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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현성] 하얀 거짓말 14. 完 | 인스티즈

현성행쇼. 그것은 태초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으리라.

 

 

 

 

 

 

 

 

 

BGM : XIA (준수) - 이슬을 머금은 나무

 

 

 

 

 

 

 

 

 

 

 

 

 

하얀 거짓말

W. Irara

 

 

 

 

 

 

 

 

 

* * *

 

 

 

 

 

거울 앞에 앉아 조금은 물끄러미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늘 보던 얼굴이라 특별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은 살짝 어색한 느낌이었다. 진한 화장으로 가린 얼굴 뒤에 진실 된 김명수의 모습이 있다는 걸, 누가 알아줄까. 철저하고 당찬, 그리고 조금은 대범한 ‘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아픔을 두려워하고 알 수 없는 미래를 무서워하는, 그런 김명수의 모습을 알아 줄 사람이 있긴 할까. 매섭게 올려붙인 진한 아이라인을 더듬었다. 나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고자 가시넝쿨로 내 몸을 휘감았던 나를 끌어안아준 사람. 김성규, 그리고…

 

 

 

 

 

 

“자기, 나왔어.”

 

 

 

 

 

 

…이성열.

 

결국에 돌아가야 할 곳은 이곳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두 손 가득 짐을 싸들고 걸어오는 성열이의 모습에 잠시 넋을 놓았다. 긴 다리를 휘적이며 걸어와 너무 자연스럽게 목을 끌어안아오는 익숙한 체취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피곤해보여.’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괜찮다는 듯 손을 잡아 주었다. 모든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쇼 일정이 잡혀 파리에 머무르고 있었다. 곁에서 돌봐줘야 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먼 길을 기어이 따라온 성열이의 열정에 마음이 뒤숭숭 해지기도 했었다. 그가 내게 쏟아준 것만큼, 나는 과연 그의 만족을 채워 주었는지. 요 근래 늘 기댈 일만 있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차올랐다. 내가 잡은 손이 몸을 돌려 내 손을 마주잡았다. 맛있는 거 만들어왔어. 먹고 올라가.

 

여러 화장품들이 놓여있는 화장대 위로 크고 작은 쇼핑백을 올려놓은 성열이는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종이 가방 안에서 도시락 통을 꺼냈다. 덮고 있던 뚜껑을 열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안에 있는 것들은 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뿐이었다.

 

 

 

 

 

 

“언제 만들었어?”

“자기 나가자마자 일어나서 만들었지.”

“자고 있는 거 아니었어? 일부러 안 깨웠는데.”

“자고 있는 척 한 거였어.”

 

 

 

 

 

 

한쪽 눈을 찡긋, 나에게 윙크를 보내는 그의 얼굴을 끌어 당겨 짧게 입을 맞추었다. 젓가락을 꺼내 나에게로 내미는 그의 얼굴이 뿌듯하다고 말 하고 있었다. 음식을 싱겁게 먹는 나의 입맛에 맞춰 요리한 그의 정성이 참 진하게 느껴졌다. 한 젓가락 집어 입으로 밀어 넣으니 ‘어때?’하고 물어오는 그가 있었고,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음식들을 느끼며 감동한 내가 있었다. ‘역시 맛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 나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너는 계속해서 내 얼굴을 보고 서 있었다. 왜? 뭐 묻었어? 이유를 묻는 내게 답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다.

 

결국엔 그 눈빛을 못 이겨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성열이가 보고 있는 얼굴을 더듬거리며 혹시 묻은 게 있나 확인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이리저리 고개를 틀어도 얼굴에 묻어 있거나 하는 건 없었다. 왜 그렇게 보냐니까? 다시 한 번 묻는 물음에 살짝 미소 지은 그는 고개를 저으며 옆 의자로 내려앉았다.

 

 

 

 

 

 

“그냥, 오늘 좀 달리 보이네.”

“뭐가?”

“어딘지 모르게 성숙해 보이는 얼굴이야. 어린애에서 어른으로 변해버린 얼굴.”

“…무슨 말이 그렇게 어려워?”

“전엔 둘도 없이 사나운 얼굴이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는 얼굴이었는데. 오늘은 좀 아냐. 많이 누그러들었다고나 해야 할까. 오히려 진하고 매서운 화장이 안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사실, 지금 자기 모습이 좀 많이 어색해.”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것 같은 목소리였다. 시선 처리를 끝맺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몰아치던 중에 거울을 통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을 피하지 못하고 큰 눈만 깜박거리는 그를 나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앙칼진 말투와는 다른 순둥이 같은 얼굴이었다. 민망한 상황에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모습까지, 스물다섯살 치고는 앳된 얼굴이었다. 결이 좋은 머리카락이 차분히 내려앉은 앞머리 위로 작은 꽃잎이 묻어 있었다. 고개를 돌려 거울 밖의 그를 보았다. 손을 뻗는 나를 의아하게 보던 그 눈에 살짝 미소를 지어줬다. 머리 위에 앉아있던 꽃잎을 집어 그의 손 안으로 떨어뜨렸다. 자연스럽게 따라 떨어지는 고개에 가만히 머리 위로 입을 맞추었다. 별 불평불만 없이 내 곁을 지켜준 그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네가 예쁜 걸 꽃도 아나봐. 명수의 말이 민망했는지, 성열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답지 않게 왜 느끼를 떨고 있어. 꽃잎이 구겨지지 않게 조심히 감싸 쥔 성열은 고개를 들어 명수와 눈을 맞추었다. 성열은 왜인지 모르게 조금 질투가 생기는 것도 같은 마음이었다. 순해진 명수의 눈 꼬리를 잡아 위로 잡아 올린 성열은 콧잔등을 씰룩였다. ‘나 사실 조금 짜증나.’ 그런 성열의 손을 잡아 내린 명수는 이유를 물었다.

