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별곡 [바비아이] 선왕X정철 '봄인가..' 옅은 분홍색 꽃 투성이인 길이 내 눈을 멀게 한다. 온갖 꽃내음등이 내 코를 마비시킨다. 이어 뛰노는 아이들, 갓을 쓴 남자들과 얼굴에 꽃을 품은 둣 아름다운 여인들의 웃음소리가 만발하여 내 귀를 멀게 한다. 그래, 봄이면 봄이겠다만 아직 이른 봄, 겨우내 얼었던 바위가 녹고 폭포가 다시 흐르는 봄, 아름다움에 눈이 멀 것만 같은 봄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아, 아니다 준회야. 그냥 고을 안이 평화롭고 시절이 삼월인 지금이 너무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구나." "그러시군요.." 화천의 아름다운 시냇길이 풍악으로 뻗어있구나! 한 걸음, 두 걸음 알음알음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이내 울렁이는 이 가슴을 부여잡을 수 밖에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백천동 옆의 만폭동으로 들어가니, 아아, 이것도 절경이라! 은같은 무지개와 옥같은 용의꼬리가 섞어돌며 뿜는 소리, 십리에 자자하니 들을 때는 우레같더니 볼 제는 눈이 흩날리는 것 같도다. "저것은 무엇이냐?" "듣기엔 금강대라고 하더이다." "아아.. 이것마저 절경이로구나." 금겅대 맨 꼭대기에 선학이 새끼를 쳤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도도하고 우아할 수가 없구나. 우리 임금이 떠올라 또 마음이 저렸다. 어디서 부는 지 모를 옥피리처럼 들리는 봄바람 소리에 한참의 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로 단장한 듯한 선학이 공중으로 치솟아 뜨니 서호 옛 주인을 반기듯 나를 반겨 넘노는 듯 하였다. . . . 소향로봉과 대향로봉을 눈 아래서 굽어보고, 정향사 뒤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여산처럼 아름다운 금강산의 진면목이 여기서 다 보이더라. 아름다운 곳에 있으니 아름다운 그대가 떠오르는구나..그냥 한숨만 푹 내쉬고 다시 돌아앉는다. "어와. 조화옹의 솜씨가 무척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절경이옵니다." "그러게 말이다. 하늘로 날거든 뛰지 말지, 섰거든 솟지말지. 이 경치에 정신을 빼앗길 것만 같구나." 그대여, 절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는 것만 같소. 부용을 꽂아 놓은듯, 백옥을 묶어 놓은듯. 동해를 박차 오를듯, 북극성을 떠받든 듯한 그대 모습이 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구료. 앞에 있는 이 절경을그대와 나누고픈 이 마음을 전하고 싶소. 혈망봉도 망고대도 다 그대같기만 할시고. "높기도 하구나, 망고대여. 외롭기도 하구나, 혈망봉아." 순간 또 그가 떠올랐다. 밝아보이지만 한없이 슬프고, 커보이지만 유난히 작고, 높아보이지만 외로운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가슴이 저릿했다. 순간마다 그가 떠오르는구나, 이제는. "하늘로 치밀어 올라 무슨 일을 아뢰려고 저리 높은것이냐? 천만겁이지나도 뜻을 굽힐 줄 모르는구나. 아, 너로구나. 너같은 이 또 있는가..?" 우리 임금 곁에 있어다오. 너같은 이 있어다오.. 이 말만 몇만번을 되새기며 개심대로 다시 올라 중향성을 바라보며 일만 이천 봉우리를 똑똑히 헤아리었다. 봉우리마다 맺혀있고 곳마다 서린 기운이 맑거든 깨끗치 말던가, 깨끗하거든 맑지말던가. " 이 기운을 흩어내어 인걸을 만들고 싶구나." 그래서 당신이 힘들지않게 당신 곁에 두고 싶다. "예?" "아..아니다. 저걸 보아라. 모양도 끝이 없고 형세도 다양하도다. 천지가 생길 때 자연스레 생긴 것이겠지만은 이제 보니 조물주의 걸작이구나!" 문득 예전에 그가 읽어준 책이 생각났다. 난 문학보다는 무예를 더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그는 달랐다. 어릴 적 부터 품행이 단정했고 독서를 즐겨했던 그는 항상 책을 멀리하지 않았다. 그것을 읽으며 얻은 지식으로 나를 볼 때마다 옆에 불러 덕담해주거나 자신이 좋아하던 시구절을 읊어주곤 했다. 가끔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내 눈을 그윽히 쳐다보았을 땐, 공연히 가슴이 떨리고 얼굴이 달아올라 폐하, 왜이러십니까 하고 몸을 뒤로 빼곤 했었다. 그럴때마다 당신은 해사한 얼굴에 꽃같은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하하, 장난이다. 놀랐느냐고 나를 달래곤 하였지.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 온 것은 누군가? 동산과 태산 중 어느 것이 더 높은가. 노나라가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거늘, 넓고 넓은 천하를 어찌하여 작다 하였단 말인가? 아아, 그 경지를 어이하면 알 수 있을꼬. 오르지 못하여 내려가면 이상해 보일까.' 그가 읽어 주었던 공자의 호연지기가 생각났다. 공자는 높은 곳에 올라 노나라를 보며 자신의 학문적 경지를 펼치기엔 천하가 너무나 작다고 하였다지. 그 얘길 하는 그의 따스한 목소리가 자꾸만 귀에 맴돈다. 그때, 그대는 바람이었다. 내 감정을 휘몰아치게하는 폭풍이었고, 나를 떨리게 하는 봄바람이었다. 허나 지금 그댄 겨울바람이다. 나의 가슴이 마구 할퀴어 놓은 것 마냥 저리는 것을 보니, 그대는 틀림 없는 겨울바람이다. . . 하ㅋㅋㅋㅋㅋㅋ내일이 드디어 국어시험이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바비아이] 관동별곡2 3
11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100% 실화, '학폭 가해자' 아이돌 데뷔”…'263만 먹방' 유튜버 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