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대, 그리고 - 정택운
학연이 내게 말했다.
'무대는 서고싶어?'
당연하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너무나도 간절하게 무대에 서고싶다.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하고 당장이라도 음악방송 리허설을 하러가야 할것만 같은데, 내 생활에 아주 많은 부분이 바뀌어 버렸다.
나에게 제발 나를 보여달라며 우는 학연이, 그런 학연이를 진정시키는 상혁이와 홍빈이, 넘어져 있는 나를 일으켜 준 원식이와 재환이.
방안엔 정적이 흐르고 그런 상황에서 작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서고싶어."
내 말에 고개를 떨구고 훌쩍이던 학연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올린다.
조금은 원망이 서려있는 그 눈을 오래 마주칠수가 없어 살짝 피한 뒤 덧붙였다.
"나한테도, 너네가 전부고 무대가 전부야. 꿈 두번 잃는거 그거 너무 잔인한거잖아..
재활..열심히 할게.. 그렇게 잔인한 말은..제발 하지 말아주라, 부탁이다.."
내 어깨를 붙들고 있던 재환이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느껴졌다.
"..형, 우리가 믿는만큼..우리한테도 믿음을 줘요. 기다리는 거, 그렇게 어려운일 아니니까.. 얼마든지 해줄테니까.."
"맞아요, 결국 기다려줄 사람은 다 기다려줄거고, 그렇지 않을 사람은 떠나겠죠. 하나 확실한건 나도, 형들도, 팬들도 다 기다려 줄거라는거."
재환이에 이어 상혁이가 꽤나 듬직하게 말을 꺼냈다.
기다림. 어쩌면 너무나 길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그 것을 이 아이들은 나라는 사람 하나를 믿고 해주겠다고 한다.
나를 부축해주던 원식이와 재환이의 손을 꼭 붙잡고 모두를 바라보며 처음 직설적으로 내 진심을 전해본다.
"이 꿈마저 잃는다면, 다시는 꿈같은거 꾸지 못할거야. 절대, 잃고 싶지 않다. 꿈도, 너희도, 모두다..
놓치고 싶지 않아. 이게 내 욕심은 아니길 빌어.."
두 눈을 꼭 감고 말한 진심이 제대로 전해지길 속으로 얼마나 빌었는지 모른다.
돌아오는 학연이의 간결하고 짧은 대답에 뇌 구석 깊이 잠식되어있던 어느 한 부분의 전구가 탁ㅡ 하고 켜짐을 느꼈다.
"욕심, 아니야."
ㅡ작은 꿈을 이루지 못한것도 너무 아픈데
이렇게나 큰 꿈을 놓쳐버리게 되면 얼마나 아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