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경수] Andante, Andante. (prologue)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5/a/f/5af8f0ff6b796eb1be83f8dc9bcaba78.jpg)
Prologue |
내가 너를 보낸지 3년째에 접어든다. 참 나도 어리석지 너를 아직도 놓지를 못한다. 집에서는 이미 다른 혼담이 오가고 나는 거절하고 이제 지긋지긋해. 오늘 어머니가 그런식으로 할꺼면 네가 좋아하는 여자 당장 데리고 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들어오지를 말라고 하더라. 아무여자나 데려가서 좋아한다고 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지만 네가 하늘에서 울까봐... 그러질 못하겠다.
"손님, 괜찮으십니까? 역시 사람을 부르는게.." "시끄러워...."
나 아직 별로 안취했는데 바텐더가 나보고 자꾸 괜찮냐고 물어봐. 얘 이상하다 그치.
"어, ㅇㅇ아 어서와." "아.. 안녕하세요. 좀 늦었죠? 죄송해요." "아냐. 얼른 준비하고 피아노 쳐줘. 사람들이 너만 기다렸어." "선배도 참.. 아, 그 손님은?" "아... 오늘 기분이 안좋으신가봐. 많이 취하셨어." "아..."
어떤 여자가 슬픈 눈으로 나를 봐. ...근데. 너를 닮은건 내 착각일까. 여자는 경수의 손을 잡고 슬프게 웃으며 '힘내세요. 이겨내셔야해요.'하고 말했고 경수는 말없이 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렸다. 잠시후 여자는 미니드레스로 옷을 갈아입고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여자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하얀 손이 건반위에 내려 앉았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은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경건해보였다. 경수는 사람들 소리에 여자쪽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천천히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언젠가 그녀가 자신에게 들려준, 쇼팽의 Tristesse 였다.
"..어."
눈을 의심했다. 귀를 의심했다. 피아노를 치는 뒷모습하며 치는 방식까지 너와 꼭 빼닮은 그녀가 이상했다. 꼭 네가 살아나 내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는 것같았다. 같은 곡일지라도 치는 사람에 따라 다른게 피아노인데.. 눈물이났다. 저게 너였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너였으면 좋겠다. 경수는 그대로 바에서 잠들었고 바텐더는 전화를 걸어 수행비서에게 데리고 가라고 했다. 경수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 맺혀있었지만 절대 흘리지는 않았다.
* 가만히 사람들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부럽다.
".. 피아노 치고 싶다."
가만히 중얼거렸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에 갔었다. 갑자기 아버지라는 사람이 들이닥쳐 등록금을 가져가버렸고 다시 채울 수 없던 나는 그대로 휴학할 수 밖에 없었다. 내 돈을 가져간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차에 치여서 돌아가셨고 난 그대로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 버틸 수 없었고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피아노를 치는 것 뿐이였다. 그래서 낮에는 피아노 과외, 밤에는 바에서 연주자로 일하고 있다. 솔직히 이 현실이 믿기지가 않지만 어쩔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또 이렇게 바라만 보는 거고.
[매니저 오빠]
"...어? 이시간에 전화할 리가 없는데."
매니저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조금 의아했지만 받았고 급한듯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 ㅇㅇ아, 빨리.. 빨리 이리로 와볼래? 누가 널 찾으셔. "저를요? 왜요?" - 일단 와서 이야기하자.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아.. 네."
급하게 택시를 잡아서 바로 달려갔다. 바 안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고 그 옆에는 한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은 마치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공허한 눈빛이였다.
"ㅇㅇ아!" "아.. 오빠. 이분은 어제.." "..." "..전화번호를 드린다고 해도 직접 봐야겠다고 하셔서, 미안해. 바쁠텐데." "아니예요 어차피 오늘은 과외도 없었어. 일단.. 밖에 나가서 이야기 할까요?" "아, 응. 그러지. .. 미안했어." "아, 아닙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 . . 남자는 생각보다 말이 없었다. 그저 나를 유심히 쳐다볼 뿐이여서 나는 그저 오렌지 주스를 홀짝였다. 아메리카노 잔을 매만지다가 이내 '..헛것을 본건가.'하고 중얼거렸다.
