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0992317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1          

하암

새벽 2시, 황윤성 아직도 집에 안 들어왔다. 소등하여 어두컴컴한 거실 가운데 혼자 소파에 앉아 반쯤 감긴 눈으로 본 예능 프로그램 재방송은 흥미를 잃은지 오래다. 어제도 그저께도 늦게 들어왔지만 새벽까지 늦어지진 않았단 말이다. 오늘 아침 회식이 있을 것이라 말은 했다만 10시 이후 연락이 끊긴 그에, 기다리다 지쳐 눈이 저절로 감기기 시작했다. 그때,


띠리링-


"......"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

"미안해, 연락 못해서."

"짜증나."


그를 한참동안 째려보며 두 눈으로 짜증을 표현했다. 가까이 다가오자 풍기는 알코올향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왜애. 이리 와."


잔뜩 풀린 눈으로 늘어지게 말하는데, 그 꼴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목소리는 또 왜 이리 좋은지. 여전히 노려보며 그에게 다가가자 두 팔을 벌려주었고, 나는 그 품으로 들어가 안겼다. 팔을 둘러 허리를 꼭 안으니 그도 내 어깨를 감싸 안아주었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미안함이 잔뜩 묻어있다.

말없이 안고 있기를 한참, 내가 이마로 그의 가슴팍을 쿵 내리쳤다. 아아... 아픈척 하는데 미워서 발도 밟아주었다.


"오빠 너 진짜 너무해."

"......"

"빨리 미안하다고 해."

"...미안해, 내가. 기다리게 해서 미안."


품 속에서 웅얼웅얼 내가 말하는 걸 다 알아듣기는 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한다.

술 냄새 가득 묻은 그의 외투를 벗겨 주었다. 가만히 서서 나를 쳐다보며 내 손길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본가에 있는 강아지를 떠올리게 한다.


"뭘 멀뚱히 서 있어. 다 벗었으면 빨리 다시 안아."


피식 웃더니 다시 꼭 안아준다. 그러고는 내가 미안해. 기분 풀면 안 될까?  묻는데, 고개를 들고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끌어당겨 입술에 짧게 뽀뽀했다. 또 피식 웃고는 내 이마에 뽀뽀한다.

술냄새 나, 뽀뽀하지마. 한마디 하고는 안고 있는 상태로 걸어가 그 몸을 방으로 밀어넣는다. 내가 밀어 자기는 뒤뚱뒤뚱 뒷걸음질 치면서도 피식피식 웃는 소리가 다 들린다.

미처 끄지 못한 티비만 거실에서 홀로 소리를 낸다.





   2          

새벽이 되고도 한참이 지났는데 황윤성은 연락도 없이 집에 오지 않는다. 시계의 짧은 바늘은 3을 향해 달리고 있고, 우리 관계는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티비에선 깔깔 웃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는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며칠 째 계속되는 황윤성의 미운 행동에 나도 지친다. 어제까진 기다리지 않고 그냥 잤지만, 오늘은 컴컴한 거실에서 그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심산이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황윤성은 아무 말 없이 외투를 벗어 소파에 얹어둔다. 나쁜 놈.

부엌에서 물 한 잔 따라마시고 다시 거실로 나올 때까지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쳐다보았다. 째려 볼 힘도 없다. 아마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이겠지,

지친다.

소파에 쪼그려 앉았던 몸을 펴 일어섰다. 그에게 다가가는 동안 서로 눈만 쳐다보았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내 의도를 알았는지 그는 두 팔을 살짝 벌렸고 나는 그 품에 안겼다. 꼭 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도 마찬가지인지 그저 팔을 얹어 나를 안아줄 뿐이다.

한참을 그러고 서있었다. 다리가 아파올 때 쯤 눈물이 흐르더라. 그의 얇은 티가 내 눈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자기도 느꼈는지, 흠칫하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의 품에서 떨어지자 자기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는데 더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고개를 들어 두 눈을 마주보기를 또 한참, 손을 들어 그 얼굴을 잡아당겨 입을 맞추었다. 큰 손으로 내 머리를 바치며 다른 한 손으로 등을 쓸어준다. 그 손길에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목을 끌어안는 내 두 손에 황윤성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입술을 떼고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두 손에 파묻은 그 모습을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몸을 뉘였다.


















독자님들 취향은 1번인가요 2번인가요??



대표 사진
독자1
달달도 너무 좋은데 왜 저는 짠내폭발이 더 끌릴까요 ㅠㅠㅠㅠㅠ
6년 전
대표 사진
비회원27.243
저는 역시 달달한 윤성이가 좋네요... 저렇게 안아주면 화났던 마음도 사르르 녹을 것 같아요 사실 윤성이면 이미 녹아있을 것 같긴 하지만용ㅎ ㅎ
6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저는 찌통 너무 맴아파여ㅠㅠㅜㅠㅠㅜㅜㅜㅜㅜㅜㅜ달달최고 근데 둘 다 좋기도하고ㅠㅠㅠㅠㅠㅠ그냥 작가님 체고
6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1번이오,,,,, 저는 그냥 윤성이가 힘든 게 너무 싫어서 1번입니다 ,,,,,,,,,,, 윤성 꽃길만 걸어 ,, 작가님 글 잘 봤슴다 살앙해요
6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윤성이랑 슬프고싶지 않아요ㅠㅠㅠㅠㅠㅠ 하지만 필력이 다 했잖아....
6년 전
대표 사진
독자5
2번은 뭔가 헤어질 삘이라 1번이오ㅜㅜ
6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9:10