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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온앤오프 성찬
중력달 전체글ll조회 1300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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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각또각, 바닥에 닫는 납작한 운동화 굽소리가 하나, 그 뒤를 조용히 따르는 저벅저벅 납작한 단화 굽소리가 둘.

   시커먼 아스팔트 길 위를 스치는 두 개의 구두굽 소리가 번갈아 이어진다. 매일 혼자 걷던 길에 한 사람 더 늘었을 뿐인데, 기분 탓인지 살갗을 에워싸는 공기부터가 달라진 듯한 그 길을 나는 말없이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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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밥 사게 해주고."




   그가 그렇게 말했다.
   사달라고도 아니고 사주게 해달라고.

   기념일이나 생일날만 되면 무조건 '낮은 가격순으로 정렬' 필터링 걸어놓고 골치 아픈 숙제거리 해치우듯 선물을 고르는 여느 남자들과 그는 뭔가 달라도 한참은 달랐다.




   큰 기럭지답게 넓고 빠른 보폭의 그가 오늘은 좁고 느린 내 보폭에 맞춰 잔 걸음으로 걷는다. 걸음을 앞질러 괜히 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지도 않고, 부담스럽게 바짝 붙어와 공연히 눈치를 보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내 곁을 지키며 은은하게 발을 맞출 뿐. 내 곁의 그는 뭉근하게 깔린 한밤의 배경음악처럼 굴었다.




   그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곤 그저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매니아라는 것과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요즘 들어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이 늘었다는 사실이 전부였는데, 몇 발자국 걷다보니 그새 아는 게 하나 더 생겼다.

   다른 게 아니라, 걸음걸음마다 풍기는 향이 꼭 은은한 비누 향기를 닮았다는 것. 그의 푸른색 셔츠 자락에서도 검은색 머리칼을 간간히 털어 낼 때도. 그것도 골치가 아파 머리까지 멍해지는 독하디독한 향수 냄새가 아니라, 마음을 멍하게 만드는 향긋한 비누 냄새. 

   그것 마저 과연, 신비소년 답다 생각했다.
   누군가를 '너 답다'는 말로 가두는 건 그리 썩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나와 나란히 걷던 그가 불현듯 걸음을 늦추곤 묻는다. 




   "근데 우리, 뭐 먹을까요?"




   물음표를 여러개 매단 눈. 그 눈으로 나를 빤히 내려다본다. 

   왠지 모르게 흥분된 목소리. 나와 밥 한 끼 먹는 게 죽기 전 소원인 사람처럼 마냥 들떠 붉어진 동그란 두 볼. 덕분에 배로 깊어진 보조개까지. 그를 이루는 그 모든 것이 그의 지금 마음을 대신 전했다.




   그러다 싱긋,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제 시야에 가만히 나를 담아내던 그의 곧은 미간에 주름이 예쁘게 졌다 이내 다시 펴진다. 나는 겁도 없이 그 멀끔한 얼굴을 그림 보듯 바라보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아득한 기분에 사로 잡힌 건 한 순간이었다.




   흰 도화지 하나에 이토록 많은 그림이 담길 수가 있는 것일까. 믿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를 계속 쳐다봤다. 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잘생겼다. 사실 말이 필요 없었다. 부끄러움도 어느새 다 잊은 채 나는 그의 생김새 하나 하나를 머릿속에다 옮겨 그렸다.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누군가의 얼굴을 이렇게 오목조목 입체적으로 뜯어 본 적이 별로…아니, 어쩌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숱이 많아 짙은 눈썹, 기다란 콧대 그리고 우뚝 솟은 콧날. 내 두 눈이 빚은 듯한 그 얼굴 위를 좋다고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맑고 깊은 눈에 진 속쌍꺼풀도 과연 그 사람 다웠고, 물 머금은 빨간 물감으로 칠해 놓은 듯한 입술에 히죽히죽 웃을 때마다 곱게 생기는 두 개의 입동굴조차 가히 예술이었다.




"응? 왜 그렇게 봐요."




   그리고, 그의 잘난 얼굴 위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내 시선이 덜컥 멈춘 곳에 봉긋하게 솟아 오른 오동한 두 볼이 있었다. 다소 날카롭다 느꼈던 첫인상을 단번에 인간 순두부로 만드는 그 동그란 볼. 불현듯 단어 하나가 뇌중을 스친다.




   그래 맞아,
   다람쥐.