"저.. 용건이.." "아, 내가 아는 사람인가 하고.. 했는데. 아니였네. 미안해." "아니예요 괜찮아요." "그.. 피아노는, 누구한테 배운건가?" "아, 어머니께 배웠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정말 최고의 피아니스트셨어요." "그렇군."
남자는 이내 씁쓸하게 웃으며 잔 안의 아메리카노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 혹시." "..네?" "계약 결혼, 해볼 생각 없나?" "예??" "아, 그게. 매니저한테 물어보니까 그쪽.. 사정도 좀 그렇고. 내쪽도 사정이 안좋거든." "아니, 저기.." "..그냥 형식적으로 결혼만 해주면 돼. 학교. 다시 다니고싶잖아 당신." "..." "돈은 원하는데로 줄께." "이봐요." "..." "맞아요 나 돈 필요한 것도 맞고. 학교 다니고 싶은 것도 맞지만." "..." "처음 본사람한테 대뜸 결혼하자고 하는 사람 따라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예요." "..." "사람 바보 만드는 것도 정도가 있죠. 진짜 최악이야. 당신."
경수는 ㅇㅇ의 말에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수트에서 메탈로 된 제 명함을 꺼내며 내 앞으로 밀어주었다.
"곧, 연락하게 될꺼야." "뭐라구요?" "갈께. 늦지 않게 연락해줘. 정말 난 당신이 필요하니까."
남자는 조금 웃었지만 전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눈은 텅 비어있었다. 담아야 할 것을 담지 못하는 것처럼.
* "아주머니, 진짜 이러실꺼예요?" "..학생 미안해. 그런데 어떻게 해. 내가 애초에 이 집이 팔릴 때까지라고 했었잖아. 그리고.. 이제껏 나 집세 못받고있어도 가만히 있어줬어." "..." "이제껏 봐준거 생각해서라도 그냥 가줘. 부탁해." "그래도 당장 나가라는건.." "학생 짐은 일단 내가 맡아줄테니까 얼른 거처 알아봐. 정말 미안해 응?"
이렇게 갑자기 내쫓겨버릴 줄은 몰랐다. 그 남자 말이 맞았다. 곧 연락하게 될거야. 라는 말. 아주머니는 가버렸고 내 짐들은 아주머니 집안으로 옮겨졌다. 최악이다.
"연락할 친구도 없는데.."
친구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우리집이 엉망이 되자 하나둘 떠나버렸고 정말 소중했던 친구 한명은 지금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다. 분명 내가 연락하면 걱정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절대로...해선 안되는데.. 정말이지 이럴 때면 내 인간관계가 미워진다. 우선은 피아노 과외를 끝내고 길을 걸었다. 오늘은 바가 쉬는 날이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근처의 놀이터에 가서 그네에 앉아 핸드폰만 들여다 봤다.
"전화를 할까?" "..." "그럼 그 사람 말대로 되는 건데.." "..." "아 진짜.."
애꾿은 핸드폰만 째려보다가 이내 눈을 거두었다. 그남자의 말도 말이지만 계속 해서 잊혀지지 않는다.
"..눈이, 비어있었어."
아무것도 담지않는 눈. 뭔가를 잃어버린 눈. 보지 못할 것을 찾고 있는 듯한.. 눈. 그건 마치 내가 엄마를 보내고 난 후의 나와 같은 눈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눈. 그래서인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도경수' 'K그룹..'
"본부장????? 그사람이?"
아. 어쩐지.. 낮익다 싶었는데. K 그룹...
"회장님 아들이였네.. 아 나 어떻게 해. 아.."
얼굴을 가리고 자책했다. 난 바보야.. 시계를 보았다. 벌써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숨쉬고는 다시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이내 명함에 쓰여진 전화 번호를 꾹꾹 누르고 심호흡을 한 후 연결 버튼을 눌렀다. 뚜르르.. 신호음이 들렸고 잠시 후 '네, 도경수 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 -아.. ㅇㅇㅇ씨? "..네." -거봐. 내가 전화할꺼라고 했잖아. 당신. "..." -일단.. 거기 적혀있는 곳 어디인지는 알아? "네, 알아요. 이렇게 유명한 곳을 누가 몰라." -그럼 그리로 와. 프론트에다가는 내가 말해둘테니까 나 찾으면 몇층인지 알려줄꺼야. 기다리고 있을께. "알았..습니다. 그때 뵈요."