 

 

 

 

 

 

“자기한테 김성규가 그렇게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줄은 몰랐어.”

“……….”

“내가 할 수 없었던 것을 그 사람이 해낸 것 같은 기분이라서, 샘도 나고 짜증도 나.”

 

 

 

 

 

 

말을 하는 데에 원래 거침이 없는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그의 말이 가슴으로 와 박혔다. 진심으로 서운함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같아서 함부로 그의 말을 끊어 낼 수가 없었다. 가만히 손을 잡고 눈을 맞춰주었다.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말은 모조리 다 해주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내 앞에 앉아 점점 작아져가는 그를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한 나에 대한 원망이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제와서 내가 싫다며 우리의 끝을 말해도 솔직히 내가 그를 붙잡을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했으니. 차라리 나에게 욕 같은 것들을 실컷 쏟아놓고, 여전히 내 곁에 남아주기를 하는 욕심에서였다.

 

왜 짜증이 나는데. 낮은 명수의 목소리에 성열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정말 서운했던 듯, 눈썹을 길게 늘어뜨리는 모습에 명수는 손을 뻗어 구겨진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 인상 쓰지 마, 예쁜 얼굴 주름 생겨. 명수의 손가락을 앙 깨무는 시늉을 하던 성열은 허리를 쭉 펴고 앉았다. 그냥 투정이야. 대답 하지 않으려 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명수는 웃으며 ‘그러니까 투정 해 보라고.’ 하고 말했다.

 

 

 

 

 

 

“솔직하게?”

“응. 솔직하게.”

 

 

 

 

 

 

나는, 내가 다룰 수 없는 자기가 좋았어. 거칠고 매섭고 칼바람 같은 사람이었던 김명수가 좋았어. 언젠가는 내가 내 손으로 자기를 바꿔놓고 싶었는데, 자기는 나에게 익숙해지기만 할 뿐 전혀 길들여지는 게 없어서 그런지. 더 욕심도 났고 집착도 생겼어. 내가 그렇게 목을 매던 자기가 갑자기 어느 날엔가 부터 나를 보고 있지 않았어. 적어도 나를 보며 사랑한다 말 해 주는 정도는 되었었는데, 그마저도 안하더라. 뭔가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래도 말 안했어. 자기를 잃고 싶지 않았거든. 자기를 내게 길들이겠다고 자신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자기에게 길들여져 있었나봐. 자기는 내 앞에서 김성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지만, 또 김성규는 별 것 아니라고 말 했지만, 그래도 묘하게 달라지는 얼굴을 나는 눈치 챘어. 어쩌면 내 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위험을 느끼기도 했고.

 

입술을 내밀며 줄줄줄 쏟아지는 말들이 하나 같이 아파하고 있었다. 전혀 알려 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나로 인해 그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 늘 언제나 그가 나에게 있어서 최우선순위라 생각했는데, 정작 내 행동이 그렇지 못했던 듯. 그의 말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내 손을 쥐고 있던 손에 점점 힘이 빠져가는 게 느껴져, 내가 힘을 주어 잡았다. 그러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린 그는 작게 웃었다. 모든 걸 해탈해버린 얼굴이었다. 그 얼굴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도 결국엔 나한테 돌아오던 자기라서, 모든 걸 견딜 수 있었어. 그마저도 없었다면, 나 정말 돌아버렸을 거야. 내가 하지 못했던 부분을 고의든 자의든 변화시켜준 김성규씨에게는 질투를 느끼면서도 감사하다 생각해. 어쨌든 자기가 조금 더 성숙해진 건 사실이니까. 이제는 나쁘게 생각 안하기로 했어. 자기가 김성규씨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지내든지 간에, 나는 자기 옆에 있을 거니까. 또 이 자리가 내 자리인 것도 같고.

 

어깨를 으쓱이는 그를 살짝 잡아당기니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일어섰다. 좁은 사이를 뚜벅뚜벅 걸어 내 앞에 와서 선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배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 어디 가지 말고 항상 내 옆에 있어. 작게 한 말이었는데, 그는 내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늘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품이었다. 누구의 앞에서도 벗지 못했던 ‘엘’이라는 가면을 유일하게 벗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가만가만히 내 뒷머리를 쓰다듬는 성열이의 손길에 눈을 감았다. 깨끗하게 비워둔 마음에 점점 그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향기 가득한 그를 내 옆에 두어, 나까지 함께 꽃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시간이 지나 무대 리허설의 시작을 알리는 강하고 비트 있는 음악이 시작 되었다. 안고 있던 나를 살짝 밀어낸 그는 활짝 웃었다.

 

 

 

 

 

 

“메인 모델 엘씨, 스탠바이 하셔야죠.”

“있다가 스태프가 오겠지. 조금만 더 이대로 있자.”

“자기만 스케줄 있는 줄 알아? 이거 놔, 나도 미팅 있어.”

“…누구랑?”

“내 그림이 마음에 드신다고, 유명 그룹 회장님께서 스폰서 해주시겠대.”

“안 돼.”

“걱정 마, 자기가 생각하는 그런 지원이 아니니까.”

