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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여우전:정국의 이야기 上 | 인스티즈 

 

 

 


 


 


 

신은 모든 것을 사랑했어. 자신을 존경하는 인간들을, 자신을 사랑하는 동물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낙엽같은 것까지도, 자신이 빚어낸 모든 것들을 사랑했어.

자신의 애정이 닿아있는 세상에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싶었어.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빚어낸 것들이 서로를 파괴해도, 그녀를 의심하고 깎아내려도 마음 아파하기만 할 뿐 결코 그들을 벌하지 못했어.

그런데 그 제약없는 애정의 끝은, 쓰라린 배신이더라고. 모든 걸 다 받고서도 신의 자리까지 욕심냈던 여우들이 신을 죽인거지.

신은 여우가 자신에게 받은 능력으로 자신의 목을 죄일 때가 되서야 깨달았어. 아무리 자신이 사랑해주어도, 그것의 깊이를 모르는 자들이 돌려주는 것은 오만함 뿐이라고.

죽음 앞에서 그녀는 말했지. 앞으로 모든 여우들은 자신의 저주 속에서 살게 될 거라고. 신의 문턱에서 너희는 가장 사랑하는 이의 배신을 받고 추락하는 고통을 평생 느끼게 될 거라고.


 


 


 


 


 


 


 


 


 

"정국아, 여기서 뭐하냐." 


 


 


 

"아, 형. 왔어요?"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의 바위에 누워 자신의 보랏빛 여우구슬을 만지작 거리고있던 정국은 뒤에서 들려오는 호석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오묘하게 빛나는 9개의 꼬리를 드러낸 채 다가오는 호석의 모습에 정국은 당황한 듯 몸을 일으켜 앉아 눈을 크게 뜨고 호석에게 말했다. 


 


 

  

"형 누가보면 어쩌려고 꼬리를 드러내고 다녀요." 


 


 


 

"아 걱정도 많어. 정국이 네가 인간이였으면 이 높은데까지 올라오겠냐?" 


 


 


 


 


 

걱정하지말라며 손사래를 치는 호석의 말에도 정국은 호석의 꼬리를 향하는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걱정을 안할 수가 있나 저 형은. 정국이 그렇게 드러난 꼬리에 신경쓰는 이유는 요즘 인간들의 마을에 떠도는 소문 때문이었다. 꼬리 9개 달린 여우의 심장을 먹으면, 영생을 살 수 있다는, 그들 사이에서도 직접 겪어본 자는 없는 허황된 소문. 하지만 인간들 사이에선 그 소문이 꽤나 유명한 모양이었다. 옆 마을의 산에 살던 여우들 중 몇몇이 벌써 그들에게 심장을 뺏긴 채 죽었으니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정국이 사는 산의 마을까진 소문이 퍼지지않았다는 것, 하지만 소문은 언제나 소리없이 빠른 법이다. 언제 그들의 소문이 자신과 호석을 포함한 이곳의 여우들을 향할지 모르는 일이었기에, 정국은 대놓고 꼬리를 드러내고 다니는 호석이 걱정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호석은 그런 정국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밝은 표정으로 화제를 돌릴 뿐이었다. 


 


 


 

"아 근데 이제 1년 남았던가? 넌 올라갈거지? " 


 


 


 

"네. 오늘이 딱 1년. 형 두고 가려니까 가슴이 아프네요. 형도 그냥 저랑 같이 올라가..." 


 


 


 

"아, 됐어, 됐어. 노친네들 정치질 하는거 본다고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프다." 


 


 


 


 


 

같이 올라가자는 말에 질색을 하는 호석의 표정에 정국이 웃음 짓는다. 오늘이 딱 1년이 남은 날이었다. 정국이 구슬을 지니고 천년을 채워 하늘로 올라가기까지 말이다. 모든 여우는 그들의 조상이 신을 죽인 덕에 신통력이 든 구슬을 지닌 채 천년을 살면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다들 천년을 살기가 어려웠던건지, 사고가 있었던 건지 신이 된 여우는 그 수가 아주 적었지만 말이다. 호석은 이미 천년을 넘긴지 오래였지만 신이 되는걸 원치않았기에 이 곳에 남아있는 삶을 택했지만, 정국은 아니었다. 정국은 항상 하늘을 갈망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하늘을 바라보면, 아주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정국이 오늘처럼 이 바위에 자주 앉아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이 곳에 있으면 하늘과 아주 가까워진 기분이었기에. 


