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도피
Escape from Reality
점점 그 남자가 없는 것이 익숙해졌다.
오빠와 나는 온전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빠의 죽음은 교통사고로 사고치사 되었다.
아빠는 칼로 위협하는 이재환의 협박에 도망치다 차도로 뛰어들어갔다.
아빠를 차에 박은 운전자는 그것도 모르고 본인과실이라며 죄책감을 느끼며 우리에게 합의금 7000만원을 건넸다.
아빠의 죽음은 쓸쓸했다.
그의 마지막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발인이 끝나고 오빠는 웃었다.
우리, 이사가자.
사실 나는 오빠만 곁에 있다면 단칸방이든
옥탑방이든 내게 다른건 아무것도 없었다.
딱히 좋지도 싫지도 않았지만 오빠는 단호했다.
물때가 낀 곰팡이가 서린 단칸방은 천식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더이상은 안된다고 말했다.
오빠와 나는 합의금을 가지고 학교근처에 원룸을 얻었다.
불과 몇일 동안 빠르게 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
새학기가 되었다.
삼삼오오 모여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애석하게도 나는 반아이들과 줄곧 잘 어울리지 못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홀아비 밑에서 크는 애.
엄마는 아빠의 여성편력에 못이겨 도망갔대.
쟤, 이재환인가, 자기 오빠랑 잤다며?
쟤 몸도 안좋다며, 오래 못산다던데?
사실반 거짓반으로 소문은 꼬리를 물고 늘어져 늘 나를 괴롭혔고
종국에는 나는 혼자있는게 차라리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반 아이들은 다른 내 복잡한 가정사와 소문과 달리 죽을 병은 아니지만
평생 달고 살아야 할 천식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내가 오빠와 친하게 다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너네 오빠랑 손도 잡고 학교에 와?'
'뭘, 같이 자는 사이에 손은 아무것도 아니겠지. 더럽다 진짜.'
그런거 아닌데,
나는 내가 의지 할 사람이라고는 줄곧 오빠 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 것뿐인데.
이렇게 소문이 퍼지니 학교 선생님도 이상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선생이라는 집단은 그다지 내가 오빠와 필요이상으로 애착이 있는 것에 관심을 두고 싶지 않아했다.
그래서, 학기말이나 다를 바가 없는 새학기에도, 새로운 반에 들어서서도, 나는 이방인이었다.
W.Chloe
'1년동안 너네 반 담임을 맡게 된 나는 이홍빈이고 과목은 문학.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너네와 같은 학생이었는데,
이렇게 발령받아서 교단에 처음 서게 되네. 많이 부족하겠지만, 잘 따라주길 바란다.
이번에 우리 반 담임을 맡은 남자는
첫 부임을 우리학교에 오게되어 우리가 첫 제자라고 소개했다.
주위 반 여자아이들은 잘생겼다며 소리를 지르고 여러가지를 질문했다.
나는 그에게 그닥 관심의 필요성도 느껴지지않아서 무시하고는
오빠가 선물해준 책을 내어 읽었다.
첫 담임시간에는 개별 상담을 한다며 아이들을 순번대로 불렀다.
그리고,
'23번 이별빛-'
아. 내 차례.
개인적으로 오빠가 아닌 누군가와 동떨어져
단 둘이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개별 상담은 더더욱.
항상 선생님들은 개별 면담을 하고 나면
나를 딱하게 보고 안쓰럽다는 듯이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잘 안다는듯이,
많이 힘들었겠다며 위로하는 투말이다.
그리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후부터는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마 이 선생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다고.'
'네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많이 힘들었겠다‥. '
'괜찮아요,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래서 나는 항상 나의 생활을 동정하는 선생에게 더 괜찮은듯이 말했다.
괜찮아요, 정말.
담임은 다행이라는 듯이 나를 한번 보고는 인적사항을 뒤적이며 훑어보았다.
그의 눈이 뭔갈 발견이라도 한듯 번뜩였다.
'그런데.'
'......'
'오빠랑.. 단 둘이서 사네?'
'네, 부모님이 안계셔서 오빠랑 지내요. 걱정..안하셔도 되요.'
'그래도, 다 큰 여자애가 오빠랑 단 둘이 살면 조금 그렇지 않아?'
'..정말 괜찮아요. 계속 그렇게 살아왔는데요 뭘.'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는데까지는 도와줄게.
혹시 지내면서 불편하거나, 힘든 일있으면 나한테 꼭와서 이야기하고.'
'선생님이 별빛이 도와줄 수 있는데까지는 도와줄테니까, 알겠지?'
