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만난 친구 배우 경수 × 막내작가 너징 ;01
AM 6 : 34
"헐, 미친!"
어제 밤새 뒤척여서 그런지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안 그래도 시간약속에 예민하신데 피디님께 얼마나 깨질까.
벌써부터 오금이 저리기 시작한다.
나는 대충 세수와 양치만 하고,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옷 아무거나 주워 입었다.
급하게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면서 거울을 보는데, 정말 얼굴 상태가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파트단지에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할까 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선 택시비 따위 생각할 정신도 없이 곧바로 택시를 잡았다.
"JTVN으로 가주세요. 최대한 빨리 부탁드려요"
택시에서 내리자 출근시간인 6시에서 약 1시간 반 정도가 지난 7시 34분이었다.
난 또 피디님과 메인작가님한테 지지리 혼나겠지.
오늘 중요한 회의라 늦으면 절대 안된다고 메인작가님께서 그렇게나 얘기 해주셨는데, 왜 하필 오늘 늦어서는….
나는 울상이 되어 회의실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오늘 중요한 회의니까 늦지 말라 했을텐데."
"죄송합니다"
"빨리 자리에 앉아"
중요한 회의라 나를 혼낼 시간 따윈 없는 것인지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 혼나진 않았다.
다만, 피디님들과 작가님들의 눈초리가 따가운 것 빼고..?
중요하다던 회의의 주제는 '우리 프로그램의 메인 엠씨를 누구로 교체할까' 였다.
오고가는 열띤 대화속에 일개 막내작가 따위가 무슨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거의 듣지도 않는 수준으로 멍 때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도경수씨랑 찬열씨 어때요? 이번에 우리 방송국에서 드라마도 찍고 좋은 것 같은데" 라고 물어왔다.
나는 도경수라는 이름에 반응 할 수 밖에 없었다.
"예? 드라마요?"
"몰랐어? 이번에 도경수씨 캐스팅 한다고 정피디님 고생하셨잖아"
"아, 그렇구나"
도경수가 우리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찍는다.
그 말은 도경수가 대본 리딩을 하러 방송국에 올 수도 있다는 소린가..?
"그래도 드라마 촬영하면 많이 바쁠텐데 시간이 될까요?"
"음, 일단 후보로 두자고"
"헐"
회의 도중에 나는 정신을 놓고 큰소리로 헐, 이라고 외쳤고 모두들 나를 쳐다봤다.
나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죄송합니다"
"막내, 아까부터 계속 도경수씨 이야기만 나오면 움찔움찔 거리던데 팬이야?"
"아니요!"
"아니면 아닌거지, 왜 소리를 질러. 정신 좀 차리고, 회의 계속 진행하죠"
피디님께 한 소리를 듣는 순간에도 내 머리속에는 도경수로 가득찼다.
도경수가 우리 프로그램에 나올 수도 있다. 그럼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얼굴을 마주해야한다.
만약 만나면 어떡하지.
8년 만에 만난 친구 배우 경수 × 막내작가 너징 ;01
"어, ○작가님!"
생각 정리나 할까 싶어 방송국 복도를 걷고 있을 때,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찬열씨가 보였다.
찬열씨는 내가 우리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들어왔을 때의 메인 엠씨였다.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착해서 그런지 한달이라는 그 짧은 기간사이에 친분을 쌓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찬열씨. 그런데 여긴 왠일로..?"
"작가님 너무한 거 아니에요? 저 이번에 작품 들어가잖아요. 리딩하러 왔는데!"
그러고보니 도경수랑 같이 드라마 찍는다고 했지.
"헐?!"
"..? 왜그래요?"
"여기 도경수도 왔어요?"
"당연하죠. 왜요? 경수 팬이에요?"
"아니에요"
"어, 저기 경수네. 부를까요? 원하는 것 같은데"
"부르지 마ㅅ,"
"야! 도경수!"
아 난 망했다.
찬열씨의 목소리가 방송국 복도에서 쩌렁쩌렁 울리고, 복도 끝 쪽에 있던 도경수는 나와 찬열씨 쪽으로 바라보았다.
"경수 이쪽으로 오네요. 작가님은 저 덕분에 경수랑 얘기할 수 있는거에요. 고마워하세요!"
맞는말이에요. 찬열씨. 쳐 맞는말.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복도 끝쪽에 있던 도경수는 어느새 가까이 와 있었다.
"도경수, 여기서 일하는 작가분이신데 니 팬이래."
아니 언제 제가 팬이라고 했습니까. 살려주세요 박찬열씨.
"아, 반갑습니다. 도경수에요."
