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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로소'이다 


 


 

W. 문달 


 


 


 


 


 


 


 

최종화 


 


 


 


 


 


 


 


 


 


 


 


 


 

 전용 면적 135 제곱 미터 짜리 집안을 돌아다녔던 네 발도, 대학교와 대학가 주변, 남자친구네 집 주변과 자신의 집 주변을 돌아다녔던 두 발도 처음 가보는 길은 험난했다. 어디까지 걸으면 될지, 언제까지 걸으면 될지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이끌고 간다는 건 상당히 지치는 일이었다. 사흘 정도는 정해진 방향 없이 헤맸다. 발 아픈 건 말할 것도 없고, 몸 뉘일 모텔 체크인 하기도 쉽지 않았다. 전 주인이 밥을 굶긴 적이 종종 있었으므로 며칠 배 곪는 것쯤이야 로소에겐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도현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입안에 먹을 것을 넣어줘야 할 것 같아 편의점에라도 갔다. 운성이 하도 흥청망청 남의(도현의) 돈 낭비하지 말라며 잔소리를 해댔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더욱이 돈을 아껴야 한다는 의식이 박혀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운성이 가르쳐 준 것들은 하나같이 다 도움이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법, 식당에서 밥을 먹고 계산하는 법, 행인에게 길을 묻는 법, 시간을 보는 법, 이상한 인간을 만났을 때의 몇 가지 상황들, 간단한 수학 연산을 하는 법 등등.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괘씸하기도 했다. 못된 말만 쏙쏙 골라 굳이 상처를 줘야 했나. 


 


 


 

해와 달이 번갈아 몇 번 더 움직였을 때쯤 로소는 운성의 할머니를 찾아갔다. 혹시라도 운성과 마주칠까 봐 언제든 달릴 준비를 하며 경계했는데 대문을 두들기기도 전에 먼저 안에서 운성은 아까 왔다 갔으니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잘 지냈니." 


 


 


 


 


 

"네." 


 


 


 


 


 

"그새 많이 사람 같아졌구나. 재밌었니." 


 


 


 


 


 

"...네. 즐거웠어요."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몇 마디 주고받으니 눈물이 가랑가랑 차올랐다. 


 


 


 


 


 

"할머니, 저 떠나려고요." 


 


 


 


 


 

"그래. 잘 생각했다." 


 


 


 


 


 

"그런데 저 혼자는 못하겠어요. 어떻게 이 몸에서 나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할머니가 두 손가락을 펼쳤다. 로소가 길게 자라 뾰족한 손톱 끝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는 영영 이승을 떠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 영혼이 들어가기 좋은 짐승을 찾아 그놈에게로 빙의해 앞으로의 생을 살아가는 것이야. 네가 아직 미련이 많다면 두 번째가 좋겠지?" 


 


 


 


 


 

"제가 다른 고양이에게로 들어가면, 그 고양이는 어떡해요?" 


 


 


 


 


 

"없어지는 거지. 지금 너는 꽤 오랫동안 인간의 몸에 숨어 살면서 양분을 많이 긁어먹었기 때문에 보통 짐승들보다 힘이 세졌단 말이야. 쉽게 밀어낼 수 있어." 


 


 


 


 


 

"그럼, 그럼 아무 잘못 없는 걔가 불쌍하잖아요." 


 


 


 


 


 

"원래 있던 애는 태워서 올려보내면 그만이야. 네가 정 연민을 느낀다면 첫 번째 방법대로 하든지. 그러기엔 아직 남아있는 집착이 많지?" 


 


 


 


 


 

"만약에 둘 중 하나를 정한다고 하면 저 도와주실 수 있나요. 값은 낼 수 있어요." 


 


 


 


 


 

"해주마. 그런데 너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그건 염두에 두고 있어. 몸 주인이 많이 심약해진 상태라 영영 네가 거기 갇혀 살아야 할 수도 있거든. 서두르거라." 


 


 


 


 


 

"네." 


 


 


 


 


 

다 그렇겠지. 다 저 자신이 가장 소중하고 애처롭겠지. 하지만 이미 죽은 한낱 영혼이 자신을 딱하게 여겨봤자 쓸모없었다. 몇 달을 부정하며 지내왔지만 인정해야 했다. 사랑하게 된 인간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이 본인의 소멸뿐이라면, 그렇게 해야 했다. 


 


 


 


 


 

"제가 지금 핸드폰을 못 써요, 할머니. 저...도망 나왔거든요. 다들 저를....도현이를 찾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 왔다는 건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연락 드릴게요." 


 


 


 


 


 

"그래. 다음에 보자." 


 


 


 


 


 

"늦지 않게 연락 드릴게요. 그때 봬요." 


 


 


 


 


 

로소가 떠나고 남은 자리엔 부스스한 털들이 날렸다. 연하보살이 혀를 끌끌 차며 무릎을 짚고 일어났다. 대문을 열고 작고 여윈 고양이 한 마리가 나가는 모습이 창 너머로 보였다. 


 


 


 


 


 


 


 


 


 


 


 


 


 


 


 


 


 


 


 


 


 


 


 


 


 


 


 


 


 

어찌어찌 걷다 보니 닿은 곳이 공항이었다. 다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각자의 짐을 끌고 다녔다. 음식점도 많고, 밤이나 새벽까지 깨어있는 인간들도 적지 않았다. 식당들도 많아서 로소는 만족했다. 자는 게 마땅치 않을 뿐이었다. 어차피 오래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저기요." 