 

하늘만 생각하면 드는 이유 모를 기분에 정국은 손에 쥐고있던 구슬을 만지작거렸다. 영롱한 보랏빛 구슬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면 호석이 그것을 힐끗 쳐다본다.


 


 


 


 

"야 정국아. 그러다가 잃어버린다. 보관 잘 혀." 


 


 


 

"참 내 이걸 제가 왜 잃어버려요. 누구한테 주지않는 이상 잃어버릴 일 없네요." 


 


 


 

"뭐 옆 산에 지민이는 잃어버리고 싶어서 잃어버렸나? 걔 봐봐. 실수로 떨궈서 인간이 뺏어갔다고 하지않냐. 그래서 천년 다시 채운다잖아." 


 


 


 

"아 형 옆에서 그런 말 할거면 그냥 가요." 


 


 


 


 


 

괜한 걱정이었다. 뭐 내가 애도 아니고 999년 동안 한번도 놓치지않고 지녀온 구슬인데, 고작 1년을 남기고 잃어버릴 구슬이었던가. 그럴거면 벌써 잃어버렸지. 옆에서 자꾸만 불길한 소리를 하는 호석에 정국이 불신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면 호석은 근데 뭐 정국이 너가 잃어버리겠냐-하며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몸을 일으켜 그래도 잘 보관하라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뜬다. 정국은 떠난 호석의 자리를 바라보다 다시 손에 쥐고있던 구슬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어떻게 해서 천년을 기다렸는데, 이걸 왜 잃어버려.  

 

천년 중 딱 일년만을 남겨둔 정국이었지만, 어쩐지 999년의 기다림보다 1년의 기다림이 더 길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어서 1년이 지나기를. 1년이 지나 하늘로 갈 수 있기를. 


 


 


 


 


 


 


 


 


 


 


 

유난히 어두운 밤이었다. 하늘이 모조리 구름에 덮여버려 달마저 보이지 않던 날. 정국은 여전히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바위에 있었다. 사위가 온통 어두워 보이는 곳이라고는 아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뿐이었다. 물론 그마저도 어두운 불빛이었지만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않는 정국에게도 꽤 보기좋은 풍경이었다. 흠,하고 짧은 숨을 뱉어낸 정국은 숨겨뒀던 편하게 꼬리를 꺼낸 채 턱을 괴고 마을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방탄소년단] 여우전:정국의 이야기 上 | 인스티즈 

"호석이 형이 여기를 안 떠나는 이유가 있긴 하네." 


 

 


 


 

밤의 마을은 인간들의 세상을 늘 못마땅히 생각하던 정국이 유일하게 아름답다 생각하는 풍경이었다. 어둡지만 은은하게 반짝이는 주황빛 불들, 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잔치가 열리면 늘 떠오르던 연등들. 정국은 그것들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그것 외엔 인간에게 좋아할만한게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중요시하며 서로를 죽이는 인간들, 거기다 그들의 종족의 번영만을 추구하고 다른 종족의 지속에는 나 몰라라하는 모습들, 정국은 옆 산의 남준에게 들었던 인간들의 여우사냥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다. 여우의 심장을 먹으면 영생을 살 수 있다고,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믿고 여우를 죽인다니. 진저리나는 인간들. 구슬을 잃어버린 지민은 어떻게 됐다더라. 그 어여삐 여길 점 하나없는 인간 중 한 명과 결국 사랑에 빠졌다했던가. 목숨이 세 개 쯤 됐던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여우였다. 정국은 얼른 1년이 지나 하늘로 올라가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턱을 괴고 인간들의 마을을 그렇게 한참동안 내려다보던 정국은 다시 고개를 들어 어둡기만 한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온통 먹색 구름에 뒤덮힌게 마치 하늘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정국은 여우들에게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를 떠올렸다. 여우를 사랑했던 신을 죽이고 그 자릴 꿰찼다는 그 옛날 옛적의 이야기. 신의 입장에서 보면 신을 죽인 그 여우는 세상에 둘도 없는 배신자였겠지만, 정국에게는 그 여우가 영웅이나 다름없이 여겨졌다. 그 여우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갈망하는 하늘을 욕심내보지도 못했을테니까. 어찌보면 신이 조금 바보같기도하단 생각을 했다.그 여우가 신의 죽음을 계획했을 정도면 아무리 철저했더라도 조금의 낌새가 있었을텐데, 신이라는 작자가, 세상을 모두 만들었다는 그 대단한 이가 그거 하나 눈치채지 못해 죽다니... 


