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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해자가 숨어야 하나”… 반복되는 교제살인, 국가의 책임을 묻다 [예고된 죽음] | 인스티즈

“왜 피해자가 숨어야 하나”… 반복되는 교제살인, 국가의 책임을 묻다 [예고된 죽음]

교제폭력과 스토킹 등 친밀한 관계 폭력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가해자의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에서는 피해자 보호

n.news.naver.com



"하지 말라고. 살려줘."

지난 5일 새벽, 경기 성남시에서 발생한 교제살인 사건 당시 피해 여성이 지급받은 스마트워치 112 긴급 신고 녹취에 담긴 마지막 비명이다. 피해자는 최고 등급인 'A등급'으로 관리받고 있었지만, 경찰은 가해자를 위험도 평가에서 '중위험'으로 분류했다. 서면 경고나 접근금지 등 1~3호 잠정조치만 내려졌을 뿐, 가장 강력한 격리 수단인 '4호 유치장 유치'나 구속영장 신청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가해자는 스토킹 혐의로 약식기소된 지 닷새 만에 흉기를 들고 피해자 앞에 나타났다. 신고와 고소가 이뤄졌음에도 경찰의 안일한 초동 대응과 미흡한 격리 조치가 '또' 비극을 부른 것이다.

이처럼 공권력이 개입하고도 가해자를 제때 격리하지 못해 비극이 반복되는 한계에 대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꾸준히 '가정폭력처벌법'의 패러다임 전환과 가해자 제재 강화를 촉구해 왔다. 스토킹처벌법 등 기존 법안에 교제폭력 조항을 일부 덧붙이는 방식으로는 현장의 사각지대를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용 대표는 지난해 9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폭력을 포괄하고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약칭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을 대표발의했다.

"반의사불벌죄는 국가의 책임 방기… 가해자에게 무기 쥐여준 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강력범죄로 진화할 확률이 매우 높지만, 역설적이게도 가해자가 처벌받는 비율은 턱없이 낮다. 용 대표는 이러한 처벌 무력화의 핵심 원인으로 '반의사불벌죄'를 꼽았다.

"친밀관계폭력의 특징은 보복 범죄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크다는 거잖아요.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처벌 의사를 철회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해자 입장에서는 반의사불벌죄가 피해자만 잘 구슬리고 협박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거죠. 합의를 종용하며 2차 가해가 벌어지도 하고요.

강력범죄로 가는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때 가해자를 처벌하는 건데, 피해자가 처벌 책임을 떠안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예요. 저는 이게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방기하는 거라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경찰이 피해자에게 가해자 처벌을 원하냐고 묻는 것 자체도 하지 못하게 하거든요. 반의사불벌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워치 같은 보호 조치는 오히려 피해자의 일상을 제약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거든요. 숨어야 할 사람은 가해자인데, 피해자가 일상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반면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전자장치 부착이나 위치추적, 인신구속 조치는 너무 드물게 이뤄지고요. 경찰 신청률도 한 자릿수고, 법원 승인률은 그보다 더 낮습니다."

용 대표는 "가해자가 가해를 중단하고 피해자로부터 멀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를 숨게 만드는 것이 현행 제도"라며 "가해자의 행동을 직접 제약할 강제 조치가 작동해야 법이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반려동물 학대 등 신종 친밀관계폭력 범죄도… "스토킹법 '끼워넣기'는 미봉책"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행위를 7가지로만 규정하고 있어 제3자를 통한 간접 스토킹이나 온라인 정보 유포 같은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행위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입법이 필요한 거죠. 2022년 실태조사에서도 피해자 10명 중 2명이 결혼이나 동거 이전부터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가정폭력과 교제폭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연속선상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봐야 돼요.

예를 들면 반려동물 학대는 친밀관계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최근 몇 년간 등장하고 있어요. 근데 현행법에서는 동물 학대를 가정폭력 범죄로 규정하지는 않거든요. 동물보호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는 있겠지만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른 피해자 보호 조치를 적용하기는 어려운 거죠. 사건 처리 과정에서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는 맥락이 누락되면 동물 학대는 형사처벌 수위도 낮고, 피해자 보호 조치 적용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하나둘 놓치다 보면 나중에는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범죄 특성에 기반한 포괄적 규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출동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부터 교육 의무화해야"

용 대표는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현장이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경찰의 초동 대응 체계 변화를 주문했다. 실제로 성남 사건에서는 '중위험' 가해자라는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지만, 도내 다른 경찰서에서는 동일하게 '중위험'으로 평가된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신청하는 등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피해자의 생존이 좌우될 위험 역시 존재한다.

"모든 관계성 범죄 살인 사건에서는 동일하게 경찰 초동 대응 부실이 지적됩니다. 제가 4년 동안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초기 신고에서 경찰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피해자의 생존 여부를 결정지을 정도로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케이스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후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정 직무에 있는 경찰들만이 아니라 모든 경찰을 대상으로 친밀관계 범죄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봐요. 미국 뉴저지주나 영국 웨일스처럼 전 경찰 대상 교육을 의무화하고 정기적으로 갱신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이라는 상식, 국가가 보장해야"

"피해자분들을 만나보면 100이면 100 '왜 피해자가 숨어 지내야 하느냐'고 말씀하십니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은 죗값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숨지 않고 일상을 회복하게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아무리 신고해도 소용없다'는 무기력에서 벗어나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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