 


 


 


 


 

누구한테 말을 걸면 좋을지 탐색하며 고민한 끝에 로소는 도현의 엄마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네? 무슨 일이시죠?" 


 


 


 


 


 

"혹시 여기서 제일 가까운 호텔이 어딘지 아시나요?" 


 


 


 


 


 

"글쎄요~ 핸드폰으로 검색해보면 아실 텐데. 음, 여기서는 로얄 써클 호텔이 가까울 거예요, 아마. 저도 거기서 오는 길이라." 


 


 


 


 


 

"감사합니다." 


 


 


 


 


 

"네~"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틀 정도 공항에 있으면서 먹고, 씻고, 잤는데 생각보다 불편하고 눈치란 것도 많이 보였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으려다가 청소하시는 직원 아주머니에게 걸려 혼이 난 적도 있었다. 


 

핸드폰을 잠깐 켜볼까 했지만, 쌓여있을 연락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서 관두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잡고 묻고, 물어서 우여곡절 끝에 호텔에 도착했다. 


 


 


 


 


 

"하룻밤 묵으려고 하는데요." 


 


 


 


 


 

"네, 손님. 지금 남은 방은 디럭스 트윈룸 하나밖에 없으신데, 괜찮으실까요?" 


 


 


 


 


 

"네. 아무거나 주세요." 


 


 


 


 


 

로소는 그게 뭐하는 방인지 알아듣지 못해 한 말이었지만, 직원이 듣기에는 풍족한 지갑에서 나오는 자신감으로 들렸는지 미소 지으며 카드 키를 건네고는 십 사만 원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와, 이도현. 봐라. 여기 괜찮지 않니." 


 


 


 


 


 

방 안으로 들어온 로소가 통유리로 된 창문의 커튼을 완전히 젖히며 감탄했다. 도시의 야경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공항 비행장도 잘 보였다. 빨간 불빛을 깜빡이며 비행기 하나가 날아가고 있었다. 저건 어디로 가는 걸까. 창에서 손바닥을 떼고 물러나 침대에 털썩 앉았다. 협탁 위에 유선 전화기가 놓여있었다. 할머니, 지금 주무실까. 그러셨으면 좋겠다. 오늘 밤까지는 로소로 있어지고 싶었다.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물이 핑글 돌았다. 툭 터진 눈물이 매끄러운 뺨을 타고 흘렀다. 손등에 닦은 눈물은 뜨뜻미지근했다. 이렇게 살아있는 게 사실은 제가 아니라 도현이다. 그리고 자신은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었다. 고양이로 태어난 걸 후회해본 적은 없는데,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살고 싶었다. 뭐라도 좋으니 살고 싶다. 


 


 


 


 


 

"흐으으으, 하아, 무서, 무서어. 무서워어." 


 


 


 


 


 

이도현이라면 달래줄 사람이 많을 텐데. 괜찮다며,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토닥여줄 사람이 많은데. 로소는 그렇지 않으니까. 


 

고양이 로소로서 생각나는 이들이라곤 짐승만도 못한 교수와 집을 떠난 부인뿐이었으니까. 로소는 그 사실에 더 외롭고 무서웠다. 


 

아무도 자기를 위해서 이만큼 울어주지 않는다. 베개가 흠뻑 젖어 본래 그 용도로 쓰지 못할 정도가 될 때까지 로소는 얼굴을 파묻고 서럽게 울부짖었다. 


 


 


 


 


 


 


 


 


 


 


 


 


 


 


 


 


 


 


 


 


 


 


 


 


 


 


 


 


 


 


 


 


 


 


 

M은 제주도로 출장을 가기 전 아내와 전화로 말다툼한 상태였다. 엊그제 야근을 하고 새벽에 잠깐 집에 들어와 잠만 자고 다시 출근했다가, 어제 팀 회식이 있어 동이 틀 때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에 씻으러 집에 들어갔다. 근 이틀을 등 돌려 잠을 자는 아내의 뒷모습만 보다 나왔는데, 오늘 출근해서 전화로 단단히 혼이 났다. 홧김에 이혼 소리까지 오갔다. 당신은 왜 그렇게 다혈질이야? 고치라고 했잖아. 그게 쉽게 돼? 너야말로 결혼이 우스워? 무슨 싸우기만 하면 이혼이니 뭐니. 가족한테 관심 좀 가져. 애들이 아빠 대체 어디 갔냬. 언제 오느냐고 그래. 야 내가 지금 니들 때문에 이렇게 밖에 나와서 하 말을 말자. 뭔 말을 말아 끝까지 해.야 너만 일해? 너만 밖에 나가서 돈 벌어와? 나도 일해. 나도 너랑 똑같이 직장 생활하는데 넌 뭐가 그렇게 문제라서 승진도 못 하고 맨날 야근이나 처하고 자빠졌니 너 말 다했어? 


 

그런 식으로 점심시간을 다 버렸다. 배는 고프고, 처리할 업무는 많은 가운데 과장님이 새로 하는 사업 관련으로 제주도로 M 자네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기에 넙죽 알겠다며 허리 접어 인사했다. 


