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센티-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네, 제가 할래요. 저 방학 때 알바도 구해야 되고 해서요"
"진짜요? 안힘들겠어요? 저번에 무슨 패션쇼 준비해야된다고 하지 않았나-"
"아, 있긴한데...그래도 용돈도 벌겸 알바...하려구요"
"진짜?진짜로?"
"네. 그러니까, 점장님?불러다줘요."
"내가 면접보는데요?"
"네? 그냥 알바생 아니에요?"
"뭐래요. 나 사장인데, 여기 카페. 헐, 뭐야. ○○씨, 일년 동안 여기 카페오면서 그것도 몰랐어요?"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충격이였다. 이때까지, 그를 한낱 알바생이라고 생각해온 나 자신이 참. 그를 좋아한다고 해놓고서는 막상 그는 나를 잘 알지만, 나는 그를 잘 모른다는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그는, 나에 대해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한참 동안, 멍해있다가 그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차리고 보니, 그는 나를 20센티도 안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입이 닿을 것 같은 거리에. 그가 말을 할때마다, 그의 숨결이 내 얼굴에 엹게 퍼지는것이 느껴졌다..으...이상해.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까...
"○○씨라면, 일 잘하는거 내가 다 아니까. 뭐든 열심히인거 내가 다 아니까. 아무것도 없이 ○○씨 합격!"
"네?"
"○○씨 합격! 일은 그럼 내일부터 해요, 내일부터"
그렇게 나는 그냥 앉아서 그와 이야기했다. 사실, 일년동안 여기오면 이야기할 것도 없다고 생각할텐데 사실. 그렇다, 많이 없다. 항상 내가 이야기하고, 그는 들어주고, 내가 얘기할수있도록,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그런게 그였다.
내가 알바생으로 뽑힌 그날은, 그에 대해 조금 알 수있는 그런 날이였다. 내 얘기보다는, 그의 얘기를 더 많이 들을 수있었던, 그런날.
*
그는, 스무살때부터 카페를 운영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고등학교때부터 커피를 좋아하고, 바리스타 자격증 같은것들을 따는 것을 보고, 공부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진을 해서 경영을 해보라고 차려준게, 바로 이 카페라고 했다. 아, 춤이랑 노래하는것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언제한번 들려주기로 약속까지 했고. 그리고 내가 항상 궁금해 하던게 하나 있는데. 바로 알바생, 이수현. 그냥 아버지 친구의 딸이라고 했다. 공부쪽말고 이런데로 진로를 정하고 싶다고 해서 그가 도와주고 있는거라고. 심지어 고등학생이라 그냥 여동생 같은 존재라고. 항상 마음에 걸리는 것이였는데, 오늘에서야 풀렸다. 그리고 내가 알바를 시작한 첫 날 부터 친화력 좋은 수현이 덕분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친해지다가 보니, 수현이는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되었다.
*
알바를 시작한지 2주 정도 됬다. 그는, 그러니까 사장님은 항상 잘해주셔서 내가 할일은 별로 없었다. 내가 할 일은 설거지를 하고 깨끗한 행주로 닦는것이였다. 그리고 수현이를 도와 케이크랑 쿠키를 만드는 것.
하지만 내가 하려고 할때마다 사장님이 뛰어오셔서 막았다.
"지금 ○○씨가 설거지하는거에요?안돼요. 내가 할래"
"네?근데 이건 제 담당인데요?"
"근데 내가 하고싶다구요"
이런식으로 내가 항상 설거지를 하려고 하면 옆으로 와서 나한테는 절대로 설거지를 못하게 했다. 남자의 매너라나 뭐래나. 그러면, 옆에서 수현이가 툴툴대곤 했다. 자기는 안해주면서 언니한테는 왜 해주냐며. 그러면 사장님이 ○○씨는 여자고 너는 아니잖아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곤 했다. 내가 사장님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있는 수현이는 은근슬쩍 사장님이 보지않을때 와서 웃으면서 내 허리를 찌르면서 가곤 했다. 아니, 그렇게 의미심장한 말을 하시면 사람 심장 떨어지게...항상 내가 하는 일을 도와주려고 하시는 사장님이셨지만, 이건 해주셔도 해주셔도 적응이 안된다...
"○○씨!지금 수현이 도와서 쿠키할게 아니라 여기 좀 와서 저 좀 도와줘요!"
"네?"
"아, 내가 방금 ○○씨 좋아하는 카페모카 했는데 이거 좀 마시면서 쉬라구요. 많이 했잖아요, 이제 좀 쉴 때도 되지않았나?"
"네..?근데 저 수현이 도와야 되는데...그 쿠키..얼른 만들어야 되서요..."
"아 됐어요. 수현이가 알아서 하겠죠. 수현이 담당인데."
"근데 제 담당이기도 해요..."
"아 그래, 오빠! 언니 그만 불러! 오빠때문에 지금 쿠키 모잘라"
"전에는 그거 너혼자 다했었어. 너가 혼자 해. ○○씨 힘들잖아."
"아니에요. 저 할 수있어요. 수현아, 미안."
이런식으로 내가 내 할일을 하려고 하면, 항상 옆으로 와서 자기가 하려고 하는 사장님이였다. 아 뭐야...왜 그래...사람 심장 떨리게...한두번도 아니고 계속 이러면 사람 설레잖아요...