   나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다람쥐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했다. 조금 더 세밀하게 묘사해보자면, 다리 길고 잘생긴 거대 다람쥐. 머릿속에다 가만히 스케치만 했을 뿐인데, 다닥다닥 앞에 붙은 멋들어진 수식어들과 세상 귀여운 피수식어가 세트로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다.




   이젠 그가 뭘 하든, 무슨 말을 하든 통통한 저 두 볼만 연거푸 눈에 들어 온다. 볼만 보인다. 저기다 혹시 올망졸망 도토리 몇 알 숨겨둔 건 아니겠지. 배고플 때 하나씩 까먹으려고 그러나?

   피식, 그를 관망하다 결국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나왔다. 




[프로듀스/이진혁] 여름날의 다람쥐를 좋아하세요? 03 | 인스티즈

"응? 왜 그렇게 봐요."




   그리고, 그의 잘난 얼굴 위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내 시선이 덜컥 멈춘 곳에 봉긋하게 솟아 오른 오동한 두 볼이 있었다. 다소 날카롭다 느꼈던 첫인상을 단번에 인간 순두부로 만드는 그 동그란 볼. 불현듯 단어 하나가 뇌중을 스친다.




   그래 맞아,
   다람쥐.




   나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다람쥐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했다. 조금 더 세밀하게 묘사해보자면, 다리 길고 잘생긴 거대 다람쥐. 머릿속에다 가만히 스케치만 했을 뿐인데, 다닥다닥 앞에 붙은 멋들어진 수식어들과 세상 귀여운 피수식어가 세트로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다.




   이젠 그가 뭘 하든, 무슨 말을 하든 통통한 저 두 볼만 연거푸 눈에 들어 온다. 볼만 보인다. 저기다 혹시 올망졸망 도토리 몇 알 숨겨둔 건 아니겠지. 배고플 때 하나씩 까먹으려고 그러나?

   피식, 그를 관망하다 결국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나왔다. 




[프로듀스/이진혁] 여름날의 다람쥐를 좋아하세요? 03 | 인스티즈

"응? 왜 그렇게 봐요."




   그리고, 그의 잘난 얼굴 위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던 내 시선이 덜컥 멈춘 곳에 봉긋하게 솟아 오른 오동한 두 볼이 있었다. 다소 날카롭다 느꼈던 첫인상을 단번에 인간 순두부로 만드는 그 동그란 볼. 불현듯 단어 하나가 뇌중을 스친다.




   그래 맞아,
   다람쥐.




   나는 오늘,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다람쥐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했다. 조금 더 세밀하게 묘사해보자면, 다리 길고 잘생긴 거대 다람쥐. 머릿속에다 가만히 스케치만 했을 뿐인데, 다닥다닥 앞에 붙은 멋들어진 수식어들과 세상 귀여운 피수식어가 세트로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다.




   이젠 그가 뭘 하든, 무슨 말을 하든 통통한 저 두 볼만 연거푸 눈에 들어 온다. 볼만 보인다. 저기다 혹시 올망졸망 도토리 몇 알 숨겨둔 건 아니겠지. 배고플 때 하나씩 까먹으려고 그러나?

   피식, 그를 관망하다 결국 참고 있던 웃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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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봐요, 너무 잘생겼어요?"





   결국 들킨다. 내가 이렇게나 어수룩하다. 맨들맨들한 턱을 손가락으로 가만히 매만지던 그가 말했다. 잘생긴 얼굴로 자기 잘생겼냐 물었다. 다른 누가 했음 아마 그대로 어퍼컷 한 대 얻어 맞았을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나름 웃으라고 한 말 같은데, 사실상 너무 맞는 말이라 별다른 대꾸도 하지 못했다.

   공기마저 오그라드는 듯한 부끄러움에 애써 모른 척 늦게라도 고개를 돌리려는데, 




   "근데…잘 웃네요?"




   그렇지. 이걸 그가 그냥 놓쳤을 리 없다. 불타는 고구마로 환생하기까지 약 5분 남겨둔 날 빤히 제 시야 속에 가둔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무언가를 보듯 나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더니 말했다.




   "아니다…나 때문에 웃은 건가."




   그건 좀 너무 갔죠? 덧붙여 말 해놓고 괜스레 머쓱한지 그가 허허실실 웃었다. 솟아 오른 어깨가 하늘을 뚫을 기세다. 허세 섞인 농담도 왠일인지 밉지 않았다. 미워 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그건 모두 사실일지도 모르니까.




