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연예기자 시점] 리센느의 서사, 갸루·사투리 설계자... god·2NE1처럼 - 뉴스컬처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지상파 예능 출연보다 이 영상이 더 기다려집니다."그룹 리센느 리더 원이의 단독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
www.nc.press
[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지상파 예능 출연보다 이 영상이 더 기다려집니다."
그룹 리센느 리더 원이의 단독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 구독자가 남긴 댓글이다. '안원잘부'는 온라인상 알고리즘을 장악한 '거제 야호'가 탄생한 곳으로, 영화 같은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리센느를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기 시작한 일등공신 채널이다.
'안원잘부' 론칭에 앞서 원이는 코미디언 이선민, 유영우에게 장기간 운전 연수를 받는 콘텐츠 '나의 연수 아저씨'(케이카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ㅋㅇㅋ')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영상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데뷔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길거리에서 원이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제로에 가까웠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신선한 얼굴 '원이'를 주목했다. 그리고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4억 뷰 천재 영상 기획자'로 소개된 바 있는 윤성원 PD의 눈에 그들(리센느)이 들어왔다.
2020년 영상 제작사 솔파스튜디오를 설립해 운영 중인 그는 한 팀원으로부터 '나의 연수 아저씨'를 추천받아 보게 됐다. 애초 모 브랜드의 외주 홍보 프로젝트 호스트로 원이를 섭외해 진행하려 했지만, 당시 인지도 문제로 기획안이 거절당했다. 윤성원 PD는 최근 '미미미누' 채널에 출연해 "'이거 안 되면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오히려 떨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원이'가 가진 가능성을 처음부터 알아본 것이다.
그렇게 윤 PD는 '원이'를 필두로 리센느라는 그룹을 유튜브를 통해 키워보려고 마음 먹었다. 그는 "당시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아서 여유가 많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침 놓듯이 하려고 했다. 핀포인트로 효율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고자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대중의 평가는 냉정했다. 초반에 업로드한 '곰을 만났을 때 대처법' 등이 혹평을 받았다. 윤 PD는 "침을 잘못 맞으면 몸이 돌아가지 않나. 채널이 돌아갔다. 큰일 났다 싶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밤새 고민한 끝에 리센느 소속사 단체 대화방에 기획안 두 개를 보냈다. 그게 일본어와 사투리였다"고 했다.
윤 PD는 "리센느라는 그룹의 데이터가 워낙 없었던 탓에 멤버 미나미를 몰랐다. 처음 만난 날 '일본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물어봤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10분 정도 찍고 '이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깨달았다"고 전했다.
윤 PD가 각성한 이후 미나미를 발견하고 특유의 기획력을 발휘하면서 조회 수가 터지기 시작했다. '갸루의 자세에 대해서 배워보았습니다', '하루 종일 사투리만 써봤습니다' 등이 업로드된 이후 채널 개설 3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거제 야호', '사투리' 등의 밈이 온라인상에서 퍼지면서 5월 이후 2개월 만에 구독자 130만 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윤 PD는 데뷔 이후 3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그들에게 쌓여 있던 탄탄한 서사를 유튜브를 통해 풀어냈다. 특히 소문난 시네필답게 영상 곳곳에 영화 OST를 BGM으로 배치하며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특히 '미나미의 뿌리를 찾아서'와 같은 영상은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부 구독자들은 "잘 만든 유튜브판 주말 예능", "요즘 친구들도 이제는 알겠지? 토요일마다 '무한도전' 기다리는 마음이 이런 것이었다"는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리센느는 '중소돌의 기적'이라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그들의 숙소 생활이 공개돼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데뷔 초 휴대전화를 반납한 상황에서 그들은 숏폼을 보는 대신 함께 놀고, 먹고, 자고, 이야기하며 더욱 끈끈해졌다. 소파나 침대에서 마치 러브버그처럼 붙어 있고, 한 개 화장실에 다섯 명이 우르르 들어가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들은 "예전 god 초창기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아이돌 그룹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신비감'이었다. 이런 가운데 그룹 god는 MBC 예능 '육아일기'에 출연하며 단숨에 국민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관찰 예능의 시초격인 이 프로그램에서 무명 아이돌의 짠내 나는 일상과 더불어 멤버 각각의 성향과 개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신비감' 대신 무한한 호감을 얻었다. 어렵게 발매한 1집에서 '어머님께'로 존재감을 알리긴 했지만, 2집마저 비슷한 판매량에 그쳤다면 그룹은 존폐 위기에 놓일 수도 있었다. '육아일기'는 시청률 30%를 웃돌았고, 방송 이후 발매한 2집은 5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god뿐만이 아니다. 전설의 걸그룹 2NE1 또한 데뷔 초 Mnet에서 방송한 '투애니원 TV'를 통해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그룹 본연의 이미지를 깨고 애교부터 푼수력, 생얼까지 낱낱이 공개하며 더욱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박봄의 4차원 매력이 화제를 모았다. 케이블TV 보급률이 지금보다 낮았던 당시에 3%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인기에 힘입어 시즌3까지 제작됐다.
'안원잘부' 채널에서 리센느 리브는 자신을 알리기 위해 혀를 세 갈래로 만들어 보여 모자이크 처리되는가 하면, 발가락으로 왕 따봉, 쌍따봉, 다리 찢기까지 하는 등 과감하게 자신을 내던졌다. 이런 모습은 지난 2년간 그들이 쌓아온 서사와 맞물리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겼다. 마치 짤막한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 했다. 그리고 막내 메이는 "기회는 그립감이 좋다"라는 공감 가는 명언을 남겨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리센느 관련 영상에 달린 수많은 댓글 가운데 유독 이 글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우리가 아이돌 그룹에 기대했던 건 럭셔리, 걸크러시, 하이엔드 패션, 영 앤 리치가 아니라, 노력하고 이겨내는 젊음의 한 단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인스티즈앱
왜 자꾸 김수현이 무죄라는지 이해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