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져요 우리
조승연 한승우 김요한
2018년 핸드폰에 유난히도 폭염 경보니 나가지 날라는 문자가 많이 오던 더운 여름, 그 날이었다.
대학에 가기 위한 시험과 생기부 작성을 마치고 자기소개서를 써야한다며 친구들과 모여 카페에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던 그 날.
"저기요"
누군가 나를 툭툭 치기에 쳐다 본 시선 끝에는 키가 멀대같이 큰 한 남자 아이가 서 있었다.
"네?"
"번호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친해지고 싶어서요."
당황스러웠다.
누군가에게 한 번도 번호가 따여본 적이 없던 평범한 나는 매력적인 속쌍커풀과 오똑한 코, 운동을 했는지 다부진 어깨를 가진 남자 아이를 보고 선 홀린듯이 번호를 주었다.
그 때에는 주변 친구들이 호들갑을 떨기도 했고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지 못 했던 나이기에
어떤 남자가 여자의 번호를 딴다는 것은 당연히 관심이 있어서라고 생각해 하루하루를 설렘에 빠져 살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라는 걸 일주일만에 깨달았다.
[김나비 똥냄새나]
[어쩌라고 니 인중냄새야 그거]
[응 똥칼라 응]
그 남자 아이의 이름은 김요한.
나와 동갑인 19살이었고 태권도로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운동 중이고 꼭 태권도로 대학을 갈 거라고 매번 자신있게 얘기한다.
동갑이고 서로 입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급격하게 친해져 버렸는데
그냥 친해진 것도 아니고 급격하게 친해지다 보니 이 사단이 나버린 것이다.
19년 인생을 사는 동안 남사친이 한 명도 없던 나는 이렇게 하면서 남자친구를 만나는 건가 싶었지만 요한이와 내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전혀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나비 공부해.. 나 공부하는거 방해하면 니 똥냄새 나는거 너네 학교에 퍼뜨린다]
[아 김요한 니 냄새라고 그거.. 작작해라]
[응 아니야]
이러는데 어떻게 좋은 감정이 생길 수가 있냐구요..
하지만 요한이덕분에 재미있는 고3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항상 수업이 끝나면 요한이가 숙소가기 전까지 전화를 하면서 그 날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요한이의 코치님 이야기는 밤 새는 줄 모를 정도로 재밌었다.
요한이가 말솜씨가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이야기하면 재미없을 이야기를 포인트를 잘 살려서 이야기 해주는데 그 말솜씨에 매번 놀란다.
요한이의 그 말솜씨 덕분에 고3생활을 잘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던 고3 생활끝에 나는 원하던 대학은 아니지만 그냥저냥 성적에 맞게 대학을 갔고 요한이는 재수를 하게 되었다.
운이 안 좋았던 건지 실기 시험 전에 요한이가 발목 부상이 생겨서 면접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아 왜 너만 대학가냐고"
"몸관리를 잘 했어야지. 그리고 난 내가 원하는 대학도 아니거든"
"그 대학이 니가 원하는 대학이 아니라고? 그럼 너 서울대가게? 서울대 바로 아래인 학교 다니면서 뭘 더 바래"
"넌 몰라도 돼"
"1년만 기다려 내가 바로 따라잡아줄게"
"응 아니야 나도 반수할거야 응"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내 대학이 절대 낮은 대학은 아니지만 나의 목표는 이 대학교가 아니었기에 반수를 목표로 대학교에 들어갔다.
대학교의 분위기는 한 번 맛 보고 싶어서..
"나 보고 싶어두 참아 요한아"
"니가 더 보고싶어하겠지"
"응 아니야"
"얼른 꺼져 나 훈련 가야 돼"
"열심히 공부해서 20학번 후배로 만나자 요한아^.^"
"아 빨리 꺼져"
틱틱대는 재수생 요한이를 두고 입학식이 코앞이라 바삐 서울로 상경했다.
***
입학식을 마치고 기숙사에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연락하면서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었다.
개강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