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ing a Cake
上-上 아직 날이 쌀쌀한 초봄, 3월 어느 날.
하암.
성규가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품 한번 하고 눈 한번 비비고. 꾸벅, 고개를 한번 떨어뜨리면 고개를 흔들어 다시 잠을 깨고. 한참동안 아침잠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던 성규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켜고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었다. 쏴아, 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물이 나오기 시작하고 반쯤 잠긴 눈으로 멍하니 쏟아져 나오는 물을 바라보던 성규가 두 손 가득 물을 받았다. 우, 우왓! 성규가 화들짝 놀라며 손에 받아놓은 물을 버려버리고 옷에 물기를 닦았다. 물이 너무 차가웠다. 옷에 묻은 물기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성규는 젖은 부분의 옷을 손끝으로 잡아당겨 최대한 몸에서 떨어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두 손 가득 느껴버린 물의 얼음장 같은 느낌에 잠으로 흐릿하던 성규의 눈은 또렷하게 변해있었다. 성규가 입을 삐죽 내밀고 툴툴거리며 제일 오른쪽에 존재하던 수도꼭지를 한가운데에 위치하도록 돌렸다. 물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검지로 쏟아져 나오는 물의 온도를 간간히 확인한 성규는 이제 제법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온도의 물이 나오는지 다시 두 손 가득 물을 받아 세수하기 시작했다.
“으헉.”
성규는 방금 막 씻고 나와 차가운 손을 우현의 배에 가져다대었고 우현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한기에 숨을 들이마시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제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성규를 보더니 미간을 한번 찡그리고는 가볍게 제 이마를 성규의 이마에 부딪혔다. 성규가 자신의 이마를 문지르며 우현의 등을 팡팡 때렸고 억지로 자리에서 일으켰다. 우현은 이불을 부여잡고 다시 잠을 청하려 하였으나 사정없이 자신을 잡아당기는 성규에 의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침대를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한기에 성규의 손에 들린 이불을 빼앗으려 손을 뻗었으나 아직 잠을 완전히 몰아내지 못한 우현보다 성규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성규는 방 한쪽 구석으로 이불을 휙, 하고 던져버리고 우현의 등을 떠밀어 화장실로 밀어 넣었다. 우현은 투덜투덜 거렸지만 별다른 투정 없이 곱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쏴아. 샤워할 생각인지 샤워기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성규는 그제야 화장실 앞을 떠나 던져버린 이불을 곱게 개키기 시작했다. 이불을 다 갠 성규는 침실을 나가 서재로 들어갔다. 한쪽을 빼곡히 채운 책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열심히 책을 찾던 성규는 제일 위에서 자신이 찾고자 한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까치발을 들고, 최대한 팔을 위로 뻗었다. 그러나 손끝은 책에 닿을락 말락, 아슬아슬한 거리를 맴돌 뿐 책을 뽑아내기는 조금 거리가 부족했다. 결국 성규는 옆에 놓인 의자를 가져와 의자를 밟고 책을 꺼냈다.
「Sweet Cake」
성규가 책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며 의자에서 내려왔다. 의자를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은 다음 서재를 나와 침실로 돌아왔다. 우현은 아직 씻고 있는 중인지 화장실에서 계속 물소리가 들려왔다. 성규는 침대에 앉아 책을 펼쳤다. 얼핏 보기에도 굉장히 달아 보이는 케이크들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성규는 책이 소개하는 케이크 하나하나를 꼼꼼히 확인했다. 이건 어렵구, 이건 재료를 구할 곳이 없구. 하나씩 케이크 하나를 지워갔고, 결국 두 개의 케이크만이 남았을 무렵 우현이 젖은 머리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으, 추워.”
우현이 몸서리를 치며 성규의 옆을 파고들었다. 덜 마른 우현의 머리카락 끝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성규의 손 위로, 책 위로 떨어졌다. 갑작스럽게 침범한 작은 한기에 빠르게 손을 이불에 닦아 한기를 지운 성규가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종걸음으로 서랍장으로 다가간 성규는 손을 휘적여 드라이기를 꺼내 다가왔다. 위잉, 드라이기가 작동하기 시작했고 성규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우현의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가끔 드라이기 에서 나오는 바람이 뜨겁다고 느껴지는지 우현이가 인상을 찡그렸으나 우현의 머리에 온 정신을 쏟아 붓던 성규는 이를 알지 못했다. 우현이의 머리카락이 점차 고들고들하게 변해갔다. 성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드라이기를 끄고 다시 제 자리, 우현의 옆을 파고들었다. 우현은 성규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 안에 집어넣었다. 온 몸에서 느껴지는 상대방의 온기에 우현은, 그리고 성규는 기분 좋은 미소를 띄웠다.
“우현아!”
성규가 몸을 돌려 자신의 손에 들린 책을 우현의 눈앞에 내밀었다. 케이크로 가득찬 책에 우현이 인상을 쓰며 성규를 바라보았다.
“맛있겠지? 응?”
성규가 우현의 대답을 재촉했으나 우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인상을 쓰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성규는 우현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뭐가 더 좋을 것 같아? 이거? 이거? 뭐가 더 맛있을까, 응?”
