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완벽했다.
전에 살던 곳의 화장실 크기만 한 반지하 원룸도.
생활비를 위해선 당장 다음 주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야 하는 것도 다 좋았다.
그 지옥 같은 집을 벗어나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그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분명 숨소리 하나 내지 말고 죽은 듯이 살라고 했을 텐데.”
“황태자의 귀환 연회에서 광견처럼 날뛰었다지?”
당장이라도 밟아 죽이고 싶다는 음험한 살기가 담긴 눈빛은 익숙했다.
그 집에서 늘 겪었던 종류였으니까.
그러나 경험이 많다고 괜찮을 리 없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지?”
그 순간이었다.
눈앞에 하얀 네모 창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 줄줄이 적혀 있는 글씨들.
‘……이게 대체 뭐야?’
나는 입을 열어 이게 무엇이냐 물어보려 했다.
그러나 마개로 콱 막힌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입, 여는 게 좋을 텐데.”
피부가 따가울 만큼의 살기가 느껴졌다.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3번을 눌렀다.
“그게…… 그러니까…….”
내 입에서 네모 창 안에 나타난 선택지와 똑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그게, 그러니까, 그다음.”
대충 얼버무린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남자가 무서운 얼굴로 다음 대답을 종용했다.
그러자 허공에 뜬 네모 창 안에 다른 내용의 글씨들이 스르륵 나타났다.
“죄송…….”
“알량한 사과로 끝날 일이었으면 이렇게 내가 너와 마주 보는 일도 없었겠지.”
“페넬로페 에카르트.”
‘페넬로페 에카르트?’
“당분간 네게서 에카르트의 성을 회수한다.”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과 대사였다.
‘호…… 감도……?’
내 눈이 잘못되지 않은 이상 남자의 머리 위에서 반짝이는 글씨는, 호감도였다.
[호감도 0%]
‘말도 안 돼…….’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말로.
“미쳤다는 말이 사실이었군.”
내 이상 행동에 남자는 경멸 어린 눈으로 잠시 노려보다가 홱 몸을 돌렸다.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멍하니 무슨 일인지 생각할 때쯤이었다.
한쪽에서 피식, 하는 인기척이 들렸다.
앞서 나간 남자와 같은 새파란 눈동자.
그 안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호감도 –10%]
머리 위에 새하얀 글씨가 반짝였다.
무려 마이너스.
“. 꼴좋다.”
“거짓말이지……?”
“그럴 리가 없잖아.”
“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잠들기 직전까지 하고 있던 게임의 한 장면이 눈앞에서 현실처럼 재생될 리 없지 않은가.
그것도 내가 그 당사자 중 한 명이 되어서.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페넬로페 에카르트.
최근 가장 유행하는 여성향 공략 게임 속 악역이자, 하드 모드의 주인공이었다.
게임의 메인 남자 주인공들은 총 5명이었다.
공작의 아들 두 명
황태자
마법사
기사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남주들의 호감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죽는다는 것과 엔딩을 봐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
기한은 페넬로페의 성인식까지.
나는 그때까지 무조건 남주들 중 한 명의 루트를 깨야 한다.
왜냐하면, 공작의 진짜 딸이 등장하는 시기가 바로 그날이었기 때문이다.
“……죽을 순 없지.”
그래.
죽을 순 없었다.
간신히 그 망할 집구석에서 탈출한 참인데, 내가 어떻게 이깟 게임 속에서 죽는단 말인가.
“난 절대 안 죽어.”
기필코 살아서 원래의 내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거, 에카르트의 가 아닌가?”
달빛에 반사된 찬란한 황금빛 머리칼, 피에 젖은 것 같은 시뻘건 동공.
“연회장에서 그 꼴을 보고도 쫓아올 생각을 다 하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봐?”
순식간에 무표정해진 얼굴에 소름이 쫙 끼쳤다.
“말해. 쥐새끼처럼 왜 날 쫓아 온 거지?”
“괜찮으십니까?”
놀라 확장된 군청색 눈동자가 보였다.
희미한 등불에 비친 은색 머리카락.
이어서 그 위에 선명히 빛나고 있는
[호감도 0%]
“다음에 보았을 땐 부디 이 고운 눈에서 슬픔이 가셔 있었으면 좋겠군요.”
“……주인님.”
“제가 모조리 해치우고 왔어요.”
나를 응시하는 잿빛 눈동자가 진득했다.
그는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내 손 위에 제 얼굴을 가져다 댔다.
“칭찬해 주세요, 주인님.”
내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역하렘 공략 게임의 악역,
에카르트 공작가의 하나뿐인 공녀이자 입양아 페넬로페로 빙의했다.
그런데 하필 난이도는 극악!
뭘 해도 엔딩은 죽음뿐이다.
‘진짜 공녀’가 나타나기 전에 어떻게든 여주의 어장 중 한 명을 공략해서 이어져야 한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오빠 1, 2.
모든 루트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미친 황태자.
여주바라기 마법사와 충직한 노예 기사까지!
‘일단 가망성 없는 놈들은 바로 버리자.’
“그동안 제 주제를 잘 몰랐어요. 앞으로는 쭉, 신경 쓰실 일 없이, 쥐죽은 듯 살겠습니다.”
근데 왜 자꾸 선을 그을수록 호감도가 오르는 거야?!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 권겨을
(전플랫폼 구입 가능!)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웹툰) - 수월
(갸는... 카카오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다고 했슈...)
정식사이트에서 봅시당
#서양물 #게임빙의물 #역하렘 #빙의물 #계략녀 #후회남 #까칠남 #오만남 #노예남
내가 한때 미쳐있었던 악엔죽..
(Tmi 지금은 상수리에 미쳐있는 중)
장안의 화제작이었던 작품이야
너무 유명하지???
글이 정말 술술 잘 읽혀서 로판 입문 추천작으로 많이 언급되는 작품이야
재미있는 게임빙의물 로판을 읽고 싶은 여시들에게 추천할게!
희란국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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