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신탁 하반기 도입
전세사고 터지면 반환 가능
집주인 참여율 높이려면
신탁 수익률 확보가 관건

전세, 이제 역사 속에 사라지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임대인이 보증금을 직접 수령하는 대신 금융기관에 맡기는 '전세신탁' 제도 도입을 전격 추진한다.
1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임대 주택 등에 전세신탁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세신탁은 세입자가 낸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집주인이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제3의 기관에 예치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전세신탁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기존 임차인 보호장치가 사후 구제책에 치중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빌라 등 일부 주택 시장에서 전세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보증금 일부를 아예 보증기관에 미리 떼어 보관하는 사전 예방책을 수립했다는 설명이다.
전세신탁은 모든 계약에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민간임대사업자를 우선 대상으로 삼아 '선택제'로 운영된다. 현재 임대사업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보증금 전액에 대해 의무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보증금 중 일부를 HUG 등에 신탁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1억원의 전세금 중 2000만원을 신탁한다면 보증기관은 나머지 8000만원에 대해서만 보증을 서면 된다"며 "보증 가입 대상 금액인 '모수'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임대인이 지급해야 할 전체 보증 수수료가 낮아지는 실질적 인센티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임차인은 기존 보증보험 체계에서 보증 사고가 터진 뒤 보증기관이 집주인을 대신해 돈을 갚아주는 '대위변제' 절차를 기다려야 했지만 전세신탁을 활용하면 보증금 일부가 사전에 예치돼 있어 즉각 반환이 가능해진다.
제도 안착 여부는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전세신탁 수익률에 달려 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직접 운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신탁 수익률을 시중금리 수준 이상으로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전세신탁은 올해 2분기 내에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제도를 가동할 방침이다.
정부는 HUG 등 공공 보증기관을 중심으로 신탁상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해외는 전세제도가 없어 월세 몇 개월 치를 예치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한국은 거액의 전세보증금이 계약에 오가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국내 실정에 맞는 신탁 운용 모델을 정교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홍혜진 기자]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