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날 진짜 최고의 시간을 보냈어.
아 물론 나만 최고의 시간을 보낸걸지도...
김태형씨 집에 들어와 산 지도 거의 3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렇게 즐거웠던 적은 처음이야.
우리 블랙잭도 하고, 겜블도 하고, 홀짝 맞추는것도 하고, 잭팟도 돌리고...
나는 1달러짜리 코인으로 65달러까지 벌었었다!!!
반면 김태형씨는 20달러 걸고 한번에 잃기도 하고..
"김태형씨는 아무래도 도박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인가봐요"
"괜히 잘하는 줄 알고 카지노에 돈 뿌리는 사람이 되는 거보다야 못하는거 쿨하게 인정하고 포기하는 게 낫죠. 나처럼"
"큭큭큭 못해서 합리화하는건 아니구요?"
"뭐라구요.....?"
김태형씨는 장난으로라도 자기 자존심 건드리는 거 되게 싫어하는데 내가 또 깜빡했다.
"죄송합니다..."
"빨리 가요. 파티장"
"예..."
김태형씨 좀 화난 것 같아....아이씨 진짜 ㅠㅠㅠㅠ
일단 우리는 놀만큼 놀았으니까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서 옷갈아입고 만나기로 했어.
호텔에 오니까 이미 파티복이 있더라고, 군청색 드레스?원피스?였는데 입고나서 거울 보니까 옷이 참 예쁘더라고.
"김태형씨."
"나가요"
"네.."
김태형씨 수트빨이.....대단해
"파티복이 잘 어울리네요"
"김태형씨도요"
"고마워요"
"네..."
그렇게 우리는 말 없이 아래층의 파티장으로 갔지.
보니까 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더라구!
"우리 나이 또래들이 많아보이네요?"
"우리 나이 또래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이 파티 주최측이 힘이 있지 않다는 얘기예요.더불어 우리가 계속해서 친분을 쌓아나가야 할 사람들이 모두 모인 거라고 봐도 무방하죠"
"그렇구나...그럼 우린 여기서 뭐해요?"
"누가 찾아와서 아는 척 하면 인사하고, 내가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이 있을거예요.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나랑 같이 인사하면 돼요."
"네.."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내 눈을 의심했어.
"저...저거..."
"네?"
"아니예요."
내가 본 그 사람은 분명히 내가 훔쳐봤던 내 보물...전정국인데?
설마 여기에 왔을까 싶어 다시 눈씻고 주위를 살피니 전정국을 닮았던 그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어.
내가 잘못본거겠지? 아까 너무 급하게 헤어져서 잔상이 머리에 남아있었나보다!
파티는 사고없이 잘 진행되었고, 나는 김태형씨 따라다니면서 오뚝이처럼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했지.
그렇게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사이가 풀어졌고, 파티가 끝나서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어.
"형!!!!"
"전정국...?"
"오랜만이네~"
헐....전정국이라니....그 전정국이 지금 내 앞에 있다니....
"정국!!!!!! 너 원래 이런데 안오잖아...연락도 안되다가 갑자기..."
"누나가 여기 다녀오면 차 사준대서"
"정윤이 누나가? 진짜?"
"어. 그 짠순이 누나가 한번만 다녀오면 차 사준대. 그것도 원하는걸로. 튜닝도 풀세팅"
"헐...."
"근데...옆엔 누구...?"
"아. 내 약혼자. 인사 안해요?"
나는 고개를 안들고 있었거든. 옆에서 김태형씨가 툭툭쳐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서 전정국이랑 눈을 마주쳤지.
"아...태형이형 여자였어?"
김태형씨랑 나랑 다르게 이해하겠지.
김태형씨는 그냥 내가 김태형씨 약혼자라는걸 알게 되어서 저런 말을 하겠구나 하겠지만
난 알잖아
나한테 사귀자고 했던 전정국을.
"아...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태형이 형. 나 형 약혼자분이랑 대화 좀 나눠도 돼?"
"왜?"
"나 물어볼게 있어서"
김태형씨는 나를 쳐다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
망했다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