   안 그래도 더운데, 얼굴이 불에 덴듯 화끈거린다. 땅으로 이내 꺼져 버릴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서 성큼성큼 전보다 빠르게 걸었다. 그래봤자 금방 따라 잡힐 거라는 걸 잘 알지만 그렇게라도 해야했다.




   "나 봐봐요."




   곧바로 그가 뒤따라 붙었다. 잔뜩 굽혀진 내 얼굴에 맞춰 그 큰 키를 낮췄다.




   그게 사실은,

   "…계속 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는 은은하고 잔잔하지만, 제 감정만큼은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확했다. 바르고 분명하게 내 왼쪽 가슴 어딘가를 저격했다.

   …계속 보고 싶다고.




   저 문장이 만약 여느 시집 한 구절 속에 있었다면 나는 당장 핑크색 형광펜을 들어 좍좍 줄을 그어 뒀겠지. 매일 밤마다 그 구절을 읽고 또 읽다 결국 외워버렸겠지. 곱씹는 것만으로도 아득해지는 그의 문장들이 온통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냥…예쁘다고요, 웃는 게."




   해가 이미 다 져버린 시간인데도, 날이 꿉꿉하니 더웠다. 편의점 앞에 놓인 탁자에 모여 여름 밤 맥주를 까는 사람들, 손에 든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얼음을 한 번에 두 세개 씩 와작와작 씹어대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을 스쳐 갔다. 

   나는 여전히 이마에 땀이 흘렀다. 덥다. 아직 안 진 태양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그냥 다 제쳐두고서,




   그러니까,

   "…더요, 더."




   가만히 태양이 하는 소리를 듣는다.



 
   "…?"
   "더 예쁘다고."




   예쁜 꽃을 바로 눈앞에서 본 사람처럼, 그가 말갛게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마치 그 꽃이 된 기분이었다. 




   분명 태양이 졌는데, 지고도 남은 시간인데, 
   어째 나만 질 생각을 안했다. 









여름날의 다람쥐를 좋아하세요?
03. 다람쥐 관찰일기









v





   내 앞에 앉아있는 다람쥐 한 마리를 가만히 관찰한다.




   그와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사주겠다고 신이 잔뜩 난 사람한테 괜찮다고 거절하는 것도 실례 같아서. 

   누가 다람쥐 아니랄까봐 볼에 한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또 웃음이 나올 뻔했다. 위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두 볼에 도토리가 못해도 다섯 알씩은 들어있는 게 틀림없는데 말이지.




   따사롭다 못해 따갑기까지한 내 시선을 결국 느낀 그가 찬찬히 고개를 든다. 조금은 커진 내 눈동자에 그의 두 눈이 맞닿았다. 입을 바쁘게 오물거리던 그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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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다람쥐 관찰일기









v





   내 앞에 앉아있는 다람쥐 한 마리를 가만히 관찰한다.




   그와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사주겠다고 신이 잔뜩 난 사람한테 괜찮다고 거절하는 것도 실례 같아서. 

   누가 다람쥐 아니랄까봐 볼에 한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또 웃음이 나올 뻔했다. 위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두 볼에 도토리가 못해도 다섯 알씩은 들어있는 게 틀림없는데 말이지.




   따사롭다 못해 따갑기까지한 내 시선을 결국 느낀 그가 찬찬히 고개를 든다. 조금은 커진 내 눈동자에 그의 두 눈이 맞닿았다. 입을 바쁘게 오물거리던 그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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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내 앞에 앉아있는 다람쥐 한 마리를 가만히 관찰한다.




   그와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사주겠다고 신이 잔뜩 난 사람한테 괜찮다고 거절하는 것도 실례 같아서. 

   누가 다람쥐 아니랄까봐 볼에 한 가득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다 또 웃음이 나올 뻔했다. 위험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두 볼에 도토리가 못해도 다섯 알씩은 들어있는 게 틀림없는데 말이지.




   따사롭다 못해 따갑기까지한 내 시선을 결국 느낀 그가 찬찬히 고개를 든다. 조금은 커진 내 눈동자에 그의 두 눈이 맞닿았다. 입을 바쁘게 오물거리던 그가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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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내뱉는 호흡에 맞춰 볼이 부풀었다 말았다를 반복했다. 이게 다 저 귀여운 두 뺨 때문인데 그걸 모른다. 몸에 베인 별 거 아닌 습관이 자칫 누군가를 체하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당신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름, 뭔지 물어봐도 돼요?"




