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공고 남자애들 무리가 왔었다. 나랑 한 두 살 밖에 차이가 안 났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엔 나와 다르게 푸른 빛이 돌았다. 미성년과 성년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학생 무리들을 관찰을 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애 하나가 저를 몇 초간 뚫어져라 보는 것이다.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점심으로 먹었던 게 아직도 입에 묻었나 해서 엄지손가락으로 제 입술을 닦았다. 그러자 날 보던 남자애가 피식 웃는 게 아닌가. 괜시리 기분이 나빠졌다. 그 이후로 그 남자애가 신경이 쓰였다. 규모가 크지 않은 카페인지라 손님도 공고 무리를 제외하곤 혼자 온 손님밖에 없었다. 신경이 쓰이고, 또 쓰였다. 애써 신경을 안 쓰는 척 해봐도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라고 하는 지는 무리 애들이 시끄러워 들리지 않았지만 재밌어보였다. 그리고 그 무리의 중심엔 그 남자애가 있었다. 저런 애랑 친해지면 어떨까. 성적 탓에 대학은 가지를 못했다. 아니, 어찌 보면 원하는 대학이 아니라 안 갔다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커피숍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재밌는 일 하나 없이 지루했다. 저 애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친해지고 싶었다. 허나 그럴 수가 없어서 쳐다만 보았다. 처음엔 싫어서 가졌던 관심이 호감이 된 것도 같았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무리들이.하나 둘 씩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구경도 나름 재밌었는데. 조금 아쉬웠다. 구경도 끝났겠다, 이제 설거지를 하러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카운터 쪽에서 쟁반을 탁탁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아까 내게 관심을 갖던, 또 내가 신경을 쓰던 그 남자애가 본인과 친구들이 먹은 컵을 카운터에 갖다 놓고는 쟁반을 손으로 치고 있었다. 눈을 마주쳤다가 뻘쭘해 고개를 숙였다. 그 아이는 몸을 숙여 얼굴이 제 근처에 닿게 했다. "우지호라고 해요. 자주 뵐 예정이니 인사드려요." 자주 뵐 것이란 그 말은 사실이었다. 우지호라는 아이는 항상 같은 시간에, 혼자 혹은 가장 친해보이는 친구와 둘이 같이 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출퇴근하듯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시 설거지를 하기 위해 컵을 챙겨보면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어느 날엔 본인 번호가, 어느 날엔 본인은 뭘 좋아한다느니 싫어한다느니, 요즘은 어떤 노래가 좋다느니. 그 아이에 대해 포스트잇으로 알게 된 정보를 통해서라면 우지호라는 아이는 키티같이 귀여운 것들을 좋아하고, 본인을 귀찮게 하는 걸 싫어하며 키는 182이고 취미는 가사쓰기,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외국 힙합이라더라. 오늘은 혼자 왔다. 평소와 다르게 주문도 하질 않고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왼 다리를 떨며 곰곰히 생각을 하곤 내가 있는 카운터 쪽으로 걸어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캬라멜 마끼아또 주세요. 부탁인데 제 자리로 갖다 주세요." 본인이 직접 가지러 오는 게 맞다만 동네 구석 카페임에도 유일하게 있는 단골이니 그 정도야 해줘야지 싶었다. 평소처럼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또 만들고는 우지호에게 건넸다. "주문하신 캬라멜 마끼아또 나왔습니다." 쟁반에 직접 갖다줬음에도 불구하고 우지호는 받질 않았다. 본인이 받질 않으니 테이블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려니 제 손목을 덥썩 잡았다. 제 손목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고개를 들어 우지호를 쳐다보았다. "그 쪽은 저를 잘 아는데 저는 그 쪽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거 같아서요.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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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요리사 이번 회차??????싶었던 백종원 맛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