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이랑 헤어진지 어느덧 3주가 지난날이었어.
종인이랑 헤어지던날 침대에서 숨넘어갈 정도로 혼자 펑펑 울다가, 새벽에 친구들 불러서 새벽내내 술 마셨었어.
술을 마시는건 당연히 나였고, 내 친구들은 고맙게도, 내가 취해서 쓰러질때까지 내 옆에 있어줬고, 내 이야기 들어줬지.
원래 술 마시는 날이면, 종인이 한테 전화했거든.
그런데, 그때는 전화할 사람이 없는거야. 그게 또 서러워서 혼자 펑펑 울고...
그렇게 그날 하루동안 진상 부리다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까, 나름 괜찮아지더라고..
그때는 사귄지 얼마 안 된 날이라서. 내가 이렇게 슬퍼해도 되는건가, 내가 종인이를 이렇게 짧은 시간만에 좋아했었나, 의심나기도 하고...
그래서 그날 이후 3주동안 나는 나대로, 종인이는 종인이대로, 잘 살아왔었지.
그래도 틈틈히 종인이가 생각나고 그리운 건 당연한거였어.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누가먼저 헤어지자고 하지도 않았잖아?
나는 그때 화나서 그냥 집에 왔다고 쳐. 그게 끝난 게 아니잖아.
그런 생각이 3주 뒤에야 생각나버렸지 뭐야.. ((((((나레기))))))
내가 그때 뺨 때린것 도 미안해서, 일단 내가 연락 해 보기로했어.
텅텅 비어있는 종인이 메세지 창에 떨리는 손가락으로 타자를 쳐 내려가기 시작했지..
[잠깐 얘기좀 하자.]
[30분이면 돼, 항상가던 카페에서 기다릴게.]
종인이가 이걸 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작정 저렇게 보내고 카페로 달려나갔어.
예상보다 좀 빨리 도착해서, 일단 종인이 좋아하는 커피 시켜놓고 창가 쪽에서 기다렸어.
그런데 거의 한 시간이 지나도 종인이가 오질 않는거야. 커피는 식은지 오래였고, 내 인내심도 거의 한계에 다달았었지.
점점 화가나기도 했고, 무엇보다 알바생 눈치도 보여서. 종인이 한테 문자를 보내려고 했어.
막 타자를 치고있는데, 동시에 종인이한테 짧게 문자가 온거야.
[미안. 바빠서.]
그 문자보자마자 기가막혀서 허, 하고 헛웃음이 나왔어.
사람을 한시간 동안 기다리게해놓고, 고작 보낸게 전화도 아닌, 열글자도 되지않는 문자였지.
..그래, 내가 싫다는 사람 억지로 만나게 하는건 내 입장이나 종인이입장이나 좋을 거 하나도 없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벌떡 일어서려는데, 핸드폰이 울리는거야.
혹시 종인이 일까 싶어서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들었는데, 종인이가 아닌 세훈이였어.
세훈이는 나랑 3년째 친구야.
아, 가끔가다가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세훈이는 여자친구 있어. 그것도 아주 오래된.
세훈이 여자친구분이 워낙 털털해서 세훈이가 여자를 만나든 남자를 만나든 친구라고하면 크게 신경쓰진 않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세훈이한테 전화가 오길래, 끊길가봐 얼른 전화를 받았지.
" 응, 여보세요. "
- 어어, 야, 너 종인이 형이랑 싸웠냐?
저 말 듣자마자 좀 당황스러웠어.
내가 세훈이한테는 종인이랑 헤어졌다는 말을 한 적이 없거든.
세훈이가 워낙 평소에 눈치가 빠르긴 하는데, 그래도 좀 소름돋은 건 당연했었지.
" 갑자기 전화해서 무슨 소리하는거야. 내가 싸우긴 왜 싸워. "
- 나 방금 종인이 형 봤는데.
" ...어? "
- 친구랑 술집 왔는데, 여기 종인이 형 있는 거 같아서.
" ...술집? "
- 어. 몰랐냐? 안 싸웠다는 사람이, 자기 남자친구가 어딨는지도 몰랐어?
" ... "
- 싸웠네, 싸웠어. 맞지?
