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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극우인데, 조금 혼란스러워” 10대 우경화의 진실은?
‘’ ‘윤어게인’ ‘드럼통’···. 교실이 혐오와 조롱이 뒤섞인 온갖 정치 밈의 카오스로 변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10대는 극우화됐을까? 시사IN〉은 10대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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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어게인’ ‘드럼통’ 숏폼을 공유하는 아이들의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바로잡지 않아도 괜찮을까.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기자 3인이 또래의 시선에서 10대 우경화 현상에 주목해 봤다.
‘’ ‘윤어게인’ ‘드럼통’···. 교실이 혐오와 조롱이 뒤섞인 온갖 정치 밈의 카오스로 변모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10대는 극우화됐을까? 시사IN〉은 10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로 했다. 청소년 독립언론 토끼풀〉 기자들과 공통 질문을 짜서 수도권 소재 중·고등학생 3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언제, 어디서, 왜 정치 밈을 공유하고 있는지 물었다. 이 기사는 10대에게 물었고, 10대가 스스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2026년 1월, 지금 학교의 풍경은 이렇다. 교실에 정치에 관심 없는 친구들은 “절반 정도”. 나머지는 “빨간 쪽(국민의힘)”에 가깝다. 누군가는 “주변 친구들도 우파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라고, 또 누군가는 꽤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보수 7, 진보 3”이라고 표현했다. 종합하면 현시점 교실의 절반 넘는 학생은 자칭 ‘보수 우파’와 ‘애국 보수’로 보인다.
이런 풍경과 별개로, 정치인들을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정치 밈(meme)’은 보다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 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은 물론이고, 고인을 모독하는 밈도 주를 이룬다. “이재명을 탄핵하라!”고 외치는 것은 기본, ‘드럼통(이재명 대통령 주변인 사망에 관한 음모론)’ 콘텐츠도 공유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밈은 한층 수위가 높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에 캐릭터 ‘둘리’나 코알라, 미국 권투선수 마이크 타이슨 등을 합성하고 ‘’ ‘노타이슨’과 같은 이름도 붙이는 식이다.
기괴해 보이는 문화이지만, 남학생 사이에서 이는 인터넷과 현실을 넘나드는 참신한 유머 소재다. 서울 서초구 세화고등학교 1학년 A는 “하루에도 20개 가까이 그런 ‘짤’들을 쓰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쓴다”라고 말했다. 1월1일 한 학생은 토끼풀〉 기자에게 “새해 복 많이 받아라”며 AI로 합성한 노 전 대통령이 절을 하는 사진을 보냈다.
유머는 공포를 통해 신념을 고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남성 청소년을 비롯해 여성 청소년들까지 사로잡은 괴담은 ‘중국인 장기 밀매’다. 인터뷰에 응한 여러 여학생은 실제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서울 은평구 연신중학교 3학년 B(여)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인해서 밤길이 위험해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은평구 영락중학교 3학년 C(여)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과 친구들이 (중국인 장기 밀매설을) 믿는다. 틱톡에서 접한 정보가 소문처럼 학교에 퍼졌다”라고 말했다.
괴담이 현 정권과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연신중학교 3학년 D(여)는 “이재명씨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중국 사람들이 무비자로 많이 왔다. 그러면서 장기가 많이 털려가고. 중국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빠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일중학교에 다니는 3학년 E(남)도 “중국인 무비자 입국 때문에 장기 밀매 및 납치가 증가한 건 사실이고, 그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해서 재범이 항상 일어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인 무비자 입국 문제가 한창 불거지던 지난해 9월, “중국인들이 무비자 입국해 한국인들을 납치하고 장기를 팔아넘긴다는 말이 자자하다. 혼자 돌아다니지 말고 호신용 무기를 소지하라”는 내용의 인스타그램 스토리가 청소년들 피드에 자주 목격됐다. “손소독제 스프레이와 커터 칼을 들고 다닌다” “일찍 학교 오는 애들을 다 칼로 죽인다” “내일 학교 안 가겠다”라는 글도 여러 학생의 SNS를 통해 퍼졌다.
비상계엄 후, 알고리즘이 달라졌다