 

 

 

 

 

 

자기 이름 단 갤러리가 오픈했다고, 거기에 그림 걸어주신다고 그러셨어. 댓가는 그 그림으로 하기로 했고. 성열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명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럼 회장님께 잘 보이고 와. 못내 아쉬운 듯,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하는 명수의 볼을 잡아 늘린 성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볼을 쥔 성열의 손을 끌어내려 손바닥 위로 입술을 묻은 명수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 손 안에서 흩어지는 명수의 숨을 가득 쥐고서 성열은 살짝 웃었다.

 

 

 

 

 

 

“가봐.”

“그래, 자기도 쇼 잘하고. 늘 믿어.”

“응.”

“아, 그리고―”

“응?”

“…그 반지도 이제는 좀 뺐으면 좋겠다. 그럼 나 정말 갈게, 이거 다 먹고 올라가.”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성열의 등을 멀뚱멀뚱 보던 명수는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약지에 끼워져 있는 두 개의 같은 반지. 언젠가 성규에게 선물했던 반지였다. 그를 무너뜨릴 욕심으로 복수를 다짐했던 그 때에, 끼워 놓았던 반지를 아직까지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반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명수는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었다. 짤랑―하는 소리와 함께 명수의 손바닥 위로 떨어진 반지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이제는 모든 걸 털어낼 수 있었다. 김성규, 너를 보내며 무언가를 잃은 기분도, 또 놓친 것 같은 기분도 들지 않았다. 내가 가져서는 안 되는, 또 가질 수 없는 것을 주인에게 돌려준 기분이었으니까. 차라리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너는 남우현의 품으로 가 활짝 웃으며, 내 그늘이 가려있을 때 보다 훨씬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보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의 미안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멀리서 지켜보기로만 했다. 나를 이기고 싶다는 당찬 너의 포부에 응할 수 있도록 나를 더 높고 멋진 곳에 세워두기로 다짐했다.

 

 

 

 

 

 

“엘씨! 의상 체인지 할게요!”

“네.”

 

 

 

 

 

 

부르는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명수는 의상을 놓아 둔 곳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에 은색의 반지 두 개가 놓여있었다.

 

…그의 마음과 함께.

 

 

 

 

 

 

 

 

 

 

 

 

 

 

 

* * *

 

 

 

 

 

익숙하지만 낯선 아침이었다. 왜인지 모르게 불편한 잠자리였고, 그러나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편해지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잠에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늘 마주보고 잠에 들 던 너였음에도 감회가 새로웠다. 보지 못했던 며칠 사이에 너는 꽤나 변해있었다. 알게 모르게 살이 많이 빠진 것도 같은 너는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조금 일찍 눈이 떠진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 밖으로 손을 빼 너의 콧날을 만지작거렸다. 날카로운 콧대 옆으로 길게 난 흉터 하나가 있었다. 그 위로 손이 닿자 가슴이 콕콕 쑤시는 기분이었다. 많이 아물어 메이크업으로 가려질 정도의 상처였지만,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기억이 있었기에 보기만 해도 아픈 너의 상처였다. 오른쪽 아래로 뻗어 내려오는 상처 위로 검지를 올렸다. 손끝에 만져지는 울퉁불퉁한 느낌이 썩 좋지 만은 않았다. 얼마나 아팠어? 묻고 싶은 물음이었다. 내가 밉지는 않았는지, 죽이고 싶을 만큼 원만스럽지는 않았는지.

 

늘 괜찮다고만 말하던 너여서, 정말 괜찮은 줄로 믿어버린 내가 어리석었다고 사과를 해야 했다. 나는 내 마음대로, 또 너는 네 마음과는 달리, 떨어져 있는 동안 그토록 정리했던 생각의 전부를 너에게 털어 놓아야 했다. 네가 더 이상은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단정을 지어주고 싶었다. 근데 그게 참 쉽지 않은 일이어서, 너와 함께 잠에 들고 깨어나는 날이 꽤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너의 감은 눈이 살짝 찡그려졌다. 닫힌 입에서 흘러나오는 끄응 거리는 소리가 나쁜 꿈을 꾸고 있는 듯, 씰룩이는 눈 꼬리를 보며 가만히 너의 몸을 끌어안고 토닥였다.

 

내가 너에게 트라우마로 자리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세상이 무너지는 듯 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너에게 나는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몇 번이고 품에서 내 던질 기회가 있었지만 너는 모든 것을 인내하고 있었다. 무덤덤한 얼굴로 너를 말해주고 가버렸던 너의 친구라는 사람을 보며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절실하게 내세웠던 ‘친구’라는 우리의 사이는, 친구가 아니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친구’란? 상대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또 담담하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나는 너에게 받기만하고 있었고, 또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는데, 나는 어떤 욕심으로 우릴 친구라고 불렀던 걸까. 내 자신이 의아해지고 있었다.

 

 

 

 

 

 

“…얼마나 아팠어?”

“……….”

“또, …내가 얼마나 미웠어?”

“……….”

 

 

 

 

 

 

잠결에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 듯 꿈틀거리는 눈썹을 보며 가만히 미간 사이에 입을 맞추었다. 참 오랜만에 아무 말 없이 볼 수 있는 너의 얼굴에 오늘 아침이 새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너에게서 그동안 얼마나 피로감을 견디며 지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네가 옆에 있으면 잠이 잘 와.’ 언젠가 내게 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 내가 단지 곁에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너는 정말 죽은 듯이 마음 놓고 자고 있었다. 너에게 포근한 곰 인형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를 끌어안아 모든 피로를 잊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말없는 곰 인형 노릇을 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젠 너에게 받는 사랑 보다는,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되갚아 주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맹목적으로 형 하나만을 바라보던 그때의 사랑과는 조금 다른, 나로 인해 너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 될 수 있도록, 또 나로 인해 웃음을 되찾고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의미 있는 사랑이 되고 싶었다. 얼굴을 마주 하고 있는 이 순간, 네가 내 뱉는 숨으로 내가 숨을 쉬듯,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사랑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동안에 나로 인해 얻은 상처, 모두 다 나로 인해 잊을 수 있기를.