전화가 끊겼고 한숨을 쉬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지금 내가 옳은 선택을 한건지 안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 . . "어떻게 오셨습니까?" "저.. 도경수씨를 만나러 왔는데요." "아, 본부장님 말씀하시는 거죠? 10층으로 올라가셔서 오른쪽으로 트시면 오피스 보이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이 큰 빌딩 안에는 모두 정장을 쫙 빼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검은색 스키니진에 셔츠를 걸친 나와는 정 반대로 멋져보였다. 괜히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아서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잡아 타고 10층을 눌렀다. 띵 -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 앞으로 다가가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는 '들어와.'하는 낮고 강한 소리가 들렸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자 모노톤의 딱딱한 색감이 나를 자극했다. 그 속에서 남자는 서류를 보며 큰 눈을 도로록 굴리고 있었다. 시선은 그대로 서류에 둔 채로 남자는 '안앉을 건가?'하고 말했고 나는 까만 소파에 살짝 앉았다.
"어떻게, 잘 찾아 왔네." "..네, 뭐." "얼마 원해." "..네?" "얼마 원하냐고." "..그건 저도 잘 모르겠.." "집은 필요 없을 것같은데." "네?" "결혼이라고 했잖아 내가." "..." "일단 이거 받아."
남자가 내게 내민 것은 오피스텔의 카드였다.
"..전에 내가 쓰던 건데. 깨끗해. 결혼 준비해야하니까 일단 거기서 살아." "네.." "돈은 원하는 금액 알려주면 내 비서가 알아서 네 통장으로 넣어줄꺼야." "..." "그리고..." "..." "..피아노, 있으니까. 마음껏 쳐도 돼." "..네?" "이제 일 나가지 말라는 소리야." "아, 그렇지만 너무 갑작스럽.." "난 두번 말 안해." "..." "잘해보자 파트너."
* 그남자가 내가 지금 집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의아해하며 나를 도와주던 비서에게 물어보니 '..이미 본부장님께서는 조사를 끝마치신 뒤여서 다 알고 계셨습니다.'하고 말했다. 내 사정이 어떤지 다 알고서 그런 짓을 했다는 건데...
"..기분나빠."
마음에 안들지만 피아노라는 이야기를 꺼낼 때의 그의 표정은 정말이지 괴로워보였다. 아무래도 그 집 안에 있는 피아노와 관련된 것같았다. 짜증나는 남자지만 자꾸 신경쓰인다.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간 집은 그의 오피스와 마찬가지로 모노톤이였다. 하지만 누군가의 온기가 닿은 듯이 아까의 차가움과는 조금 달랐다. 꽤 오래 쓰지 않았지만 누군가 계속해서 청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실의 작은 액자에는 경수와 어떤 여자의 사진이 있었다.
"..어."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여자였다. 도플갱어처럼 똑같지는 않았지만 그가 이 여자라고 착각할정도로 나와 느낌이 비슷했다. 그래서구나. 나를 선택한 이유는...
"..피아노도 쳤구나 이사람."
거실에는 여자와 경수의 사진이 많았다. 피아노를 치는 여자. 요리를 하는 여자. 맛있게 먹는 경수의 사진.. 정말 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사진에서 그녀는 다른 남자와 웨딩 사진을 찍었다.
"..."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그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내 짐을 옮겼다. 분명히 많이 아팠을 거고 괴로웠을 거고.. 또 수많은 감정을 느꼈겠지. 이 집안의 온기는 그녀의 것이지만 그녀는 온전한 그의 것이 될 수 없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그를 미워하지 않게 될 것같았다. 아니, 미워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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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
오늘은 가볍게 가기 위해서 짧게 프롤로그만 올리고 가. 많이 보고싶었어. 첫장부터 아련아련한 경수야 이 글의 내용으로 보다시피 좀 길게 갈꺼같아. U R Ma Boss 때 상중하로 가다보니까 너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용을 늘려볼까해서. 열심히 쓸게. 오늘은 불글이 아니지만.. 글쎄 언제 사랑에 빠질지 모르니까 잘 지켜봐줘. 메일링은 곧 갈꺼야 안녕 깔깔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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