" ... "
- 잘하는 짓이다. 저번에 화해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싸워?
" ... "
- ...일단, 니가 여기로 와봐야 알거같다. 무슨일인진 모르겠지만 종인이 형 술 많이 마신거같더라. 대낮부터.
" ... "
- 주소 보내줄테니까, 형 가기전에 얼른와.
" ...응. "
세훈이의 전화를 끊고, 한동안 멍해있었어.
종인이는, 술을 잘 안마시거든, 잘 취해서가 아니라 그냥 술을 싫어하는 거 같아.
일단 세훈이 말대로 가봐야할거같아서. 부랴부랴 택시타고 세훈이가 알려준 술집으로 달려갔어.
술집안에서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는거야.
천천히 다가갔더니, 종인이가 맞는거야.
아무런 일행도없이 혼자 술을 마시고있었어.
얼마나 취했는지, 종인이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그냥 술만 들이켰어.
내가 종인이 앞 자리에 앉아서 종인이가 들고있던 술잔을 뺏어드니까, 그제서야 처박고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어
그리고 놀란 기색으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라.
" 뭔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셔.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
" .... "
" 바쁘다면서, 여기서 술 마시고 있었어? "
" .... "
" 나 할 말 많은데, 지금은 안되겠다. 너 술 너무 많이 마셨어. "
" .... "
" 다음에... 맨 정신일 때, 시간 되면 꼭 나와. "
" .... "
" ...그럼, 니 여자친구 오기전에 먼저 갈게. "
여자친구라는 말이 그렇게 가슴아픈지 몰랐었어. 말하는 나도 더이상 못 참겠어서 가방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종인이가 앉아있는 그대로 팔만 쑥 빼내서 내 손목을 잡는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
약간 어정쩡한 자세로 붙잡혔긴 한데, 차마 뿌리칠수도없었어... 종인이 손이 점점 떨리는게 느껴지는거 있지?
그리고 아까부터 꾹 다물고 있던 종인이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어.
" ...내, 여자친구... "
" ...김종인. "
" ...내 여자친구 여기있는데, 누가 온다고? "
" ..이러지말자, 우리. "
" 뭘 이러지마. 뭘 이러지말까. "
" ....오빠 이러면 나 힘들어. "
" 앉아. "
" 오빠. "
" 앉으란 말 안들려? "
" ...하, "
" 앉으라고. "
술에 취해서 이리저리 꼬이는 혀로 말을 했긴했지만, 무슨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었어.
결국 다시 자리에 앉게되었지만, 난 그 자리가 조금 불편했어. 종인이도 불편했고.
화내야 할 사람은 나였는데, 되려 종인이가 짜증난다는 말투로 앉으라고 하길래 어이가 없기도 했었어.
일단 자리에 앉았긴 했는데, 종인이가 아무말도없는거야. 그냥 내 손만 꼭 잡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어.
그래, 생각이 많아지겠지. 난 그때 촬영장앞에서 종인이를 오해했고, 그런 오해를 만든 사람은 김종인 자신이였으니까.
변명거리라도 만들줄 알았는데, 김종인의 입밖으로 나온 말들은 조금 황당스러운 말들이였어.
" 얘기해. "
" ...뭐? "
" 오늘 나 부른거, 할말있어서 부른 거라며. "
" ..그건, 너 맨정신일ㄸ, "
" 맨정신이건, 제정신이건, 지금 안 들으면 미칠 거 같으니까, 말해. "
술 취해서 그런걸까, 왠지 종인이가 낯설었어.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긴 했지만, 그날따라 왠지 더 차갑고 화나보이는 표정이였어.
그런 종인이 포스에 기가죽은 나는 어쨌겠어...당연히 아무말도 할 수 없었지.
내가 아무말도 안하고 애꿎은 술병만 쳐다보니까 종인이가 하, 하고 한숨 비슷한걸 내쉬더니, 자기 앞머리를 짜증스럽게 쓸어올리더라.
그런 종인이 모습에 살짝 두근거렸던 내가 너무 미웠어.
그래도, 말은 해야할거같았어
도저히 종인이 눈 쳐다볼 용기는 나지 않아서, 술병만 본채로 입을 뗐지.
