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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준] Gangster 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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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항상 그랬다.
 
 아, 망했다. 준면이 포르르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이 놈의 인생은 한번도 잘 풀리는 일이 없었다. 불행 끝에 행복이 온다던 말이 있지 않은가, 아니 살면서 적어도 한번쯤은 누구나 행복에 마주하지 않을까. 적어도 모두가 그렇다, 그래왔다. 하지만 5살이란 아무 것도 모를 나이에 부모님의 지독한 싸움과 그 후의 폭풍전야 같은 이혼을 기점으로 작은 행복 따위는 잊고산지 오래였다.
 학창시절은 투명인간처럼 지나갔다. 워낙 조용한 탓에 반 아이들은 준면을 잊고 살기 일쑤였다. 소풍 날에도 준면이 안온 걸 까맣게 잊은 채 출발을 해버려 곤혹을 겪었던 적도 간간히 있었다. 급식은 항상 그래왔다. 땡, 종이 치자마자 여느 또래와 다를 것 없이 급식실로 달려가 급식판에 고개를 쳐 박은 채 입 속에 밥을 꾸역꾸역 넣었다.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도 몰랐다. ‘쟤 왕딴가봐.’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 그나마, 민석이 말을 건내준 이후로 둘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민석이 준면이의 인생에서의 첫 친구이자 말상대였다.
 회사에서도 다를 건 없었다. 바라지조차 않았지만 약간 실망감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마케팅 부 민석은 학교 동창이자, 회사 동료지만 준면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사교성이 좋아 사람들이 잘 따르곤 했다. 3년이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벌써 팀장자리를 꿰찼단 소리를 듣고서 준면은 아무도 몰래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도 막내였다. 준면은. 홍보부에서.
 홍보부는 4년마다 신입사원을 뽑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입사한지 어느덧 3년이었다. 하지만, 준면 아래로 신입사원이란 것은 눈씻고 봐도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그 뜻은 모든 잡 일은 준면의 몫이었다. 아니, 신입사원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영원히 막내일 것만 같았다. 오히려 매일 같이 타는 프림 반, 커피 반. 커피만. 율무차. 유자차가 없다면 스스로 서운해 할 판이었다.
 이 년이나 남았다. 조용한 숲 속에 숨어 들어가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 처럼 자연과 동화 돼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때 뿐이었다. 현실은, 준면은 집의 장남이자 나이 삼십 줄을 다 채워가는 노총각이자 어머니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갔다간 자지러질 어머니를 위해서도 그딴 무모한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 백현은 자기 스스로 합리화를 자주 하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회장님께 전해드려야 할 서류가 바뀌었다. 어느 누구의 장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서류가방엔 본래의 서류가 들어있어야 했다. 준면이 한 달 동안 꼬박 야근을 하며 정리한 매출 실적표와 상한표였다. 결국 팀원들에게 한 마디도 하지 못했고 한 달동안 정리한 서류도 찾지 못했다. 그저, 내 인생이 원래 그렇지. 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김 팀장의 지긋지긋한 잔소리에도 뭐라 대꾸 한마디 하지 못했다. 김 팀장도 가장으로서 힘들거야, 화풀이 상대나 돼 줘야지. 항상 자신보단 남 생각이었다. 제 주제도 모르고. 나 오늘 바빠, 미안하다 준면아. 민석 또한 새로 기획하는 상품 기획안 작성 때문에 꽤나 열을 내고 있는 듯 했다. 준면의 집 앞에는 작은 포장마차가 하나 있었다. 거기서 항상 모든 스트레스를 술과 함께 풀곤 했다. 그 날도, 그럴 예정이었다. 술 한 병과 우동 한 그릇 먹다 보면, 잠시나마 딱딱히 굳은 마음이 따뜻하게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12월, 그 날의 날씨는 유난히도 추웠다. 그 날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두꺼운 정장 마이에 회색 털 목도리까지 했지만 몸을 싸고 도는 한기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날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가 아마…… 막, 유일한 보금자리가 있는 8층에 도착했을 때 였던 것 같다. 서류가방을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로 힘겹게 집 키를 뒤적이고 있었다. 으음, 그 때 집 앞에서 피를 잔뜩 흘리고 있는 사람을 너무 놀라 주저 앉았던 것 같기도 하고.

   “사,사람 아니야? 저, 저기요!”
   “…”
   “119.. 아,아니. 저기요. 정신 차려봐요! 학생!”


  차라리 그 때,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단 낫지 않았을까,

 

 

 

 

 

 

 

 

 

 

     Gangster Boy
     -

 

 
    “여보세요?”
    “너 미쳤어? 아니, 미친거지. 암, 단단히 미친거야.”
    “또 무슨 소리를 하시려구요, 김민석씨.”
    “미쳤어 새끼야?”

