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반 / 김남주 시인
우리는 술에 취해 무궁화
무궁화 흙바닥에 선을 죽 그어놓고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술래,
무궁화는커녕 나무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너희들은 내게 다가온다 한 발 두 발
시치미를 떼며
나는 노래를 부른다 전주도 후렴도 없는 첫 소절이 마지막 소절인
그러니까 반복해서 불러야 해 노래가 끝나지 않도록 놀이가 끝나지 않도록
한 소절이 노래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노래보다는 구호에 가까운 한 문장을
우리는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집 안에는 우리가 없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뒤의 인기척
무엇인가 오고 있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끊어지는 서늘함
우리들은 달린다
우리가 그어놓은 출발선을 향해
저기서부터 출발이야,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는
울지 마 울지 마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모두 혼내주자
그게 설령 우리를 낳아준 사람이라도
이 도시는 깨끗해서 외롭고
무엇인가 오고 있어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재난 경보 문자들
일기예보처럼 읽어내는 재난 말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선명해지는
나를 웃기기 위한 해괴한 표정과 자세 말고
뒷덜미에 울리는 숨소리
과장된 웃음소리
오고 있어,
무궁하고 무진하고 꽃 같은 것들이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010000055

[2026 경향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졸업반
졸업반 우리는 술에 취해 무궁화무궁화 흙바닥에 선을 죽 그어놓고 꽃이 피었습니다 내가 술래,무궁화는커녕 나무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너희들은 내게 다가온다 한 발 두 발시치미를 떼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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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시인
1995년 출생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심사위원
박준 이경수 진은영 황인숙
심사평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010000075

[2026 경향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 - 리듬·생동감, 읽을수록 또 읽고 싶게 만드는 힘
한 명의 시인을 처음 만나는 일은 그간 함께한 시인들을 다시금 한 번씩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문학과 문학적인 것. 시와 시적인 것. 미학과 미학적인 것. 우리가 서로 딛어온 영토를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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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이 궁금한 여시는 위에 링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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