고개를 숙이며 악수하는 도경수덕에 어떨결에 두 손잡고 악수를 하게 되었다.
친한척 해야하나? 모른척해? 어떡하지?
악수를 하는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많은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도경수가 숙였던 고개를 들고 눈이 마주친 순간
"○○○?"
"하하핳.. 오랜만이다"
평생 겪을 어색함을 모두 겪어야 했다.
"그러니까, 도경수랑 ○작가님이랑 초,중,고 동창..?"
"네.."
"방송국 들어갔다더니 진짜였네"
"..?"
"오세훈이 몇 달전에 너 방송국 취직했다고 연락왔는데, 그게 진짜였다고"
"너 오센이랑은 연락했냐? 나한테는 연락할 기미 조차 보이지 않더니?"
"..."
"워워. 얘기 들어보니까 둘이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데 눈치 빠른 찬열이는 여기서 빠지도록 할게요!"
안 빠져도 되는데.. 아니, 부탁인데 제발 빠지지 말아주세요.
그나마 찬열씨가 있어서 대화가 됬단 말이에요. 봐봐, 찬열씨 가자마자 어색해 죽을 것 같잖아.
"오랜만이다"
"어, 그래…."
"시간 돼?"
"음.. 왜?"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여기서 이야기하긴 그렇잖아"
"아, 그래. 그렇네. 음. 2시간쯤 비어"
"그럼 가자."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야, 너 쓴거 못 마시잖아"
"그게 언제적 이야긴데. 뭐 마실래?"
"그럼 됬고,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8200원 입니다"
도경수가 나를 데리고 온 곳은 다름이 아니라 방송국 앞에 있는 커피 전문점이었다.
근데 무슨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천원이 넘는다냐.
내 비루한 월급에 비해서 조금 무리한 커피값이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친군데 내가 이정도는 사야지 싶어 겉옷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내려 했다.
그때, 도경수가 내 손을 제지하며 자신의 지갑에서 카드를 꺼냈다.
아, 이 녀석은 잘나가는 배우였지.
"진동이 울리면 가지러 와주세요."
알바생의 말을 끝으로 우리는 커피숍 구석진 곳에 앉았다.
그리고, 숨이 막힐 것 같은 침묵이 맴돌았다.
'지이잉, 지이잉'
우리는 결국 진동벨이 울리고 나서야 입을 뗐다.
"내가 가ㅈ,"
"그냥 앉아있어"
그래. 니가 그러라면 그래야지.
카운터에서 커피를 받아 오는 도경수는 고등학생때에 비해 잘생겨졌다.
새끼, 방송국 물 좀 마셨다고 예전보단 잘생겨졌네.
근데, 그런 도경수가 나는 조금. 아니 조금 많이 낯설다.
"아,음. 고마워"
"..."
"ㄷ,드라마 찍는다면서?"
"어"
이 상황에서 나는 무슨 말을 꺼내야 할까.
도경수는 고등학생 때 보다 더 말이 없어진 것 같다.
"아까"
"..어?"
"박찬열이 한 말 뭐야"
"응? 뭔 말?"
"내 팬이라는 말"
"아, 그거 내가 너 여기 왔냐고 물었었거든"
"... 보기 싫었어?"
"아니, 그런거 아니야"
"..."
또 다시 나와 도경수 사이에 정적이 찾아왔다.
이야깃거리 없나? 이대로 가다간 정말 어색해서 미칠 것 같다.
"아 맞다. 아까 우리 프로그램 회의에서 니 얘기 나왔었어"
"무슨 프로그램인데"
"그 변백현씨 메인으로 나오는 예능있잖아"
"근데"
"거기에 너랑 찬열씨가 메인으로 서줬으면 좋겠다고 얘기 나왔어"
"그 프로그램에서 일해?"
"응"
"그럼 해야겠다"
"어? 너 드라마 들어가면 바쁘지 않아?"
"됐어. 좀 바빠도 하면 돼."
단호하시네요. 단호박이세요..?
"아니, 굳이 왜 하려고?"
"너랑 자주 만나려고"
"뭐?"
"아, 나 이제 가봐야 할 것 같다"
"아.. ㄱ,그래 빨리 가 봐"
도경수는 울리는 휴대폰을 바라보더니 인상을 찌푸린 채 저 말만 하고 커피숍에서 나갔다.
도경수가 그렇게 가 버린후 홀로 생각을 해보니 정작 궁금한 건 하나도 물어보지 못했다.
나한테 왜 연락이 없었냐, 오세훈이랑은 아직도 연락을 하냐, 언제쯤 나에게 연락할 생각이었냐, 혹시 나를 잊고산 건 아니였나.