 

퇴근은 했는데 된통 싸우고 나니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아들한테 전화해보니 엄마는 오늘 좀 늦는다고 했단다. 옳다구나 하고 가서 캐리어에 대충 옷가지를 쑤셔 넣고 나왔다. 아빠 어디 가. 응 아빠 제주도로 출장 갔다 올게. 두 밤만 자고 봐. 


 

공항 근처 호텔에 체크 인을 하고선 팔자 좋게 더블 사이즈 침대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었다. 여기서 혼자 편히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나가면 된다. 편의점에서 사기지고 온 네 캔에 만 원짜리 캔맥을 하나씩 까서 마른안주를 곁들여 먹고 있는데 벽 너머로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렸다. M이 리모컨을 들어 티비 볼륨을 낮추자 그 울음소리는 더 명확하게 귀에 맺혔다. 


 

소리는 도중에 멈췄다가 이어지는 것까지 포함해서 한 시간 이상 지속하였고, 참다못해 M은 내선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613호실인데요. 여기 동물 출입 가능한가요? 옆방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서요. 잠을 못 자겠네요." 


 


 


 


 


 


 


 


 


 


 


 


 


 


 


 


 


 


 


 


 


 


 


 


 


 


 


 


 


 


 


 


 


 


 


 


 


 


 


 


 


 

도현이 사라졌는데 일상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었다. 은제는 모르고 평소 자기 하던 대로 깝죽거려도 동냥 오는 고양이들은 안다는 듯이 찾아와 귀찮게 굴지 않았다. 로소가 털어놓은 말들을 머리와 가슴으로 정리하는 것도 벅찬데, 말없이 사라지기까지 했으니 미치지 않고 침착하게 앉아 있는 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태일로서는 용했다. 


 


 


 


 


 

"쌤, 쌤?" 


 


 


 


 


 

"...어." 


 


 


 


 


 

"쌤, 괜찮으세요? 얘 여기 다쳤다는데요. 쌤, 봐주시죠." 


 


 


 


 


 

무슨 생각을 깊게 하는 건지 불러도 깨지 않는 태일을 은제가 열심히 불렀다. 자기 옆에서 피가 흐르는 팔을 잡고 서 있는 남학생을 가리키고는 한 발짝 물러나 갸웃거리며 태일을 바라봤다. 


 


 


 


 


 

"아. 응, 그래. 어쩌다가 다쳤어?" 


 


 


 


 


 

"축구하다가 넘어지면서 쓸렸어요." 


 


 


 


 


 

"살살 하지. 너흰 그게 안 돼서 오는 거지만. 그렇지?" 


 


 


 


 


 

"네." 


 


 


 


 


 

다친 학생이 치료를 받고 나가자 기다리고 있던 은제가 태일 옆에 붙어 앉았다. 


 


 


 


 


 

"쌤, 무슨 일 있어요?" 


 


 


 


 


 

"응. 많지. 이러다 퇴근하겠나 모르겠다." 


 


 


 


 


 

"... 그 일은 쌤이 멍 때리면서 설렁설렁하니까 그런 거고요. 그런 일 말고요. 여친이랑 싸웠어요?" 


 


 


 


 


 

"은제야, 너는." 


 


 


 


 


 

알고 보니 현이가 현이가 아니었다면 어떨 것 같니. 라는 질문을 하려다가 입을 도로 막았다. 누구한테 감정을 맡기려는 건지. 


 

스스로가 한심했다. 


 


 


 


 


 

"저 뭐요?" 


 


 


 


 


 

"오늘도 땡땡이니?" 


 


 


 


 


 

"오늘도라뇨! 지금 갈 거거든요?" 


 


 


 


 


 

"그래. 꾀병도 자주 부리면 진짜 병 된다." 


 


 


 


 


 

"다른 건 몰라도 보건 쌤이 그런 말 하면 진지하게 걱정된단 말이에요." 


 


 


 


 


 

은제가 찡얼거리며 문을 닫고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 쳤다. 오늘은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날이었다. 주차장 쪽으로 향하면서 단축번호를 눌렀다. 그리운 이름이 화면 중앙에 뜨자마자 전원이 꺼져있단 얄미운 소리가 나왔다. 몇 번째 듣는 말인지 모르겠다. 


 


 


 


 


 

"......로소야, 내 목소리 좀 그만 쌓아놔. 음.......잘 지내고 있니, 말 되게 웃기는데 어디 아픈 곳 없이... 밥은 챙겨 먹고 다녀야 해." 


 


 


 


 


 

여태 태일은 잘 풀리지 못하고 엉키거나 꼬인 과거에 대해서 미련 끌기보다는 어쩔 수 없지- 하며 흘려보내기를 택하는 편이었는데, 이번만큼은 더 빨리 알아챌 걸, 기다린답시고 외면하지 말 걸, 하고 절절히 후회했다. 


 


 


 


 


 


 


 


 


 


 


 


 


 


 


 


 


 


 


 


 


 


 


 


 


 


 


 


 


 


 


 


 


 


 


 


 


 

저, 준비 다 됐어요. 


 


 


 


 


 


 


 


 


 


 


 

도현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었다. 로소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한 자, 한 자 곰곰이 생각하며 공들여 쓰는데 자꾸 눈물이 떨어졌다. 