" ...솔직히, 나 오해한거맞아. "
" ... "
" 근데 어쩌겠어. 그 상황은 누가봐도 오해할 만 한 상황이였는데. "
" ... "
" 나 일주일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지. "
" ... "
" 하루종일 집에만 틀어박혀있었어. 오빠 걱정하면서. "
" ... "
" 학교 가서도 과제 안 해가서 교수님한테 엄청 까이고, 알바도 못 나가서 월급도 못 받고 다 짤렸다고, 나. "
" ... "
" 교수님한테 가서 과제 제출기간 짧다고 따지고 싶었고, 알바 사장님한테도 이때동안 일 했던만큼 돈이라도 달라고 따지고 싶었는데, "
" ... "
" 그렇게 따질 시간이 어디있었겠어. 오빠 때문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
" ... "
" 그러다가 오빠를 만났어. 촬영장 앞에서. "
" ... "
" 그런데 그때 내가 본 오빠 모습은 어땠어? "
" ... "
"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랑 같은 카페에서 나오고, 같은 촬영장으로 들어가고, 심지어 그 여자는 오빠 팔짱도 끼고있고. "
" ... "
" 그런데도 오빠는 그 여자 떼어내지도 않고. "
" ... "
" 내가 충분히 오해하고 화낼 상황, 아니야? "
말을 속사포로 내 뱉는데, 종인이가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느껴지는거야.
시선은 느껴지긴 했는데, 술병만 만지작 거리고있어서 어떤 표정으로 보는지는 알 수 없었어.
내가 했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우리 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었어.
종인이는 아무런 대꾸도 없고, 대꾸가 없으니까 나도 당연히 할 말도 없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준비했던 말은 더 많았는데, 갑자기 얘기하라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저렇게 말해버린거야.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앞뒤도 안맞는거같고...
그렇게 몇분의 정적이 흐르고 난 뒤, 그제서야 종인이가 입을 열었어. 아주 가라앉은 목소리로.
" ...미안해. "
가라앉았다는 말이, 무섭게 가라앉았다는게 아니라, 그냥 뭔가 기가죽고 먹먹한 느낌이였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뭔가 좀 울먹이는 목소리인거 같았어.
깜짝 놀라서 고개들고 종인이 쳐다보니까, 종인이 눈에 눈물이 막 고여있는거야.
더 깜짝 놀랄만한 상황이였지.
종인이가 막 울려고 하길래, 나는 당연히 당황했어.
나는 이때동안 종인이가 너무 차가워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줄 알았거든...ㅎㅎ
그리고 뭔가가 신기하기도 했어. 맨날 나한테 무뚝뚝하던 사람이 이렇게 울면서 약한모습 보이니까, 나로써는 낯설 따름이였지.
일단 어떻게든 종인이 안 울게 하려고, 눈에고인 눈물 닦아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종인이가 엄청 빠르게 내 손목을 잡아채는거야.
그리고 하는말이,
" ...그런데, 있잖아. "
" ... "
" 나, 질린다는거... 진심이야? "
내가 저번화에서 질린다고 말했었잖아.
그때는 당연히 화나서 홧김에 한 말이긴 하지만, 여기서 또 그런거 아니라고 하면, 내 마음이 약해질까봐 그냥 아무말도 안 하고 있었어.
내가 아무말도 안 하고있으니까, 종인이는 그걸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였나봐.
" ...진짜야? ...나 진짜 질려? "
" ... "
" ...그거 진심으로 한 말인거야? "
표정은 잔뜩 찡그리고 내 손 꽉 잡으면서 자꾸 질리냐고 물어보는데,
여기서 질린다고 그러면 종인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나 종인이 안 질려. 그냥 홧김에 한 말인데 그걸 종인이가 마음에 담아두고있을줄은 몰랐었어.
그래서 그냥 고개 절래절래 흔드니까, 종인이가 하, 하면서 한숨비슷한 걸 내쉬는거야.
그리고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어.
그런데 나는 지금 그것보다 종인이의 변명이라도 듣고싶었어.
