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제가 평생 가족 누룽이를 만났듯 오래도 꼭 따뜻한 가족을 만나길 바라며 글을 씁니다.
오래를 처음 만난 건 지난 3월, 서울의 빌딩숲 사이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길이었습니다. 제가 모시고 사는 턱시도 고양이와 꼭 닮은 아이였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 예뻐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한 분이 "이 골목에서 사는 고양이고 밥 챙겨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알려주시더군요.
고된 길 생활 중에도 사랑을 많이 받고 지낸 티가 나는 아이였습니다. 털은 매끈했고 배는 통통했습니다. 몇 번 밥을 챙겨주자 나중에는 먼저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밥을 챙겨주는 사람도 기억할 만큼 오래는 참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인 만큼 오래를 위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근 빌딩의 한 경비원은 오래를 빗자루로 내쫓았고, 또 다른 건물의 직원은 세스코를 불러 오래를 잡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오래가 주로 지내는 곳은 서울시가 소유한 골목이지만 양쪽에 빌딩을 끼고 있어 매번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오래를 예뻐하고 밥을 챙겨주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모서리가 날카로운 캔을 그대로 두고 가거나, 종이 위에 사료를 뿌려놓은 채 치우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인근을 관리하시는 분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두 오래를 챙기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겠지만, 오래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상황이라 오래가 길에 아무렇게나 놓인 사료와 간식을 아무 의심 없이 먹는 모습이 걱정되고 안타깝습니다.
저 역시 오래의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집에 성묘 두 마리가 있고, 외근이 잦은 직업을 갖고 있어 주기적으로 오래의 밥을 챙겨주러 오기도 어렵습니다. 길 한복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듯 주변을 살피는 오래를 뒤로하고 돌아설 때마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이제는 오래가 꿈에 나올 지경이 되어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오래는 두 살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아이입니다. 귀 컷팅이 되어 있으며, 오랜 길 생활 탓인지 잇몸에 염증이 있어 보입니다. 다행히 다른 집사님께서 진통제를 챙겨주시며 꾸준히 돌봐주신 덕분에 상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현재 오래의 입양 홍보를 함께 하고 계신 집사님께서 입양이 결정되면 병원비를 지원해주시기로 하셨고, 저 또한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비용을 보태려고 합니다. 오래님이 기분이 좋으실 때 입술을 살짝 들어 살펴보니 잇몸이 약간 붉긴 했지만 심각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다만 길 생활을 오래 한 성묘인 만큼, 꼭 건강검진을 받아보았으면 합니다.
오래라는 이름에는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길집사님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어떤 분은 촌스러운 이름이어야 오래 산다며 봉춘이라 부르고 계시더라고요. 이 외에도 타이거, 나비, 까망이라고도 불리는 고양이입니다. 이렇게 여러 이름으로 불릴 만큼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고양이입니다.
이제는 오래가 모두의 고양이가 아니라, 오롯한 이름을 가진 집냥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매불망 사람을 기다리는 고양이 오래에게 묘연을 느끼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댓글 달아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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