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上
Written by.비얀코
*
어느 봄날 이였다. 벚꽃이 만개하던 그 때에 나는 벚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아이를 보았다.
하늘은 푸르렀고, 꽃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이때의 종인은 어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경전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작게 열린 문 틈새로 벚꽃 잎이 들어왔다. 그 광경에 종인은 보고 있던 경전을 내려놓고 떨어져있던 벚꽃 잎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리고 떨어진 벚꽃 잎을 손 위에 올렸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앞에 서서 문을 양손으로 밀어 열었다.
자연스레 문 밖으로 발을 뻗었다. 그대로 홀리듯 밖으로 나와 걸었다. 분홍빛의 벚꽃 잎이 푸른 하늘과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띄었다.
갇혀서 글공부만 하기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풍경 이였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종인이 생활하던 송율당을 지나, 세자빈이 묵는 월하각을 지나쳐 왔다. 벌써 궐의 중간이상을 넘어 와있었다.
그 때 종인은 아이를 처음 보았다. 자신과는 다르게 연노란 천을 덧대어 꿰매어 입은 그 아이의 모습은 입고 있었다.
그 옷차림과는 다르게 아이의 외모만큼은 유려하고 또 고풍스러웠다.
왠지 그 신비한 아이의 모습은 종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너는 어인일로 이 궁에 있는 것이냐?”
소년은 겁을 먹은 듯, 뒷걸음을 쳤다. 남자의 모습은 분명 예사 사람이 아니었다.
고급스러운 자주색의 비단옷을 입고 있었고, 또한 말투 또한 자신이 여태껏 보아왔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기품 있었고,
한 눈에 보아도 자신과는 멀어 보이는 사람 이였다.
어머님께서 그러셨다. 왕궁사람들이 다가오려거든, 물러서라고. 감히 제가 영접할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
“너는 누구의 자식이냐?”
종인은 뒷걸음치는 세훈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한 번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또 이번이 두 번째의 물음 이였다. 세훈은 차마 말을 할 수 없어, 뒤돌아섰다. 높은 사람의 말을 감히 제가 무시를 할 수 없었지만, 세훈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사람 이였다. 배움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선천적으로 그렇게 태어난 천민의 자식 이였다.
어떻게든 옥죄여오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국 세훈은 등을 돌렸다. 도망가야 했다. 남자의 용안은 분명 언젠가 보았던 세자저하였다.
말을 할 수 없어, 답답했기도 했지만 세훈은 더 이상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벌어질 미래의 일들이 두려웠다. 뒷걸음을 치던 발걸음을 멈춰 뒤돌아섰다.
그리고 발걸음을 땅에 빠르게 디뎠다. 뛰어야 했다.
어찌 감히 미천한 제가 하해와도 같은 세자저하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소인이 부족한 것을…, 정상적으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아…!”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땅에 추락한 세훈이 아픔에 작은 내뱉었다. 세훈은 자신이 낸 목소리에 당황을 해 입을 막았다. 차라리 말이라도 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이렇게 비참하지 않을 터인데…. 세훈은 언어가 더뎠다. 말을 함에 있어 불편함을 느꼈다. 제가 낸 소리에 혹여나 세자 저하가 자신을 무엄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무작정 도망치고 피하려고 했으니…. 세훈은 다시 일어섰다. 최대한 이 곳에서 떨어져야 했다. 궐 안을 벗어나지 않은 채로 제 어미를 기다려야했다.
“괜찮은 것이냐?”
겨우 몸을 일으켰는데, 제 눈앞에 세자 저하의 용안이 너무도 가까이 있었다. 다시 땅으로 풀썩 주저앉은 세훈이 슬금슬금 엉덩이를 뒤로 빼었다.
넘어졌을 때 다친 것인지 따끔거리는 밑을 내려다보니 무릎에 생채기가 나있었다. 붉은 핏물이 정강이를 타고 발목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서웠다. 지금의 상황이. 그리고 따끔거리는 자신의 상처까지도….
저하가 자신의 앞에 등을 내보이고 바닥에 무릎을 대었다. 너무도 놀라 크게 눈을 뜬 세훈이. 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작게 어버버 거렸다.
