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KON/송윤형] 샤인 체리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4122818/0eb1ed6fc7f3995f34c15f9aaea984fe.jpg)
새학기의 교실에선 은빛 먼지 냄새가 풍겼다. 창문 틈으로는 하얀 햇살 줄기가 아이들의 얼굴을 비추었고 교실 책상에 엎드려 자고있던 송윤형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송윤형은 작게 아,씨 중얼거리고는 얼굴을 옅게 찌푸리며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 여자아이들은 송윤형은 어떻게 자는 모습도 멋있냐며 자기들끼리 속닥댔고 이번 달 안에 꼭 고백하겠다며 꽉 진 주먹을 들어보이는 여자애도 있었다.
"야, 다음교시 뭐냐."
어느새 잠에서 깬건지 송윤형은 반쯤 풀린 눈을 비비며 내게 물어왔다. 평소에 송윤형 같은 날라리를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던 터라 짧게 국어. 라고 대답하고는 서둘러 사물함으로 가 교과서를 챙겼다. 국어시간의 송윤형은 한결같았다. 줄곧 잠만 자댔다. 옆 자리에서 잠을 자는 송윤형이 꽤 거슬렸지만 말을 걸어대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 내버려 뒀다.
점심시간 전까지 송윤형은 잠만 잤다. 중간에 입술이 건조하다며 일어나 립밤을 바른 것만 빼면 겨울잠 자는 다람쥐같이 계속 잤다. 다람쥐는 봄 되면 일어나던데, 송윤형은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점심시간 시작 종이 울리고, 송윤형은 그제야 어기적거리며 일어나더니 내게 오늘 점심이 뭐냐고 물어왔다.
"내가 어떻게 알아."
툭 던지듯이 대답하고는 교과서를 챙겨 사물함으로 걸어가 뒷정리를 했다. 송윤형은 무안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교실 문을 열고 나갔다. 이어서 나도 급식실로 향하는데, 복도에 송윤형과 어떤 여자애가 같이 서있었다. 새 학기인데 벌써 여자친구를 사귀다니, 역시 날라리는 뭐가 다르구나 생각하며 지나가는데 송윤형이 잽싸게 나를 잡아끌어 어깨에 팔을 두르곤 제 옆에 세웠다.
"얘, 얘가 내 여자친구야!"
송윤형은 마주본 여자애를 보며 다급히 외쳤고 나는 경악하는 표정으로 송윤형을 바라봤다. 송윤형은 내게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나는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
"쟤가 송윤형 여자친구라며?"
"몰라, 얼굴, 몸매 다 별론데?"
체육시간에 아침에 송윤형을 찬양하던 여자애들 무리가 나를 보고는 수군대는게 내게 그대로 전달됬다. 사람을 까려면 적어도 안 들리는 데서 까는게 예의 아닌가 하는 생각에 여자애들을 아니꼽게 바라보자 여자애들은 내게 비웃음을 날리며 송윤형에게로 다가갔다.
"윤형아- 오늘 뭐한대?"
그 중 한 여자애가 높은 콧소리를 내며 송윤형의 팔에 자신의 팔을 걸었고 송윤형은 잠시 당황한 듯 보이더니 곧 여자애의 팔을 풀어내며 피구. 라고 대답했다. 여자애는 헐, 나 공 짱 무서워하는데! 연약한 소녀 행세를 했고 송윤형은 그게 귀여운 듯 그 여자애를 보고 웃어보였다.
피구가 시작되고 남 녀 나누어 편을 가르는데 운동을 죽도록 싫어하는 나는 선생님께 몸이 조금 안좋다고 말씀드린 뒤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피구를 구경했다. 여자애들은 남자애들이 던진 공을 맞고는 픽 쓰러지는 시늉을 취했고 꺅 거리는 비명도 종종 들려왔다. 저래서 피구는 재미가 없어.
피구를 구경하다가 잠들었는지 어떤 남자애가 날 흔들어 깨웠다.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 교실로 돌아가자 보이는 모습은 자리에 앉아있는 송윤형과 그 옆자리, 그러니까 내 자리에 앉아있는 여자애. 남이 내 물건에 손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던 터라 그 애에게 다가가 비켜달라고 말하자 여자애는 날 아니꼽게 바라봤다.
"곧 수업 시작하는데,"
내 말에 여자애는 짜증난다는 듯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송윤형은 그런 나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봤다.
"뭐"
송윤형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입을 열자 송윤형은 자기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흐흥, 하는 비음만 내뿜었다.