 

밑에 휴지를 잔뜩 깔아놓고, 코를 훌쩍이며 앞, 뒷장 전부 빼곡하게 채웠다. 툭, 또그르르. 하도 손에 힘을 주고 썼더니 덜덜 떨렸다. 바닥에 떨어진 펜을 다시 주울 기력도 없었다. 슬픔은 굳이 힘주지 않아도 혼자 나와 뚝,뚝 떨어졌다. 멈추는 게 훨씬 어려웠다. 


 

체크아웃 할 시간이 다 되었다. 무당 할머니께 연락을 드리고는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많이 야위었구나." 


 


 


 


 


 

"정말요? 그래도 잘 먹고 다녔는데." 


 


 


 


 


 

"너 말이다." 


 


 


 


 


 

"아..." 


 


 


 


 


 

이것도 걱정이라고 할 수 있나. 도현이 아닌 자신의 안부를 묻는 말이 온기 없이 건조했어도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로소가 해사하게 웃으며 맺힌 눈물을 훔쳤다. 


 


 


 


 


 

"서두르자. 정말 시간이 없으니." 


 


 


 


 


 

"네." 


 


 


 


 


 


 


 

잘 가, 잘 가 로소. 


 


 


 

눈물을 모아 강을 만든다는 비유가 단순히 빗대는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워지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울음은 멈출 줄 몰랐다. 쩌렁쩌렁 울리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점차 아득해졌다. 불구덩이로 몸을 던진 기분이었다. 아파서는 아니었다. 겁이 났다. 


 

문태일이 보고 싶었다. 도현을 얼마나 그리워하고 있을까, 또 나를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까. 그를 생각하면 좀 따끔하긴 했다, 마음이. 이기적이지만 로소로서 그가 보고 싶었다. 


 


 


 


 


 

내가 보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 와줬잖아.  


 


 


 


 


 

제대로 된 인사를 못 하고 가는 건 좀 아쉬웠다. 


 


 


 


 


 


 


 


 


 


 


 


 


 


 


 


 


 


 


 


 


 


 


 


 


 


 


 


 


 


 


 


 


 


 


 


 


 


 


 


 


 

로소의 부탁대로 연하보살은 그의 가방 앞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 전원을 켰다. 심하게 버벅거릴 정도로 많은 연락이 응답받지 못한 채 썩어가고 있었다. 그중 제일 위에 떠 있는 알림을 눌러 연락을 했다. 신호음이 급박하게 끊기더니 울음 섞인 목소리로 상대가 도현의 이름을 불렀다. 연하보살이 담담한 말투로 여기 있으니 데려가라고 말했다. 전화를 내려놓고 물 적신 수건을 대야에 짜서 거뭇거뭇한 재가 묻은 도현의 얼굴을 살살 닦아줬다. 


 


 


 


 


 


 


 


 


 


 


 

평소에 담임 선생님을 만만하게 보긴 했지만, 이번 경우는 아니었다. 다짜고짜 식으로 조퇴하겠다고 말하는 건 그가 시답잖은 이유를 들고 와 졸라도 해주겠지 하고 우습게 여기는 게 아니라 일생에 몇 안 되는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평소 행실이 곱지 않았던 동혁에게 담임 선생님은 쉽게 조퇴 서를 써주지 않았다. 


 


 


 


 


 

"진짜예요, 선생님. 저희 누나가 2주째 연락 두절 됐다가 조금 전에 먼저 통화가 됐다니까요? 자기 데리러 오래요, 지그으음!" 


 


 


 


 


 

"동혁이 너 폰 안 냈니?" 


 


 


 


 


 

"냈어요!" 


 


 


 


 


 

"공기계?" 


 


 


 


 


 

"그것도 폰이잖아요. 아, 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네 인생 네가 하찮게 여기면 누가 중요하게 생각해 주겠니." 


 


 


 


 


 

"진짠데에...우리 누나한테 큰일이라도 생긴 거면 쌤이 책임지실 거예요?" 


 


 


 


 


 

"가족이 너 하나만은 아닐 거잖니. 누나는 부모님께 연락 드려서 맡기고, 동혁이 너는 교실로 돌아가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계속 이행하렴. 핸드폰은 나한테 주고." 


 


 


 


 


 

이 인간을 꺾기란 쇠숟가락 구부리기 보다 어려울 것이다 판단한 동혁이 한숨을 쉬며 그럼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내겠다며 돌아서 교무실을 나왔다. 


 


 


 


 


 

"문태일 받아라, 제발 빨리 받아라아아, 혀어어엉...형!!!" 


 


 


 

-어, 무슨 일이야? 


 


 


 

"어, 무슨 일이 있어. 형, 이도현 찾았어. 누나 지금 친구 할머니 집에 있대. 뭔 보살이더라. 아무튼 이도현 친구 중에 할머니가 무당이신 분 알아? 주소 알려줬는데 내가 까먹음." 


 


 


 

-...야, 너는 그걸 어디 메모라도, 잠깐만, 고마워, 나중에, 나중에 연락할게. 


 


 


 

"어어." 


 


 


 

입을 빼죽 내밀곤 하는 수 없이 핸드폰을 내고 나온 동혁은 교실로 달려가 자기와 똑같이 핸드폰을 내지 않고 책상 서랍 밑에 숨겨놓고 게임을 하는 친구의 것을 빌려 도현의 인스타 피드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야, 나 전화 좀 쓸게." 