정치 밈과 괴담들은 전부터 존재했지만, 지금만큼 널리 그리고 많이 퍼진 적은 없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학생들은 지역과 학년을 불문하고 ‘계엄 직후’라고 증언했다. 연신중학교 1학년 F는 “유행이 시작된 건 계엄 직후”라면서 “그전에도 노무현 밈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정치 밈이 유행한 건 2024년 12월 이후였다”라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중학교 1학년 G도 “계엄 이후 SNS 사용자가 정치 관련 영상을 보면서 정치 밈이 알고리즘에 뜬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 귀인중학교 3학년 H도 중학교 2학년 말(2024년 말), 연신중학교 3학년 I 역시 중학교 2학년(2024년) 때부터 정치 밈을 부쩍 많이 보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비상계엄 이후 정치 밈을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도 물었다. 학생들은 “친구가 정치 밈을 공유해서” 알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양천구 월촌중학교 1학년 J는 “‘패션 극우’인 친구들이 장난삼아 ‘드립’을 치면서 퍼진다”라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도 대화가 활발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정치 밈이 빈번하게 공유된다. 연신중학교 3학년 K는 “단톡방 같은 데서 정치 밈을 공유한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의 ‘단뎀(단체 DM 채팅방)’에서 정치 릴스를 공유하며 서로의 알고리즘이 더 극단화하기도 한다. 연신중학교 3학년 L은 “(단체 DM방에 있는) 친구들 때문에 내 알고리즘이 망가져서 노무현 밈만 자꾸 뜬다”라고 불평했다.
그러면서도 L은 “돌아가신 분(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건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 “우리들끼리 소곤소곤 얘기하거나 주변에 피해가 되지 않을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정치 밈은 청소년들 사이 일종의 ‘놀이’와 ‘유행’이 됐다. 고인을 조롱하는 정치 밈에 대해 꺼림칙한 생각을 가지더라도 학생들은 또래집단 안에서 정색하며 그 견해를 드러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서일중학교 3학년 E는 “불편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지만, (불편함을 드러내면) 괜히 진지하다고 찍힌다”라고 말했다.
‘주동자’를 찾아서
이러한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소수의 ‘주동자들’이라고 학생들은 말한다. 연신중학교 3학년 K는 “M한테 배웠다”라고, 연신중학교 3학년 I는 “N 때문에 (노무현 밈을) 본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3학년 학생도 M, N, O 등 몇몇 아이를 노무현 밈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밈’의 전파 경로를 거슬러 올라 ‘주동자’로 지목당한 학생 M과 O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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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역시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근본적 이유로 ‘재미’를 꼽았다. “그냥 재밌다. 노래를 만들고 그걸 듣다 보면 중독성이 있다.” 이는 노무현 밈을 즐기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반대 집회에 나가본 적이 있다는 세화고등학교 1학년 A는 자신이 ‘MH(무현) 세대’라면서, “내가 노무현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고인을 비방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노무현의 팬클럽 느낌으로 하는 것이고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고 좋아해서 그런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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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등한 관계로 토론을 바란다”



가정도 마찬가지로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못 된다. 취재 결과 부모와 정치 이야기를 하는 학생이 드물었으며, 일방적으로 대화가 단절된 경우가 특히 많았다. 영락중학교 3학년 R은 “부모님끼리 정치 얘기를 하는데, 극단적이어서 편들기 싫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세화고등학교 1학년 A도 “부모님이랑 (정치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의견이 좀 대립할 때가 많고 자주 싸워서 이제 잘 안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연신중학교 3학년 B는 “외가 쪽은 대구 지역이라 보수인데, 아빠는 민주당 쪽을 지지해서 정치 얘기를 하면 싸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싸울 수 있으니 정치 이야기를 아예 나누지 않기로 부모님과 약속한 학생도 있었다.
가장 가까운 어른들과의 소통이 단절되면서, 학생들은 또래집단에 의존해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 오늘날 학교의 풍경은 어쩌면 예정된 미래였다. 정보 공유가 공적인 공론장보다는 사적으로 이뤄지면서, 우경화가 더욱 은밀하게 10대 사이에서 퍼져가고 있었다.

가짜뉴스 확산의 대안으로 꼽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현재로서 유명무실하다. 형식적으로나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인터뷰에 응한 학생 30명 중 6명뿐이었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단어를 모르는 학생도 있었고, 그러한 교육을 들었더라도 큰 효과가 없었다고 답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월촌중학교 1학년 J는 “학생들이 그런 수업을 쉬는 시간으로 생각한다. 생명존중 수업을 해도 자살률이 줄어들지 않듯이,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들어도 관련 역량은 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를 스스로 판별하게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애당초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냐”라고 물었다. 학생들이 직접 제안한 해결책은 다름 아닌 토론이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효과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J도 “ 학교 안에서 정치를 주제로 토론할 기회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극우도 없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정치 얘기를 하다가는 수업 분위기가 오히려 무너질 것 같다”라고 생각하던 연신중학교 1학년 Q도 “ 지금의 드립을 완전히 금지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형식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교사로부터 받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은 그보다 동등한 관계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바라고 있었다.
글·사진 문성호·서부건·조준수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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