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올라와서 처음 있었던 선생님과의 상담시간이 나의 가족 얘기, 진로 얘기, 친구들 얘기, 내가 좋아하는 책과 음악 얘기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 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네, 운이 너하고 상담 제일 오래했다." 그러고보니 선생님은 어느샌가 나를 '운이'라고 부르고 계셨다. 학연이가 나를 부르던 호칭, 다른 친구들조차 부르지 못하게 했었는데. 학연이가 불렀을 때랑 뭔가 기분이 달랐다. 왠지 선생님이 나를 운이라 부르니까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우리 운이 말도 잘 안하는데 한 시간동안 고생했네, 선생님한테 궁금한 점은 없어?" 선생님께 궁금한 점... 선생님, 저한테 왜 "왜," 운이라고 부르세요? "운이라고 부르세요?"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마음 속 말에 내가 더 놀라 입을 다물었다. 미쳤어, 그게 입 밖으로 왜 나와, 진짜, 너무 창피해. 낭패,라는 생각이 떠오르면서 고개를 숙이고 이번엔 정말 속으로 스스로에게 온갖 꾸짖음을 쏟아내며 자책을 하고 있는데 내 말에 아무 대꾸도, 반응도 없던 선생님이 꽤나 진지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셨다. "내가 운이라고 부르는 거 싫어? 난 학연이가 택운이 널 운이라고 부르길래 나도 그렇게 부른건데, 싫다면 안 부를게." "아뇨, 싫다는 게 아니라... 저를 운이라고 부르는 건 학연이 밖에 없는데 그게... 학연이가 자기만 부를거라고... 다른 애들이 절 운이라고 부르는 걸 싫어해서요... 그니까, 제 말은... 선생님이 절 운이라고 부르는 걸 학연이가 알면 싫어하지 않을까 해서.... 아니 그니까...." 걱정인지 뭔지 모를 표정과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듯 인상을 잔뜩 구기며 말하는 선생님이 너무 당황스러워 얼른 고개를 들고 횡설수설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무얼 말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는 채로 어버버, 거리다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져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고 호탕하게 웃으시더니 '그럼 학연이 없는 곳에서만 운이라고 부를게, 됐지?'라고 말하시며 고개숙인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고 보지않아도 내 얼굴부터 귀와 목까지 전부 새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는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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