자꾸 종인이가 딴 길로 세려고 그러니까, 나로써는 답답했지.
그래서 종인이가 꽉 잡고 있는 손 힘줘서 비틀어빼냈어.
그랬더니 종인이가 눈 동그랗게 뜨고 미간 찌푸리면서 나 쳐다봤는데, 난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지.
" 나 오빠 안 질려. 됐지? "
" ... "
" 그러니까 이제 오빠가 얘기좀 해 줘. "
" ... "
" 우리 오해는 풀어야 할 거 아니야. 이러려고 나 잡아둔거야? "
내가 저렇게 말하니까, 종인이가 고개를 살짝 젓는거야.
그리고 한숨을 다시 내쉬었어. 말하기 좀 머뭇거리는 거 같았는데, 난 계속 종인이의 말을 기다렸지.
그리고 또 몇분의 정적이 지났을거야.
이해해. 종인이는 짧은 시간안에 복잡한 말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해야하니까, 마음 굳게먹고 기다려주기로 했어.
그리고 갑자기 종인이가 힘 없이 술잔을 들고 입에 털어넣더니, 머릿속에서 한참 정리한 말들을 천천히 내뱉기 시작했지.
" ..걔는, 감독님 막내 딸이야. "
" ... "
" 갑자기 감독님이 날 불러내서는, 몇일동안 자기 딸 좀 잘 부탁해달래. "
" ... "
" 처음에는 뭔 개소리인가 하고 들어봤었어. "
" ... "
" 들어봤더니, 자기 딸이 모델 지망생이라 그런 쪽을 공부하고싶어한데. 그래서 나보고 잘 가르쳐 달라하더라. "
" ... "
" ...솔직히 모델이란게, 공부할 게 뭐가있겠어. 그냥 키크고 몸매좋으면 되는건데. "
" ... "
" 처음에는 싫다고 거절했어. 그랬더니 감독님이 촬영팀을 다 철수했어. 이 촬영은 없는걸로 하자면서. "
" ... "
" 일종의 협박이였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걔를 몇일동안 봐야만 했었어. "
듣다보니까 그 여자애 보다 더 나쁜사람은 그 감독님이라는 사람이였어.
거기있는 모델이 종인이 밖에 없던것도 아니였는데, 왜 하필 종인이한테만 그런일을 시키는 걸까. 짜증나기도 했었고.
그리고 촬영을 없던걸로 하면, 종인이는 물론이고 거기 있던 모든분들이 피해를 입는거였잖아.
계속 들으니까 종인이 마음도 조금 이해는 갔어.
" ...그런데, 걔가 조금 이상한거야. 시도때도없이 손 잡으려고 하고, 팔짱 끼려고하고. "
" ... "
" ...내가 피해서 다행인거지. 가끔가다가 뽀뽀도 하려고 했어. "
" ...허?? "
" 뽀뽀하려고 했을 땐, 정말 짜증나서 걔한테 화를 냈었어. "
" ... "
" 뭐하는 짓이냐고, 나 여자친구 있다고. 한번만 더 하면 여자고뭐고 가만 안두겠다고. "
" ... "
" ...그랬는데, 걔가 그걸 있는 그대로 감독님한테 이를줄은 누가 알았겠어. "
..와 정말 순둥순둥하게 생겨가지고는 그렇게 못돼처먹은년 일줄은 꿈에도 몰랐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
나랑 비슷한 또래같아보였는데, 하는짓은 초등학생이나 다름없었던거 같아.
아니,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일찍 철들어서 그런짓은 안 할거같은데.
아무튼 듣고있는데 뒷 얘기가 좀 불안한거야.
들어보니까, 종인이 촬영하는 감독님 성질 있으시다고 들었는데..
" ...뺨을, 맞았어. "
헐.
나니고래??
?????????????????
뺨을 맞았다는 말에, 황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어.
아니, 왜, 자기 딸한테 모진말 하나 했다고 애 뺨을 때려???????
순간 너무 화가나서 종인이가 들고있던 술병 뺏어들어서 술을 입에 털어넣었어.
종인이가 처음에는 당황하더니, 나중에는 다시 표정 가라앉히고 계속 말을 이었지.