 김민석이 전화를 안 하면 해가 서쪽에서 뜨는 날이지 암. 준면이 힐끗 손목을 바라보았다. 1:40 P.M. 점심시간이 끝난 시간이었다. 이미 점심을 다 먹고 들어온 팀원들이 제 자리에 앉아 하품을 하며 일을 시작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미친거지, 새끼야? 대답없는 전화기 너머에선 민석의 육두문자 울려퍼졌다. 준면이 한 쪽 눈을 살짝 찡그리며 휴대폰을 고쳐 잡았다.
 아마 얼굴이 새빨개져 코뿔소가 돼 있을거야. 민석은 항상 그랬다. 평소엔 그 누구보다 선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화가 날 땐 토마토 마냥 빨개진 얼굴로 다양한 표정을 선사했다. 민석이 그럴 만도 했다.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삼십 줄에 다가가고 있는 친구가, 정신 못 차리고 학교나 들락거리고 있다하면 준면도 찬열 처럼 육두문자를 날리며 머리에 꿀밤 한 대 쥐어 박았을 것이다. 김 팀장의 뿔난 표정이 머릿 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준면을 눈엣 가시로 생각하는 그가 또 한 건 잡았다며 화장실에서 남 몰래 춤이라도 추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 점심시간 끝난지 30분 더 지났어. 팀장님은 아직이다. 민석의 목소리에 준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감자탕을 먹는다 했던 김 팀장이니 한참 살을 발라 먹느라 늦겠지. 아마, 그럴거야.

   “팀장님 안 오셔서 다행이긴 하지만. 근데 도대체 너 어디냐?”
   “학교.”
   “뭐 임마?!”

 응 임마. 짧게 대답한 준면이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오늘만큼은 정말 오기 싫었다. 어제 김 팀장에게 된통 까인 후 기분이 안 좋을대로 안 좋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매일을 꾸중과 비난으로 보냈다. 잘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도 그랬다. 친구를 사귀기 싫냐며, 잘 지내보라는 설득조의 선생님들도 달갑진 않았다. 어차피 똑같이 뒤에서 욕 할거면서.
 그런데 학교 오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나이 삼십 줄 거의 다 차서. 기분 좋게 전 담임 선생님을 찾아 오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학교에 자식이나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옆집이 문제였다. 그 놈의 옆집.
 짧게 생각을 마친 준면이 전화기를 손에 꼭 쥔 채로 정장 매무새를 다듬었다. 엄마의 성화로 매고 온 남색 빛의 넥타이가 어딘가 부조화스럽다. 회색 정장에 남색이라니. 패션 테러인 것 같기두 하고.
 빨리와 새끼야! 주변은 매우 시끄러웠다. 학교가 끝난 건지 교문으로 개미 떼 같은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교복도 가지각색, 생김새도 가지각색. 구에서 제일 질 안좋단 학교라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할날 것도 같다. 좀 논다 싶은 여학생들은 준면을 매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각자 수군대기 바빴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고개를 푹 숙인 준면이 교문을 통과해 자연스럽게 운동장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너 설마 또 세훈인가 훈세인가 그 새끼 학교 가주는거야?”
  “새끼가 뭐냐, 새끼가. 회사에 있는 놈이 팀장한테 걸리면 죽음이잖아.”
  “너 이번엔 시말서가 아니라 사직표야.”
  “뭐?”
   “그 고딩생활이고 뭐고 니 앞가림은 할 필요성을 못 느끼냐? 저번에도 몰래 들어오다가 된통 깨진 주제에 너 진짜 사직서를 작성해봐야 그제서야 아, 내가 병신이었구나 할 놈이지? 답답하다 니도.”
 
 그럼 어떡해, 세훈이 담임 선생님이 학교로 와 달라고 전화 하셨는데. 바닥에 치이는 돌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다. 다 장애물인 것만 같다. 어쩐지 돌 때문에 걸음이 채이는 느낌마저 든다. 세훈이 부모님은 해외에 계신다고 했다. 차라리, 그 날 만나지 않았다면 세훈을 신경쓰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여유롭게 커피나 타며 기획서를 작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 니가 학부모 짓 이야? 걔가 너 학교 오는건 좋아하냐?”
  “그래도, 징계 받으면 안되잖아.”
  “김준면 바보새끼.”
  “응.”
  “너 병신이라고, 이 병신아.”
  “응. 그니까 마지막으로 민석아, 부탁할게. 팀장님께 급한 일 있어서 잠시 들렸다 온다구. 응?”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김준면. 이제 니 알아서 해.

 민석의 말에 준면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가슴이 좀 가뿐해 진 기분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1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이대로라면, 사직서 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 얼른 세훈을 보러 가야겠다. 오늘은 또 얼마나 큰 상처를 새기고 있을지. 18살, 이란 나이에 걸맞은 솜 털이 보이는 뽀송하고 매끈한 피부에 얼마나 보기 흉한 흉터를 더덕더덕 새기고 있을지. 얼른 보러 가야했다.
 차라리, 때렸다면 마음이나 편하겠네. 준면이 익숙한 듯 왼쪽으로 꺾어 교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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