느슨하지만 그 나름 분명한 경계선 밖으로 나가버린 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돌’ 같은가 하면, 분명 어딘가는 이질적이기도 하다. 그런 다소 모호한 위치에서 강다니엘은 꾸준히 작품을 내고 있다.
그의 신곡 ‘백시트 프로미시즈(Backseat Promises)’는 뮤트 방식의 기타와 펑키한 베이스가 예쁜 리듬감을 그리는 가운데 차분한 비트로 흘러간다. 화자는 추운 날씨에 연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다정한 과거를 그리워한다. 이제는 잊기로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사랑이다. 후렴은 이 회고에 자못 감성적인 톤을 더하고는, 제목처럼 ‘뒷좌석에서의 약속들’을 생각하며 마무리된다. 이때 등장하는 8마디 ‘훅(hook)’ 부분은 보컬 없이 피아노와 기타가 리드한다. 제법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화성 진행이지만, 가사가 없으니 그 이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는다. 데이트 장면은 보이지만 연인이 나누는 대화 내용까지는 들리지 않는 것 같은 거리감이 만들어진다. 미소 띤 시선으로 관조하는 듯한, 그래서 좀 더 쓸쓸한 무드가 배어 나온다.
이 훅은 마지막 반복에서 기타 솔로를 동반하며 비로소 보컬을 끌어안는다. 기타는 꽤 감정적이지만 뒤쪽으로 물러서고, 보컬 프레이즈는 부드러운 투명감을 가진 채 앞으로 다가온다. 쌓여온 감정선이 부쩍 가까워진다. 마치 사랑의 미련에 끝내 무너지는 사람처럼. 이 부분은 앞을 비워둔 덕에 노래 속 세계와 강다니엘의 보컬에 마음이 열리는, 더욱 힘 있고 기분 좋은 대목이 됐다.
이 곡이 수록된 미니앨범 ‘펄스페이즈(PULSEPHASE)’는 전반적으로 비슷한 ‘비움’을 느끼게 한다. 전곡이 영어 가사로 돼 있는 점도 한국어 화자에게는 가사 속 이야기와 적당한 거리를 만들어낸다. 다만 노래들이 전하는 위로나 격려, 미련의 말들은 어쩌면 영어라서 좀 더 직설적으로 쓰인 듯한 인상도 준다.
그동안 강다니엘의 음반들은 콘셉트나 소개 자료의 언어가 다소 무겁고 거창한 데가 있었다. 그것에 비해 이번 미니앨범의 몇몇 순간은 훨씬 홀가분하게 마음을 터놓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K팝 아이돌의 정체성이나 자격 조건 같은 것에서 초연해질 기회가 필요했을까. 팝 음악으로서 상업적 ‘때깔’은 여전하지만, 어려울 필요 없이 솔직한 노래들이다. 그것이 강다니엘이라는 싱어송라이터를 다시 만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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