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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윤 전체글ll조회 644l 2

"아니, 잠깐 형..."

 

 

너무 당황스러워 어버버거리며 말했다.

뭐지, 방금?

 

 

 

"저는 종대가 좋아요. 저는, 종대와 함께 있으면 너무 행복해요. 늘 이 시간만 기다려지고 헤어지는 시간이 너무 싫어요. 나 종대가 한국인이라서 한국어도 조금씩 공부하고 있어요. 그 정도로 종대가 좋아요. 종대는 어때요?"

 

 

"저... 형..."

 

 

당황스러웠다.

이건 꿈인가?

형이 나한테 고백한거지? 맞지? 그렇지?

망상이라고 치부했던 꿈이, 지금 내 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니.

 

 

 

"당황스러운거 알아요. 제가 너무 급했던 거 사과할게요. 하지만 정말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종대와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

 

 

아, 꿈이 아니구나.

현실이구나.

죄악이라고 느껴져서 망상을 할 때조차 죄책감에 시달려 울었던 그 날이, 오늘로 사라지는구나.

 

 

 

"저도... 저도... 저도 형이 좋아요. 저도 형이 너무 좋아요. 저도... 형이랑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

 

 

 

손을 부들거리면서 말했다.

방금 형이 한 말은 내가 지어낸 상상이 아닐까. 사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내가 환청을 들어서 그 환청에 속아 내가 고백하는 건 아닐까 하고.

만약 환청이라면 내 고백도 형에게 환청처럼 들리길.

 

 

눈을 감고 부들거리는 손을 마주잡자 형이 내 손을 조용히 감싸쥐었다. 그리고 내 손 위에 입 맞추었다. 따뜻하다.

아, 환청 아니구나. 진짜, 진짜 꿈도 아니고 환청도 아니고 진짜야. 이 감촉도, 모두 다.

 

 

 

내가 형을 쳐다보자 형은 미소지으며 손을 풀며 다시 깍지를 끼었다.

그리고 천천히 춤 추기 시작했다.

희미한 달빛 아래서, 좋아하는 남자랑, 영원이기를 약속하는 춤을.

 

 

 

 

 

 

여전히 알람 소리는 위층에서 애들이 쿵쿵대는 발소리로 대신 되었지만 오늘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옆을 돌아보니 형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 흔한 게이 소설이나 팬픽에 나온 것처럼 옥상에서 춤추고 내려온 뒤에 뭐 그런 떡떡은 없었다만...

충분히 설레고 부끄러운 밤이었다.

그저 같은 침대 위에서 잠을 잔 것만으로도.

신혼부부가 이런 느낌일까.

 

 

 

형의 이마에 살며시 손을 올려보았다.

다행히 열은 없었다.

나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따뜻한 음식을 준비했다.

열은 없어도 혹시 감기 기운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음식을 준비해두고 방을 살짝 들여다보니 아직도 자고 있었다.

나는 메모장에 '먹고 힘! 아프지 마요!'라고 쓰고 조용히 빠져나왔다.

 

 

 

 

 

 

 

"오늘따라 기분 좋아보이네."

 

 

오늘 이 말만 몇 번을 들었는지. 하지만 전혀 지겹지 않아 히죽 웃으며 네! 라고 밝게 대답했다.

내 대답에 사장님은 여친이라도 생겼냐라며 웃어보이셨고 나는 그저 미소로 대답했다.

여친은 아니지만 애인은 생겼어요!

 

 

 

"사장님, 저 들어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들어가라."

 

 

 

신나게 가게 문을 나서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아, 정말 행복한 날이야~

별 되지도 않는 휘파람을 휙휙 불어가며 팔랑팔랑, 거의 뛰듯이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엌 놀래라 누구지?

 

 

뒤를 돌아보니 강아지를 닮은,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미소 짓고 있었다.

 

 

"학생, 시간 되요?"

 

그 쪽도 학생처럼 보이는데...

내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니까 그 남자는 웃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무언가를 꺼내보였다.

인터폴...? 이거 진짠가?

 

 

 

 

 

수상쩍었지만 나는 그 사람을 따라 카페로 들어왔다.

아, 카페 오랜만이네. 요즘 왜 이리 오랜만에 하는 게 많은지.

 

 

 

"학생, 이름이 첸? 김종대 맞지?"

 

"네, 맞는데 그 쪽은 누구세요? 그것보다 진짜... 인터폴맞아요?"

 

 

"방금 보여줬잖아. 다시 보여줘?"

 

 

 

그리고 다시 인터폴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Baekhyun Byun. 변백현? 한국인 중에서도 인터폴이 있던가...

그런데 인터폴이 왜 날 찾아왔지?

 

 

"내가 왜 학생을 찾아왔는지 궁금할거야. 그렇지?"

 

 

"네..."

 

 

아, 뭐 잘 못 한 거 하나도 없는데. 뭐지?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집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비자 문제도 없고, 설사 비자 문제라고 해도 그걸로 인터폴이 올 정도도 아니고.

학교도 사고 없이 잘 다니고 있고. 우리 집도 되게 평범한 집인데.

아빠가 숨겨진 마약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은 아빠가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을 맞으며 피해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아니다.

엄마도 우리 할머니한테 맨날 혼나는 걸 보면... 아니고.

설마 할머니가 마피아 계의 대모일리도 없고.

 

 

 

 

"학생, 혹시 레이라고 알아?"

 

 

"레이요?"

 

 

처음 듣는 이름에 눈을 깜박거렸다.

친한 외국인이라고는 중국인이 전부인데, 레이란 이름은 정말 처음 들어본다.

 

 

 

"이 남자."

 

 

 

내 반응에 백현이 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 안에는 지금과 다르게 머리가 샛노란 씽이 형이 있었다.

 

 

 

"어, 어... 이, 남자를 왜 찾으세요?"

 

 

 

내 반응에 백현이 아는구나? 하며 사진을 다시 품 속에 집어넣었다.

인터폴이, 형을 왜 찾지?

불안한 마음에 백현을 계속 쳐다보자 백현이 얕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알려줄까?"

 

 

 

 

 

어디서 무슨 소리 안 나요?

산으로 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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