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찬열민석] Memory ::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0/2/d/02dc8c4662a348d5b9a22de73010cc96.jpg)
너에게서 생전 느껴본 적 없는 찬란한 빛을 느꼈다. 그래. 나에게 넌 꽤나 신비로운 존재였다. 한 치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너는 내 시선을 잡아당기기에 충분했고, 도통 읽을 수 없는 너의 눈이 나와 맞닿으리는 순간 그제야 나는 무언가를 홀로 실감하곤 작은 탄성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무얼 말하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눈과 작게 달싹이는 입은 예상과 다르게 제 곳을 찾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움직였다. 박.찬.열. … 내 이름을 안다. 입 보먕으로 작게 몇 번 움직이던 너, 아니 민석의 입술은 잠시 망설이는 듯 멈칫하더니 다시 천천히 이어나간다.
나랑 돌아가자.
Memory
먹이사슬처럼 엉키고 엉키는 학교 안, 그 안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이 존재했다. 강한 자들은 여전히 강했고 약한 자들은 여전히 약했다. 꼴통 학교라고 내 귀를 괴롭히는 더러운 소문들을 몸소 맞닿으리니 상상, 그 이상이었다. 문제아들만 모아둔 곳. 애초에 이 학교에선 다른 또래 애들과는 달리 평범히 졸업하기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하루에 두세 번은 일이 터지는 게 일상인 이 질 어린 학교에서 나는 언제나 홀로 지내왔다. 딱히 친구들과 부대껴 다니는 건 영 몸만 피곤할 뿐이었다.
「 오늘부터 야자를 해서 이제 마쳤어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세요. 」
메시지가 전송되었습니다-. 알림창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곤 핸드폰 액정을 껐다. 요즘 따라 몸이 제 몸 같지 않게 피곤함에 허덕인다.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가방을 바로 고쳐매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전과 다르게 많이 쌀쌀해진 공기에 이제 겨울이 다가온다는 것을 실감했다. 익숙하게 몸을 틀어 학교 앞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곧 도착이라고 뜨는 버스 시간을 한 번 보다가 이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9시 22분. … 오랜만에 걸어갈까. 요즘 몸이 계속 뻐근한데 운동이나 할까 싶어 저 멀리 오고 있는 버스에 시선을 떼곤 몸을 돌렸다. 사실 운동은 핑계고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주위를 바라보았지만,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오전에 학교를 째고 나가기가 일쑤이기에 사실 야간 자율 학습을 하는 학생도 나와 몇몇 소수의 학생뿐이었다.
" 아, 졸라 추워. "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아, 괜히 안 탔나. 바보같이 뒤늦게 후회를 하곤 적막한 주위를 다시 한 번 버릇처럼 둘러보았다. 뿔뿔이 갈 길 가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며 입을 한 번 달싹였다. 입김이 작게 서린다. 애석하게도 매서운 바람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고, 나는 얕게 미간을 좁히며 바람 때문에 땅만 보던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선명히 보이는 익숙한 교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 학교 교복이다. 약간 의아함을 느끼며 그 옆을 지나가려는데 갑자기 내 손목을 붙잡는 예상치 못한 녀석의 행동에 몸을 한 번 작게 떨었다.
" 뭐야. "
" ……. "
" … 나 알아? 할 말 있어? "
" ……. "
" ……. "
우리 학교에 이런 애가 있었나.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분명 교복은 우리 학교 교복인데…. 추위로 떨리는 내 말에 조금의 반응도 보이지 않고 눈만 멀뚱히 뜬 채로 내 손목을 놓지 않는 녀석에 나는 점잖게 당황했다. 잠시 얼이 빠진 채로 가만히 서 있다가 이상한 기분에 황급히 녀석의 손을 뿌리쳤다.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녀석의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뭐야. 이상해. 진짜. 괜히 이상한 애한테 말려드는 기분에 재빨리 자리를 뜨려 하는데 그런 날 눈치챘는지 입술을 한 번 달싹이는 녀석에 나는 옮기려는 발걸음을 멈췄다.
" ……. "
" ……. "
" ……. "
" … 뭐? "
" ……. "
" 너, … 말 못해? "
분명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정말 미세하게 간간이 숨소리만 들릴 뿐, 녀석의 입에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고는 녀석을 내려다보니 녀석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입을 움직이기 시작한 녀석에 나도 모르게 입 모양을 주시했다. 그러니까.
김.민.석.
녀석이 나에게 건넨 말은 짧은 세 글자였다. 아마 자신의 이름일 것이다. 혹시나 잘 못 알아들었나 싶어 녀석의 명찰을 보니 다행히도 김민석, 제대로 알아들었다. 이름이 김민석이야? 나의 물음에 민석은 아까와 달리 고개를 두세 번 크게 끄덕이더니 자신의 손을 쫘악 피곤 손바닥이 위를 향하게 한다. 그리곤 이렇게 해보라는 듯 손을 흔들길래 나도 모르게 뭔가에 홀린 듯 따라 손을 폈다. 계속 도는 심상치 않은 기분에 빨리 자리를 떠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아프게 스쳤지만, 나도 모르게 민석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녀석의 손가락이 내 손바닥에 안착했다. 아, 손바닥 위에 쓰려고 그러는 거구나. 민석은 손바닥에 천천히 한글자 한글자 꾹꾹 그어댔다. 약간 아파서 찔끔했지만 참을만했다. 왜 이렇게 세게 그어. 약간 불만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민석을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눈을 축 내렸다. 이제 추위도 못 느끼겠다. 몸이 무뎌졌나. 한참 내 손바닥 위에 열심히 글자를 꾹꾹 긋던 민석의 행동이 멈췄다. 그리곤 천천히 민석의 고개가 올라가 나에게 향했다. 한 치의 표정도 없는 민석의 표정이 조금 무서워질 정도다. 대체 저 속에 뭔 생각을 하는 것인지, 나는 알 도리가 없었다. 괜히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 황급히 민석에게 내주던 손을 교복 주머니에 숨겼다. 머리 아파.
찡, 하고 울리는 머리에 나도 모르게 표정을 일그리며 낮게 깔린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무겁다. 내가 지금 뭘 하는가 싶어 이제 정말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마음이 급해져 대충 녀석을 한 번 바라봐주고는 걸음을 떼려는데 멍청하게 또 내 걸음을 붙잡는 건 녀석의 눈이었다.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는 그 깊은 눈은 그 어떤 것도 아닌 날 향해 움직였다. 이젠 속도 울렁거린다. 시간이 멈춘 듯 뚝 하고 녀석의 숨소리만 내 귀를 작게 홀렸다.
" 누군지 모르겠는데. "
" ……. "
" 다른 애랑 착각했나 보네. "
" ……. "
… 아닌데. 민석의 입이 작게 웅얼거렸다. 여전히 표정없는 민석의 얼굴이 그제야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학교를 가리키며 움직인다.
나 이제 저 학교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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