 


 


 


 


 

"아까부터 님 마음대로 쓰고 계시잖아요." 


 


 


 


 


 

"재민아, 사랑, 크큼! 여기까지." 


 


 


 


 


 

`형. 나 동혁인데 이도현 친구 이운성이라는 누나야. 이 누나한테 다렉 보내봐.` 


 

`다렉이 뭐야?` 


 

`형 너 진짜 구리다. 기다려봐.` 


 


 


 


 


 

얼마 안 되어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연락처 하나를 받았다. `형, 우리 누나 만나면 괘씸죄라고 뺨 한 대만 때려줘.` 유별난 애정 표현과 함께. 


 


 


 


 


 


 


 


 


 


 


 


 


 


 


 


 


 


 


 

누구세요 


 


 


 

누나 혹시 할머니가 무당이세요? 


 


 


 

?? 그건 왜 물어보시는데요?? 


 


 


 

맞다는 얘기죠?  


 

와 다행 한 번에 찾음 


 

저 이도현 동생 이동혁이라고 하는데요.  


 


 


 

 


 


 


 

아까 저한테 전화가 왔는데 우리 누나가 누나네 할머니 댁에 있다고 해서요. 


 


 


 

도현이가요??  


 


 


 

이도현 2주째 잠적 탄 거 아시죠. 찾았대요. 누나 할머니 댁이래요.  


 

누나 남친이 지금 가려고 하는데 주소를 몰라서. 누나 번호 알려주시면 제가 형한테 전해줄게요. 


 


 


 


 


 


 


 


 


 


 


 

하루 이틀 정도는 얘가 학점 말아먹으려고 작정했구나 싶었다. 전화도 꺼져있고, 문자도 안 보고. 누누이 도현이 인생 망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 발칙한 고양이를 어떻게 혼쭐을 내줄까 하며 벼르고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니까 수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껄끄러운 사이가 됐지만 로소를 아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으니 어쩔 수 없이 도영에게 연락을 했다. 혹시 도현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 


 

그러니까 엄청난 얘기를 꺼냈다. 도영에게 로소가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았다고. 이운성 너는 알고 있었느냐고. 그게 끝이었다고. 그 뒤로 만난 적 없다면서. 도영의 말까지 듣고 나서야 도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짐작했다. 


 


 


 


 


 

"네. 정문에서 기다릴게요." 


 


 


 


 


 

갈 만한 곳을 다 돌아다녔는데도 로소는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속만 끓이는 짓은 하기 싫었는데 나름대로 운성 본인의 일도 해결해야 하다 보니 그를 찾아 헤매는 것이 어려웠다. 혹시 몰라 할머니께 여쭤봤는데 그땐 모른다는 식으로 나와놓고서는 지금. 


 


 


 


 


 

"할머니.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나한테는 말해 줄 수 있는 거였잖아. 손녀보다 걔를 더 믿어?" 


 


 


 


 


 

-떠나는 애 부탁인데 들어줄 수 있는 건 다 해줘야지. 그래야 편히 가지. 


 


 


 


 


 

"도현이 아직 안 깨어났어? 지금 가고 있어." 


 


 


 


 


 

-여기 잘 있으니까 천천히 와라. 


 


 


 


 


 

운전하고 있는 사람부터가 안달복달이 나 있는 상태라 직접 도현을 보기 전까지 진정이란 되지 않을 것이다. 불안한 눈빛으로 태일을 바라보고 있는 운성을 뒷자리에 타고 있던 도영이 불렀다. 


 


 


 


 


 

"운성아, 뭐래?" 


 


 


 


 


 

태일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는 중에 수업이 다 끝나 집에 가려던 도영과 만났다. 평소라면 남은 할 말도 없어 모르는 척 지나쳤겠지만, 도현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소식을 듣기는 해야 할 것 같아 운성이 붙잡았다. 도현이 찾았어. 까맣고 큰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게 다 보였다. 가고 싶다고 해서 기어코 차까지 같이 타고 가게 되었다. 


 


 


 


 


 

"도현이 무사하대." 


 


 


 


 


 

"로소는?" 


 


 


 


 


 

도영이 정말 궁금한 건 로소였다. 애초에 로소를 만났으니 당연했다. 겉모습은 모두가 아는 도현일지라도 도영은 그가 아니라 줄곧 로소를 봐왔으니까. 로소는, 하고 묻는 말에 태일도 운성의 대답을 은근히 기다렸다. 둘의 시선을 동시에 느낀 운성은 로소까지는 모른다며 짧게 대답을 끊어치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빠!"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기운도 없을 텐데 도현은 마당을 서성이며 지나가는 발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다가 열리는 대문으로 들어오는 태일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다. 아주 익숙한 온기였다. 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목에 얼굴을 묻었다. 


 


 


 


 


 

"도현아, 도현이 맞아..?" 


 


 


 


 


 

"응. 오빠, 도현이야. 나 도현이야. 오빠, 보고 싶었어." 


 


 


 


 


 

"도현이구나...도현이 맞구나." 


 


 


 


 


 

"응, 오빠. 나 여기 있어." 


 


 


 


 


 

태일이 도현을 품에서 떼어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시 끌어안았다. 제가 아는 도현이 맞았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꽉 차게 도현이었다. 


 


 


 


 


 

"로소는..." 


 


 


 


 


 

"걔는 갔어." 


