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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코 전체글ll조회 950l 2

 

 

 

'우리 헤어지자'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떠 눈 앞에 보이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다시 눈을 감을까 생각했지만 이내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양치를 하고 있는 거울 속 내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한숨과 동시에 입 안에 있던 치약 거품들을 뱉어냈다.  

 

옷장에 있던 옷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왜 다 반팔이지?라는 의문감이 들어 바깥을 보니 더워보이는 햇빛과 푸른 나무들이 보였다. 그리고 다시 옷장 안에 있는 옷들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와 함께 있던 겨울 같았는데 벌써 여름이라니. 난 봄은 느끼지도 못했는데 그새 지나갔구나.  

 

오랜만에 나와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나와 같이 옷들을 가볍게 입고 있었다. 더운지 발걸음을 빨리 옮기는 사람들처럼 나역시 목적지 없는 어딘가를 향해 바삐 움직였다. 한참을 걸었을까 더움을 느낀 나는 주변을 살펴보다 한 가게 앞에 멈춰섰다. 다른 곳으로 바뀌었네.. 

 

우리 다음에 여기도 가보자! 

뭐하는 곳인데? 

그냥, 이것저것 파는 곳 같은데.. 내 친구들이 여기 귀여운거 엄청 많다고 그랬어 

니가 애냐, 귀여운거 좋아하게 

아아, 그러지 말고~ 

알았어 다음에 꼭 오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기억에 살풋 웃었다. 인기가 많았던 가게여서 우리는 이 가게가 사라질때까지 사랑하자 기약했지만 우리의 말이 현실이 되어버린 건지 너와 나의 사랑이 끝나자 그 가게도 사라졌다.  

 

언제 한 번은 너와 떠난 적이 있었다. 여름과 겨울의 경계인 가을은 놀러가기 딱 좋은 날씨라며 여행이랑은 죽어도 안 맞는 나를 억지로 데리고 조용한 산 속으로 간적이 있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꽤나 먼 곳까지 거의 쉬지않고 운전해온 터라 네가 여행가기 2주 전부터 예약해 두었던 펜션에 짐을 풀고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여기까지 놀러왔는데 이렇게 있으면 시간이 아깝다며 나가자는 널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의 앞으로 가서 너를 그대로 끌어안고 침대에 다시 눕자 네가 싫다고 일어나라고 몸부림 치는 거를 못하게 꽉 안자 그제서야 가만히 누워서 숨만 색색 거리며 쉬었다. 

 

한빈아 

...응 

자자 

 

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자 더 규칙적으로 변한 네 숨소리가 들려 나도 그대로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나를 흔드는 누군가에 의해 일어나 앞을 보니 어두컴컴했다. 눈을 두 손으로 비비고 다시 앞을 보니 네가 따뜻하게 옷을 입고 내 옷을 들고 있었다. 밖에 나가서 별구경하자. 네 손에 들려있던 옷을 입고 비어있는 네 손을 잡고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로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내 볼을 때렸고 고개를 두어번 흔드니 정신이 어느정도 돌아왔다. 네가 우와,하는 감탄사를 내자마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보고 너와 같은 감탄사를 냈다. 검은색과 회색, 보라색을 섞어놓은 듯한 하늘에 너의 눈동자와 같이 빛나던 별이 아름답게 수놓아져있었다. 이쁘다.. 너와 내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서로를 쳐다보고 웃다가 벤치가 있길래 그곳에 어깨를 기대어 앉아 별을 보고 있었다. 

 

우와, 저거 작은곰자리 아니야? 

너 아는 별자리 그거밖에 없지 

아니거든 

아니긴 

 

내 말에 나를 한 번 째려보더니 다시 하늘을 쳐다보더니 어린애 같은 말투로 저 별은 내 별. 이라 말하는 너 덕에 한참을 웃으니 웃지말라며 내 등과 어깨를 쳤다. 알았다며 말하고 나도 하늘을 보고 너와 같이 생긴 별자리를 찾고 있었다. 너 모르게. 

 

가을은 그렇게 지나고 추운 겨울이 오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건지 아침에 일어나 얼마 안있으면 해가 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첫눈이 내리는 날 너는 내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저번 여행 이후로는 내가 해달라는 것을 거의 다 해준 터라 이번에는 나도 별 말없이 좋다고 했다. 너는 내 말에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기뻐하며 자기가 가고 싶어했던 숙소와 바닷가를 알려줬다. 일주일정도 지나자 너와 떠나기러했던 날이 가까워 지고 있었다. 집 구석에 있었던 캐리어를 꺼내 두꺼워진 옷들을 챙겨 넣었다. 

 

너와 여행을 가기러 한 날이다. 너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어디 피신 가는 듯한 가방을 끌고 나오는 너의 모습에 웃으며 차 밖으로 나와 짐 옮기는 거에 도와줬다. 고맙다 말하는 너를 보며 그럼 오늘 잘하라 말하고 차에 타 다시 시동을 걸고 우리의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한참을 달려 온 것 같았다. 이번에도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워 있으려 했지만 네가 나가자고 쪼르는 탓에 밖으로 나왔다. 누군가 그랬다. 겨울바다는 여름바다보다 고요하다고. 그 말에 동의했다. 파도는 치고 있지만 조용히 느껴지는 고요함에 말없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옆을 보니 어디서 가져온 건지 나뭇가지로 지원 한빈을 쓰고 그 사이에 하트를 그려넣고 있었다. 다 그린건지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쳐다보는데 그 두 눈에서 아까 봤던 바다와 저번에 본 별이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아마 생각은 같았을 것이다. 눈 깜빡이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그리고 우리는 변하지 않을거라고 믿었다. 

 

한 해가 지나고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첫 달, 엄청 추웠던 겨울 날 너가 나를 불렀다.  

 

우리 헤어지자 

그래 

 

그 말에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왜 나는 그 말을 했을까. 널 붙잡는 말은 할 수 없었던 걸까. 수많은 의문이 날 덮쳤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래. 이 하나뿐이였다. 내 대답에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나가는 네 뒷모습을 보고 머리 속을 스친 생각 지금 우리의 맹세는 파도에 쓸려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 

동방신기의 시간을 멈춰서(토키오토메테)라는 곡을 듣고 급하게 쓴 글... 브금도 동방신기로 넣으려 했지만 일어로 부른 노래인지라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을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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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ㅠ왜그래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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