'그럴게요.'
'선생님이 별빛이 너 학교생활 잘 하는지 지켜볼거야.
아까도 조례 들어왔을 때 나 안보고 책읽던데, 다음부턴 그러지말고-'
'가봐, 선생님은 항상 별빛이 보고 있다-'
이홍빈이라는 이 새로운 담임이 나에게 이렇게 엄포를 두는데, 이게 얼마나 갈지 궁금해졌다.
**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니 너무 피곤해서
교복을 채 갈아 입지도 않고 잠들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샌가 옷이 갈아 입혀져 있었다.
옆에 돌아보니 오빠가 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오빠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자는 모습이 정말 아기 같았다.
새근새근- 소리를 내면서 잠을 자는데 너무 고요하고 편안해 보였다.
오빠의 얼굴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국인이 아니라고 느껴질정도로의 높은 코,
웃을때면 둥글게 접히는 눈과 길게 뻗은 속눈썹이 이뻤다.
오빠가 깰까봐 숨소리도 낮추고 오빠의 자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빠가 내 팔을 잡았다.
오빠의 눈이 갑작스레 떠졌다.
'뭐야, 우리 별빛이. 내 얼굴 보고 있었어?'
오빠가 너무 갑작스럽게 눈을 뜨는 바람에 뭘 잘못을 했기라도 한 마냥
자꾸 목에서는 딸꾹질이 나왔다.
'아니 그냥- ㄸ,딸꾹-'
'내 얼굴 몰래 훔쳐보니까 이렇게 딸꾹질이 나는거 아니야-
그러길래 일어났으면 오빠를 깨우지- 이렇게 훔쳐보래?'
오빠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자꾸 피식 피식 웃어댔다.
'ㄱ,그럴수도 있는거지- 그리고 좀, 딸꾹! ㄲ,깨울려고 해..ㅆ어..'
'귀엽기는.'
오빠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는 오빠의 얼굴을 내 얼굴 앞에 들이 밀었다.
'나 몰래 훔쳐보지말고 지금 봐'
'됐어‥. 안볼래 절로 가'
'아이고 알겠어, 장난 안칠게'
오빠는 교복에서 편안한 옷차림새로 바꿔 입고는 와서 내 옆에 누웠다.
'우리 별빛이- 별나라 별빛이는 지금 코코낸내할 시간이야.'
'나 아까 학교 오자마자 자서 별로 안 졸린데.'
'내일 학교가야지. 이리와서 오빠 옆에 빨리 눕지?'
오빠가 일어날려는 내 몸을 팔을 이끌어 도로 눕혔다.
' 나 진짜 잠이 안오는데?'
나는 장난스럽게 웃고는 오빠 등에 찰싹 달라붙었다.
어릴 때 부터 잠이 잘 오지않을 때에는
오빠의 등 위로 올라가 납작하게 포개지는 걸 좋아했다.
오빠의 오른쪽 날개뼈 위에는 검은 점이 있었다.
'이거, 태양의 흑점같아.'
오빠의 날개뼈를 어루어 만지니 잠이 정말 오기라도 한듯 나는 잠에 겨워 말했다.
그리곤 그 등위에서 진짜 잠들기도 했다.
오빠가 반색하며 눈꼬리가 휘어지듯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러면 나는 태양 인거야?'
'뭐야, 진짜.'
오빠와 나는 그러곤 한참을 웃었다.
그의 몸을 뒤척이는 움직임이 느껴져 나는 졸린 눈을 반쯤 뜨며 물었다.
'오빠, 무거워?'
'아니….'
그의 달콤하게 메마른 목소리가 울렸고
나는 오빠의 목소리를 놓치기 싫어 오빠의 등위에 더욱 밀착했다.
그리곤 오빠가 말했다.
'별빛아.'
'왜?'
'이제 내려와'
아니… 그게 섰어. 좀 불편해. 니가 자꾸 내 날개뼈를 어루어 만지니까.
**
좀 늦었나요?ㅠ 그래도 분량을 완전 많이 들고왔으니까...ㅎㅎ
BGM 문의가 들어와서요~ 저번 A,B의 브금은 Casker- 향 (acoustic ver.) 이고
이번 C 브금은 casker-편지 입니다.
현실도피B도 초록글에ㅠㅠㅠㅠ 항상 감사드립니다. 제 미천한 글을 좋아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네요.ㅠㅠ
댓글 써주신분들 신알신 해주신분들 모두 감사하구요ㅎㅎ
암호닉 해주신
4님, 요님, 여지님, 끈저기님, 코코몽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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