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어두컴컴한 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한숨이 나와. 아직은 번화가라서 안심은 되지만, 집으로 가기 위해 꼭 가야하는 골목길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지.
드디어 골목길 입구. 너징어는 침을 꿀꺽 삼켜. 매일 세훈이와 같이 걷던 길이었는데 오늘은 혼자라고 생각하니 느낌이 이상하기만 하지.
그리고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나기 시작해.
' 그거 알아? '
' 살인범들은 힘없이 걷는 여자나, 이어폰 꽂거나, 통화하는 여자를 노린데. '
문득 떠오른 말때문인지 너징어는 허리를 꼿꼿히 펴고 발걸음을 내딛어. 그래! 좀만 가면 우리집인데, 괜찮아! 하하하!
속으로 밝은 생각을 하면서 걷던 너징어는 그래도 어두운 밤길때문인지 여기저기를 의식하기 시작해.
여기도 까맣고, 저기도 까맣고, 온통 어두컴컴한 세상에 남겨진 거 같아서 무섭기만 하지.
위험하다 해도… 세훈이랑 통화하면 좀 나아지겠지? 싶은 생각에 핸드폰을 꺼내 익숙한 열한개의 번호를 눌러.
ㅡ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너징어는 인상을 찌푸려. 얘는 전화하랬으면서 왜 안받아!!
" 뭐야, 오세훈. 전화하랬으면서. "
" 으, 끄으… "
..뭐야? 그 때 갑자기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너징어는 걸음을 멈춰. 어두컴컴한 길때문일까, 온몸의 신경들이 저절로 예민해진 느낌이야.
혹시.. 누가 다쳤나? 싶은 생각에 급하게 걸어가려다가 멈칫해. 동시에 오늘 아침에 봤던 뉴스가 생각나지. 세훈이가 위급할 때 쓰라고 준 후추 스프레이를 찾아 손에 꼭 쥐어. 아파트 입구 근처로 향하는 골목에 더욱 가까워지면서 신음소리는 점점 커져가지. 저 모퉁이만, 모퉁이만 돌아가면…!
" 허,허억…! "
그 소리를 끝으로 아무소리도 들리질 않아. 대신 너징어의 눈 앞엔, 빨간 눈의 모습을 가진 기괴한 형체가 서있지. 어둠 속에서도 붉게 빛나는 눈은 마치 뱀파이어 같았어.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 아래, 달빛이 비치자 너징어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 축 늘어진 여자의 목에 고개를 파묻고 무언가를 하는 남자.
츕,츕 대는 소리가 너징어가 서있는곳까지 생생하게 들려와. 이윽고 남자가 고개를 들자 입가에는 피가 묻어있었고, 여자의 몸은 희다못해 창백해져 있었어.
' ㅍ,피? '
남자는 고개를 위로 들고 숨을 내쉬는 듯 서있었지. 툭, 하고 여자의 시체가 피를 흐르며 바닥에 떨구어져.
그리고 남자는 자신의 입가를 소매로 닦지. 그 모습을 충격적으로 바라보던 너징어는 제정신을 잡고 다시 모퉁이로 숨어들어가.
' 저,저게 뭐야..! '
혹시라도 제 소리가 들릴까, 너징어는 입을 틀어막고 떨려서 자꾸 풀려버리려는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서있어.
' 어젯밤 서울 △△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변사체가 발견됐습니다. '
놀라서 주체가 되질 않는 심장소리가 너징어의 귓가에 들리기 시작해.
쿵
쿵
쿵
쿵…!
그리고 아침에 봤던 뉴스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쳐가기 시작하지.
뱀파이어? 있을리가 없잖아! 역사시간에 배웠는데? 이미, 멸종됐다고..!
' 시체의 목에는 동물의 송곳니로 물은듯한 자국이… '
' 1980년대, 멸종한 뱀파이어가 되살아나 한 짓이 아니냐는 여러 소문이… '
떨리는 손에는 세훈이가 준 후추 스프레이가 쥐어져 있어. 후추 스프레이를 교복 주머니에 넣은 후 핸드폰을 꺼내지.
세훈이한테 전화해야해. 라는 생각이 온 몸을 지배하기 시작해. 떨리는 두 손으로 번호를 누르려고 하지만 마음대로 잘 안돼.
너징어는 두려움에 눈물이 차올라. 평소에는 전화하면 잘 받고, 못 받으면 바로 전화걸었던 세훈이인데.
아까 전화했는데도 부재중전화 한통도 없는 세훈이가 밉기만 해.
' 진정, 진정하자. 일단, 그 남자. 갔는지 확인부터 해봐야지. '
남자가 있는 길 쪽 아니면 너징어가 사는 아파트로 가는 길가에 들어갈 수 없기에 너징어는 침을 꿀꺽 삼키고, 살금 살금 고개를 슥 내밀어.
아까 봤던 남자는 아직도 그대로 서있었어. 눈을 감고, 평온하게. 달빛은 여전히 그를 비추고 있었지.
' …뭐야! 왜 아직도 있는건데!.. '
툭 ㅡ
두려움에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 너징어는 결국 핸드폰을 손에서 놓치고 말아. 모퉁이 안쪽에 떨어지면 괜찮을텐데, 바깥 쪽에 떨어져버리는 바람에 너징어는 크게 놀래.
여기서, 몸을 내보이면 남자가 바로 보이니까. 무서움에 어쩌지, 어쩌지 하는 너징어는 핸드폰을 재빠르게 줍기로 결정하지.
" 봤어? "
쿵, 쿵, 쿵, 쿵, 쿵…! 심장소리가 빠르게 돌아가. 너징어는 그 자리에서 굳은 듯 아무말도 못하지. 분명히 저기에 있던 남자였는데. 어느새 너징어의 눈 앞에 서있어.
달빛 사이로 보이는 붉은 눈.
창백한 피부.
입가에 묻은 붉은 피.
말하는 입술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송곳니.
" 다 봤냐고 묻잖아. "
*
좀 늦었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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