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준/양요섭] 무더위 01
소설속 두두는 윤두준 J는 용준형 입니다.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01
창밖에 새소리가 난다.
"벌써 아침이 됬나?"
오늘도 그렇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알람시계를 끄고 손을 뻗어 바닥을 더듬거리며 안경을 찾는다.
더 잠도 안오네, 냉장도 문을 열어보니 먹을것도 없고.
"아 머리야, 잠을 제대로 못잤나.."
아까까진 아프지 않던 머리가, 깨질듯 아파 온다.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아야.."
그렇다, 어제 난 J와 헤어졌다.
나는 남앞에서 잘 울지 못한다, 정 울어야 한다면 옷장안에서 운다.
아무튼 아무도 내 소리를 못 듣게.
엄마와 두두는 그걸 잘 안다.
그래서 오늘 집에 없고 나가 준것일지도..내가 펑펑 울수있도록.
울다가 지치면 많이 먹다가 체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먹을것을 치운게 분명하다.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펑펑 울고나니 속이 좀 가라앉았다.
그리고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왜 울고있지?
J는 보조개가 예뻣다.
그것뿐?
정말 그것뿐?
내가 그의 보조개를 이렇게 펑펑 울 정도로 좋아했었나?
왜 울었지?
시간이 얼마 흐르지도 않았는데, 언제 울었냐는듯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 아무렇지 않으려고 애써 웃고있다.
왜냐하면 이제 두두가 집에 들어올 시간이거든..
두두? 내가 콧소리로 노래를 내 맘대로 흥얼거리면 두두는 자기 마음대로 가사를 넣는다.
그러다 자기 혼자 삘을 받아서 열창을 하곤 한다.
끝이다, 그 녀석의 소개는 끝이다.
아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J를 나에게 소개시켜줬다.
지가 제일 잘 아는 형이라고 믿을 수있다고 잘생겼다고 매너가 짱이라고 했다.
내가 매너짱 J를 만나러 가는날도 두두는 나의 옷을 골라주고, 향수도 뿌려주었다.
그리고 그 날 두두가 대문을 열어줬고, 나는 J를 처음 만나러 갔다.
그리고 싱글벙글 웃으며 집에 돌아올때도 두두는 대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 좋냐?"
그리고 나는 말했다.
"고마워."
어제 J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올때 두두는 대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그만 울어라 쯧쯧.."
그리고 나는 말했지.
"나 안울어.."
***
사람들이 나와 만나면 하는 이야기는 종종
[여자애가 머리꼴이 그게 뭐냐?]
[좀 꾸미고 다녀라, 몸매도 별로인게.]
그러면 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나는 남자인걸.
그리고 거울앞에 달려가서 거울속 나를 본다.
거울속 나를 보고 묻는다.
"내가 그렇게 여자처럼 생겼나?"
사실 그런 소린 자주 듣곤 했다, J 역시도 내가 처음엔 여자인 줄 알았으니깐.
처음 두두가 J를 소개해 줬을때, 두두는 나에게
'이 분이 매너짱.'
이라고 말했고 매너짱 J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웃어주었다.
난 J의 따뜻한 첫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곱슬머리에 키도 꽤 크다, 발음이 좀 알아듣기 힘들었다는것? 그게 흠일뿐.
나와 J가 헤어질때쯤 J는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혹시 번호 알려줄 수 있어?'
나는 몹시 당황했다, 어쩌면 혹시 J도 나를 여자라고 알고있는게 아닐까?
'아..저 근데 남자에요..'
나를 마음에 들어 하길래 혹시 몰라 남자라고 했더니
J는 잠시 생각했고 웃으면서 '그래도 알려줘' 랬다.
그는 성별은 신경쓰지 않는가보다 했다.
그리고 그 날은 J가 집앞까지 데려다 주었고 기분좋게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