 


 


 


 


 

"어디로." 


 


 


 


 


 

"몰라. 멀리 갔어. 것보다 오빠, 정말 보고 싶었어." 


 


 


 


 


 

계속해서 붙어있고 싶어하는 도현을 조심스레 밀어낸 태일이 멀거니 서서 지켜보고 있던 연하보살에게 다가가 물었다. 


 


 


 


 


 

"로소는..어떻게 됐어요?" 


 


 


 


 


 

"그놈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갔어."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시면 안 될까요..?" 


 


 


 


 


 

"영영 사라지거나 다른 놈에게 붙어 기생하며 앞으로 살아가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할머니. 마당에서 뭐 태웠어? 이 동그란 자국 뭐야?" 


 


 


 


 


 

운성의 말에 모두가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쳐다보았다. 마른 흙바닥에 검은 자국들이 원을 그리며 남아 있었다. 


 


 


 


 


 

"로소는 어떤 결정을 내렸는데요?" 


 


 


 


 


 

"글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알려 줄 수 없다는 뜻을 연하보살은 에둘러 말했다. 옆에서 태일을 바라보며 서 있던 도현이 팔짱을 껴왔다. 


 


 


 


 


 

"오빠. 나 피곤해. 이제 가자." 


 


 


 


 


 

"로소, 못 찾아요?" 


 


 


 


 


 

"오빠." 


 


 


 


 


 

"못 찾아요? 걔가 그랬어요? 이것도 말해주지 말래요?" 


 


 


 


 


 

"오빠!" 


 


 


 


 


 

도현이 그 정도만 하라며 태일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도영이 자리에서 흘러내리듯 주저앉아 마른 손으로 얼굴을 이마부터 아래로 쓸어내렸다. 운성이 위로 대신 그의 어깨를 짚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이미 끝났어. 설사 살기로 작정했다고 한들 그 영혼이 가다가 타버렸을 지도 모른다는데 어떻게 찾으려고 그래?" 


 


 


 


 


 

"정말이에요?"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하긴 했다." 


 


 


 


 


 

"저기, 오늘은. 도현이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만 기억하기로 해요." 


 


 


 


 


 

험악해진 분위기를 헤치고 운성이 나섰다. 로소는 잠시 제쳐놓고 도현이 돌아왔다는 것 자체는 축하받아 마땅했다. 


 


 


 


 


 

"기다렸잖아요, 다들. 도현이를." 


 


 


 


 


 

태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현의 손목을 잡고 나갔다. 


 


 


 


 


 


 


 


 


 


 


 


 


 


 


 


 


 


 


 


 


 


 


 


 


 


 


 


 


 


 


 


 


 


 


 


 


 


 


 


 


 

"사실 처음엔 안 믿었거든. 걔한테는 그래. 믿어. 라고 하긴 했는데 돌아서서는 뭐야, 그런 게 어딨어. 라고 넘겼거든. 보여줘라. 할 수도 없고. 울먹이면서 믿어달라는데 어떡해. 그런데 오늘은 좀 실감 나네." 


 


 


 


 


 

태일과 도현을 보내고, 도영은 간만에 운성과 둘이서 술을 마셨다. 혈중알코올농도는 낮았지만, 비감에 빠져있으니 거나하게 취했다는 착각을 하는 듯 맥을 못 췄다. 


 


 


 


 


 

"오늘에서야 제대로 이도현을 본 거잖아, 나는. 되게 낯설더라고. 쟤가 이도현이라고? 에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니까. 따지면 그 고양이한테 사기 당한 거지. 얄미워 죽겠어..." 


 


 


 


 


 

"그래. 피해자들 많아." 


 


 


 


 


 

"나. 이도현이 뭘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로소는 알아. 걔 봉봉 좋아하고, 우유도 좋아해. 책 읽는 건 싫어하는데 그림 그리는 건 좋아하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래.." 


 


 


 


 


 

"그 형은 나보다 더하겠지. 최대 피해자 아니냐. 무려 여자친구가 몇 개월 동안 뒤바뀌었는데. 나라면 반쯤 미칠 듯." 


 


 


 


 


 

도영이 말한 그 형은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잠잠했다. 길길이 뛰는 건 도현 쪽이었다. 동혁은 친누나를 간만에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안녕, 하고 어색한 인사만 남긴 뒤 문을 닫으며 나왔다. 성질이 확 뻗친 도현의 목소리가 밖에 있는 동혁에게까지 들렸다. 


 


 


 


 


 

"어휴, 살벌해서 살겠나." 


 


 


 


 


 

그나마 엄마가 계 모임을 떠나서 집에 없는 게 다행이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가망 없어. 나도 되게 한심하고 쓸데없는 생각인 거 아는데, 혹시 나면. 혹시나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다면." 


 


 


 


 


 

"오빠...그러지 말고 나 좀 도와줘. 나 너무 힘들어. 내 삶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줘. 미안한데 나 진짜 걔한테 신경 쓸 시간 없거든." 


 


 


 


 


 

날 사랑하는 거 아니었어? 날 기다렸던 거 아니었어? 


 


 


 

그 물음에 태일은 그렇다고, 맞다고 말했다. 그럼 그거로 끝난 거라고 도현이 태일의 목에 팔을 둘러 안았다. 엉망이 된 방구석을 치울 엄두가 안 나 당분간은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살려고 한다, 태일은. 


