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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응?" 

"그냥...,그냥." 


우리가 이렇게 눈을 똑바로 맞춰본 것도 얼마나 오랜만인지. 친구라는 이름 뒤에서 부끄러움을 안대삼아 그동안 나는 마치 잘 다듬어진 에메랄드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너의 눈동자를 보지 못하였구나. 


"네 병명이 뭐라 했지?" 

"혈액암." 

"혈액암?" 

"응. 쉽게 설명하자면 백혈병 비슷한거야. 혈액암 종류 중에 백혈병이 있거든." 

"아." 


마치 그 분야에서 전문가라도 된 마냥 너는 조잘거렸다. 자신의 병을 설명하는 너의 모습이 나에겐 왠지 애처롭게 다가와 나로 하여금 희미한 미소를 짓게 하였다. 정말 의사라도 된 마냥 조잘거리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도 꽤 있어서 조금 당혹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만은 진작에 알아들었다.  

생각해보니 너와 이렇게 나란히 앉아 이야기하는 것도 꽤 오랜만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너는 계속 병실에만 있었으니까. 네가 입원했던 한달동안 나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저 조금의 면회 뿐이었고 그마저도 너는 침대에 누워 처량한 자태를 한없이 드러내고 있었으니. 한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너의 그 처량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는 것이고, 곧 본래 명랑한 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아마 그 당시 너의 모습이 내가 너와 10년도 넘게 안 이래 내가 기억하는 가장 암울한 모습일 것이다. 

  

"나 진짜 오랜만에 바닷바람 맞아보는것 같아." 

"나도 바다는 이번이 두번째인걸. 세달 전쯤에 처음 왔었는데, 그때는 부모님과 함께였지." 

"아, 굳이 이야기 꺼낼 필요는 없어. 미안해. 내 생각이 짧았어." 

"괜찮아." 

  

그날은 오늘같이 햇살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이었어. 이 나이 먹고 처음 가는 바다라니, 나도 모르게 들떠서 차안에서 노래까지 불렀지 뭐야. 그렇게 잘 놀고선 집에 돌아오는데..., 

별안간 네가 내 볼을 손으로 훑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나보다.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동자에 그만해도 괜찮다는 무언의 메세지가 담겨있는 듯 해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다시 그 날처럼 너에게 안겨 엉엉 울었다. 엄마, 아빠. 하염없이 부르짖으며 나는 울었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쓸쓸함, 우울함. 마땅한 친척마저 없어 입원 중인 몸으로 힘들게 차린 빈소에는 오직 두 개의 액자와 제 한 몸 희생해 타는 향,그리고 흰 국화꽃들 뿐이었다. 조문객은 다 그저 그런 인연의 사람들, 그리고 너 뿐이었다. 그 날 너에게 처음으로 눈물을 보였었다. 텅 빈 주위와는 반대로 네 품은 따뜻함으로 가득 찼었고, 그 온기에 녹아 나는 몸을 가눌 수 없었다. 히끅대며 간신히 울음을 멈추고 너를 바라보니 네가 이마를 짧게 콩- 맞댔다. 이젠 다 끝이라고.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서로만 바라보다가 나는 네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빠져버릴 것 같이 영롱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지만 약간은 퀭한 눈, 아까까지만 해도 침까지 튀겨가며 조잘대던 입술, 아, 목은 아직 면도가 깔끔히 되지 못했나보다. 드문드문 난 수염자국이 푹 패인 볼과 함께 괜히 너를 더 수척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 같아 속상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네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겠지...,너도, 나도. 언젠가부터 코피를 자주 흘리던 너는 죽일 놈의 감기가 낫지를 않는데다 빈혈까지 겹쳤다며 나에게 한탄을 했었더랬지. 누가 알았겠니, 그게 지금 네 몸을 파고드는 병의 초기 증상일줄은. 고통에 둔한 건지 너는 말기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고 그 동안 시간을 핑계로 진료를 미룬 것에 너 자신을 한심해 했었다. 손쓸 수 없을 만큼 이미 퍼져버린 병에 무의미한 항암치료가 계속되던 어느 날, 너는 면회 온 나에게 울면서 죽고싶다고 그랬었다. 처음이었다, 네가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은. 그 말은 날카로운 창이 되어 내 귓가에 파고들었고 나는 순간 너의 몸에 연결 된 온갖 이질적인 기계들과 고무 호스들을 당장이라도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었다. 그 만큼 너의 눈물은 내 가슴에 파고드는 힘이 있었다. 

사실 내 자신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줄곧 죽고싶다- 는 생각을 했었으나 그게 허구헌 날 하는 막연한 생각인지 혹은 내 깊은 곳 어디에선가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패기인지 내 자신이 스스로 분간하지 못하였기에 그저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네가 나에게 죽고싶다-고 한 날, 나는 내 생각이 후자인 것을 확신했다. 

그 날로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퇴원절차를 밟았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즐기다 가는 것이 도리라는 너의 신념은 나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긴 터널을 뚫고 나와 아름다운 꽃밭을 만난 듯이, 너의 육체는 몰라도 너의 정신은 보란듯이 활기를 찾고 있었다. 그렇게 네 인생의 시계는 마지막을 향해 쉴 틈 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꽃은 언젠가는 시드는 법, 그 결과물로 우리는 지금 이 절벽 위에 나란히 앉아있다.  

  

  

"줄리안." 

"응?" 

"우리 다음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당연하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짙은 푸른색의 바다를, 일렁이는 파도를 보다보면 내 마음도 같이 요동쳐버릴까봐 차마 오래 보지는 못했다. 네가 내민 손을 조용히 잡았다. 

네가 나에게 말을 건다. 

  

"준비 됐지? ...조금 이따가 만나는 거야."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녕, 줄리안. 조금 이따 만나자. 안녕. 

  

--------- 

사실 글잡담 그취 통틀어서 글은 처음 써보는데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욕심) 

처음 써본 거라 클리셰적인 요소가 좀 있..게다가 전 의학지식따위 눈곱만큼도 없...그렇습니다. 

오타 등등 지적은 달게 받습니다!! 부담없이 댓글에 써주세요!!!! 물론 다른 댓글도 다 좋아요!!!!! 그냥 댓글은 다 좋아요!!!!!!!  

질문도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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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헐 브금 이제 확인했는데 잘못올라갔네 헐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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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ㄹ... ㅠㅠㅠㅠ 제목보고 대박..하면서 들어왔는데 글보고 심장폭행당한 기분이예요! 글은 슬프지만 좋네요...아쥬좋아엿..! 잘보고갑ㄴ디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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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헐 댓글을 이제 봤네요ㅠㅠㅠㅠㅠㅠ브금도 수정한다는걸 매번 까먹어서ㅠㅠㅠ죄송합니다 댓글 감사해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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