*
알바를 시작한지 또 시간이 일주일 정도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내일이다, 내일...
"언니, 헐..어떡해..."
"응?"
"오빠가, 크리스마스 날에 가게에 손님 아무도 받지 말라는데..."
"그게 왜?"
"아...그러니까, 언니만 가게보라던데...아니...그 오빠는 도데체 무슨 생각인건지..어휴. 그 뭐냐.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고백할거라고. 카페 다 비우래. 아 진짜. 오빠 왜그러지? 나는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가, 언니. 아 진짜, 썸 타고, 좋아하는 것 처럼 행동하고 챙겨주고 한건 언니한테 했는데, 고백하는건 딴 여자야. 내가 어렸을 때 부터 봐온 김동혁은 그런 인간이 아닌데..으어. 내가 잘못 알았나봐. 으, 소름. 이거 봐. 나 닭살돋았어."
"아, 그렇구나..."
"아니, 언니는 아무렇지도 않아? 언니 오빠 좋아했잖아! 아니, 좋아하잖아?"
"에이, 그래도 내가 무슨 사장님이랑 사귄것도 안기구. 너무 갔다 수현아."
사실 좀 아려왔다. 좀 많이. 기대는 하지 않았어도 내심 그가 나를 좋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서 인가. 아무 의도없이 그냥. 너무 우울해졌다. 크리스마스면, 내일이네. 오늘이 이브니까. 내일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이제 그를 좋아할 수 조차 없기때문에.
그렇게 오지말았으면 하는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었다. 수현이는 저녁때 쯤이 되어서 걱정스럽게 인사를 하고 가게 밖으로 나갔고, 오늘 하루 종일 보이지 않던 사장님이 꽃다발을 들고 들어오셨다.
"○○씨, 크리스마슨데 놀지도 못하고 수고했어요. 그런 김에 여기잠깐만 앉아있어요."
"네?"
"여기 잠깐만 앉아있어요. 얼른."
"그치만, 사장님 이벤트는요?"
"아 그거요? 하긴 할건데, 잠깐만. 여기 좀 앉아서 쉬라니까?"
앉아서 잠깐만 있으라고 재촉하는 그였기 때문에 할수없이 그가 앉으라는 곳에 앉았다. 내가 앉는것을 확인한 후, 그는 얼른 카운터 쪽, 커피머신쪽으로 뛰어가서,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근데 좀 이상하다? 평소에는 빨리빨리 잘만 하던 그였는데, 오늘은 좀 오래 걸렸다. 한 20분쯤 그렇게 앉아있었나. 그가 큰 접시에다가 커피잔 여러개를 들고 내가 앉아있는 곳으로 왔다.
"응? 왜이렇게 오래걸리셨어요? 저 가봐야하는데..."
"수현이랑 약속있다면서요."
"아 네."
"그거 수현이가 약속 못 나온대요. 그러니까 한 10분만 시간 줘요, 나한테."
"....네."
"나 커피많이 내려왔는데, 안봐줄건가..."
"네?"
"여기 첫번째꺼는 아메리카노, 두번째꺼는 에스프레소, 세번째는 카페라떼, 네번째는......아 그리고 여기 마지막은 ○○씨가 좋아하는 카페모카."
"네에?근데 갑자기 이걸 왜 저한테..."
"한 입 씩 마셔봐요. 당연히 카페모카는 제일 마지막에."
"....맛있어요."
"그죠, 맛있죠 다른것들도?"
"네...맛있어요. 근데 사장님 여기서 오늘 약속있으시잖아요...저 가볼게요, 이제."
"지금 그 약속 진행 중이였는데?"
"네?"
크리스마스날. 내가 좋아하는 그가, 이제 그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고백을 할것이다. 바로 여기,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에서. 내가 여기 있어서 그 여자가 못 오고 있을수도 있단 생각에, 그가 재촉하면서 마셔보라는 커피를 조금씩 마셨다. 그러고선 가려고 하니까, 지금이 그 약속이라면서 대답하는 그였다.
"내가 ○○씨 좋아한지 좀 됬는데, ○○씨 되게 눈치 없다."
"네?"
"좋아한지 좀 됬는데. 내가 그렇게 눈치줬는데 모르더라구요. 내가 잘해줄게요. 매일 ○○씨 좋아하는 카페모카 해줄 자신있는데. 내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만 마셔줘요. 힘든 일은 하지말고, 내가 만들어주는 커피만 마셔줬으면 좋겠어. 내가 잘해줄테니까, 나랑 만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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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제가 늦었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ㅠㅠ
요즘 1일1글이 무너지고 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
하..그나저나 제 단편은 왜 다 고백으로 끝나죠?ㅋㅋㅋㅋㅋㅋ
암호닉
뿌뿌요님/갭주네님/영유아님/정주행님/떡볶이님/핫초코님/으우뜨뚜님/YG연습생님/쎄니님/하트님/따뜻한 밥님/한빈아 춤추자님/순두부님/할라님/감쟈 님/윤주님/홍하아위님/까만원두님/워더님/두둠칫 님/하얀불꽃 님
아..제가 댓글을 바라고 글을 쓰는건 아니지만, 댓글 읽으면서 힘내서 쓰는건 사실이에요ㅠㅠㅠ
ㅋㅋㅋㅋㅋㅋ라도 써주시면 저한테 엄청난 힘이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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