 

 

 

 

 

 

“우현아.”

“……….”

“너 약속 있다며, 일어나야지.”

“……으음.”

 

 

 

 

 

 

너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약속이 있다 했던 너의 말이 떠올라 하는 수 없이 너를 불러 깨웠다. 눈을 뜨기가 힘에 겨운지, 앓는 소리를 내는 너를 조금 더 품안으로 끌어 당겼다. 잠이 깨기 시작 하는 건지, 이불 안에서 내 허리를 감싸 안는 너의 단단한 팔을 느낄 수 있었다. 김성규, 반칙이야. 잠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안아주면서 일어나라고 하는 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소리야.’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운 너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뻐근한 목도 이리저리 돌리며 침대 아래로 발을 내렸다. 구부정한 너의 마른 등을 보며 나도 몸을 일으켰다. ‘너무 살 빠진 거 아냐?’ 내 목소리에 부서지 듯 웃은 넌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뉴스도 안 봐? 인터넷도 안 해? 어딘지 모르게 비아냥거리는, 혹은 비웃는 듯 한 너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살이 빠졌는지, 이유는 알아서 찾아봐.’ 그냥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가버리는 너였다. 일으켰던 몸을 도로 뉘였다.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을 찾아 들어 인터넷 창을 열었다. 「 남우현 」 검색창에 너의 이름을 적어 넣고 검색버튼을 눌렀다. 주르륵 늘어지는 수많은 기사들의 헤드라인은 대부분 비슷했다.

 

 

 

 

 

 

「 우현, 굿바이 무대 후 실신 」

「 열과 성으로 가득했던 그의 굿바이 무대 」

 

“…실신?”

 

 

 

 

 

 

그런 말은 전혀 듣지 못했는데. 스크롤을 조금 더 내리니 눈에 띄는 기사 제목이 하나 있었다. 「 가수 우현, 조금의 휴식 갖고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유독 휴식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이렇게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거구나. 늘 네가 바쁘다고 생각해서인지 마냥 함께 쉬는 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일할 시간을 쪼개 나와 있어주는 건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아팠었다니,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저렇게 살이 빠진 건가. 괜히 알아주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져 주먹을 말아 쥐고 이마를 콩 때렸다.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왔다. 너는 씻고 있는 건지,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렸다. 네가 밥을 먹고 나갈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해 놓아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부엌으로 향했다.

 

사실 요리에 재주는 없었다. 할 수 있는 요리라고는 고작 해봐야 라면. 밥물도 못 맞추는 내가 부엌에 들어서있으니 영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욕실 문이 열리더니 뿌연 수증기와 함께 네가 나왔다. 거기서 뭐해? 나에게 묻는 너는 부엌에 있는 나를 참 의아하게 봤다. ‘너 밥해주고 싶어서…’ 말꼬리를 흐리는 나를 말없이 빤히 바라보다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 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닥에 길을 내고, 어느새 너는 내 앞에 서 있었다.

 

 

 

 

 

 

“뭐라고?”

“어?”

“방금 뭐라고 그랬어?”

“너 먹을 밥 해주고 싶다고….”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나를 끌어안아 버리는 너에게 속수무책으로 안겨버렸다. 아직 다 마르지 않은 몸에 내 옷이 젖어가는 게 느껴졌지만, 결코 너를 밀어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정말 나 밥해주고 싶었던 거야?’ 재차 묻는 네가 이상했다. 왜? 나는 밥해주면 안 돼? 퉁명스럽게 묻는 말에 뭘 그렇게 해석하냐며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너의 손에서 기분 좋은 향기가 풍겨났다. ‘기특해서 그러지.’ 사랑해 죽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너로 인해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밥은 먹지 말자, 이미 배불러. 마른 배를 통통 두드리는 널 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같이 나가자. 나를 안은 채 엉거주춤 걸어 방으로 들어가며 하는 말이었다. 네 약속인데 같이 나가자니?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다. 침대 위로 풀썩 넘어지고 나서야 안고 있던 팔을 풀어주는 네 얼굴이 영락없는 예전 스무 살의 앳된 얼굴이었다. 어디 가는데? 눈을 크게 뜨고 묻는 내 볼을 잡고 짧게 입을 맞춘 너는 ‘사촌 누나 결혼식’ 하고 대답했다.

 

 

 

 

 

 

“나 가도 돼?”

“안 될 건 뭔데?”

“…그래도.”

“같이 가도 되는 자리야. 너는 어차피 내 애인이잖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몸을 일으키며 대답하는 너에게 또 한 번 반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애인’ 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달콤하게 들린 적이 있었을까. 거울 앞에 서서 얼굴에 스킨을 바르는 너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방안 가득 시원한 향기가 퍼졌다.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분명 불안해하고 있을 것 같았다. 행여 내가 거절할까, 눈을 가만두지 못하는 너를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할게. 내 한 마디에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너를 보며 사랑은 생각보다 단순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상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일. 그게 사랑을 하는 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일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갈아입을 옷을 챙겨들고 욕실로 들어와 거울 앞에 섰다. 머리를 맞댄 칫솔 중 하나를 꺼내 치약을 짰다. 입에 넣어 움직이니 보글보글 생겨나는 거품들에 빙그레 웃으며 양치질을 했다. 멍한 얼굴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딱히 내 얼굴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도 없었고,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을 강하게 차지하고 있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네 입에서 나왔던 ‘애인이잖아―’하는 그 목소리만 맴맴 돌고 있었다. 누가 알았을 까. 둘도 없었던 친구가 사랑이 될 거란 걸. 밑도 끝도 없는 너의 사랑에 결국은 넘어가버린 내가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 갑자기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자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거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입 안 가득 차있던 거품을 뱉어냈다.