방송국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도경수와 마주칠거라고 예상을 하긴 했다.
그 때 나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할지, 무슨 말을 꺼내야 할 지 수십번을 생각했다.
하지만, 도경수와 마주하는 순간 그 수십번의 생각들은 쓸모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8년 만에 만난 친구 배우 경수 × 막내작가 너징 ;01
"아쉽지만 변백현의 쇼타임은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그럼, 다음주엔 새로워진 쇼타임으로 뵈요!"
"컷! 백현씨, 수고했어요"
"피디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싹싹하고, 진행 잘하는걸로는 우리 백현씨가 짱이었는데 아쉽다"
"다음에 또 불러주시면 되죠-"
"그래요, 백현씨. 다음에 또 뵈요"
"정말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5개월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정들었던 백현씨가 우리 프로그램을 떠나게 된다.
백현씨는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하다가 나를 보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 막내작가님- 이제 저 없으면 슬퍼서 어떡하나"
"그러게요. 백현씨 없으면 슬퍼서 어쩌지-"
별 것도 아닌 농담에 우리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이 아니라는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그럼 막내작가님. 어디 다치지 마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저 마주치면 아는척 꼭 해야합니다?"
"예, 예. 당연하죠. 백현씨도 저 보면 인사 받아주셔야해요"
"다음에 봐요"
"안녕히가세요"
아마 나를 비롯한 모든 스탭팀들의 마음속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허무함과 아쉬움이 휘몰아치고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쇼타임 시청자 여러분! 이제는 박찬열과 도경수의 쇼타임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백현씨를 떠나보내고 일주일 뒤에 바로 찬열씨와 도경수를 맞이했다.
우리팀과 안면이 있는 찬열씨와는 달리, 예능이라곤 이번이 처음인 도경수는 혼자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도경수 입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만 반복하며 허리숙여 인사하다 녹화에 들어갔다.
"막내야"
"네?"
"또 도경수씨한테 시선고정이네?"
"예?"
"진짜 도경수씨 팬 아니야?"
"아이 정말, 피디님.. 저 팬 아니라니까요"
"알았어, 알았어"
"그런데 무슨 시키실 일 있으세요?"
"그 3층 회의실에 있는 보고서 좀 가져와줘"
"네"
피디님은 꺽꺽 웃으시며, 나를 놀리다가 3층 회의실에 다녀오라고 하셨다.
3층까지 가기 귀찮은데ㆍㆍ.
하지만, 난 어쩔 수 없는 심부름의 노예. 피디님, 제가 남들과는 다르게 누구보다 빠르게 다녀오겠습니다.
방송 녹화 내내 나는 여기저기 심부름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젠 이런 생활도 익숙해졌다.
작가라고 다 글을 쓰고, 아이디어를 내 놓는 건 아니였다.
시키는 거 하랴. 스탭팀 눈치보느랴. 신경써야 할 것도 생각보다 많았다.
마지막으로 메인작가님이 부탁하신 심부름을 끝내자 녹화도 마무리 되었다.
"김피디님-. 첫방 기념으로 회식 어때요? 그리고 오늘 금요일이잖아요. 회식! 회식!"
녹화가 끝나자마자 찬열씨가 내 뱉은 말이었다.
피디님은 그럴 줄 알았다며 빨리 정리하고,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얘기하셨다.
"박찬열과 도경수의 쇼타임을 위하여, 건배!"
"건배!"
회식하면 술, 술하면 회식이지.
나는 술이 강하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편이였다. 그래서 또 정신줄 놓아버리고 죽도록 부어라, 마셔라 했지 뭐.
"경수씨"
"네?"
"우리팀 막내가 경수씨 팬인거 알아요?"
"아, 정말요? 누구신데요?"
"저기 찬열씨 앞에 앉은 사람"
"아! 피디님! 아니라니까요-"
또 피디님이었다.
진짜 이럴때마다 도경수랑 8년만에 만난 친굽니다! 라고 소리칠 수도 없고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뭣보다 지금 나와 도경수가 친구라고 말 할수 있는지 모르겠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와 도경수의 사이는 너무 멀어보였다.
-
끄어.. 이제 와서 죄송해요 ㅠㅠ
화요일에 올리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미루다가 이제 올려요ㅠ
원래 여기에 내용 덫붙여서 2화분이었는데, 내용이 너무 짧아서 조금 삭제하고 1화분으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내일 시험인데 이러고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My Love 암호닉!
도라에몽, 타쿠야부인, 타앙슈욱, 슈슈, 비즈, 됴됴륵
감사해요♥
암호닉은 언제나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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