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워서 해가 보이지를 않았다. 오늘은 날씨마저 괴이쩍었다. 민석이 군복을 입은 사내의 부축을 받아 차안에서 내렸다. 왼쪽 다리의 의족은 아직도 조금 어색하고 갑갑했다. 아무리 다리를 내딛여도 왼쪽 발바닥에는 전혀 감각이 없었으니깐. 부대의 맨 안쪽에는 흰 천 수백장이 덮여있었다. 민석은 곧 그것들을 하나하나 파헤치고 싶었지만 애써 참으며 사내에게 루한의 행방을 물었다. 남자는 골똘히 생각하다 몇몇개의 천을 조심스레 들쳐보았다. 그리고는 민석에게 눈빛을 했다. 마침내 사내가 찾은 것이었다. 흰 천 속에서 민석을 기다리고 있었을 루한을. 민석이 느린 걸음으로 다가갔고 사내는 다시 오리라며 자리를 피해줬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에 인상을 쓸법도 했지만 민석의 표정은 온화했다.
"나는."
"..."
"나는 아직도 네가."
"...."
"생생해, 루한."
검은 하늘이 어쩐지 심상치가 않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그의 하얀 몸이 사후경직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민석이 흰 천을 들어내어 그 속의 잠자코 눈을 감고있는 루한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자는 그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이 여간 즐거운 일이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가, 그가 제발 지옥같은 악몽에서 깨어나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볼수 있기를 소망했다. 마침내 잔뜩 심술이 나있는 하늘에서는 그득한 물기가 쏟아져 내렸고 둘은 금세 흠뻑젖었다. 어쩐지, 비는 한참동안이나 마구 쏟아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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