 


 

정국의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이 점점 더 깊어지려하는 그 때, 


 

터벅, 


 


 

정국의 바로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고, 화들짝 놀랜 정국은 고개를 급히 돌린다. 고개를 돌린 정국은 자신의 바로 뒤에서 쭈그려 앉은 채 눈을 크게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와 눈이 마주친다. 


 


 


 

"와... 여우... 와 나 여우 처음봐." 


 


 


 

대체 어떻게 여우인 정국이 눈치 채지못하게 이리 가까이 다가온건지. 인간에게 정체를 들켜 자신을 마주보던 소녀처럼 눈이 커진 정국은 당황스러운 그 사이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소녀의 호기심 어린 눈을 보고 단어를 하나 떠올린다. 하늘. 대체 왜 소녀의 눈을 보고 하늘이라는 말이 생각난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늘이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의 투명한 눈은, 정국의 시선 끝에 항상 머물던 하늘 그 자체였다. 


 


 


 

"와 저 꼬리 만져봐도 돼요? 아 혹시 저 안잡아먹으실거죠?" 


 


 


 

작은 입으로 정국을 향해 조잘대는 소녀의 입에서 꼬리 라는 말이 나오자 정국은 아 맞다, 생각하며 꼬리를 급히 감춘다. 소녀가 손을 뻗으려하자 사라진 꼬리를 보며 아,하며 탄식을 내뱉은 소녀는 쪼잔하시네요...하며 실망한 듯 입술을 내민다. 처음이었다. 정국이 천년에 가까운 삶을 살면서 자신의 꼬리를 보고도 와 대박-하며 겁없이 달려드는 인간은. 정국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인간들을 만났을 때 여우임을 드러냈던 건, 모두 자신의 의지로 드러냈던 적 뿐이지, 이렇게 들켜버린 적은 없었기에. 


 


 


 

"여우님은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자신을 향해 얼굴을 들이미는 소녀의 행동에 정국은 놀라 한걸음 물러나지만, 어쩐지 그 행동이 못마땅히 여겨지지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까도 생각했듯 인간에게 어여삐 여길 점이라곤 밤의 마을 풍경, 단 하나 뿐이라고 생각했던 그였는데. 정국은 소녀의 물음에 한참을 망설이다 작게 자신의 이름을 읊조린다. 


 


 


 

"...정국." 


 


 

"네? 뭐라고요?" 


 


 

 

"전정국이라구요, 내 이름." 


 


 

"아~ 전정국이요~ 여우라 그런가, 이름도 예쁘시네요." 


 


 


 

여우라 이름이 예쁜건 무슨 논리인지, 눈이 휘어지게 웃고있는 소녀의 말에 정국은 어이가 없어 허,하고 바람빠지는 웃음을 짓는다. 그러다가도 이 어두운 밤에 이 높은 바위까지 혼자 무슨 배짱으로 여기까지 올라온건지, 소녀의 행색을 살펴보면 옷도 여기저기가 찢어져있고, 옷 위로 드러난 살에는 올라오며 생긴 것인 듯 붉은 피가 흐르는 상처들이 가득했다. 자신의 상처를 훑어 보는 정국의 시선을 알아 챈 소녀는 아,이거요. 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 얇은 소매로 드러난 상처들을 가렸다. 


 


 

 

"제가 여우님 만나려고, 고생 좀 했죠." 


 


 

"...저를 왜 만나러 왔는데요?" 


 


 


 

말을 꺼내기 좀 망설여지는 말인듯 머뭇거리던 소녀를 향해 정국이 응? 하고 되물으면 소녀는 큰 결심을 한 듯 숨을 한 번 깊게 내쉰 뒤 입을 연다. 


 


 


 

"저 좀 오늘 밤만 재워주세요." 


 


 


 

이게 무슨 난데없는 말인지. 허,참 하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면 제발요...하며 아까의 그 호기심어린 눈은 사라지고 애걸복걸하는 표정으로 정국을 바라본다. 오늘 처음보는 사람, 아니 여우한테 재워달라니. 이 인간은 무작정 여우에게 찾아오면 아하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래요 저희집에서 자고 가세요~하고 재워줄 줄 알고 나를 찾아온 것인가. 그리고 여우에게 제대로된 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물론 산 깊은 곳에 버려진 집이 하나 있긴 했다. 그것도 정국과 호석이 가끔씩 편하게 자기 위해 깔끔히 치워뒀던 집. 그렇다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찾아온지 모를 인간에게 그 집을 알려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룻밤만 재워달라는 말 뒤에 어떤 다른 목적이 숨어있을지 몰랐으니까. 