 

가볍게 씻고 욕실에서 나왔다. 너는 옷을 갈아입다 말고 내가 욕실에서 나오는 소리에 드레스 룸에서 나왔다. 머리 위에 걸치고 나왔던 수건으로 머리에 맺힌 물기를 탈탈 털어주는 너의 모습에서 변함없는 자상함이 묻어났다. 머리 말려줄게. 손을 잡아 거울 앞으로 이끈 너는 나를 침대에 앉혔다. 드라이기를 들고 따뜻한 바람으로 이리저리 젖은 머리를 말려주는 너의 따뜻한 손길에 나른한 기분이 들어 눈을 감았다. 자버리지는 마. 행여나 하는 마음에 말하는 너에게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누군가의 결혼식에 초대되어 참석 한지가 꽤나 오래전의 일이었다. 비록 이번도 직접적인 초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왜인지 모르게 두근거렸다. 너의 사촌 누나라던 사람도 너처럼 아름다운 사람일까. 너도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할 수 있는 충분히 멋진 남자인데.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나를 사랑한 걸, 혹시 네가 후회하지는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 이었다.

 

 

 

 

 

 

“누나는 어떤 사람이야?”

“어떤 누나?”

“너희 사촌 누나.”

“…아아.”

 

 

 

 

 

 

그냥, 착하고 예뻐. 기운이 빠지도록 별것 없는 대답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게 끝이야? 무슨 대답이 그래? 내 목소리에 잠깐 드라이기를 끈 너는 웃는 얼굴로 내 턱을 잡아 당겼다. 그리고 입술 위로 가볍게 와 닿는 너의 엄지손가락. 너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긴 했다. 눈을 크게 뜨고 너를 올려다보았다. 너는 여전히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뭔가가 있는 것 같았는데, 얼른 말을 해주지 않는 너 때문에 궁금증이 더해져만 갔다. 너의 손에서 드라이기를 뺏어 든 나는 총을 쥐듯 쥐고 네 족으로 겨누었다. 어서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쏘겠다! 무척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겠지만, 너는 장난스럽게 귀 옆으로 손을 들었다. 해맑은 너의 얼굴에도 나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너는 그런 내 손을 꼭 잡고 너의 왼쪽 가슴 위로 얹었다.

 

 

 

 

 

 

“그리고….”

“그리고?”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이라고 해두면 좋을까.”

“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사이를 알고 있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말이었으니까. 우리의 관계가 세상에 퍼져 우리가 가진 것을 다 잃는 다 해도 우리는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족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가 과연 네가 말한 그 사실을 그대로 믿고 있는 지조차 의문이었다. 그래서 행여 네가 상처를 받지는 않았을까, 은연중에 그녀가 너에게 상처를 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손가락질 당하고 아프고 마는 건 상관이 없었다. 정말 그 일 하나로 끝일 수 있으니까. 그녀가 알게 된 동기를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너는 너의 사랑에 대해 확고한 믿음이 있는 것 같긴 했다. 내 앞에 있는 너는 여전히 내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히 민망해져 너의 손에 드라이기를 쥐어주었다. 머리마저 말려줘. 내 뚱한 목소리에 너는 웃으며 다시 드라이기를 켰다.

 

따뜻한 바람에 온 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등 뒤로 닿아있는 너의 왼쪽 가슴에서 쿵쾅거리는 심장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파고드는 너의 두꺼운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털 때마다 피어오르는 너에 대한 내 설렘은 주체를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번졌다. ‘자는 거 아니지?’ 확인 차 물어보는 너의 목소리마저도 기분이 좋아 대답 없이 눈을 감고만 있었다. 요란하게 울리던 드라이기가 딸칵 소리를 내며 잠잠해졌다. 성규야, 자? 언제 들어도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너와 나 사이에서 풍겨나는 묘한 향기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안자는 거 다 알아. 그렇게 말하며 등 뒤에서 나를 끌어안는 너 때문에 오늘 하루도 행복할 수 있을거라 장담했다.

 

 

 

 

 

 

“누나 본다고, 겁먹지 말고.”

“……….”

“너랑 내 사이를 안다고 해서 어려워하지도 말고.”

“……응.”

“지금처럼만 좋은 모습, 보여주면 돼.”

 

 

 

 

 

 

천천히 내 마음을 다독이는 너의 목소리에 입 꼬리를 말아 올리고 미소 지었다. 노래 불러줘. 뜬금없는 나의 주문에도 너는 싫다 하는 법이 없었다. 언제 우리가 거친 길을 걸었냐는 것처럼, 내 머리위로 가늠할 수도 없이 커다란 너의 사랑이 드리웠다.

