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조우영 기자] 올해 홍콩 마카오 개최를 기점으로 아시아 음악시장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net Asian Music Awards, 이하 MAMA)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일부 한류 스타들의 잇단 불참 소식이 들려오며 또 다시 '반쪽 시상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과 중화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샤이니, 보아 등도 불참할 예정이다. 또 수상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카라, 포미닛, 비스트, 브라운아이드걸스 등은 각각 해외 일정과 음반 활동 등의 이유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MAMA 개최 당시 활발한 활동을 펼 계획이거나 컴백을 앞두고 있는 가수들 역시 대부분 불참하리란 것이 가요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당장 공중파 음악방송프로그램에 출연을 못할 경우 이들의 국내 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한 차례 논란이 되며 예견된 일이었다. 오는 28일인 시상식 개최일이 일요일인데 이는 매주 일요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SBS '생방송 인기가요'와 겹친다는 이유다. 리허설과 이동시간, 가수들의 피로누적 등을 고려한다면 토요일 MBC '쇼! 음악중심'과 금요일 KBS2TV '뮤직뱅크'의 출연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불평이다.
한 기획사 대표는 "고민이 많았지만 현 국내 가요계는 공중파 음악방송프로그램에 출연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흥행 성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당장 급한 국내 무대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불참이 예상되는 기획사들은 하나같이 후보자 선정기준과 공정성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기획사의 고위 관계자는 "방송사의 압력같은 것은 없었다"며 "다만, 음원 유통상의 문제나 공정성 문제로 엠넷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기획사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상을 받지 못할 게 뻔한데 누가 들러리로 참가하고 싶겠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MAMA에 참석이 유력한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은 빅뱅, 2NE1, 2PM, 원더걸스, 휘성 등이다. 모두 JYP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그 밖에 참여가 가능한 가수들 역시 대부분 엠넷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거나 사업적으로 제휴 관계에 있는 기획사들이 전부다.
반면 엠넷이 40억원을 들여 차려놓은 밥상에 국내 가요계가 음식 타박부터 하며 결국 남의 잔칫상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엠넷의 한 관계자는 "불참 가수들에게만 포커스를 두는 것이 안타깝다"며 "MAMA는 아시아 각국의 가수들이 서는 경연장과 다름없다. 해외 가수들은 못와서 난리다. 일부 국내 가수들이 빠진다고 '반쪽 시상식'을 운운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물론, 모두가 서고 싶은 무대를 꾸미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몫이자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시작된 시점에서 다른 나라 가수들은 하나로 뭉치는 데 반해 국내 분위기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 엠넷이 왜 40억을 들여서 왜 홍콩 마카오에서 MAMA를 여는지, 이 무대가 누구를 위한 무대인지 한 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올해 MAMA가 홍콩 마카오 개최를 기점으로 한 '아시아 대표 음악 시상식'으로의 첫 출발은 단순히 국내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이라는 단편적인 면을 넘어 그 파급 효과와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한 쪽으로 흐르는 한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문화 전체가 교류하고 상호 성장하는 '아시안 웨이브'를 통해 아시아 마켓 자체를 키우고 그 중심에 국내 가수들이 서게 하겠다는 것이 주목적이다. 즉, MAMA는 국내 음반 시장의 확대 및 아시아 교류를 통한 음악 자체의 양질의 성장, 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채로운 콘텐츠의 수출 창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갑론을박 속에 가요계에서는 해마다 시상식을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는 데 따른 개선책을 찾는 것 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지 오래다. 또 방송사와 기획사 간의 알력 싸움으로 번지는 데 대한 비판도 대두된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엠넷 역시 거대 기획사로 볼 수 있는 만큼 팔이 안으로 굽을 것이란 업계 분위기가 팽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만큼 MAMA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정 '그래미상'을 능가하는 아시아 대표 시상식이 되려면 집계 대상이나 뮤지션 장르 등을 더욱 넓히는 등의 노력과 투명하고 공정한 시상식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하지만 만약 공중파 3사에서 하는 시상식에 후보로 올라왔다면 가수나 기획사들이 불참을 선언할 수 있었을 지 의문"이라며 "눈 앞의 이권이 아닌 대승적인 차원에서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우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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