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봤습니다. 퇴근길 축처진 어깨를 하고 홀로 걸어가던 모습을. 당신을 봤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환하게 웃고있는 모습을. 당신을 봤습니다. 듬직해 보이는 멋진남자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당신을 봤습니다. 난 여전히 이 자리에서 당신을 봅니다. 별빛은 디자이너가 되는것이 꿈이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출발선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다. 학비가 부족해 이리저리 아르바이트를 하던때도 있었고 남들이 하는 연애를 남몰래 부러워 하던 시절도 있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았지만 결국은 이뤄냈다. 비록 아직 정직원은 아니지만. 별빛은 행복했다. 매일매일이 꿈꾸던 생활이였다. 회의에 참석하고 디자인 스케치를 검토받기도 하면서 차차 회사에 적응해갔다. 인턴인탓에 잦은 야근을 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가 쏠쏠했다. 늦은새벽 마지막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던길. 별빛은 대학교를 다닐때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옷가게 앞을 지나다가 멈춰섰다. 불이꺼진 쇼윈도 앞에 서서 숨을 푹 내쉬곤 겨울이라 주머니에 꼭꼭 숨겨두었던 손을 꺼내 유리를 쓸어보는 별빛. 아직 여전하네. 조그마한 가게라서 혼자 재고정리도 하고 가끔은 직접 옷을 떼러 가기도 하고 마네킹에 피팅도 혼자 했었는데. 혼자 가게안에 앉아서 지나다니던 연인들을 부럽게 바라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별빛은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다가 멈춰섰다. 어. 이거. 이것도 아직 그대로구나. 새로 피팅을 하다가 실수로 넘어뜨려 살짝 금이간 마네킹의 손가락에 급한데로 밴드를 붙여놨었는데 그것도 그대로였다. 사장님한테 들킬까봐 조마조마 했었는데. 별빛은 추억을 회상하며 돌아섰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면서 별빛은 마냥 동경하던 디자이너의 세계가 생각보다 더 힘들다는것을 몸소 깨달았다. 정직원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교묘하게 제 디자인을 훔치는 선배가 있는가하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해오는 별빛을 견제하기 위해 온갖 유치한 방법으로 괴롭혀오는 선배들까지. 주변에서 주는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어서 별빛은 제 미래에대한 의심까지 하게되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게하지. 선배가 겉으로 웃으며 부탁이라는 말로 떠넘긴 일을 늦게까지 마무리짓고 돌아오는길. 또 마주친 쇼윈도 앞에서 별빛은 쓰게 웃었다. 차라리. 그때가 더 좋았을까. 별빛은 우뚝 서 있는 마네킹을 올려다 보며 중얼거렸다. 이봐. 친구야. 너랑 둘이 시간때울때가 멋 모르고 좋았어. 손님이 없을때면 혼자 마네킹에게 말을 걸고 혼자 대답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 때를 회상하면서. '힘 내.'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청과도 같은 소리에 별빛은 놀라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이내 바람빠진 소리를 내며 웃는다. 피곤한가보다 나. 환청이 다 들리네. 별빛은 마네킹을 올려다 보며 손을 흔들었다. 친구야 안녕. 조금은 기분이 풀려보이는 별빛. 다시 한번 더 힘을 내기로 마음먹은듯 발걸음이 조금은 씩씩해진듯 하다. 그렇게 악으로 버티던 별빛은 마침내 정직원이 되었고 제 노력의 결과물을 지킬 수 있을만큼 힘이 생기기도 했다. 정직원이 된 그날 단체로 회식을 하러 가던 길. 별빛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회식장소로 향했다. '좋아보이네.' 별빛은 생각했다. 지금이 참 좋다고. 너무 좋아서 꿈이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가지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더니 모든 일이 원하는대로 흘러갔다. 이제 별빛의 옆에는 남부럽지 않은 듬직한 남자친구도 생겼다. 별빛이 디자인한 옷이 마음에 든다며 회사에사는 내년 상반기 메인 디자인으로 내세우자는 말도 몇번 주고받았고 매출이 좋을 시 개인 사무실도 마련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별빛은 이제 매일매일이 행복했다. 가끔은 힘들던 그때 제 머릿속에 울려온 목소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때 그 힘내라는 말을 못 들었더라면. 잠자리에 들기전에 문득 생각날때도 있었다. 오늘처럼. 환청이였던 뭐던간에 지금은 참 좋다. 그때 포기했더라면 이런 기분 못 느껴봤겠지. 별빛은 기분 좋게 잠에 들었다. 꿈에서 별빛은 쇼윈도안 가게에서 내리는 흰눈을 보면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있었다. 별빛은 옆에와서 앉는 남자를 보고 반갑게 웃었다. 너 어디다녀왔어. 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늘 여기있었는걸. 남자는 별빛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을 마주쳐왔다. 이젠 안외로워보이네. 늘 응원할께. 힘내. 별빛은 의아해하면서 말했다. 너야? 남자는 웃으면서 말없이 별빛의 손을 잡아 문앞으로 데려갔다. 마지막으로 제 목에 있던 목도리를 벗어 꼼꼼히 매준 남자는 별빛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글쎄. 좋아보이더라. 이쁜사랑해. 문이 열리고 별빛의 남자친구가 들어온다. 별빛은 뛰어가 남자친구에게 안긴다. 뒤를 돌아본다. 여전히 남자가 손을 흔들고있다. 마주보고 웃는다. 그렇게 별빛은 꿈에서 깼다. 편안함을 느꼈던 것 같다. 꿈에서 깨자마자 누가 지워버린듯 남자의 얼굴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 크리스마스. 별빛이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길. 지하철역앞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리다 고개를 들면 눈앞에 보이는 그때 그 쇼윈도. 별빛은 홀린듯 다가간다. 꿈에서 남자가 자신에게 매준 빨간 목도리를 매고있는 마네킹 앞으로. 꿈에서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너였구나. 별빛은 한참을 앞에서서 마네킹을 바라본다. 이내 남자친구가 별빛 옆으로 다가와 허리를 감싸안는다. 별빛은 웃으면서 남자와 멀어진다. 한번 돌아본다. 남자친구 몰래 손을 흔든다. 고마워 친구야. 쇼윈도 속. 밴드가 붙어있는 손이 움찔거린다. 늘 행복하길 바래. 마네킹이 슬몃 웃음을 짓는것 같기도 하다. +) 으아 답댓 못달아줘서 미안해요ㅠㅠㅠㅠ 빠른시일내로 답댓달께요♡♡ 나는 독자님들이랑 소통하는게 너무 좋으니까여....the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