   들고 있던 수저를 조용히 내려놓고, 곧바로 티슈 한 장을 꺼내 들어 특별히 뭐가 묻지도 않은 입가를 깔끔히 닦아낸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래야만 물을 수 있는 질문이라는 의미다.




   언제까지 '저기요'라고 부를 순 없으니까, 
   되게 정도 없어 보이고. 

   오늘 그에 대해 느낀게 하나 더 있는데, 그는 머쓱하거나 괜스레 무안해지면 붙임말이 많아지는 버릇이 있었다. 또 무어라 덧붙이며 말꼬리를 테이프처럼 늘이는 모양새가 그랬다.




   그의 질문 한 번에, 미련하기 짝이 없는 머리가 반사적으로 이름 하나를 떠올려 버린다. 오래 되어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던 내 명찰 속 이름 미니(Minnie), 신비소년이 스치듯 불렀던 그 닉네임을. 더이상 그는 'Minnie'가 진짜 내 이름이냐고 묻지 않았다. 




   언젠가, 내 생활 전반을 누군가가 오롯이 지배한 적이 있었다. 'Minnie'라는 이름을 내게 지어준 장본인,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는 나의 옛 연인.

   낯 간지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불리는 것도 통 성에 안 차 포털 사이트 아이디도 죄다 minnie1004에 닉네임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것 역시 'Minnie'로 해뒀다. 비밀번호는 고민도 한 번 없이 0814, 그의 생일로 전부 통일, 우리집 현관문 비밀번호조차도 한동안은 0814였다. 어린 날의 나는 뭘 그렇게 매번 그를 떠올리고 싶었을까. 그 사람이 산소도 아닌데. 산소 같은 사랑을 했던 것도 아니면서. 




   덕분에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었다. 마음 제대로 먹고 바꿔놓기엔 일일이 손 댈 곳을 차마 셀 수도 없었다. 숨어든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다. 바꿔도 바꾸지 않아도, 나는 아플대로 아팠다. 그러든 그러지 않든 숨 막히는 기억들이 따라 붙는 건 똑같았으니까. 숨쉬듯 그를 생각하고 밥을 먹듯 그를 떠올리는 삶을 언젠가 산 적이 있었다.




'나리 걔 이번에 그 사람이랑 결혼한다더라.'
'어머, 미쳤나봐. 그럼 여주 어떻게 해.'




   그래서 더 상처가 컸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산소를 들이키고 물을 마시는 것처럼 그를 사랑하고 그를 생각했으니까. 사랑하는 연인도 소중했던 친구도 잃었다. 둘의 이름에 항상 세트로 내 이름이 딸려 나왔다. 걱정을 빙자해 내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슬프기 이전에 창피해서 죽고 싶었다. 사랑하지 못할 인간을 사랑한 것 같았고 믿으면 안될 사람을 믿었다 여긴 것 같아 부끄러워서.




   그래서 문을 닫았다. 그 누구도 열지 못한다던 육각형 자물쇠를 걸어 놓고 굳게 잠구기까지 했다. 스스로 열 생각도 없었고 누군가가 다가와 열어주길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왠걸, 




   "가만히 있으면 생각나고…생각나면 부르고 싶어지니까,"
   "…?"
   "궁금…해서요."




   다신 열릴 일 없을 것처럼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열려버렸다.
   열린 문 바깥쪽에서 잔잔히 들려오던 작은 북소리가 어느새 내 왼쪽 가슴 어딘가에서 들리는 듯했다. 

   점점 커졌다. 커져 소란스럽다. 북소리가 끊일 줄 몰랐다.




   대체 내가 지금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게 내가 물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북채를 손에 쥐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이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둥둥, 북소리가 커진 내 안을 가득 채운다. 그런 그에게 나는 대답 대신 다시금 물었다.




   "그쪽…이름은…요,"




   언제까지 '딸기 요거트 프라푸치노 주문하신 고객님'이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나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세상 엉뚱한 주석을 달았다. 이런 말도 할 줄 알고, 귀신에 홀린 게 아니라 태양에 홀린게 틀림 없었다.




   특유의 빤하고 깊은 눈으로 나를 관망하던 그는 이내 대답한다.




   "미키요."




   미키? 엥, 그게 뭐야.
   엉뚱맞은 대답을 툭 던져 놓은 그가 흐드러지게 웃었다.