 


 


 


 


 


 


 

...그런데 왜 알려줬지? 


 


 

정국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내가 대체 여길 왜 알려줬지? 단 칼에 거절하실 줄 알았는데, 여우님 굉장히 친절하신 분이었네요... 따위의 말을 하며 마루에 걸터앉는 소녀는 매우 감동받은 듯 보였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인간에게 좋은 감정도 없는 정국이 직접 소녀를 데리고 집까지 찾아 온 것은. 


 

미쳤네. 내가 1년을 남기고 미쳤어. 평소에 안하던 행동을 하게 되는게 신의 저주인가? 허,하며 고개를 갸웃대던 정국은 그래도 이왕 데려와버린거 어쩔 수 없겠다 생각한다. 


 


 


 

"...딱 하루만이에요. 진짜 오늘 딱 하루." 


 


 

"아휴 당연하죠. 진짜 진짜 감사합니다.제가 오늘 당장 잘 곳이 없었거든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잘 곳이 없었다는건지. 정국은 소녀의 사정이 궁금했지만 혹시 아주아주 가슴 아픈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 가슴께까지 올라온 질문을 꾹꾹 눌러담았다. 아 근데 왜 인간의 사정 같은 게 궁금하지? 미치겠네. 


 

자꾸만 올라오는 호기심을 누르며 정국이 집을 떠나려 등을 돌리면 소녀가 자신의 옷가지를 붙잡는 게 느껴졌다. 


 


 


 

"가시게요? 여기서 안자세요?" 


 


 

"...제가 왜요?" 


 


 

"여우님 집에 제가 왔다고 여우님이 나가시면 제가 마음이 아프니까?" 


 


 

"저 원래 여기서 잘 안자요." 


 


 


 

소녀는 정국의 말에 난감한 듯 아...음...어...같은 말들을 내뱉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보여 정국이 자신의 옷가지를 잡던 소녀의 손을 떼내고 발걸음을 옮기면 소녀는 이번엔 정국의 손목을 잡아온다. 


 


 


 

"그...여우님도 잘 아시다시피 이 산에 산짐승이 얼마나 많은데요... 저 혼자 자다가 습격이라도 당하면 어떡해요..." 


 


 


 

어떡해요...하며 소녀는 말끝을 흐리며 정국을 올려다본다. 산짐승, 산짐승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어떻게 내가 있는 그 높은 바위까지 올라왔던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이렇게 애절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고해서 내가 이 인간을 지켜주며 밤을 보낼 필요는 없었다. 내가 뭐, 인간에게 봉사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고쳐도 나랑 아는 사이도 아닌데. 


 


 


 


 


 


 

...근데 왜 이러고 있지? 


 

대체 오늘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있는건지, 눈깜빡하니 나는 무섭다고 찡찡대는 이 인간의 옆에 앉아있었다. 이 인간은 아무리 내가 여우라도 성별로 치면 사내였는데 신경도 안쓰이는지 이불을 목까지 덮어쓰고 여우님 감사합니다ㅎㅎ 여우님은 정말 정말 친절하세요! 하며 남의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눈을 감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까는 분명히 달도 구름에 가려져 사위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않을 지경이었는데, 언제 구름이 몰려간건지 창호지 사이로 달빛이 스며들어 어두운 방을 밝히고 있었다. 정국이 이상하다 이상해...하며 눈을 감고있는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눈을 감고 앞을 보는 능력이라도 있는건지 금새 눈을 뜨곤 고개를 돌려 옆에 떨여져 있던 정국에게 말을 걸어온다. 


 


 


 

"왜 그렇게 쳐다보세요? 자는데 굉장히 부담스럽네요." 


 


 


 

소녀는 아 혹시 제가 마음에 드신건가? 하며 한쪽 눈을 찡긋거린다. 어이가 없는 정국이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면 뻘쭘한 듯 ...아님말구요.하며 입을 닫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않고 다시 입을 여는 소녀에 정국은 미칠 지경이었다. 인간이란 종족은 원래 이렇게 뻔뻔하고 말이 많은가? 