 


 


 


 


 


 


 


 


 


 


 


 


 


 


 


 


 


 


 


 


 


 


 


 


 


 


 


 


 


 


 


 


 


 


 


 


 


 


 


 


 

**Epilogue** 


 


 


 


 


 


 


 


 


 


 


 


 


 

영원은 꼭 사람이 내뱉는 날숨 같아서. 


 


 


 

입안에서 태어나 허상처럼 흩어져버리는 게 그랬다. 영원하자는 말,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고 짓무르게도 했다. 


 

결말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지든 자그맣게 자국은 남아 때때로 번지곤 했다. 


 

잘 지내다가 이따금 욱신거렸다. 기억이 조금이라도 무뎌진다면 아니, 아예 사라진다면 좀 나을 것도 같은데. 


 


 


 


 


 

고양이들의 급식소는 여전했다. 최근에는 앞발을 내어주면 츄르를 서비스로 제공했다. 그러니 너도나도 앞다투어 자기 발을 잡고 흔들라며 경쟁하듯 내밀었다. 흰둥이는 새끼를 낳았다. 태일에게 한 마리, 한 마리 소개해줬다. 멋쩍게 웃으며 알아들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말했다. 미안해. 집이 좁아서 데려가기는 힘들어. 고양이를 좋아하는 선생님들끼리 분양받거나 임보 하다가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내줬다. 노랑이랑 점박이는 잘 투닥거렸지만, 그런대로 평화롭게 어울려 놀았다. 


 


 


 


 


 

"야- 로소야. 너 얼굴 보기 힘들다." 


 


 


 


 


 

태일이 활짝 웃으며 손을 쭉 뻗었다. 주춤거리며 제자리에서 빙글 돌던 고양이가 태일이 내민 손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댔다. 


 

아주 아주 새까만 고양이었다. 흑진주 같은 눈동자를 연녹색 손톱 달이 받치고 있었다. 드래곤 길들이기의 검은 용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예쁘게 생겼다는 말이다. 겨우 태일의 손바닥 안을 채우는 작은 로소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밥그릇 앞에 앉혀놨다. 


 

점박이가 건들려고 움찔거리길래 동생 괴롭히면 안 된다고 말렸다. 듣기는 하니. 


 

가슴을 긁어주자 로소가 눈을 감으며 골골거렸다. 선선한 바람이 들었다. 블라인드 줄에 달린 아크릴 손잡이가 벽에 부딪히며 탁, 탁 소리를 내었다. 그것이 고양이들의 흥미를 자극했는지 우르르 몰려들어서는 물고, 당기기 바빴다. 좁은 창틀에서 잘도 놀았다. 


 

로소는 관심 없다는 듯이 태일의 손길을 받으며 하품을 했다. 바람을 타고 진한 아카시아 향이 날아왔다. 나름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웠다. 


 


 


 


 


 


 


 


 


 


 


 


 


 


 


 


 


 

네가 없는 자리에서 난 널 그리워하고 있어. 다시 만날 때까지. 


 

모든 고양이의 이름은 로소가 되겠지. 


 


 


 


 


 


 


 


 


 


 


 


 


 


 


 


 


 


 


 


 


 


 


 


 


 


 


 


 


 


 


 


 


 


 

슬픈 거 쓰는 거 힘드네요....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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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8ㅅ8입니다 로소야ㅜㅜㅜㅜㅜ 정말 말 없이 사라져버렸네요 어떤 거에 다시 들어가 살고 있을지 아니면 소멸됐을지도 모르고.. 다들 로소를 그리워하고 있겠죠? 도영이와 태일이는 계속 도현이를 보며 로소를 생각하게 되겠죠..? 그러다가 또 잊게되고 도현이 보면 또 생각나고.. 모두에게 너무 아픈 결말이에요ㅜㅜㅜ 도현은 도현이대로 태일이랑 동영이는 태일이 동영이대로... 운성이도ㅜㅜㅜㅜㅠㅠㅠ 로소 가지마ㅜㅜㅜ
4년 전
문달
8ㅅ8님~~~~ 그동안 로소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훌쩍...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끝이 났네요. 제가 해피로 이끌려고 힘을 써보려고는 했는데 영감님이 거기로 가지 마라 에헴 ⁝(˚͈͈͈͈̥̆₍₎˚͈͈͈͈̥̆⁎)⁝
하셔서...ㅠㅠㅠㅠ 후기에서 조금 풀어보께용

4년 전
독자2
로소 잘 지내겠져 ..? 후기 기다리고 있을게용 자까님 수고 많으샸어요!
4년 전
독자3
작가님 지원 이에요. 마지막에 왜이렇게 슬픈지
로소가 없는 자리에서 로소를 그리워할 태일이
감정을 글로 잘 표현해주신것같아요.. 로소와 태일이는 꼭 다시 만났으면 좋겠네요 어떤 형태로든!
완결 축하드리고 좋은 작품 끝까지 잘 써주셔서
감사해요. 고생 하셨어요 💚

4년 전
문달
지원님 언농~!!! 완결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오오
로소랑 태일이 만나기...옥게...제가 한번.. ㅎㅎㅎ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덩!!