" 한번만 더 자기 딸 한테 그런 소리 하면, 촬영이고뭐고 계약도 없던걸로 하겠대. "
" ... "
" 거기서 내가 뭘 어떻게 해. 나만 참고 입 조심하면 모두가 피해 안 볼수 있는거잖아. "
" ... "
" ..정말, 어쩔 수 없었어.. "
" ... "
" 연락이 없었던건, 걔가 내 폰을 마음대로 뺏어가고... 하, "
" ... "
" 비상 전화기로 너한테 연락하려고 하면, 여자친구랑 연락하지말라, 자기랑 놀자하면서 끌어내고. "
" ... "
" ...그러니까, 내 말은..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절대 아니야. "
종인이가 말하는 그런생각이, 아마도 바람이였을거야.
내가 그랬잖아. 종인이가 바람을 폈다고. 확실한 바람이였다고.
그렇게 종인이 말도 안 들어보고 바람이라고 확신했었던 게 조금 후회스러웠어.
종인이 한테 그런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 ...니가 그렇게 뒤 돌아서 갔을 땐.. "
" ... "
" 진짜 너한테 너무 미안해서, "
" ... "
" 니가 당장이라도 울려고 하는 표정이길래.. "
" ... "
" 내가 가서 널 잡으면 너 또 울까봐.. "
" ... "
" 널 울리기 싫어서 그랬어. "
..그런데 그거 알아? 그때 당장이라도 울 거같았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종인이였다는 걸..
" 나.. 3주동안, 많이 반성했어. "
" ... "
" 적어도 니 입장은 생각 해 줄걸. 그때 거기서 그렇게 말하지 말걸. "
" ... "
" 너 그렇게 보내고 나서 너무 후회스러웠어. "
" ... "
" ...미안해, 내가 미안.. "
" ...됐어. 이제 말 하지마. "
" ... "
" 오빠 마음 충분히 이해해. 그러니까 이제 말 안해도 돼. "
종인이가 울려고 하길래, 그냥 종인이보고 말 안해도 된다하니까 그제서야 푸욱 한숨을 내쉬더라. 한시름 놨다는 듯이.
그렇게 서로 섭섭했던거, 풀어보고, 이때동안 못 했던 말들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서 눈물겨운 화해를 했지ㅋㅋㅋㅋㅋㅋㅋ
사귄지 별로 안 됐던 날이었는데 유난이야 정말..
둘다 거의 취하지는 않았어. 두병? 가지고 서로 나눠먹었거든..
아무튼 종인이가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 하길래, 손 꼭잡고 우리집 까지 걸어갔다?
우리집 단지 앞까지 와서, 이제 난 들어가야하니까 잡고있던 손을 빼내려하니까 종인이가 힘주면서 안 놔주려고 하는거야.
" ...나 들어가야하는데. "
원래 고집이 안 쌨었는데, 그날따라 유난히 고집이 쌔더라고...
내가 계속 놔달라하니까 자꾸 못 들은척 하면서 안 놔주는거야.
그래.. 뭐.. 놔 주기 싫다는데.. 솔직히 나도 그때 들어가기 싫었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솔직)
그래서 서로 바보같이 베시시웃으면서 쳐다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갑자기 종인이가 웃음을 뚝, 멈추더니 그대로 고개 숙여서
쪽.
입술을 살짝 댔다가 떼어내는거야.
처음엔 이게 뭔 느낌인가 했어. 나도 동시에 웃음 멈추고 우리 사이에는 또 정적이 흘렀지.
그래... 내가 그 유명한 여중 여고 나온여자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모쏠이라서.. 남자친구는 종인이가 처음이였거든?.. 뽀뽀.. 그런것도 당연히 처음이였어.
종인이와 나의 첫 뽀뽀도 되지만, 이건 내 인생의서도 첫 뽀뽀란 말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내가 순간 어벙벙해져서 멍 때리고 종인이 올려다봤단 말이야?