성규가 사진 두 개를 짚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건 이것보다 더 달 것 같아서 좋은데 이 재료가 마음에 안 들어서 싫어. 그렇다고 이걸 만들자니 난 더 단게 좋은데….”
성규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성규의 손에서 책을 빼앗아들었다. 성규가 팔을 뻗어 다시 우현의 손에서 책을 가져오려 하였으나 우현은 쉽사리 성규에게 다시 책을 내어주지 않았다. 한참의 공방 끝에 먼저 포기한 것은 성규였다. 입을 부루퉁하게 내밀고 우현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우현은 단호한 표정으로 부루퉁한 성규의 표정에 맞섰다.
“만들 거야, 케이크.”
지루한 공방이 오갔다. 만들래. 안 돼. 만들래. 안 돼. 끝없는 말싸움에 지친 우현은 작은 하품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규도 재빠르게 일어나 재빠르게 우현의 손에 들린 책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우현은 이를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재빠르게 팔을 위로 들어올렸다. 또다시 실패. 성규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침실을 나가는 우현의 뒤를 졸졸 쫓아갔다. 우현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성규도 우현을 따라 소파에 털썩 앉았다. 우현이 하품을 했다. 성규도 따라 하품을 했다. 우현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성규를 바라보았다. 성규는 간절한 눈으로 우현을 바라보았다.
“왜, 왜 만들려고 그래, 갑자기.”
한숨과 함께 우현이 반승낙의 말을 내뱉었다. 그의 말에 성규의 얼굴에 돌연 화색이 돌아왔다.
“내가 꿈을 꿨는데 내가 최고의 파티쉐였어! 내 손에서 예쁘고 맛있는 케익이 막 만들어지는데!”
성규가 이보다 더 황홀할 수는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우현은 벙찐 표정으로 성규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 만들려구, 케익!”
성규가 머쓱한 웃음을 터트렸다. 일전에 자신이 요리를 하겠다며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두었던 때가 새록새록 했다. 우현이 급격히 자신감을 잃은 성규에게 <거봐> 라 말했다. 시무룩해진 성규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번쩍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성규의 눈에는 사라진 자신감이 돌아와 있었다.
“그때는 처음이었고, 이번엔 저번에 요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잘 할 수 있어! 거기에 나 꿈에서도 만들어 봤단 말야. 최고의 파티쉐였다니까?”
우현이 어린 아이를 달래듯 성규를 달래기 시작했다. 요리를 하겠다며 집안을 초토화로 만드는 것은 성규. 그런 성규를 졸졸 쫓아다니며 뒷정리를 하는 것은 우현. 결코 우현은 성규의 요리를 허락해줄 수 없었다. 그러나 성규도 쉽게 자신의 생각을 접지 않았다. 오히려 강경히, 꿈에서도 만들어 보았고 이전에 요리를 한번 시도해보았으니 이번엔 결코 전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을 거다, 라는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만들어, 만들어. 내가졌다, 졌어.”
우현이 혀를 내두르며 손을 들어 항복을 표했다. 성규가 배시시, 행복한 웃음을 얼굴 가득 띠며 우현의 손에서 책을 빼앗았다. 침실에서 펼쳐놓고 한참 고민하던 페이지를 다시 펼쳤고 또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것을 만드느냐. 우현은 저대로 두면 고민하다 하루가 갈 것임을 예감하고 아무 케이크 하나를 찍어주었다.
“이거?”
성규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후다닥 달려가 종이와 펜을 가져왔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종이 위에 필요한 재료를 쓰기 시작했다. 생소한 재료들도 있었던 듯 성규는 써내려가는 중간 중간에 펜 끝을 입에 물곤 했다. 우현이 또다시 하품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리책에만 집중하는 것 같았던 성규가 우현의 바지 밑단을 붙잡았다.
“어디가?”
우현의 한마디에 성규가 고개를 들어 우현을 바라보았다. 가지마, 여기에 나랑 있어. 성규는 강렬히 눈으로 우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으나 우현은 고개를 흔듦으로써 성규가 보낸 메시지를 흩어버렸다. 그러자 성규가 우현의 다리를 껴안았다. 자기를 두고 가지 말라는 강력한 의사표현이었다. 우현이 다리를 털어 성규를 떼어내려 하였으나 성규는 끈질기게 우현의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우현은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성규가 배실배실 웃으며 우현의 품안으로 들어갔다. 우현이 성규의 머리에 자신의 턱을 올려놓고 편한 자세를 취했다. 정수리 위에서 느껴지는 우현이의 턱이 아픈지 성규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지만 우현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우현아, 장 보러가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자신을 바라보는 성규를 우현은 단칼에 잘라냈다. 성규는 이런 우현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시 우현이를 잡아끌기 시작했다. 방에서 옷을 가져와 반강제적으로 우현이의 옷을 갈아입히고자 노력했다. 결국 우현은 또다시 툴툴거리며 성규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성규가 헤헤 웃으며 내미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사이 성규도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우현이와 함께 나갈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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