“업히거라, 괜찮다.”
세훈은 제대로 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한 채 계속 웅얼거렸다. …제가, 어찌 감히. 그 말이 속에서만 맴돌았다.
결국 종인이 손을 뒤로 해 세훈의 팔뚝을 잡고 자신의 어깨에 직접 얹었다. 한 쪽, 그리고 또 나머지 한 쪽 그 상태로 종인이 세훈에게 말했다.
지금 역시도 나를 거역하려 들면, 이건 정말 중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업히거라, 내 이정도의 호의를 보였으면 너도 알아들어야 할 게 아니냐.
세훈이 덜덜 떨리는 몸을 이끌고 종인에게 업혔다.
부드러운 비단결의 옷이 사라락 거리며 세훈의 다리가 종인의 허리께에 닿았다.
“너무도 아름다운 봄이다. 그렇지 않느냐?”
대답을 할 수 없어, 세훈은 그저 작게 미소 지었다. 종인은 어느 정도 세훈에 대해 안 듯, 말을 이었다.
말을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나를 보고도 도망치려는 것은 대역죄다.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심문하려 들지 않겠다. 다만, 너를 조금 더 알아가고 싶을 뿐이다.
*
자신의 전용궐인 송율당으로 들어온 종인이 세훈을 제가 앉는 방석에 앉혔다. 역시 말을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세훈을 억지로 앉혔다.
피가 나지 않느냐. 얌전히 있거라.
세훈은 왠지 모르게 이곳이 가시방석 같았다. 일단 저하가 자신을 업고 올 때 밖에 있던 상궁이 종인에게 타이르는 말을 들었다. 이곳이 어디라고 천한 것을 업고 오십니까?
그 물음에 종인은 단지 내가 다 알아서 하는 일이니, 관여하지 말고 어서 약을 가져오거라. 지금 이 아이가 피가 나는 게 보이지 않는 것이냐?
종인의 말에 궁녀들이 허둥지둥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대로 세훈은 세자저하가 거처하는 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너무도 송구스런 일이였다. 아직도 무섭고 두려웠다. 세훈은 조심조심 옆으로 몸을 옮겼다.
아무래도 세자저하가 앉았던 자리에 제가 앉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종인은 그런 세훈에게 무어라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제가 앉혀두었던 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단 걸 알았지만, 그래도 그게 아이에게 부담스러웠던 것이라면.
종인은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윤상궁이 약통을 내오고 뒤로 물러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세자저하께선 제법 강단이 있는 분이셨다.
무슨 일에 함에 있어서 절대 어그러짐이 없으신 분이기에, 지금 세자의 행동 또한 무슨 생각이 있으셔서 그럴 것 이라고 생각했다.
“…아아!”
“다 너를 위해, 이러는 것이니, 아파도 조금만 참거라.”
무릎이 시원해지면서 따끔함이 동시에 일었다. 그 투명한 것은 물도 아닌 것이 초겨울의 강물처럼 차가웠다. 그 액체는 무릎에 닿음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곧이어 묽은 무언가가 상처에 덧발라졌다. 세훈이 고개를 들어 종인을 바라보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종인은 당연하게도 세훈이 묻지 않았음에도 대답을 해주었다.
“치자가루를 황백가루와 똑같은 양으로 개어 만든 것이다.”
세훈은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어머님께서 일전에 치자나무에 대해 말씀해 주신 적이 있었다. 6~7월인 초여름에나 자라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에 대해 조금 설명해주신 적이 있었다. 치자나무의 꽃에 대해서, 그 꽃은 어머님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고 했다.
고향에서 피던 흰 백색의 꽃잎은 한양으로 당도한지 20년이 넘어서도 잊을 수 없던 아름다움이라 했다.
결정적으로 평양에는 피지 않는 꽃이여서 볼 수 없기에 더욱이 어머님께서 치자나무의 꽃에 대해 그리움을 많이 표현하셨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이름도 물어보지 못 했구나.”