 

난 네게 부족하지만, 참 많이 부족하지만. 세상을 다 뒤져도 나 같은 남잔 없다는 걸 아니. 조금은 어색하지만 많이 부족하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엔 날 바라보면서 웃을 거야. 달콤한 멜로디 위로 얹어진 너의 목소리에 너에게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안고 있던 팔을 풀어준 너는 노래 끝에 ‘사랑해’하고 덧붙였다. 다리를 펴고 서서 침대 위에 걸터앉은 너를 내려다보았다. 나를 보려 들어 올린 고개와 포근한 눈동자. 그 안에 박힌 나 한 사람을 보며 너의 양 볼을 붙잡았다.

 

 

 

 

 

 

“나도 사랑해, 우현아.”

 

 

 

 

 

 

그리고 코앞에서 말했다.

 

내 목소리에 너는 코를 부딪혀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입술로 우리의 감정을 다시 확인했다. 흐트러져는 안 될 마음, 비온 뒤 더욱 단단해져야 할 우리의 사랑. 내 모든 마음은 너라고, 이제는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었다.

 

 

 

 

 

 

“빨리 준비해야 하는데.”

“이거 마저 하고.”

 

 

 

 

 

 

우리가 함께 있어 걱정보다는 행복이 가득한, 입술을 맞대고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서로가 있어서―

 

유난히도 밝게 느껴지던 아침이었다.

 

 

 

 

 

 

 

 

 

 

 

 

 

 

* * *

 

 

 

 

 

“안 추워?”

“응. 괜찮아.”

 

 

 

 

 

오랜만에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완벽한 건강을 되찾기까지 주어졌던 짧은 휴식시간 동안 우리는 눈에 띄게 발전해있었다. 걸음마를 시작하던 아이가 달음질을 하게 된 것에 비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성장해 있었다. 서로를 위해주는 방법, 또 다치지 않게 하는 방법.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까지 모든 면에 있어서 한 뼘, 자라있었다. 늦게까지 이어지는 스케줄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모처럼 함께 걷자는 말로 너를 밖으로 불러냈다.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을 걸었다. 아무도 없는 거리는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주황 불빛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 두 개, 너와 나. 두 개의 그림자 사이로 꼭 붙잡은 손이 참 다정했다.

 

크게 오고가는 말은 없었다. 걷다가 잠깐 쉬고 싶으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기도 했고, 그러다가 다시 걷기도 했다.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 보다는 함께 있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어서라는 걸, 너 또한 알고 있는 듯 했다. 며칠간 콘서트준비로 많이 바빴던 탓에 너를 제대로 봐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해하는 나를 너는 이해해주려 애를 쓰는 것 같았다. 연습실에서 밤을 샐 때면 한 밤중에 날아오던 문자 메시지가 대표적인 예였다. ‘사랑해’라는 단순한 세 글자에 힘이 솟아 쉼 없이 연습을 하기도 했다. 준비하던 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힘들어하는 나를 너는 사랑이라는 이름 하나로 끌어안았다. 솔직한 말로, 너의 다독임이 없었다면 나는 이 버거운 것을 버티지 못했을 거다.

 

콘서트 준비는 잘 되어가? 너의 물음으로 대화의 물고가 터졌다.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너는 ‘뭐든 완벽해야하는 너인데, 잘 되어간다고 성에 차겠어?’하는 말로 내게서 웃음을 유발했다. 너의 말에 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이기보다는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 하나라도 더 준비해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을 보고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었다. 안무 연습 중에 다친 손가락을 아무렇지도 않아하는 나 대신에 네가 많이 아파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냐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꾸짖던 너를 보며, 왜 행복하다 느꼈는지. 누군가에게서 걱정을 받는 것이 꽤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알았으니까.

 

 

 

 

 

 

“깁스는 언제 푼대?”

“모레.”

“다행이다.”

“뭐가 다행인데?”

“이제 너 세수 안 시켜줘도 되잖아.”

“그것 참 이유 같지 않은 이유네.”

 

 

 

 

 

 

내 손을 들어 이리저리 보는 너도 잔뜩 피곤한 얼굴이었다. 바빠진 나를 따라 너도 함께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일거리가 들어오고 있었다. 최근에는 드라마에 출연해보지 않겠냐며 제안도 들어왔다. 아직은 모델 일에 전념하고 싶다는 말로 정중히 거절한 너는 최근 한 화보의 표지모델로 발탁되었다. 그 어느 때 보다 기쁜 얼굴로 집을 나서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행복해하는 네 얼굴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네가 모델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명수는 어때? 괜히 내가 먼저 물어 본 물음이었다. 도발적인 내 말에도 너는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다 ‘이태리에 해외 촬영―’ 하고 답했다. 너도 제법 그에게서 많이 무뎌진 건지, 아니면 독하게 마음을 접어 낸 건지. 담담한 얼굴이었다.

 

 

 

 

 

 

“같이 걸으니까 좋다.”

“응. 오랜만이라서 더 그러는 것 같아.”

 

 

 

 

 

 

잡고 있는 손은 하나도 어색하지를 않은데, 왜 이렇게 나 혼자 어색한 건지. 바짝바짝 마르는 입술을 혀로 축였다. 고개를 젖혀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던 너는 몇 개 뜨지 않은 별들에 아쉬워했다. 어렸을 때에는 이렇게 하늘 올려다보면 별들 많이 떠있었는데. 서운한 목소리에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에 가려진 반쪽 달만 하늘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달은 변함이 없어서 좋아― 내 말에 너는 정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날이었다. 네 기억엔 없겠지만, 내 기억에는 존재하는. 너와 나의 ‘처음’이 이루어진 날이었다. 네가 나의 집에 들어와 머물기 시작하고서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있었다. 우리가 함께 맞은 7년째의 오늘, 피곤함에 곯아떨어진 너를 보며 처음으로 집에 있는 순간이 외롭지 않다 느꼈었다. 너무 먼 옛날이라서 기억해주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그날을 다시 상기시켜주고 싶은 마음이었고 또 특별한 날을 이유 삼아 조금 더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별 말없이 길을 걷고 손을 잡은 이 순간에 타이밍을 잡기 위해 애를 끓였다.

