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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권 평론가가 쓴 롱샷 믹스테잎&미니1집 평론 | 인스티즈


https://magazine.weverse.io/article/view/1745?lang=ko
 

LNGSHOT의 데뷔 곡 ‘Moonwalkin’’을 처음 듣고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단번에 떠오른 풍경이 딱 그랬다. 물론 시대가 흐른 만큼 LNGSHOT의 곡에는 오늘날의 트랩 리듬과 랩싱잉이 더해졌지만, 패션과 퍼포먼스를 비롯한 전반적인 음악의 결은 2000년대 R&B 그룹의 세련된 사운드와 긴밀하게 닿아 있다.  그리고 이는 대표이자 음악적 멘토인 박재범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K-팝 시스템의 한가운데에서 출발해 한국의 대표적인 R&B/힙합 아티스트로 거듭난 박재범. 그가 2000년대 이후의 R&B와 힙합 사운드 사이를 자연스럽게 왕복하던 모습을 LNGSHOT에게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물론 멤버 전원이 음악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K-팝 씬에서 멤버의 작사, 작곡 참여는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특정 장르에 중심을 둔 그룹에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참여’가 스펙이 아닌, 장르적 완성도의 설득력을 좌우하는 전제 조건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뷔 EP ‘SHOT CALLERS’에서 그들이 함께 만든 곡들은 인상적이다. 한 곡 안에서 힙합과 R&B가 자연스럽게 전환되며, 멤버 개개인의 탄탄한 랩과 노래 실력도 잘 부각된다. 특히 트랩 뮤직의 하이햇과 두툼한 808 베이스 조합 아래로 1990년대 이스트코스트 힙합의 무드를 깔아 완성한 ‘Backseat’, 경쾌한 리듬 파트와 비트의 중심을 잡아주는 베이스 라인 그리고 보컬의 부각이 필요할 때마다 전략적으로 배치된 브레이크가 잘 어우러진 ‘Saucin’’은 대표적이다.  

 

이어서 발매된 믹스테이프 ‘4SHOBOIZ MIXTAPE’에서도 비슷한 감흥이 이어진다. 다만 멤버 각자의 색을 드러내는 데 좀 더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발매일은 ‘SHOT CALLERS’보다 늦지만, 공개된 것은 먼저기 때문이다. 원래는 LNGSHOT의 유튜브 채널에만 공개했다가 팬들의 바람대로 음악 플랫폼에 정식 발매됐다. 힙합 문화에서 비롯된 믹스테이프를 정식 데뷔 전의 결과물로 삼았다는 점부터 그룹이 추구하는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그만큼 ‘4SHOBOIZ MIXTAPE’는 믹스테이프란 형식에 충실하다. 주류 K-팝 아티스트가 앨범 단위의 결과물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 예컨대 시장을 겨냥한 포맷이나 콘셉트와 서사에서의 완성미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자유롭게 드러낸다. 그래서 앨범처럼 정제된 느낌은 덜할지 몰라도 LNGSHOT 멤버들의 색깔을 포착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믹스테이프에서 멤버들은 솔로, 유닛, 그룹을 오간다. 개인 곡에서 각자의 감정선이 드러나는가 하면, 유닛이나 그룹으로 함께한 곡에서는 결이 다른 에너지가 결합된다. LNGSHOT으로 부른 1번 트랙 ‘Are You Ready’는 앞서 언급한 2000년대 초중반의 R&B 감성으로 충만한 곡이다. 짧은 DJ 스크래치에 이어 신스로 빚은 유려하고 청량한 멜로디 라인이 흘러나오는 순간,, 흐뭇한 웃음이 지어진다. 장담하건대 당시 R&B 음악에 푹 빠져 있던 리스너라면, 이 곡은 코끝 찡한 시간 여행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2000년대 남부 힙합 특유의 장중한 비트가 돋보이는 률의 솔로 곡 ‘Trust Myself’도 하이라이트다. 가사는 다소 단조롭지만, 프로덕션의 무드와 완성도에 걸맞은 탄탄한 래핑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적어도 이 곡에서의 률 앞에서는 ‘K-팝 그룹의 래퍼’와 ‘래퍼’란 스탠스 사이의 경계가 무의미해진다. 이외에도 팝랩과 투스텝(2-Step)이 결합한 률과 루이의 ‘Thinking’, K-팝의 구조와 연출 안에 팝소울 감성이 조화롭게 스며든 우진과 루이의 ‘My Side’도 인상적이다.

‘4SHOBOIZ MIXTAPE’는 2000년대 R&B와 힙합이 남긴 고유한 감성과 리듬, 여백 있는 루프, 자유롭게 흐르는 보컬 스타일이 오늘날의 프로덕션 스타일과 만난 작품이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을 미리 정의하는 청사진처럼 작용했다. 이런 부분이야말로 데뷔 전의 믹스테이프를 듣는 재미 중 하나다.

 

‘4SHOBOIZ MIXTAPE’와 ‘SHOT CALLERS’를 듣고 나면, “남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음악”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고 싶었다.”는 LNGSHOT과 박재범의 선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엇보다 의무처럼 트렌드를 좇지 않고 시간을 살짝 비껴 선 듯한 음악들이어서 더욱 반갑다.  

대표 사진
익인1
진짜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는게 간지...
1개월 전
대표 사진
익인2
음악이 좋음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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