그랬더니 종인이가 갑자기 풉 하고 웃으면서 내 머리 쓰담쓰담해줬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우, 웃지마...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
" 아, 웃지말라고..!!! "
" ㅋㅋㅋㅋㅋㅋㅋ너, 처음이야? 왜 이렇게 어쩔 줄 몰라해. "
"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미치겠다. "
막.. 엄청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내 볼을 막 장난스럽게 주물럭거리는데,
솔직히..좀.. 창피하잖아. 처음인거 알려봤자 뭐해.. 말하는 순간 겁나 놀려먹을텐데..
그래서 아무말도 안하고 고개 숙이고있었는데, 갑자기 종인이가 또 웃음 멈추고 나를 꼭 끌어안는거야.
" 술김에 뽀뽀한 거 아니고. "
" ... "
" 장난으로 한 것도 아니야. "
" ... "
" 그리고... 고마워. "
" ... "
" 아, 몰라. 그냥 좋아. 내가 처음이라는 게. "
" ... "
" 그리고, 앞으로 너의 처음이 모두 나였으면 좋겠다. "
" ... "
" 마지막도 나였으면 좋겠고. "
종인이가 나 끌어안고 내 귀에 속삭이듯 말하는데, 저 말 들으니까 왠지 눈물이 나는거야.
그래서 나도 종인이 가슴팍에 얼굴 꾹 묻고 팔 빼내서 종인이 허리 감싸안았어.
그렇게 몇분이였지.. 아무튼 몇십분 동안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그러고있었을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생각해보니까 좀 유치하다..
저녁되니까 조금 쌀쌀해지는거같아서, 아쉽지만 종인이를 떼어냈어.
종인이도 그제서야 날 품에서 놔주더라.
" ..이제 그 여자애 안 만날게. "
" .... "
" 만나도 무시해야겠다. "
종인이가 이제 그 여자 무시한다고 하는데, 너무 예쁜거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모르게 울먹울먹 거리니까, 종인이가 또 저런다 또.. 이러면서 내 손잡고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줬어.
올라가기 버튼까지 눌러줬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춰있어서... 바로 열리더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반 강제로 나를 엘리베이터 앞에 쑤셔넣어주고.. 닫힘버튼까지 눌러줬어...
" 사랑한다는 말은 아직 오글거려서 못하겠다. "
" ... "
" 잘가. 집 들어가자마자 전화하고. "
" ...응ㅠㅠㅠㅠㅠㅠ "
종인이가 저 말하니까, 바로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어.
그런데 원래, 엘리베이터를 타면 층을 눌러야하잖아?
..그런데 종인이가 마지막에 했던말이 너무 설레서 층 누르는것도 까먹고 한참동안 엘리베이터 안에 멍 때리면서 서있었지..ㅎㅎ
그러다가 나중에 종인이가 다시 문열어서 층 버튼 눌러주고 간 건 안비밀ㅎㅎㅎㅎㅎㅎ
그래, 뭐.. 우리가 잠시 헤어졌던 썰은 끝이났긴 했지만.
이게.. 다가아니겠지?ㅎㅎㅎ
우린 워낙 틈만나면 싸우기때문에, 싸웠던 썰은 틈만나면 두고두고 올릴거야.
다음에는 종인이랑 첫 만남 썰 들고올게!!
암호닉 (가나다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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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많이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초록글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맠이아닌 비수위글로 초록글 올라간적은 처음이라ㅠㅠㅠㅠㅠ 쪽지받자마자 오열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번글 쓰면서 느낀건데... 연애라는건.. 참 힘들군요.
글로쓰는것도 힘든데...실제로는 오죽하겠니.. (먼산)
아무튼 암호닉리스트는 이제부터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주말동안 노트북앞에 앉아있으니까 눈이 점점 침침해지는 기분이... 지금도 눈이너무아프네열...
주말동안 스토리는 한 5편까지 짜놨으니까 연재텀은 신경안쓰셔도될거같아요.
그런데 언니가 노트북을 가져가버리면...(말을잇지못한다.) 모바일로라도 올리도록하겟슴니당.
암호닉 신청은 당연히 받고있구여
주의하실점은, 암호닉신청할때 말머리로 [신청] 꼭 달아주세요.
그냥 암호닉만 적고 가시는분들은 리스트에 추가해드리지않아요...
오늘의교훈
컴퓨터를 오래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