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노크소리를 빙자한 스마트폰 울림에 에네스는 폰을 들어 알림을 확인했어. ['너정상' 님의 친구요청이 도착하였습니다.] "뭐야. 페이스북 안 한다더니만..." 꽤 예상 외의 알림이었지만 에네스는 망설임 없이 페이스북 앱으로 들어갔어. 담벼락에 첫 글 쯤은 에네스, 본인의 글로 장식 해 주고 싶은 작은 욕심아닌 사심으로 가득한 마음을 안고서. "다니엘... 스눅스?" 에네스는 순식간에 기분이 더러워졌어. 눈썹도 찌푸려지고, 입술도 찡그려졌지. 너정의 담벼락엔 이미 다니엘 스눅스 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남자가 첫 글 자리를 꿰차고 있었거든. [Yo, baby. 내 글에 댓글 달아바] 에네스도 그 글의 댓글 창을 열었고 기분은 더욱 저조해지기만 했어. [이거 댓글 버튼 맞나?] [Yup. 잘 하네.] [조아요도 눌럿어? Goog job!] [헤헿] 에네스가 찡그린 얼굴 그대로 다니엘 스눅스의 이름을 터치했어. 떡하니 그의 담벼락에 올라와 있는- 너정의 사진. 카페같은 곳에서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집중하는 너정의 사진과 다니엘 스눅스의 ['너정상'ㅡ님과 함께 Facebook 배우는 중. '다니엘 스눅스' 님은 지금ㅡ귀여워 죽겠어요] 상태창. [baby, facebook 배운다고 열심이 해드폰 보는거 바. 기여워 ㅋㅋㅋ #sweety] "하... 젠장." 기분이 더러워. 더러워. 너무 화나. 에네스는 열을 받을 대로 받아선 다시 너정의 계정으로 돌아왔어. "얜 또 뭐야." 타일러 라쉬? [페이스북 해? 사진 아직 하나도 없네 ㅎㅎ] 또 남자야. 젠장. 글을 쓰지도 않고 잠시 기다렸더니 온갖 국적의 온갖 남자들이 기다렸다는듯이 글을 써.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와... 진짜. 남자를 후려도 좀 후리는게 아니고 글로벌하게 후리기까지 해. 정상이 그렇게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너정의 질질 흘러 넘치는 매력을 못알아보는 인간들이 미친 거지. 에네스는 야속한 마음에 너정의 욕아닌 욕을 하다가 결국 너정에 대한 자부심을 다지는 걸로 잡념을 끝내. 그리곤 아예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했지. [뭐 이렇게 남자 친구들이 많아?] [짠♡ 에네스! 나 페북 해!!] [그래 아는데, 왜 이렇게 아는 남자들이 많냐고] 기다리다보니 외국 남자 뿐만아니라 한국 남자들까지 담벼락이 아주 난리법석이야. [친구들이랑, 학교 선생님이랑 학원 쌤!] [어휴....] 에네스도 개인적인 sns나 사생활에 침해받는걸 싫어해서 너정에게 당장 남자들 페북 친구 끊으라고 하기도 그렇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화를 참으려고 열심이야. 너정은 이런 에네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친구들을 소개해주겠다며 난리법석이였지. *** 너무 늦게왔군 ☞☜ 분량도 평소보다 적어서 미아내ㅠㅠ
이런 글은 어떠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