종인은 짧게 한 숨 쉬었다. 그래, 내가 네게 뭘 바라겠느냐. 네가 말을 못한 다는 것 쯤은 나도 안다.
세훈이 더듬더듬 말의 운을 떼었다.
“세훈.”
“…세훈?
“오세훈.”
제가 유일하게 이어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이름 이였다. 종인이 세훈의 말에 조금 눈을 크게 떴다. 다행이도 아이는 말을 아예 못하는 게 아니었다.
종인은 알 수 없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한 채로 아이의 어깨를 끌어당겨 제 품에 안았다.
“세훈, …오세훈. 예쁜 이름이구나.”
종인은 세훈을 안은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뒤로 빼었다가, 다시 아이에게 가까이 했다. 이번에는 그저 껴안은 것이 아니라, 입을 맞추었다.
아이가 입술을 달싹이는 게 느껴졌다. 놀랐는지 흡- 숨을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종인은 입술을 맞닿아 있던 입술을 떼어내고 세훈의 곧은 등을 쓸어내렸다.
“내일도 그 곳에 가면 너를 볼 수 있겠느냐?”
그저 고개를 끄덕거렸을 뿐 이였다. 종인은 진심으로 기뻐하여 웃으며 세훈에게 말했다. 내 너를 보니, 운명의 정인을 만난 것 같구나. 그곳에 가기를 참으로 잘하였어.
너는 흩날리던 벚꽃 잎 사이에서 벚꽃보다도 더 아름답게 빛나는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네게 홀리듯 다가갔는지도 모르지.
*
세훈을 보러가는 것이 즐거워, 종인은 가벼운 걸음으로 송율당을 걸어 나왔다. 넓은 궐의 중앙쯤에 도달했을 때,
어제와 똑같은 곳에서 앉아있는 아이를 보고 한 걸음에 아이의 곁으로 가 앉았다. 하지만 세훈의 낯빛은 어쩐지 조금 어두웠다.
“세자저하, 소인. 세훈의 어미 되는 사람이옵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현설이 종인에게 말을 붙였다. 무수리의 신분에 감히 말을 건다는 것 자체가 대역죄임이 분명했지만,
어젯밤에 세훈이 불편한 입을 열어 자신에게 띄엄띄엄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불편하다는 걸 제 자신이 알고 말을 잘 하지 않던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연 세훈은 띄엄띄엄, 하나의 말을 툭툭 던져대었다. 오늘, 저하에게, 은혜를, 입었, 습니다.
짤막하게 얘기한 세훈에 놀라 어미인 현설은 세훈을 자리에 앉혔다. 세훈은 말없이 제가 입고 있던 바지를 걷어, 무릎에 덧대어진 흰 천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다시 띄엄띄엄 말을 해왔다. …넘어져서, 그래서. 그 말에 현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하며 세훈에게 앞으로는 세자 저하를 가까이 하지 말라는 말을 했는데,
다시 말을 시작하는 세훈에 현설이 입을 다물었다. 내일, …보자고, 하셨, 습니다. 그 말에 현설이 당황한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결국 현설은 아무 죄도 없는 세훈의 손을 잡고 세훈을 꾸짖고 말았다.
‘어미가 그리 이르지 않았느냐! 궐에 있는 사람들과는 접촉하지 말라고….’
천한 네 신분을 어미가 그리 이르지 않았느냐, 너는 왕실 사람들과 연을 맺어서는 더욱이 아니 된다.
네가 보통의 아이도 아니고, 이 현설의 자식이여서, 어미의 자식이여서…. 너는 더욱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너는 모름지기 궐에서는 어미와만 소통하여야 한다.
누군가 말을 걸 때는 또 다가올 때는 먼저 피하라고 이르지 않았느냐…. 결국 세훈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현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세자저하가 제게 베풀어주신 호의를 생각하면 그 따뜻함에 세훈은 또 다시 세자저하가 보고 싶었다.
높으신 분이지만, 자신이 보았던 모든 사람, 제 어미를 빼고 제게 가장 친절한 그 사람.
“소인, 불편한 남식을 두어, 세자저하께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니, 불편하지 않았다.”