 

이런 나를 너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걸음을 옮기며 내 노래를 흥얼거렸다. 네가 콧노래로 부르는 내 노래가 이렇게 달콤했는지 싶었다. 가만히 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너도 환한 미소로 나와 눈을 맞추었다.

 

 

 

 

 

 

“네 노래는 언제 불러도 좋아.”

“그래?”

“듣는 것도 좋고, 부르는 건 더 좋고. 슬픈 노래는 슬픈 대로 좋고, 달콤한 노래는 정말 너 같아서 좋아.”

“다행이다. 네가 좋아해줘서.”

 

 

 

 

 

 

네가 좋아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 내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이니까. 막연한 너의 ‘좋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이룬 기분이었다. 기분 좋은 너의 허밍을 따라 가사를 읊어 불렀다. 너와 함께 부르는 노래는 반주 없이도 꽉 찬 기분이었다. 마주 잡은 손을 앞뒤로 흔들며, 고개를 까닥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잡히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했다. 묵직하게 들어있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근처 벤치로 가서 앉았다.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너는 조금 힘이 드는 건지 전보다는 큰 소리로 숨을 내쉬었다. 힘들어? 그렇게 물으며 너의 허벅지를 주물렀다. 괜찮다는 대답도, 힘들다는 대답도 하지 않던 너는 또 ‘좋아―’하고 대답했다. 나를 보며 웃는 얼굴을 보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모든 경계를 풀어버리는 미소였다. 너의 오똑한 코 위로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너를 불렀다. 성규야― 이제 정말 때가 된 거다.

 

나지막한 우현의 목소리에 성규는 고개를 들었다. 평소에 그렇게 부르지 않던 사람이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자 기분이 조금 이상해진 것도 같은 성규였다. 눈이 마주친 우현의 얼굴은 좀처럼 볼 수 없던 얼굴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나 싶다가도 조금 불안함 같은 것도 차올라서, 성규는 우현의 손을 꽉 쥐었다. 우현은 그런 성규의 손을 떼어냈다. 성규는 그게 더 불안해서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할 말이 있어.”

“……….”

“그리고 주고 싶은 것도 있고.”

 

 

 

 

 

 

내 말에 너는 자세를 바로 하고 앉았다. 내 말을 경청하려는 듯, 두 귀를 쫑긋이는 너를 보며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명치 위로 주먹을 얹고 가볍게 두드렸다. 나 혼자만 세고 있던 우리의 기념일을 너에게 전해줘야 했다. 오늘이 우리의 어떤 날인지를, 너도 알아야했다. 얼핏 새로운 시작으로 우리가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한참을 돌아 서로에게 도착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우리의 시작은 훨씬 전이라고 믿고 싶었다. 우리가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인연의 첫 고리가 지어진 날.

 

오늘, 나는 너에게 정식으로 ‘내 사람’이 되어달라고 말 하고 싶었다.

 

 

 

 

 

 

“사실 오늘이,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살기 시작했던 날이야. 기억 못 하겠지만, 이날을 기념일 핑계 삼아서 뭔가를 전하고 싶어서.”

 

 

 

 

 

 

내 말에 너는 놀란 얼굴을 했다. 너의 얼굴 앞으로 준비해온 것을 내밀었다. 작은 반지 케이스.

 

 

 

 

 

 

“이제, 그거 빼고. 이거 하고 다니자. 같이.”

 

 

 

 

 

 

…내가 준비한 선물, 우리의 커플링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네가 내게 선물했던 반지를 너의 손에 끼워주고 나서. 너는 줄곧 그것을 하고 다닌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너의 네 번째 손가락에 그대로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며 미소 지었다. 너의 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빼내고 우리의 반지를 끼워 넣었다. ‘오늘을, 우리의 기념일로 정하자.’ 내 말에 울먹거리던 너는 결국에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쳐냈다. 품에 안겨 울라는 나의 호의를 ‘기쁜 날인데 울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래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웃으려는 너의 노력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기 때문이다.

 

너는 새롭게 너의 손가락을 꿰찬 반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너무 예쁘다―’ 그리고 소녀처럼 말했다. 이미 내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와 너의 반지를 번갈아 보다가 와락 내 목을 끌어안았다. 고마워. 감격에 차 내 귀에 속삭인 말이 그거였다.

 

정말, 진정으로. 나에게 소속 된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보필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 같은 것도 생겨나는 것 같다고 했다. 선물을 받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왜 진작 이 쉬운 걸 해주지 못했는지 후회가 들었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 넣을 날이 하루 더 늘었다며 너는 말했다. 매년의 오늘을 챙기기로 무언의 약속이 성사되는 시점이었다.

 

 

 

 

 

 

“앞으로 더 사랑할게.”

“나도.”

“그리고 더, 더 행복하자.”

“그러자.”

