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당시 흥행 참패, 7년 만에 전설 된 박찬욱 작품
2002년 개봉한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은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박찬욱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이자 전 세계 영화 팬들을 열광시킨 이른바 ‘복수 3부작(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서막을 알린 작품이다. 개봉 당시 파격적인 전개와 하드보일드한 연출로 화제를 모았으며 2003년 제53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엇갈린 선의가 불러온 참혹한 파국
영화의 중심에는 청각장애인 류완범(신하균 분)이 있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신부전증으로 고통받는 누나뿐이다. 류완범은 누나의 병세가 악화되자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절박한 심정을 이용한 장기매매업자들에게 전 재산인 1000만 원과 자신의 신장 한쪽마저 사기당하고 만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적합한 기증자가 나타나지만 이미 수술비를 모두 잃은 류는 좌절한다. 이때 류의 연인이자 농아학교 동창인 차영미(배두나 분)가 극단적인 제안을 건넨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를 납치하자는 이른바 '착한 유괴'다.
아이를 잃게 된 아버지 박동진(송강호 분)은 중소기업 사장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인물이었다. 외딸이 유괴된 후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오자 그는 자신의 사업과 부동산, 심지어 인간성까지 모든 것을 내던진다. 오직 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범인을 추적해 처단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복수의 화신이 돼 처절한 응징을 시작한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 변신은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송강호는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처절한 분노를 건조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냈으며 신하균은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과 몸짓만으로 류의 절박함과 고통을 표현해냈다.
특히 배두나가 연기한 차영미는 복수 3부작 중에서도 독보적인 캐릭터로 손꼽힌다. 스스로를 혁명적 무정부주의자라 칭하는 그는 유창한 수화를 구사하며 류의 소통 창구가 돼주지만 반사회적이고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유괴를 선동한다. 비장애인이면서 장애인 행세를 하다 퇴학당하거나 김정일을 만나겠다며 밀항을 시도하다 어부의 그물에 걸리는 등 예측 불가능한 기행을 일삼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기에 류승범, 류승완 등 카메오들의 출연은 극의 긴장감을 한층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7년 만에 돌파한 손익분기점
‘복수는 나의 것’은 박 감독의 전작인 ‘공동경비구역 JSA’의 기록적인 흥행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당시 CJ 엔터테인먼트는 감독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로 총 제작비 25억 원을 투입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대중성을 가미했던 전작과 달리 감독이 찍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쳐 보인 작품은 잔혹하면서도 극단적인 폭력성과 건조한 연출 탓에 관객들에게 외면받았다. 실제로 개봉 3주 동안 동원한 관객은 약 34만 5000명으로 손익분기점인 70만 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극장에서의 실패와 달리 2차 시장에서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찬욱의 미학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고 해외 시장에서 DVD 판매가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서양 관객들 사이에서 복수 3부작의 첫 단추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마침내 2009년 7월 개봉 7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품은 오늘날 복수 3부작 중에서도 가장 잔인하고 참혹하며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한 남자의 절박함과 또 다른 남자의 분노가 맞물려 돌아가는 비극적인 톱니바퀴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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