“미천한 신분으로 감히 세자저하의 마음을 쓰게 한 건 아닌지 사려 되옵니다.”
“내가 아무렇지 않았으니, 그대는 내게 더 이상 죄송할 이유가 없다.”
종인의 말에 현설의 입이 꾹 다물렸다. 종인은 가만히 앉아있는 세훈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어차피 궐에서 아이가 혼자 노는 것은 아이에게 가혹한 일이 아니겠는가. 현설의 입술이 벌어졌다가. 다시 꾹 닫혔다.
곧 다시 말을 잇는 종인의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었다.
“그러니, 아이를 내 곁에 두고 싶구나.”
“……!, 허나 이 아이는 미천한 무수리의 자식이옵니다. 부족한 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이 아이는 내 스스로 거두는 것이니.”
“하지만….”
“더 이상의 말을 할 생각을 거두거라, 세훈은 내가 데려가 좋은 곳에서 지내게 해줄 터이니.”
현설은 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종인은 제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데려가고자 말을 하고 있었다.
이건, …분명하게도 저하께서 세훈에게 정을 주신 게 틀림없었다.
하루밖에 보지 않은 제 자식을 무슨 연유로 데려가는 것인지 몰라. 현설은 초조하기만 했다.
어느새 세훈의 손을 잡고 일으킨 종인이. 굳은 표정의 현설에게 말했다.
“내 아이를 후궁의 자리에 앉히겠다.”
“…후궁이라니요. 소인의 자식은 사내아입니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내가 좋으면 그만인 것을.”
“하지만….”
“분명 이 아이 덕에 자네도 좋은 처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니, 그리 알거라.”
종인이 뒤돌아섰다. 멀어져가는 제 아들과 세자저하의 뒷모습을 보며 현설은 눈시울을 붉혔다.
분명 좋은 사람이란 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만, 그래도 제 자식이 후궁이 된다고 생각하니 앞으로의 일이 어찌될지 몰라 불안하고 두려웠다.
궐이라는 곳은 모름지기 보이지 않는 권력의 투쟁으로 일그러진 곳이었다. 정1품과 정3품은 모두 지금 현 중전과 대왕대비의 가문에 치중되어있었다.
그리고 …후궁들은 치열하게 그들과 다퉜지만 모두 밀려난 양반가문의 여식들이였다. 하필 이 당종 24년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현설은 짧게 한숨쉬었다. 분명 말없이 눈총을 받을 것이고, 또 말을 잘 못한다는 걸 알면 더욱이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세자저하를 믿어보기로 했다….
분명 세훈은 행복할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
종인은 제 아비인 당종왕의 앞에 무릎을 굽히고 앉아섰다. 당종이 크게 놀라 어인일로 이러는 것이냐. 일어나거라. 하고 말했지만
종인은 여전히 무릎을 굽힌 채로 제 아버지께 청을 올렸다. 세훈의 얘기를 시작함에 앞서, 종인은 먼저 후궁의 맨 첫 자리를 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당종이 벌써 마음에 둔 처자가 생긴 것이냐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종인은 세훈이 남자라는 것을 말씀드려야만 했다.
그 말은 곧 자손을 낳을 수 없는 몸이라는 걸 뜻했고 또 후궁으로써의 자격이 되지 않는 다는 걸 뜻했다..
“…네가 세자를 잘못 본 것 이냐?”
“…죄송합니다. 소자가 마음에 둔 사람은 사내아입니다….”
“후궁의 자리에 사내를 앉히는 게 가당키나 하냐!”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다만…”
다만, 저는 이 아이를 꼭 후궁에 앉히고 싶습니다. 이미 송율당에서 아이와 며칠 머물렀습니다.
허나, 아비마마의 귀에는 그런 말이 들렸는지요? 제가 조심했고, 또 조심하여 아이를 옆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나인들에게 아이에 대한 언급에 대해 일체의 언급도 하지 말라 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소자는 정말이지 그 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아이에게 빛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궐에 있던 어느 꽃과 견주어 보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제가 아비마마께 언제 이러한 청을 또 올리겠습니까?