*
요새 건조해서 그런지 입술이 자주 트는 탓에 거친 입술을 잡아뜯는 게 버릇이 되어 버렸다. 그 버릇은 학교에서도 이어졌고 손톱으로 입술 표피를 죽죽 뜯어내자 결국 여린 입술에서는 피가 비쳤다. 심한 따가움에 얼굴을 찡그리자 송윤형은 그런 나를 보며 어디 아프냐고 물어봤고, 나는 말 없이 입술을 가리켜 보였다.
"뭐, 뽀뽀해 달라고?"
입술이 터서 아프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였는데, 송윤형은 능글맞게 뽀뽀해줄까, 하는 망언을 내뱉었다. 송윤형의 발언에 반 여자애들 전체가 나를 쳐다봤고 나는 다급하게 입술이 터서 아프다고! 소리치며 고개를 돌렸다.
"너, 송윤형한테 꼬리 잘 치더라?"
송윤형이 화장실에 간 사이, 맨날 송윤형한테 들러붙던 여자애가 내게 삐딱하게 말을 내뱉었다. 나는 송윤형한테 꼬리친 적이 없는데 왜 꼬리쳤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을 크게 벌리고 싶지 않아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얼굴이 예쁘면 내가 말을 안 해."
"도대체 송윤형은 네 어디가 좋다니? 응?"
여자애들은 한껏 나를 조롱했고 나는 그 말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수적으로도, 말빨로도 저 여자애들이 우위에 있었다. 나는 그 애들의 말에 전적으로 수긍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고, 여자애들은 내 어깨를 툭 치며 자기들의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송윤형이 교실에 들어왔고 나는 잠시 송윤형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앉아서 가만히 책만 내려다보는 내 어깨를 누가 툭툭 건드렸고, 그건 송윤형이었다.
"너, 입술 많이 텄다."
송윤형은 자신의 마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립밤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어 내게 들이밀었다. 내가 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한숨을 폭 쉬더니 내 얼굴을 잡고 직접 립밤을 발라줬다.
"아, 됬어. 내가 할게."
아까 여자애들이 생각나 내가 바르겠다며 립밤을 낚아채려는데, 송윤형이 이미 다 발랐다고 피실피실 웃어댔다.
"뭐야, 그럼 우리 간접키스?"
송윤형은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며 부끄러운 소녀마냥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나 책임져."
자신을 책임지라는 송윤형의 말에 어이가 없어 바라보자 송윤형은 배시시 웃으며 네가 나랑 간접키스를 했으니 집에 같이 가자며 내 팔을 잡아왔다. 송윤형이라면 더 이상한 부탁도 할 수 있겠다 싶어 같이 하교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여자애들의 따가운 시선이 볼을 쿡쿡 찌르는 듯 느껴졌다.
*
집에 가는 길에 송윤형은 내게 집이 어디냐며 물어왔다. 대충 살고있는 아파트를 대답하자 송윤형은 자기도 같은 데 산다며 이건 인연이라며 박수를 쳐 댔다. 그러고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할 말이 있다며 나를 붙잡아 세웠다.
" 그때 미안했어."
"뭐가?"
난데없이 미안하다고 하는 송윤형을 바라보자 송윤형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꾸만 말을 얼버무렸다. 내가 됬다며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송윤형은 제대로 말 하겠다며 나를 다시 잡아세웠다.
"그 때, 내가 어떤 여자애한테 너 내 여자친구라고 했을 때."
"아아, 괜찮아."
내 싱거운 반응이 불만이었는지 송윤형은 입술을 삐쭉 내밀어 보였다. 립밤을 발라서 그런지 입술이 여자인 나보다 매끄러워 보였다. 괜히 부럽네.
"너 입술 되게 매끈하다."
"왜, 뽀뽀해줘?"
송윤형은 또 능글맞게 말했다. 나는 웃으며 송윤형을 툭 쳤고, 송윤형은 나를 빤히 보더니 마이 주머니에서 립밤을 꺼냈다.
"00아, 너 입술 엄청 텄다."
송윤형은 저 말을 하며 립밤 뚜껑을 열더니 자기 입술에 립밤을 발랐다. 그러고는 한번 씨익 웃어보이더니
"저번엔 간접키스"
"이번엔 직접,"
송윤형은 내 얼굴을 붙잡고는 내 입술과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송윤형의 입술만큼 내 얼굴도 붉게 달아올랐다.
"저번에 내 여자친구라고 해서 미안한데, 이제 진짜 여자친구 하자."
매만져지는 입술이 부드러웠다.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신세계에서 다이소 잡겠다고 낸 브랜드..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