4년 전
비회원251.53
로소가 고양이 몸에 들어갔든 사람 몸에 들어갔든 소멸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ㅠㅠ 학대만 당하다 죽기 직전 도현이 몸에 들어가게돼서 이것저것 인간의 삶을 조금밖에 누리지 못한게 너무 마음 아파요 엉엉 물론 몸을 뺏긴 도현이도 너무 불쌍했지만... 로소가 사람 몸에 들어가서 다시 새시작 하고 있었으면 좋겠네요 8ㅅ8 헣허 작가님 너무너무 고생많으셨어요ㅠㅠ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4년 전
문달
로소는 좋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이렇게까지 찌통으로 가려는 계획은 없었는데 핫하 ㅎㅎㅎㅎㅎ 제가 도짜님 마음 치유치유츛츛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해요!!!
4년 전
독자4
진짜 완전 재밌어서 눈물 나려고 그래요ㅠㅠㅠㅠㅠㅠㅠ 저 글잡 되게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오자마자 작가님부터 찾았잖아요ㅠㅠ 진짜 여전히 글 너무 잘 쓰셔서 옛날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문달님 글 읽을 때마다 설레서 진짜 벽 쾅쾅 쳤었는데... 흑 작가님 덕분에 오랜만에 어제도 설레는 밤 보냈어요 밤 새가면서 작품 다 봤다구요...૮(꒦ິཅ꒦꒦ິ) ა 진짜 아셔야 해요 제가 사랑하는 거ㅠㅠ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짜 작가님 없었으면 설렘 없는 삭막한 생활될 뻔... 엉엉엉엉ㅇㅇ 이번 글도 너무 재밌었어요 읽고 여운 쩔어서 저희집 애옹이한테 아련하게 로소라고 부르다가 냥냥펀치 당하긴 했지만... 엉엉 아무튼 감사합니다... 갑사합니다... ( ˃̣̣̣̣o˂̣̣̣̣ )
4년 전
문달
헉 갬덩쓰 ㅠㅠㅠ 오랜만에 오셨군요, 잘 오셨습니더!!! 저를..저를 찾아주셨다구여..? ( ´•̥̥̥ω•̥̥̥` ) 영광 영광 갬덩 두 배!! 밤 새가면서까지 봐주셨다니 진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꽈배기 될 것 같은 ㅋㅋ큐ㅠㅠ 칭찬 폭탄 감사합니다~!! ㅋㅋㅋㅋ 그나저나..집사님이시구나 정말 부럽네여 흑 나도 고양이..나도 주인님... ㅠㅠ
4년 전
독자5
와 .... 진짜 정주행했는데 진짜 너무 좋아요... 찌통 대박이고... 태일이 너무 슬퍼요..... 흑 흑흑ㅎ
로소 이왕 이렇게 된거 아무 고양이로 들어간 다음 도영이집에 가자 로소야... 흑흑 이제 이 글 알아버린 반성해.... 아냐 이제라도 알았으니 결론은 너무재밌어용.... 후기 기다리겠습니당...!

4년 전
문달
우왓!! 정주행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이제 막 끝낸 글인데요 뭐! 늦은 거 아닙니더!!! 도영이 집에 가기라....핫하..지금은 좀 참고 후기에서 풀겠습니더^0^
4년 전
독자6
전 도현이한테 이입해서 그런지 도현이가 얼른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으면 하던 입장이라 뭘 모르고 여기저기서 해프닝 만들던 로소가 쬐끔 밉기도 했거든요ㅠㅠ 근데 이렇게 막상 돌아오니 로소가 안쓰럽네요 흑흑 사실 로소도 평범한 삶을 살던 고양이는 아니었으니까.. 로소야 너도 행복해야 해ㅠㅠㅠ
4년 전
비회원91.57
로소야 행복해야 해
4년 전
독자7
라나입니다ㅠㅠㅠ 우리 로소 정말 아무것도 없이 사라진 거네요😭 남은 사람들은 너무 너무 그리울 것 같아요.. 도현이가 무사히 원래대로 돌아온 건 다행이지만 그동안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도 많이 했고 귀엽기도 했던 로소가 계속 생각이 나겠죠? 모두들 어떤 형태로든 로소와 만나게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지금까지 로소 이야기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4년 전
독자8
저에게도 로소라는 이름이 평생 기억될 것 같아요 태일이 말 중에 "너는 내 꿈이야 이루어지면 안 되는 이루어지지 않아야 오래 꿈꿀 수 있으니까"를 보고 머리가 띵했어요 처음 본 표현이라 충격 먹었던 것 같아요 이상하게 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은 빨리 포기하는 편이라 저에게는 와닿을 수 없는 문장이었지만 마치 크게 공감한 양 충격을 받아서 거기에 또 놀랐네요ㅋㅋㅋ 그 문장부터 펑펑 울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모든 고양이의 이름은 로소가 되겠지"에서 눈물 네 줄기 흘렸네요 ㅋㅋㅋ 평소 제 마인드라면 로소가 도현이의 몸에 들어간 채 떠났을 때 그냥 떠나지 왜 남의 몸까지 데리고 가는 거야 했겠지만 뭔가 로소에겐 그럴 수 없더라고요... 도영이가 로소가 좋아하는 거 읊을 때도 뭔가... 아무튼 너무 잘 봤어요 보는 내내 인상 깊은 장면이 너무 많았고 좋았어요
4년 전
독자9
정말 너무 잘 읽었어요..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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