 

 

 

 

 

 

너는 내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 너의 손등을 감싸 쥐었다. 같은 손에 같은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나 너무 행복해. 이거 명수 형한테 자랑할거야.’ 짓궂은 얼굴로 말하던 너는 내 입술에 쪽 하고 입술을 맞추었다. 이건 내 선물. 선물 치고는 너무 발칙한 선물이었다. 금세 얼굴이 붉어져 손바닥 안으로 숨어버리는 너를 품안 가득 끌어안았다. 세상에 이것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세상에 내려와 나의 사랑이 되어준 사람. 아픔을 딛고 서서 더욱 단단히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 그 사람이 너라서 오늘도 나의 하루는 사랑이 넘쳤다. 너를 갖고자 했던 위선의 거짓말, 하얀 거짓말이 결국엔 내 현실이 되어버리는 사실에 어이없는 미소를 흘렸다. 다른이의 가슴에서 눈물 흘리던 너는 내 안에 들어와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 하나에 만족하며, 그 하나에 감사했다.

 

별이 없던, 반쪽 달만이 존재하던. 지극히도 평범한 오늘에서야 만든 우리의 기념일.

그 날을 마지막으로 내 모든 거짓말은 끝이 났다.

이젠 진심으로, 너를 사랑할 일만이 남았다.

 

 

 

 

 

 

“사랑해, 성규야.”

“나도, 사랑해.”

 

 

 

 

 

 

하얗던 거짓말이 새하얀 날개가 되어, 너를 끌어안아 높은 하늘을 함께 나는 날까지,

…나는 너를 사랑하겠노라고, 너의 입술위로 약속한다.

 

 

 

 

 

 

 

 

 

 

 

지금까지 하얀 거짓말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얀 거짓말, 여기서 끝.

 

 

 

 

 

 

 

 

 

 

 

 

 

 

 

[인피니트/현성] 하얀 거짓말 14. 完 | 인스티즈

 

자 우리 다 함께 울고 시작할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어어어어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완결이네요. 짧고, 가볍게 끝낼 예정이었던 글을 장장 5개월에 걸쳐 연재를 하게 되다니.

기분도 이상하고 착잡하기도 하고.

좋은 글을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중간에 너무 바쁜 현실에 치여 그렇게 해드리지 못한 게 아직까지 아쉽습니다.

저는 우선 이 '하얀 거짓말'을 마지막으로 조금의 휴식기간을 가지게 될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그것을 견뎌 낼 수 있을지가 더 의문이지만요.

(아마 중간에 좋은 소스가 생기면 단번에 달려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소소한 글, 보잘 것 없는 글.

열심히 정독해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리고 싶어요.

그대들의 사랑과 애정이 있어 여태 버티며 달려오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지금 흐르고 있는 배경음악에서 계속 읊듯, 그대들을 사랑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보고 또 봐도 한없이 예쁜 그대들, 나의 요정같은 그대들.

다음을 기약하며,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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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일이에요ㅜㅜㅜㅜㅜㅜㅠㅜㅠ벌써끝이라니...!!!진짜와전힝ㅜㅜㅜㅜㅜㅜ그래도행쇼해서좋아요ㅠㅜㅠㅠ 나도작가님이좋댜
11년 전
독자2
올라왔구나ㅠㅠㅠㅠ 그대 텍파가지고싶어여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라라에요ㅠㅠㅠ허ㅠㅠ 그대 저 울었어요ㅠㅠㅠ흡ㅠㅠㅠㅠ 완전 브금이랑 잘맞고 완결이라그런지 더 뭔가알수없는 이기분이 ㅠㅠㅠ 그대 다음작품 올때까지 그대 기다릴게요!!!그리고 이글 자주 다시 보러올것같아요ㅠㅠㅠ 금손ㅠㅠㅜ 그대 텍파 가지고싶어요ㅠㅠㅠ 금글 소유ㅠㅠㅠㅠㅠ 그대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 휴식 취하시고 좋은소재로 그대를 볼수있도록 응원할게요!!! 그대 스릉해요♥♥♥♥
11년 전
독자4
이렇게 열성으로 텍파를 원하긴 처음이네요....
텍파아아아아ㅏㅏㅏㅏㅏ!!!!!!!!!!!! 우오오오우ㅜ오오!!!!!!!!!!!! 텍팦파ㅏ아아ㅏㅏ!!!!!!!!!!!!!!!!!!!

11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현성행쇼라닢ㅍㅍㅍㅍㅍㅍㅍㅍㅍ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금까지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5
으아진짜재밋어요ㅠㅜㅠㅠㅠ제가닉은 신청안한거같은데ㅠㅜㅠ왜이걸이제발견햇는지 모르겠어요ㅜㅠ앞으로 님느라고 기억해주세요!!
하얀거짓말진짜최고에요!!진짜금손여신bb!!!!작가님덕분에 기분굉장히좋아졌어요ㅎㅎ 현성행쇼로끗나서 더최고최고! 잘보고갑니다작가님!

11년 전
독자6
구름입니다. 끝까지 정성들여 써 주신 글들, 잘 읽었습니다. 모두들 행복하게, 예쁘게 마무리 지어주셔서 감사해요. 감동의 물결이 ㅠ.ㅠ 조금만 쉬시고 다시 돌아와 주세요. 기다릴게요 ^^
11년 전
독자7
엉엉ㅠㅠㅠㅠㅠ현성행쇼해서 좋긴 한데 또 아쉽고 그르네요......잘 쉬시고 다시 돌아오시면 꼭꼭 다시 찾아와서 읽고 댓글 달게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마르
11년 전
독자8
감성 이에요ㅜㅜ 벌써 끝나버렸어 너무 아쉬워요 ㅜ흐규 또다른 작품 으로 돌아오시길바래요 ㅠㅠ 흐규 그때도 같이달리겠어요 ㅠㅠ 푹쉬고돌아와요 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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