 


 


 

"여우님은 근데 몇 살이세요? 아까 꼬리가 9개였던걸 보면 구백 몇살 쯤?" 


 


 

"...정확히 구백 구십 구살이요." 


 


 

"헉, 조상님이시네요. 근데 왜 저한테 존대를 하세요?" 


 


 

"그럼 말 놓고." 


 


 


 

바로 존댓말을 거두는 정국의 모습에 아...네...하며 소녀는 입을 다물고 다시 고개를 돌린다. 다시 잠에 들려는건가. 정국은 머리를 벽에 기댄 채 생각했다. 이 아이가 옷가지를 붙잡으며 가지 말라고 했을 때 자신은 왜 자리를 뜨지 못했는지, 이 집에 배여있는 호석과 자신의 향 때문에 이 집을 습격할 산짐승은 없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정국은 자신이 여우임에도 불구하고, 여우에 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요해진 방에서 정국이 한참의 생각 끝에 눈을 감으려 할 때, 또 다시 소녀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우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 좀 조용히... 뭐라고?" 


 


 


 

감기려던 눈을 다시 뜨고 정국이 작게 짜증을 내려하면 소녀의 감사하다는 말이 그것을 막는다. 


 


 


 

"제가 사실, 여우님은 안 궁금해하실 제 사소한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집에서 쫓겨났거든요..." 


 


 

"……" 


 


 

"제가 친구도 없고 그래서... 자칫하면 길에서 누워잤어야할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처음보는데도 재워주시고 지켜주시기까지하고. 

제가 언젠가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 


 


 

"내일은 비록 어디서 자야할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댔으니까..." 


 


 


 

살짝 감동을 받을 뻔 했던 정국은 뒷말에서 흠칫 다시 생각한다. 저 말 저거 내일 또 재워달라는 말 같은데. 예감이 좋지않았다. 아니 저렇게 서사를 풀어놓고 내일은 어디서 자야할지 모르겠다고 하면, 이건 뭐 그냥 내일도 재워달라는 말이랑 똑같지 않나? 이 인간은 내가 무섭지도 않나? 정국은 흑흑 하며 쥐어짜낸 눈물을 훔치는 소녀를 바라보며 자신이 여우치고 만만하게 생긴건지 까지 되짚어보기 시작한다.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은 안돼." 


 


 

"네?" 


 


 

 

[방탄소년단] 여우전:정국의 이야기 上 | 인스티즈 

"내일은 절대 안된다고. 모레도, 글피도, 그글피도, 절대 안돼. 너는 내가 무섭지도 않아?"
 


 


 


 

 

꽤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정국에 조금 쭈그러든 소녀는 아직 재워달라고 안했는데...하고 웅얼거린다. 그리곤 소녀는 정국의 진지함에 맞추려는 듯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정국을 마주보고 앉는다. 


 


 


 

 

"아, 물론 무섭죠... 처음엔 무서웠는데..." 


 


 

"무서웠는데?" 


 


 

"저를 해치실거면 아까 미리 해치셨겠죠. 이렇게 살려두시진 않으실거 아녜요..." 


 


 


 

소녀의 말이 맞았다. 사실 소녀를 해칠 생각도 없었거니와, 이상하게도 이 아이에겐 정국이 평소 인간에게 가졌던 혐오의 감정이 느껴지지않았다. 정국 자신이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아이는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 아이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자신의 이익을 바라고, 다른 종족을 해치는 그 인간들 중 하나처럼 느껴졌을텐데. 


 

소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못한채 정국은 소녀와 눈을 맞춘다. 달빛이 아이의 얼굴을 비추어서 그런가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서 자꾸만 묘한 느낌이 풍겼다. 이렇게 가만히 있다간 아까처럼 홀려버리는게 아닐까싶어 시선을 내리면 아까는 미처보지 못했던 볼의 상처를 발견한다. 신경쓰지말자, 신경쓰지말자, 되뇌이면서도 볼의 상처가 아까 바위에서 보았던 다른 곳의 상처까지 떠오르게해 결국 정국은 한숨을 내쉬며 소녀에게로 다가간다. 


 


 


 

"진짜 내가 홀리기라도 한 건지..." 


 


 

"네? 엇, 뭐하시는...!" 


