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이 처음 배정된 학교에서 처음 담임을 맡겨된 반이라더니 선생님은 우리보다 딱 10살이 많은 28살이였고, 남녀 통틀어 전교에서 거의 가장 젊은 축에 속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우리가 남자 반이여서 그런지 선생님은 10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반 아이들 사이에 섞여들어 갔다. 수업시간에 수업을 일찍 마쳐 뒤에 시간이 조금 남았을 때는 항상 자연스레 아이들 사이에 끼어앉아 아이들과 함께 왁자지껄 떠들곤 하였고 늘 친구처럼 티격태격 장난도 치며 노니 반 아이들은 어느 새 모두 선생님께 친구들에게도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는 그런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물론, 나는 항상 그 '모두'에 섞이지 못했고. 내가 누군가와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아니였고 반 아이들이 나를 따돌리는 것도 아니였지만 난 항상 반 아이들 사이에 끼어본 적이 없었다. 날 평생지기라 칭하는 나의 10년지기 친구놈인 학연이는 항상 그 무리의 중심이였고 늘 나를 그 무리에 끼워넣으려 했지만 난 그 호의를 모두 거절하고 늘 스스로 혼자가 되길 원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였다. 그냥, 혼자가 편했다. 혼자 앉아서 노래를 듣고, 혼자 앉아서 책을 보고, 혼자 앉아서. 선생님을 관찰하고. 그냥, 혼자가 좋았다. 처음 일주일간 반 아이들을 파악하듯 관찰하는 것 같던 선생님은 어느 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혼자 교실에 앉아 책을 읽고있던 나에게 다가와 "택운아, 이 책 읽어봤어?"하고 물으며 책 한 권을 추천해주셨었다. 난 그 때 선생님이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면서 늘 혼자 있는 것을 고집하는 나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던지던 이전의 담임들과 다르다는 걸 느꼈다. 예전의 담임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늘 나에게 혼자 공부를 할 것이 아니라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 것을 강요했었다. '어울려' 놀지않는다고 해서 내가 그 아이들과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였고 왕따를 당하는 것도 아니였으며, 아예 왕래가 없이 대화도 없는 필요할 때만 찾는 약은 관계가 아니였음에도 그들 눈에 나는 무리에 섞이지 못한 '아웃사이더'였기에. 사실 선생님이 나에게 추천해주셨던 책은 내가 평소에 읽던 에세이같은 책이 아닌 추리소설이였다. 내가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책을 바라보고만 있자 선생님은 조금 멋쩍은 듯이 웃으시며 '사실 니가 어떤 책을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는데 너한테 말 한 번 붙여보고 싶어서 내 방 책꽂이에서 내가 제일 재밌게 읽었던 책을 가져왔어.'라고 변명하듯 말을 쏟아내셨다. 나에게 말을 붙여보고 싶어서. 라는 말이 너무 간지럽고 부끄러워 내가 고개를 숙이며 작게 웃자, 선생님은 내가 웃는다며 신기하다는 듯이 말하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셨다. 고개를 들고 손을 뻗어 선생님이 건내는 책을 받아들자 선생님은 평소에 어떤 책을 자주 읽냐, 이건 추리소설인데 괜찮겠냐, 다른 책을 추천해줄까, 하고 질문을 쏟아내는 모습이 마치 엄마에게 숙제를 검사 맡는 아이처럼 느껴져 나는 또 한 번 작게 웃었던 것 같다. "평소에는 에세이같은 걸 즐겨읽고 추리소설은... 한번도 안 읽어본 거 같아요. 추천해주셨으니까 한 번 읽어볼게요.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나의 대답에 더 환하게 웃으시며 다음번엔 에세이를 추천해주겠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나도 모르게 부끄러움에 귀가 달아올라 빨개져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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