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추천글에 뱀술 관련 글 있길래 보고 나도 생각나는 게 있어서 글 끄적여볼게.
나는 어릴 적에 진짜 동네에서 예쁨 많이 받던 애였어.내가 어릴 때 얌전했고 엄마 말도 잘 들어서 동네 사람들이 애가 참 순하고 얌전하니 좋다고 칭찬도 하고 엄마는 어릴 적에 내가 떼 한 번 안 쓰고 해서 집이 어려워서 철이 빨리 들었나 했대. 여튼 내가 그 정도로 동네 사람들한테 사랑 많이 받고 다들 나 좋아해주셨는데 그중 나를 제일 예뻐해주셨던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아저씨였어. 나만 보면 무릎에 앉혀서 과자 먹여주고 자전거도 알려주시고 내가 화장실 급하거나 목마르면 아저씨네 가서 다 해결하고 그랬는데 내가 아저씨네 자주 갔던 이유가 아저씨네는 진짜 별의별 게 다 있었거든. 제일 신기했던 게 생물 담금주였어.
아저씨네 집에 들어가면 장식장이 있는데 거기에 온갖 담금주가 있어서 내가 그거 엄청 신기해했었거든. 그러다 어느 날 아저씨네 물 마시러 동네 남자애랑 들어갔는데
남자애가 우와우와!!!!!!!! 얘 움직여!!!!!!!!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가니까 실뱀??? 두 마리가 서로 꼬여서 술에 담겨 있더라고??? 얘네를 보니까 그 담금주 병에는 술이 가득 차 있는 게 아니라
딱 저 정도만 부어져 있고 뱀 두 마리는 저 빈 공간에 얼굴만 간신히 올려서 입만 벌리고 있는 거야. 나는 여태 죽은 것만 봐왔지 살아있는 건 처음 봤거든. 그런데 그게 신기한 게 아니라 너무 마음이 아픈 거야. 그래서 아저씨한테 얘네 살아있어요! 하니까 아저씨가 술이 모자라서 다 못 부었다는 거야. 그래서 얘네 살아있는데...라고 내가 하니까 냅두면 다 죽어~ 이러는데 너무 아저씨가 나빠 보이면서 어느 순간 내 마음속에서 이거 내가 가져가서 얘네 풀어줘야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런데 남자애가 그 순간 그 병을 마구 흔들면서 괴롭히길래 내가 하지 말라 하고 너 손 씻어 더러워. 하고 걔를 화장실로 보내고 아저씨는 다시 구석 방에서 낚시 짐을 정리하고 계셨어. 그 순간 나는 이 뱀술을 들고 조심히 아저씨 집을 빠져 나왔어. 그러고서 내가 이걸 들고 바로 아파트 뒷산으로 가서 얘네를 빤히 보면서 이거 열면 나 물리려나...? 하고 생각하다가 해가 져버린 거야. 도저히 어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길래 혼날 각오하고 그거 들고 집에 갔어. 엄마는 기겁을 하고 그거 다시 돌려주라고 하고 아빠는 가만히 그 뱀술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한 번도 떼 안 쓰고 말 잘 듣던 내가 울며 불며 저거 풀어달라고 막 악을 쓰니까 엄마가 당황하면서 자기도 이거 못 만진다 하면서 안절부절하는 거야. 그때 아빠가 이거 풀어주러 갈까? 해서 내가 바로 응이라고 대답하니까 아빠가 내일 출근 전에 풀어줄 테니 그만 울라는 거야. 그 말 듣고 나서 아빠랑 얘네 보는데 점점 힘이 없어지는 게 보여서 아빠가 안되겠는지 마개를 젓가락 달군 걸로 구멍 내서 술을 다 버리고 공기 구멍을 살짝 만들어주니까 얘네가 술병 바닥에 힘없이 쓰러지더라고? 그렇게 아침 되고 눈 뜨니까 술병도 없고 아빠도 없고 저녁에 아빠 와서 물어보니까 뒷산에 잘 풀어줬으니 걱정 말라는 거야.
그렇게 이 일은 그냥 우리 가족 헤프닝으로 끝났는데
이 일 있고 친구가 30살 신년운세 보러 가보자고 점집을 예약해서 보러 갔는데 내 운세 보려고 무당한테 말하려고 하니까 무당 아저씨가 나 보더니 친구 때는 부채 흔들더만 나 때는 부채도 안 흔들고 나 뻔히 보면서 너는 참 맑다. 애가 참 영이 맑아서 저런 것도 너를 감싸는구나.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까 너 뱀 구해준 적 있지? 이래서 내가 순간 어릴 때 일 기억 나서 그렇다 하니까 뱀 두 마리가 너를 지켜주고 있으니 누가 너를 건드리니? 이래서 얘네가 저를 지켜줘요? 하니까 수호신이야 그냥 있어도 크게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자잘한 사고수는 얘네가 막아줄 테지. 그림자라 생각해. 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덕을 쌓고 살아 지금처럼. 이래서 친구가 옆에서 얘 길고양이들 길동물들 자기가 거둬서 다 보내준다 얘기하니까 무당이 동물령이 얼마나 맑은데 그런 애들한테 선의를 베푸니 얘 영은 얼마나 맑겠어. 호수 같다 너는. 이러시는 거야. 그 말 듣고 여태 내가 해온 고생들이 조금은 위안이 됐고 또 그 뱀들도 나를 지켜주고 있나 하니 너무 고마운 거야.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를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니 무당이 그런 거 일일이 말 안 해도 얘네 다 안다고 그냥 너는 지금처럼만 행동하고 살아~ 하고 점집 나옴.
그러고 아빠한테 그때 뱀 어떻게 풀어줬냐 물어보니 새벽에 뒷산에 뚜껑 열고 풀어줬는데 얘네가 안 움직이길래 아빠가 생수로 씻어주니까 꿈틀거리더니 눈만 껌뻑이더래. 그래서 좀 기다리면서 지켜보니까 정신 차리더니 갈 길 갔대.
시시하지? 근데 나한테는 신기한 일화라서 풀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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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가" <- 이 말 나만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