무리한 부탁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겁니다. 모두 제 손으로, 제 힘으로 처리할 것입니다. 제 어릴적에 아버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 기억하시지요?
저의 형님보다도 더 총명하고 건강한 제가 아바마마의 희망이자, 훗날 조선의 어진 왕이 될 것이라고….
“허나, 첫 번째 후궁만큼은 안 된다. 어쩌려고 그러느냐? 남색을 즐긴다는 건 만물의 이치를 거역하는 행위다.”
“ …저는 그 아이가 제 옆에 없는 조선을 꿈꿀 수 없습니다. 그 아일, …두 번째 후궁으로 들이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구나, 네 뜻이 정 그러하다면. 너의 선택을 믿어보마.”
말이 끝난 줄 알았는데,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종인의 어깨를 잡고 일으킨 당종이 종인에게 일렀다.
하지만 후에 일어나는 일은 모두 네가 알아서 처리해야할 것이야. 세력간의 싸움들 속에서도 너는 네가 아끼는 아이를 지켜라.
지금의 세자빈 역시도 중전의 사촌이지 않느냐. 계속해서 세속이 대물림된다면 지금의 조선은 불안정해질 것이야.
네가 앞으로의 조선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관직의 기회가 오도록, 왕의 여인이 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아비는 무능했기에 하지 못하였지만, 너만큼은. …세자, 너만큼은 이 아비가 믿고 있다.
분명 이 지속되던 틀을 깨어내고 조선을 올바르게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
다시 자신의 당으로 발걸음을 옮긴 종인이 무릎을 모아 앉은 자세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세훈과 눈을 맞췄다.
이제 되었어. 세훈아, 네가 내 사람이 되는 거야.
“세자빈이 있더라도, 마음속으로는 네가 나의 첫 번째다. 그것만큼은 알아두거라.”
다만, 지금의 현실이 너와 나를 조금 멀어지게끔 했을 뿐이라고….
언제까지나 송율당에서 세훈과 같이 지낼 수는 없는 노릇 이였다. 자신은 곧 즉위식을 치를테고, 그 때에 강녕전으로 옮겨갈 것 이였다.
그리고 중전이 아닌 후궁이 된다면 세훈은 더욱이 자신의 침소와는 더 멀어지게 될 것이 뻔했다.
그것도 첫 번째도 아니고, 두 번째…. 종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나는 내 꽃이 지지 않도록. 방법을 떠올려봐야겠다.
세훈아, 너는 내게 어느 꽃보다도 아름다운 꽃이다. 어느 꽃에 너를 견줄 수 있으랴, 네가 곧 꽃 그 자체인 것을.
---------------------------------------------------------
와 진짜.. 쓰라는 건 하나도 못쓰고.. 삘받아서 적혀지는 걸 썼음.. 절 매우치세요..ㅋ
그래도 연재물은 제가 너무 쓰고 싶었던걸.. 몇주동안이나 구상했기 때문에.. 금방 쓸 수잇을거에요.
이 새벽에 이런 글을 올리고..ㅋㅋㅋㅋ 죄송함돠. 上,下일거에요..ㅎㅎ
아 이거 쓰는데 시간 진짜 오래걸림.. 엄청. 신경썼는데..
누가.. 난 떡만 잘 쓴다길래.ㅠ.ㅠㅠㅠ 나도.. 아련물 잘 쓰고 싶어서..ㅠㅠㅠ흡..ㅠㅠ
그니께... 이해해줘여..헿.. ㅠㅠㅠ 더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새벽이라 정신이 없네유 자러가께유..ㅎㅎ!
새벽에 올리면 사람 없어서.. 잘 안올리는데..ㅋ 그냥 올림니다. 도박이여.ㅠㅠ
저 태어나서 처음 사극 쓰는데.. 괜찮아유?ㅋㅋㅋㅋㅋㅋ 사극 싫어하는 사람 많더라구요.. 전.. 해품달 재밌게 봣는뎈.ㅋ.데헷..ㅋㅋㅋ^♡^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현재 인터넷 상황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