 


 


 

자신에게 다가와 앉아 볼에 손을 뻗는 정국의 행동에 소녀는 놀란 듯 그를 제지하려다 손이 닿은 부분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정국을 바라본다. 


 


 

 

 

 

[방탄소년단] 여우전:정국의 이야기 上 | 인스티즈 

"해치려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와 어떻게 하신거에요?" 


 


 

"...그런 게 있어. 어휴, 인간은 다쳐도 잘 낫지도 않는다던데, 겁도 없이 뭘 하고 다닌건지." 


 


 

정국이 큰 손으로 볼을 감싸자 이때까지 참아왔던 욱씬거림이 사라짐에 놀란 소녀는 정국과 자신이 꽤 가까이 붙어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와,하며 감탄사를 뱉어낸다. 물론 정국은 그것을 알고있었다. 아까 전의 거리에서 봤을때도 홀릴 것만 같던 그 눈을 손이 닿는 거리에서 보니 자꾸만 드는 묘한 감정을 억누르기가 더욱 힘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감정인지, 천년을 가까이살면서 처음 드는 감정에 머릿 속이 어지러웠다. 눈에 담기는 달빛이 아름다워서 그런 것 뿐이라 생각해 팔도 걷어보라 하며 시선을 내리깔아도 자꾸만 그랬다. 눈이 문제가 아니었다. 


 


 


 

"다 됐다. 또 떠들지말고, 이제 자." 


 


 


 

보이는 곳의 상처는 대충 다 치료한 정국은 앉아있던 소녀를 눕히고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정국이 자신의 볼을 살짝 만져보았을 땐 열이라도 나는 듯 볼이 뜨거웠다. 정국은 자신의 자리까진 달빛이 비치치않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처음보는, 그것도 인간에게 이 감정을 들키는 건 아무래도 조금 위험하다 생각했으니까. 


 


 

자라는 말에 감사하단 말을 하곤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던 소녀는 아무래도 잠든 듯 보였다. 잠이 들었는지 확인하러 다가간 정국은 소녀의 얼굴 위로 손을 몇번 휘저은 뒤 깨지않는 것을 확인하고 한참동안 소녀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부드러운 호선들이 가득한 얼굴.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미인의 이목구비는 분명 아니었는데. 


 

소녀의 이목구비를 허공에 따라 그리던 정국은 조용히 읊조렸다. 


 


 

"...어떡하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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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4년 전
제주
잠이 안오실 정도인가요🥺🥺 방학안에... 꼭 써올게요...🥺🥺🥺🥺🥺
4년 전
삭제한 댓글
(글쓴이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4년 전
제주
다 알죠알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4년 전
비회원102.41
와....뭐죠...? 완전 재밌어서 엄청 집중해서 봤어요... 필역 장난 아니세요
4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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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앤오프 [온앤오프/김효진] 푸르지 않은 청춘 012 퓨후05.05 00:01
김남길[김남길] 아저씨1 나야나05.20 15:49
몬스타엑스[댕햄] 우리의 겨울인지 03 세라05.15 08:5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모태솔로 정국이는 몰라, 모른다구 111 구백일 07.27 04:04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시한부 선고받은 너탄X바람핀 김태형 조각 0830 침벌레 07.26 14:22
방탄소년단 [방탄/정국] 첫사랑에 관한 수백가지의 견해1 고기먹고싶어 07.26 04:5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22 이규 07.26 00:2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박지민] 근키너대 018 슼슼 07.23 02:21
방탄소년단 늦은 시간에 항상 죄송합니다21 침벌레 07.22 23:55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그대야 안녕 15화5 라잇나잇 07.22 19:5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민윤기] 그때 걔, 담배는 끊었을까? Ep121 융기침강 07.21 12:49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칠룡이 나르샤 開 세휘 07.18 23:23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45 (2부 完)16 육일삼 07.17 17:2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16(完)5 웨이콩 07.16 22:1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그대야 안녕 14화4 라잇나잇 07.15 23:01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01 이규 07.15 00:52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시한부 선고받은 너탄X바람핀 김태형 조각 0729 침벌레 07.15 00:13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여우전:정국의 이야기 上5 제주 07.14 03:17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153 웨이콩 07.12 23:48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두번의 달이 지나갈동안 02 제주 07.1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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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김태형] 불편한 날 prologue 이규 07.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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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안녕하세요15 침벌레 07.0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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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전정국] 작은 것을 위한 세계 059 다원 07.0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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