   "에이, 장난 치지 말고,"
   "미키마우스 몰라요? 미니 남자친구."




   그거 되게 귀여운데. 꼭, 본인이 누군가의 '남자친구'라도 된 것처럼 말한다. 입꼬리가 곱게 휘어져 예쁜 원을 그렸다. 

   그저 머릿속에 담아 내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숨이 막히는 몹쓸 기억에다 왜 자기가 좋은 주석을 달아주려 안간힘을 쓰는 걸까. 왜 이토록 내 두 눈을 가려주려 열심히일까. 미니마우스의 남자친구, 미키 마우스.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니 별게 다 부끄러워져 애써 모른 척했다.




   "설마…진짜에요?"
   "당연히 아니죠."
   "아, 뭐에요, 그게."




   여름날의 다람쥐는 장난기가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착 가라앉은 진지한 얼굴로 들어와 메뉴판을 두리번 거릴 때는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세상 엉뚱한 개구쟁이가 따로 없었다. 

   원래 그런건지 내 앞에서만 개구진 어린 애가 되는 건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젠 어쩐지 좀 더 알고 싶지만.









[프로듀스/이진혁] 여름날의 다람쥐를 좋아하세요? 03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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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혁...이렇게나 머찐데 못난 글쓴이 만나서 고생이많아...

밍숭맹숭 숭늉 같은 글 읽는다구 여러분도 고생이 많아요...

이번 화는 진짜 너무 세상 멋도 없다...미앙...ㅜ_ㅜ


댓글 언제나 너무 감사드려요!

싸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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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늘부터 좋아하게 될 것 같네요.
4년 전
독자2
진혁이 정말 훅훅 들어오는게 아주...... 감사합니다 자까님 ㅠㅠㅠㅠㅠㅠ 너무 설레는 글 ㅠㅠㅠㅠ 💓💓
4년 전
독자3
잘생긴 다람쥐 진혁 너무 구ㅏ여워요.... 최고 귀여운 이진혁 저렇게 훅훅 치고 들어오기 있냐ㅠㅜㅜ
4년 전
독자4
선생님..... 진짜..... 너무 간질간질해요..ㅠㅜㅠㅢㅜㅜㅜㅜㅜ 진짜 진혁이 글 많이 써주세요ㅜㅜㅜㅜㅜ 진혁이 많이 보고싶습니다... 너무 글 재밌어요ㅜㅜㅜ
4년 전
독자5
세상에 선생님 못난 글쓴이...? 말뚜 안된다구요ㅠ 표현이 너무 예뻐서 바닥 뒹굴고 있는 저를 보셔야하는데ㅠㅠㅠㅠ
4년 전
독자6
작가님 글이 숭늉이라면 오늘부터 제가 젤 좋아하는 음식은 숭늉입니다...... 되게 예쁜 풍경 속에 들어갔다 온 기분이에요 오늘도 너무너무 잘 보고가요❤️
4년 전
독자7
머찐 진혁이 머찐 작가님 만났오요..자기 전에 읽으러 들어왔는데 설ㅠㅠㅠ레ㅠㅠㅠ서ㅠㅠㅠㅠ잠을 못 잘 판...작가님 최고💞
4년 전
독자8
진혁 ㅠㅜㅜㅜㅜ 멋있어 ㅠㅜㅜㅜ 좋아 ㅜㅜㅜㅠㅠㅜ 최고야 달달해 ㅠㅜㅜㅠㅠㅜㅜ 작가님 대박
4년 전
독자9
진혁이가 멋지면 작가님도 멋진거예요...☆ 작가님도 T.O.P..☆
4년 전
독자10
미니 남자친구 미키 ,,, 잘 보고가요 자까님,, 최고애오 오늘도,, 딸푸벤 이지녁 ,,,
4년 전
독자11
3개의 글을 읽을동안 느낀건데요, 작가님 글을 읽으면 시집을 읽는거 같아요! 수식어들이 너무너무 이뻐요ㅠㅠㅠ 오늘도 진짜 최고였어요ㅠㅠㅠㅠㅠ
4년 전
독자12
와 자까님...............저 오늘 잠 못자요 필력이 말로 표현할수가 없네요..bbbb
4년 전
독자13
미키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진혁이 같아서 더 설레요 ㅠㅠ
4년 전
독자14
어머어머 미키래 미키래 진짜 세상 센스넘치고 다정한ㅜㅜ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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